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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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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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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2장. 풍운객잔의 장기 투숙객(3)

DUMMY

담혁건은 여태껏 혼인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었다. 벽력존자 시절에는 무공광답게 오로지 무공 수련에만 관심이 있었다.


제마동에 갇혔을 때는 오로지 복수와 탈출이라는 일념에 사로잡혀 역시나 무공 수련에 매진했었다.


그러다 보니 적예원이 툭 던진 한마디에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다 싶어진 그녀는 더욱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소녀가 무림분파의 개업, 아니 개파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결국 장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봐요. 도를 닦든 무공을 수련하든 다 먹고살 게 있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어떤 집단이건 기본은 바로 살림살이인 것 같아요. 이 부분이 먼저 안정되어야 문파도 바로 서지 않겠어요?”


“…….”


“결례되는 말씀이지만, 솔직히 도사님께선 세상 물정에는 조금 어두우신 게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소녀를 곁에 두시면 바로 그 부분을 넉넉하게 채워드릴 수 있을 거예요.


이래 봬도 어릴 때부터 상재(商才)만큼은 아주 탁월하다고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아왔답니다.


만일 와호방의 훼방만 없었다면 풍운객잔도 지금보다 갑절 이상은 더 키웠을 거예요.”


적예원의 논리 정연한 설득에 심란함을 유발하던 혼인이라는 화두는 어느새 멀찌감치 밀려난 상태였다.


평상심을 되찾은 담혁건은 어느 정도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대로 나는 그저 무공 수련에만 전념해왔을 뿐이다. 해서 곤륜파의 재개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막막한 게 사실이다.


우선은 광망파를 굴복시켜서 쓸 만하다 싶으면 놈들을 제자로 들일 생각이었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적예원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강호에선 배분인지 항렬인지, 아무튼 그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이건 선점하는 자에게 주도권이 돌아가는 형세야.


내가 먼저 제자가 되고 그다음에 광망파가 복속된다면 그들은 전부 내 아래가 되지 않겠어?’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광녀처럼 혼자서 뭘 그렇게 실실대는 것이냐?”


“도사님! 제발 소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그러면 분골쇄신하여 충성을 다할게요.”


“선친께서 군문에 몸담으셨다고 하더니, 문파도 무슨 군대처럼 생각하는 모양이구나.”


“어차피 다 비슷비슷한 거 아닌가요?”


“뭐, 꼭 틀린 건 아니다만, 아무튼 너도 참 집요하구나.”


“집요하지 않으면 생존해올 수 없었는걸요.”


가냘픈 여자가 이토록 악착같은 모습을 보이니 왠지 측은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냥 이렇게 하자꾸나. 곤륜파를 재건하면 풍운객잔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마.


네 상재가 그토록 뛰어나다니, 뒤를 봐주면 금세 사업을 크게 키워 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


담혁건의 제안에 적예원은 볼멘소리로 대꾸했다.


“그리하면 광망파에게 상납금을 바치고 보호를 받는 와호방과 다를 바가 뭐가 있나요?”


“그럼 대체 뭘 어쩌자는 것이냐?”


천생 상재로서의 직감이랄까?


적예원은 지금의 이 사소해 보이는 협상 결과가 장차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갈라놓을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필사적으로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말해보아라.”


“곤륜파를 내곤륜과 외곤륜으로 나누는 거죠. 그래서 내곤륜은 무림문파 본연의 방식대로 운영을 하되, 외곤륜은 관부의 군문 같은 방식으로 운영을 하는 거예요.”


“하나 나는 군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적예원은 검지를 까딱거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


“그건 소녀한테 전적으로 맡기시면 된답니다. 과거에 몸담고 있던 적부가 바로 군문이었으니까요.


물론 어릴 때 망했기 때문에 운영 방식을 전부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대충은 알고 있어요.


더욱이 장노는 적부의 수석집사였던 만큼 군문의 운영 방식에 훤하고요.”


다른 건 몰라도 적부가 패망했다는 말을 듣자 담혁건은 동병상련의 정이 느껴졌다.


“내곤륜과 외곤륜이라…….”


“도사님께서는 내곤륜에만 집중하시면 돼요. 외곤륜은 전적으로 소녀가 알아서 키워 갈 테니까요.


아, 물론 외곤륜도 장문인이 되실 도사님께 전적으로 충성을 바치게 될 테니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마시고요.”


“음…….”


생전 안 쓰던 머리를 쓰느라 급격하게 피곤해진 담혁건은 결국 두 눈을 딱 감아버렸다.


“알았다, 알았어. 네 뜻대로 하자꾸나.”


“정말요?”


“그래그래, 그러자고.”


“그럼 이제 사부님이라고 부를 거예요. 소녀가 첫 번째 제자라는 걸 잊으시면 안 돼요. 네?”


담혁건은 귀찮다는 듯 허공에다가 손을 휙휙 내저으며 수긍의 뜻을 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뜻을 이룬 적예원의 입가에는 여우같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소나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더니, 대체 그놈의 소나기는 언제 지나간단 말이냐?”


와호방주 손용환(孫勇奐)의 책망 섞인 질문에 그의 아들인 손수열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게 실은…….”


“실은 뭐?”


“아무래도 그 말코 놈이 풍운객잔에 그대로 눌러앉아버린 모양입니다.”


“뭐가 어째?”


“필시 그 영악한 적가 계집이 수를 쓴 것일 테지요.”


손용환의 안면이 제대로 구겨졌다.


“이런, 제기랄! 귀랑수도 깨어나서는 질겁하며 내뺀 마당에 이제 이 일을 대체 어찌 해결해야 한단 말이냐?”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설마 광망파에 도움을 요청하자는 건 아닐 테지?”


“지금으로선 그 방법 이외에 달리 무슨 수가 있겠습니까?”


손용환은 석연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광망파는 과격한 인상과는 달리 의외로 계산이 아주 철저한 분파다. 아주 막대한 의뢰비를 요구할 것이야.


안 그래도 요즘 재정 상태가 어려운데, 우리한테 그럴 여유가 어디에 있단 말이냐?


애당초 풍운객잔을 서둘러 취하려 했던 이유도 어떻게든 재정난을 해소시키기 위함이었다.


한데 그렇게 엄한 데다 돈을 허비해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들을 꼭 돈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면 뭔가 다른 방도라도 있다는 것이냐?”


“광망투웅의 호승심을 한번 자극해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사실 광망파가 계산이 철저한 건 다 그의 누이 위수린(偉秀潾) 때문입니다.


약삭빠른 그녀와 달리 위광호(偉廣浩)는 상당히 충동적인 다혈질의 인물이니 그 부분을 잘 파고든다면 얼마든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말코 놈과 위광호가 자연스럽게 싸우도록 유도하잔 말이로구나?”


“바로 그겁니다. 그리만 되면 손 안 대고 코푸는 격이 아니겠습니까?”


“괜찮은 생각이기는 하다만, 자칫 우리의 획책이 위수린의 귀에 들어가면 제대로 경을 치게 될지도 모른다.”


“본래 많은 이문을 남기려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기는 하다만……. 한데 정말 광망투웅이 그 말코를 이길 수 있겠느냐?”


“광망투웅도 절정의 경지에 올랐다고 알려진 극강의 고수입니다. 그러니 설령 패하더라도 귀랑수처럼 어이없게 당하진 않을 겁니다.


그만큼 말코 녀석도 타격을 입을 테지요. 더욱이 두목이 당했는데 그 부하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더욱이 광망파의 무사들은 평범한 녹림인들과는 격이 다르다.


대부분 퇴역 군인이나 귀환병들로 구성된 외인 무사대인 만큼, 하나하나의 실력이 대단한 데다 결속력 또한 상당히 강하니 필시 보복하려고 할 테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중과부적이라고, 말코 그놈도 피륙을 가진 인간인 이상, 그 정도의 숫자에는 당해내지 못할 겁니다.


더욱이 위수린은 뛰어난 책략가이기도 하니 그녀가 작정하고 공격해온다면 말코의 무위가 제아무리 출중하더라도 결코 당해낼 수는 없을 겁니다.


어쨌든 각별히 주의할 터이니 부디 이 일은 소자에게 맡겨주십시오.”


손수열의 호기로운 말에 손용환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알아서 한번 해보려무나.”


***


“큰일이에요, 큰일! 정말로 큰일이 벌어졌어요!”


허겁지겁 객잔 안으로 달려 들어온 소소의 호들갑에 적예원이 핀잔을 주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왜 이렇게 난리니?”


소호도 적예원의 말투를 흉내 내며 거들었다.


“왜 이렇게 난리니?”


얄밉다는 듯 소호를 한 차례 쏘아보던 소소는 금세 다시 적예원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지금 한가하게 청소나 하고 계실 때가 아니에요.”


“이 시간에 청소하지 않으면 언제 청소한다고 그래?”


그날 이후로 서서히 손님이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해진 상태였다.


따라서 적예원도 요즘 열의를 가지고 장사에 임하고 있었다. 청소 역시 그 일환이었다.


“잘못하면 우리 풍운객잔이 가루가 되어 버릴지도 모른대요.”


그제야 적예원도 비질을 멈춘 채 소소를 똑바로 쳐다봤다.


“어디서 대체 뭔 소리를 듣고 왔기에 그런 흰소리를 하는 건지 일단 한번 들어나 보자.”


“장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푸줏간에 가다가 낭인들로부터 엄청난 소릴 들었어요.”


“엄청난 소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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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4.05.02 23:18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99 타오천
    작성일
    14.05.10 13:25
    No. 2

    잘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김집사
    작성일
    14.05.13 04:19
    No. 3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미양사랑
    작성일
    14.05.13 20:07
    No. 4

    중간에 '광망파는 과격한 인상과는 달리~' 이 부분이 매끄럽지 못하네요.
    주어를 뒤에 나오는 광망투웅으로 하면 '분파다'가 걸리고...
    과격한 인상은 아무래도 사람(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말인 듯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휘(煇)
    작성일
    14.05.16 23:44
    No. 5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다만, 여기서 '인상'은 '이미지' 대신 사용된 단어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인상이라는 단어는 이미지의 유의어로서도 활용됩니다. 따라서 그 대상이 굳이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물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인상'이라는 단어는 필자가 서술하는 문장이 아니라 작중 인물의 대화 가운데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중 인물이 항상 어법에 맞는 단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법은 없는 만큼, 이 정도 표현은 충분한 허용범위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세심한 의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우울한노을
    작성일
    14.05.14 10:02
    No. 6
  • 작성자
    Lv.74 오설레임
    작성일
    14.05.30 11:48
    No. 7

    잘 읽고 갑니다.

    건승 건필 하세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천지
    작성일
    14.06.02 23:37
    No. 8
  • 작성자
    Lv.99 화천애
    작성일
    14.06.04 20:07
    No. 9

    감사합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르티장
    작성일
    14.06.27 16:06
    No. 10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태란
    작성일
    14.07.09 23:27
    No. 11

    낭인들이 길거리에서 웅성거린건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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