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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3,380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5.09 17:22
조회
15,722
추천
669
글자
9쪽

제9장. 내가 바로 곤륜 그 자체다!(1)

DUMMY

암영단(暗影團)의 단주 임동윤(任東潤)은 한때 창천맹에서 가장 촉망받던 후기지수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종남파에서 파문당하면서 중원을 떠나야만 했다.


그 이후, 그는 정파 출신이지만 여러 이유로 창천맹으로부터 외면당하던 무인들을 모아 암영단을 창설했다.


낙오자들의 갱생이라는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림분파였다.


암영단은 사마외도가 대세인 신강 땅에 자리를 잡았으나 여태까지 최소한의 도리만큼은 악착같이 지켜 왔었다.


그런데 만성적인 재정난으로 인해 이제는 사마외도의 길을 걷지 않고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이에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명사문의 의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명사산에 근거지를 둔 명사문은 본래 만상방이 급부상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난황대막을 좌지우지하던 패권분파였다.


하지만 단목군악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린 이후로는 신강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명사문주 등관영(鄧寬營)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만상방에 복수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단목군악이 목숨처럼 아낀다는 막내 여식이 가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암영단에 납치를 의뢰해 왔던 것이다.


의뢰를 수행하고자 최정예 단원들을 데리고 출동했던 부단주 고검영(顧劍英)은 도중에 복귀하여 그 이유를 보고했다.


그러자 임동윤은 꾸짖기는커녕 오히려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차라리 잘된 일일세. 패도적인 만상방주의 행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건 사실이지만 그 딸한테는 대체 무슨 죄가 있겠나?


형제들이 굶고 있는 걸 차마 지켜볼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명사문주의 의뢰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줄곧 마음이 무거웠었네.


아무리 사정이 어렵더라도 아녀자를 납치하는 비열한 짓거리를 할 수는 없지 않겠나?”


“형님다운 말씀입니다만, 당장 받아서 써버린 돈은 어찌합니까?


더욱이 일방적으로 의뢰를 취소하면 착수금의 갑절에 해당하는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리된 이상, 차라리 그냥 떼먹고 야반도주라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고검영의 건의에 임동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자네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달리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더욱이 명사문은 이미 사마외도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하니 그렇게까지 신의를 지킬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상대가 사마외도라는 이유만으로 임의로 신의를 저버린다면 우리 또한 사마외도와 다를 게 뭐가 있겠나?”


“…….”


“여태껏 우리가 쉬운 길을 놔두고 사력을 다해 신념을 지켜온 까닭이 대체 무엇인가?


언젠가 기회가 오면 억울함을 신원 받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한데 이제 와서 의기와 양심을 저버린다면 대체 우리 암영단의 지난 십 년의 세월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임동윤의 구구절절한 성토에 고검영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인해 벌겋게 상기되었다.


“송구합니다. 소제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고검영이 순순히 꼬리를 내리자 임동윤은 부드러워진 어조로 다독이듯이 말했다.


“내 아우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네. 그간 워낙 쪼들리며 힘들게 지내 왔으니 지칠 만도 하지.”


“그건 그렇습니다. 사실 이제는 정말 한계가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따져 봐도 무작정 도주하는 건 상책은커녕 하책도 되지 못하네.


알다시피 명사문주는 대단히 영악한 인물일세. 게다가 여전히 만만치 않은 세력을 거느리고 있지.


하니 그의 뒤통수를 쳤다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한테 복수하려고 들 것이네.


난황대막에서는 절대자나 다름없는 단목군악에게 아직까지 도전하는 것만 봐도 그 집요함은 여실히 드러나지 않는가?”


임동윤은 손을 뻗어 고검영의 어깨를 토닥였다.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는 말게나. 내가 직접 명사문주를 찾아가서 담판을 지을 테니 말일세.”


“소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아니네. 이 일은 내가 어떻게든 마무리 지을 터이니 자네는 걱정하고 있을 형제들이나 다독여주게나.”


***


“벌써 내 의뢰를 완수한 것이냐? 하면 그 계집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명사문주 등관영의 의구심 어린 질문에 임동윤은 숙연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실은 염치 불구하고 등 문주님의 의뢰를 취소하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등관영은 뱀처럼 생긴 눈을 더욱 날카롭게 뜨면서 싸늘한 어조로 따져 물었다.


“그간 도도한 척하다가 결국은 거액의 착수금을 받아 챙긴 주제에 이제 와서 대체 그게 무슨 헛소리냐?”


“가출했던 단목연지의 행적을 찾아내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실제로 지척까지 접근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 전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지는 바람에 결국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돌발 상황이라니, 대체 그게 무엇이냐?”


“정체를 알 수는 없는 도객 하나가 단목연지를 비호해주고 있었습니다.”


“그깟 낭인 하나 때문에 그 계집을 목전에 두고도 그냥 물러났단 말이냐?”


“그는 흔하디흔한 평범한 낭인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기련삼괴를 단번에 베어버릴 정도로 극강의 무공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등관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기련삼괴라면 셋 다 절정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그들을 혼자서 처치했단 말이냐?”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주천 일대는 그 일로 떠들썩하니 그쪽으로 사람을 보내시면 금세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데 대체 그런 자가 왜 그 계집을 보호해주었단 말이냐?”


“그건 저희로서도 알 길이 없었습니다.”


등관영의 인상이 잔뜩 구겨졌다.


“임 단주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으니 일단 믿어주지. 하면 받아간 착수금에 더하여 그 갑절만큼의 위약금은 가지고 왔느냐?”


“송구합니다. 이미 등 문주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희는 지금 파산 직전에 있습니다.”


“그럼 설마 지금 내 돈을 떼먹겠다는 것이냐?”


“어찌 감히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만일 그럴 작정이었다면 이렇게 찾아오지도 않았겠지요.”


“하면 대체 어쩌겠다는 것이냐?”


“금전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갚았으면 합니다. 이를테면 그 금액만큼의 또 다른 의뢰를 처리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잠시 고민하던 등관영은 말을 계속했다.


“안 그래도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기는 한데…….”


“그게 무엇인지요? 무고한 사람을 암살하는 일만 아니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보름 후가 무슨 날인지 아느냐?”


“글쎄요……?”


“만상방주의 여든을 축하하는 연회가 있는 날이지.”


“아아! 그걸 말씀하시는 거로군요.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한 개인의 생일이기는 해도 매년 연례행사처럼 성대하게 개최되는 연회가 아닙니까? 한데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꺼내시는 건지요?”


“내가 너희 암영단에 맡기려는 의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내가 심어둔 세작이 품신해온 바에 따르면, 지금 만상방의 내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 같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으나, 아무래도 단목군악 그놈의 생일 연회 때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그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어 오라는 말씀이시로군요.”


“정확히 보았다. 지금 만상방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만 정확히 파악해 온다면 지난 의뢰와 관련된 착수금과 위약금은 없던 것으로 해주겠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그 내용을 계약서로 작성하고 수결까지 놓도록 하지요.”


***


단목연지의 수신호위로 발령받자 당초의 예상대로 담혁건은 만상방의 영지 안을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게 되었다.


움직임에 제한이 없는 그녀를 항상 수행하는 직책이다 보니 덩달아 만상방의 구석구석을 훑을 수 있었다.


그렇게 열흘쯤 지나자 담혁건은 만상방의 내부 사정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당초의 기대보다 훨씬 더 큰 만상방의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상방의 거점인 돈황은 상당한 성세를 누리고 있는 교역 도시였다.


그럼에도 그곳에는 별다른 관아가 존재하지 않았다. 다름 아닌 만상방이 관부의 역할까지 겸했기 때문이다.


그랬다. 돈황은 그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만상방이 조정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다스리는 자치도시였다.


‘그러니까 옛날로 따지면 돈황은 만상방의 식읍이요, 만상방주는 이곳의 제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로군.’


실제로 단목군악은 돈황을 중심으로 난황대막 전체의 패자로 군림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만상방의 장원은 대궐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하고 거대했다.


그곳에 상주하는 인원만 해도 거의 천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일단 만상방과 결연을 맺게 되면 다시는 재정적인 문제로 곤란을 겪을 일은 없겠군.


다행히 만상방주의 성정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고. 그렇다면 더 이상 염탐을 하고 말고 할 것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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