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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3,425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5.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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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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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
글자
11쪽

제8장. 만상방으로의 위장 잠입(2)

DUMMY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한데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 겐가?


저런 수상한 인물을 들였다가 자칫 거사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네. 괜스레 쓸데없는 변수는 만들 필요가 없단 말일세.”


“사실 소인도 그냥 보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가 연지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한 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게다가 연지는 지금 그자한테 완전히 푹 빠져 있습니다.”


“그자한테 연모의 정이라도 느끼고 있단 말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를 바라보는 연지의 눈은 분명히 사랑에 빠진 소녀의 것이었으니까요.”


“여태껏 사내한테는 눈길도 주지 않던 천둥벌거숭이가 사랑에 빠지다니……. 허허, 그것 참 별일이로군.”


“그러니 만일 우리가 반대한다면 잡음만 더 커질 것입니다. 제 아비를 쏙 빼닮은 그 계집의 쇠고집은 어르신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하긴 한 번 뭘 하겠다고 나서면 아무도 못 말렸지.”


“그자가 변수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변수도 변수 나름 아니겠습니까? 잘만 활용하면 녀석은 우리한테 유리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측면에서 말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시간 절약이지요.”


“시간 절약?”


“저희는 망아지 같은 계집을 찾아다니느라 며칠씩이나 그냥 날려먹었습니다.


물론 워낙 오래전부터 거사를 준비해온 터라 당장 이걸로 큰 지장이 생기지는 않겠으나, 이런 일이 또 반복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막바지에 집중력이 흔들렸다가는 어디에서 구멍이 생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건 그렇지.”


“한데 그자를 수신호위로 두게 되면 한동안은 얌전히 지낼 겁니다.


그러면 저 망아지 같은 계집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될 테지요.


그렇게 절약된 시간만큼 거사 준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나쁜 건 없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조도경도 납득이 되는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욱이 그리되면 단목 방주의 관심 또한 자연스럽게 그자에게로 집중될 것입니다.


그렇게 방주의 시선을 묶어두면 보다 안전하게 거사를 진행할 수 있을 테지요.”


“그건 맞는 말이네. 안 그래도 요즘 단목군악은 난황염라라 불리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딸년의 재롱을 보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지.


그런 만큼, 신원이 불분명한 자가 딸년 곁에 있으면 그만큼 더 노심초사할 테고 자연히 온통 신경이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을 테지.”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기실 자네에게 설득되어 그자를 만상방 안으로 들이기로 결정한 다음에도 무척 신경이 쓰였었지.


하나 이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되었네. 그래도 그자에 대한 감시의 고삐는 결코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야.


변수가 변수인 건, 예측을 벗어날 가능성을 늘 지니고 있기 때문이니 말일세.”


“그 부분은 심려치 마십시오. 이미 만상방의 곳곳에 우리 쪽의 간자가 심어져 있는 만큼, 그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우리의 이목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입니다.”


***


드디어 담혁건과 그 일행은 돈황에 당도했다.


막내딸의 무사 귀환 소식을 전해 들은 단목군악은 직접 정문까지 달려 나왔다. 그는 단목연지를 보자마자 크게 꾸짖었다.


그러나 잘못했다고 빌면서 무작정 안겨드는 그녀의 애교에 어느새 마음이 녹아서는 금세 용서해주고 말았다.


감격스러운 부녀 상봉 이후 충분히 회포를 푼 단목연지는 일단 처소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아주 여성스럽게 꽃단장을 하고서 다시금 단목군악의 처소를 찾아갔다.


평소에는 그렇게 부탁해도 늘 선머슴처럼 남장만 하고 다니던 딸의 달라진 모습에 단목군악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금세 큰 만족감을 드러내며 흐뭇해했다.


단목군악의 기분이 한껏 고조된 것을 확인한 단목연지는 조심스럽게 다시 말문을 열었다.


“저기, 아빠!”


“응?”


“부탁이 하나 있어요.”


“뭐든지 말해보렴.”


“들어주실 거죠?”


“가출을 허락해달라는 둥의 터무니없는 부탁만 아니라면.”


“결코 무리한 부탁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얼른 말해보아라.”


“그전에 먼저 꼭 들어주시겠다고 약속부터 하세요.”


“좋다. 지아 네가 이 아비의 소원대로 화장까지 하면서 그리도 예쁘게 꾸미고 왔으니 나도 네 소원을 들어주마.”


“실은요…….”


이러한 화두와 함께 단목연지는 담혁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그를 자신의 수신호위로 삼는 것을 허락해주면 앞으로 다시는 말썽을 부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단목군악은 석연찮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될 말이다.”


“아니, 어째서요?”


“근본도 알 수 없는 그런 인물을 어찌 지아 너의 수신호위로 들일 수가 있단 말이냐?”


“소녀의 목숨을 두 차례나 구해준 은공한테 어찌 그렇게 말씀하세요?”


“그 부분은 고맙게 생각한다. 해서 안 그래도 이미 적당한 포상을 내리라고 조 집사에게 일러두었다.”


“혹시 조노가 뭐라고 안 하던가요?”


“별말 없던데?”


“이 노인네가 진짜?”


“조 집사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숙부처럼 대하라고 이르지 않았느냐?”


“죄송해요. 그치만 조노도 소녀랑 약속을 했거든요.”


“약속이라니?”


“담 오라버니를 소녀의 수신호위로 천거해주기로 했단 말이에요. 심 총관도 똑같이 약속을 했었고요.”


“잠깐! 담태평인지 뭔지 하는 그자를 지금 오라버니라고 불렀느냐?”


“그런데요?”


“여태까지는 너무 많은 오라비들한테 질린다며 사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네가 자발적으로 외간 남자를 그리 부르다니……. 대체 이유가 무엇이냐?”


“이유가 뭐긴요? 부를 만하니까 그렇게 부르는 거죠.”


“그자한테 호감이 상당한 모양이로구나?”


“소녀만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조노도 담 오라버니를 수신호위로 받아들이는 것에 찬성했었어요. 심 총관도 마찬가지고요.”


“정말 그 두 사람 모두 그리 말했단 말이냐?”


“그렇다니까요. 당장 불러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흐음… 알았다. 내 조 총관과 이야기를 한번 해볼 터이니 일단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쉬도록 해라. 시간이 많이 늦었지 않느냐?”


“네, 아빠. 꼭 허락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이러면서 단목연지는 단목군악의 뺨에 입맞춤까지 했다.


그녀의 예기치 못한 행동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는 금세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이거야, 원. 네가 그 녀석한테 빠져도 단단히 빠진 모양이로구나.”


“아이 참, 그런 건 아니라니까요.”


수줍은 듯 얼굴까지 붉히는 단목연지를 더욱 이채롭게 바라보던 단목군악이 다시 덧붙였다.


“네가 그렇게까지 열성을 보이니 어지간하면 허락하도록 하겠다. 하니 그만 물러가 있어라.”


원하던 대답을 얻어낸 단목연지는 생긋 미소했다.


“히힛, 그럼 아빠만 믿고 가볼게요. 절대로 소녀를 실망시키시지 않으리라고 믿어요.”


이렇게 재차 다짐까지 받은 단목연지는 다소곳하게 인사를 건넨 다음 단목군악의 처소에서 빠져나왔다.


입가에 여전히 기묘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는 곧장 조도경과 심재익을 불러들여 담혁건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아니나 다를까? 단목연지가 말한 대로 두 사람은 담혁건을 수신호위로 들이는 일에 대해 찬성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짚어주었다.


이쯤 되자, 단목군악도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담혁건을 만상방으로 들이는 것을 흔쾌히 허락하게 되었다.


***


자단목으로 된 서탁의 뒤쪽에는 중후한 분위기의 노인 하나가 걸상에 앉아서 이런저런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모습이었으나 얼굴색은 여전히 혈기가 왕성한 대춧빛이었다.


특히 가장자리가 양쪽으로 살짝 치솟은 숱 많은 백미(白眉)는 호걸다운 분위기를 물씬 자아냈다.


잠시 후, 서탁 위에 있는 촛대의 불꽃이 살짝 흔들렸다. 곧이어 청삼 차림의 청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뵙겠습니다. 담태평이라 합니다.”


단목군악은 정중하게 포권의 예를 취하는 담혁건의 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단목군악은 일부러 상대방을 시험하고자 자신의 기도를 숨기지 않고 개방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담혁건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 모습으로 단목군악의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냈다.


그러면서도 정중한 태도만큼은 견지하여 오만하거나 불손한 느낌은 일절 풍기지 않았다.


‘내공이 일천하다는 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위풍당당한 풍모를 지니고 있군. 실로 타고난 준걸임이 분명하다.’


단목군악은 담혁건에 대한 인상을 갈무리하며 이윽고 말문을 열었다.


“노부는 지아의 아비인 단목군악이네.”


자신을 만상방의 총수가 아닌 단목연지의 부친으로 소개하는 단목군악으로 인해 담혁건은 묘한 감흥을 느꼈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탐색전에 가까운 상투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다.


본래 위장하는 것이 영 성미에 맞지 않았던 담혁건은 가급적 말을 적게 했다.


여태껏 자신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상대해온 단목군악으로서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어지간한 내용들은 이미 조도경과 심재익으로부터 전해 들은 터라 단목군악도 면접을 종결짓기로 했다.


“그럼 이후로 달포 동안 지아를 잘 부탁하네.”


“그건 심려치 마십시오. 적어도 제가 곁을 지키는 동안은 그 누구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니 아주 든든하군. 하나 수신호위로서의 자네에게 바라는 건 사실 따로 있네.”


“그게 무엇인지요?”


“부디 이곳에 있는 동안은 지아의 친구가 되어주게나.


지금 지아한테 가장 필요한 건 부하나 하인이 아니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친구이니 말일세.”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담혁건을 어르듯이 그는 말을 이어 갔다.


“친구가 된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니네.


그냥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격의 없이 대해주면 그걸로 족하네. 지아도 그걸 바라는 것 같으니 말일세.”


“뭐, 그런 거라면 심려치 마십시오. 어차피 새삼스럽게 상전처럼 대할 마음은 전혀 없었으니 말입니다.”


“훗, 그런가? 아무튼 잘 알았네. 이제 그만 나가보게.”


가볍게 목례한 담혁건은 곧장 집무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홀로 남겨진 단목군악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느낌이 괜찮은 사내로군.”


단목군악의 최종 면접까지 통과한 담혁건은, 비록 임시이기는 하지만 정식으로 단목연지의 수신호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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