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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3,405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5.07 12:07
조회
1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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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
글자
10쪽

제8장. 만상방으로의 위장 잠입(1)

DUMMY

심재익이 부하들과 함께 일단 물러나자 담혁건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게 네 본모습이었구나.”


느닷없이 의표를 찔리자 부끄러움으로 인해 단목연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게 아니라요…….”


“뭐, 됐다.”


“아이 참! 그게 아니라니까요.”


“뭐가 아닌데?”


“그, 그러니까, 지금은 좀 흥분해서 과격한 언동을 보였을 뿐이에요. 원래는 이렇지 않단 말이에요.”


“그렇다고 해두자.”


“칫, 무슨 대답이 그래요?”


담혁건이 더 이상 말을 받아줄 것 같지 않자 단목연지는 부끄러운 마음을 가누며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


“낙향하는 중이었다고요?”


“그래.”


“고향에 가서 뭐할 건데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럼 혹시 만상방에서 한번 일해 볼 생각 없어요?”


“없다.”


“왜요?”


“남 밑에서 일하는 건 성미에 맞지 않으니까.”


심재익이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 대답이었다. 담혁건은 특유의 무뚝뚝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번 식사를 끝으로 그만 헤어지자.”


“네? 갑자기 왜요? 돈황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느냐?”


“달라지다니, 뭐가요?”


“애당초 돈황까지 동행하기로 한 건 네 신변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한데 이미 저리도 든든한 보표들이 너를 데리러 오지 않았느냐? 그러니 내가 함께 있을 이유가 없어졌지.”


“그건…….”


“나는 식사를 끝냈으니 이만 일어나보마.”


“잠깐만요.”


“또 왜?”


“그냥 나랑 함께 있어주면 안 돼요?”


“내가 뭐 때문에 그래야 하지?”


“오라버니를 수신호위로 고용하고 싶어요.”


“이미 남의 밑에서 일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했을 텐데?”


“그래서 수신호위로 고용하려는 거예요. 수신호위가 되면 오직 소녀의 말에만 따르면 돼요.


내가 설마 오라버니한테 윗사람 행세를 하겠어요? 명목상으론 수신호위지만 실제로는 정말 오라버니처럼 대해줄 생각이에요.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생길 경우에만 여태까지처럼 나를 보호해주면 되는 거예요. 보수는 원하는 만큼 두둑하게 챙겨줄게요.


그러니까 제발 내 수신호위가 되어줘요. 이렇게 부탁할게요.”


담혁건은 단목연지와의 인연을 이용하여 만상방의 객관에 당분간 머무를 생각이었다.


두 차례나 목숨을 구해준 이상 만상방 측에서도 그 정도는 배려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그녀가 느닷없이 이런 제의를 해오자 그의 머리는 다시금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단목군악이 가장 아끼는 금지옥엽의 수신호위가 된다면 만상방의 내부 사정을 아주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겠군. 객관에 손님으로 머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잠복 방식일 터.’


생각이 여기에 미친 담혁건은 넌지시 말을 받았다.


“설령 내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한들 네 영존께서 나 같은 뜨내기에게 그렇게 중요한 자리를 주겠느냐?”


일단 담혁건이 긍정적인 의사를 내보이자 단목연지는 몹시 상기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거라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아빠, 아니 아버님께서는 여태껏 내가 간청하면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오라버니가 승낙하기만 하면 뒷일은 내가 모두 알아서 할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내 부탁을 들어줘요.”


“그럼 딱 한 달만 해보마. 고향에서 정착하려면 돈이 좀 필요하기는 하니까. 그래도 나를 수신호위로 쓰고 싶으냐?”


“사실 좀 더 길게 해주었으면 좋겠지만 우선은 그 정도로도 만족해요

. 어차피 기간은 나중에 또 조정할 수도 있는 문제이니까요.”


“좋다. 그럼 한번 해보마.”


“꺄악! 신난다!”


얼떨결에 탄성을 터뜨린 단목연지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얼른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 광경에 담혁건도 피식 실소했다.


***


개파조사인 원시천존이 직접 창안했다고 전해지는 곤륜 최고 절학은 건천무량신공(乾天無量神功)이었다.


하지만 수백 년 전, 화재로 인해 건천무량진경의 마지막 대목이 소실되었다.


그 이후로는 곤륜파의 제자들 가운데 그 누구도 건천무량신공을 완전히 연성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벽력존자는 제마동에 갇힌 동안 실전된 부분을 스스로 터득하여 건천무량신공을 끝까지 연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극단적인 환골탈태인 반로환동이 바로 그 증거였다.


다만,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몸으로 터득했기 때문에 머리로 이해하는 데에는 다소 시일이 걸렸었다.


환골탈태의 순간 그의 몸은 완전한 자연체로 승화되었다. 반로환동 역시 그에 따르는 부산물이었다.


자연체에서는 더 이상 하단전이 필요치 않았다. 몸 전체가 하나의 단전으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승화되기 때문이다.


벽력존자 역시 환골탈태를 경험하는 와중에 하단전이 사라졌다.


그러면서 그 안에 축적된 사 갑자에 달하는 내공은 자연스럽게 전신의 골수로 스며들었다.


반로환동을 겪은 직후에 그는 갑자기 하단전이 사라졌음을 깨닫고서 적지 않게 당황했다.


하지만 금세 온몸을 충만하게 채우고 있는 대해와도 같은 기운만큼은 확실히 감지할 수 있었다.


벽력존자는 반로환동 이후로 줄곧 궁리하고 또 궁리해보았으나 그 기운을 활용할 뾰족한 방도를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꼼꼼히 점검해본 결과 내공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서도 이전보다 최소한 대여섯 배 이상의 속도와 위력을 뿜어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 문득 벽력존자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는 즉시 지니고 있던 환약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곤륜파에서 제조된 영약인 소청단(少淸丹)이었다.


비록 반 갑자의 공력을 증진시켜주는 태청단(泰淸丹)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으나 잘만 갈무리하면 십 년 이상의 공력을 얻을 수도 있는 영약이었다.


이미 하단전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던 예전에는 복용해 봤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이에 극심한 내상을 입었을 때를 대비한 치료제로서 휴대하고 있었을 뿐이다.


벽력존자는 즉시 소청단을 복용하고 대주천을 통해 갈무리했다.


그 결과, 하단전이 다시 생겨나면서 거의 사분지 일 갑자에 근접하는 내공이 한순간에 축적되었다.


하단전의 내공을 본격적으로 운용하자 전신의 골수에 충만히 깃든 본래의 공력까지도 덩달아 활성화되었다.


일단 하단전에 다시 내공이 생기자 그것을 매개로 전신에 잠재되어 있던 내기를 임의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단전의 내공은 전신 골수에 잠재된 야생마와도 같은 사 갑자의 공력을 견인하는 고삐의 역할을 해준 셈이다.


그뿐 아니라, 그 모든 공력이 본래 하단전에 담겨 있을 때와 비교해서도 초식의 실질적인 위력이 열 배 이상 폭증했다. 그러면서도 내공의 소모량은 삼 할 이하로 줄어들었다.


더욱이 운공에 소요되는 시간까지도 극도로 단축되면서 내공을 초식과 연결시키는 속도 역시 획기적으로 빨라졌다.


이 모든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벽력존자는 자신이 건천무량신공을 완성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연체의 공능을 자신의 의도대로 경략할 수 있는 이러한 묘리를 이화접목대법(移花接木大法)이라고 명명했다.


비록 용어는 달라졌을지라도 그것은 건천무량진경에서 소실되었던 대목과 그 내용이 정확하게 일치했다.


벽력존자에 의해 건천무량신공은 완전히 복원되었던 것이다.


이는 반로환동 이후 달포가 지난 뒤의 일이었다.


담혁건은 완성된 건천무량신공의 위력을 바탕으로 제마동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로도 그는 하단전의 내공은 더 이상 증진시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상대방을 방심시키는 용도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이와 같은 담혁건의 의도에 완전히 휘말린 첫 번째 상대가 만상방의 수석집사 조도경이었다.


호위총관에 비해 무공은 뒤지지만 의술에 일가견이 있던 그는 직접 담혁건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조도경은 담혁건의 허락을 얻어 그의 몸 상태를 자세히 살펴볼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


“정말 그자의 내공이 그것밖에 되지 않는단 말입니까?”


“내가 직접 꼼꼼하게 점검해본 사항이니 틀림없네. 그자의 내공은 딱 사분지 일 갑자 정도일세.”


“하면 그가 기련삼괴라 불리는 세 명의 절정고수를 그리 간단하게 해치워버린 사실은 대체 어찌 설명해야 합니까?”


“실은 나도 그게 참으로 의아하여 직접 물어봤지. 하나 워낙 말수가 적고 표현도 투박하여 별다른 비결을 알아내지는 못했네.


다만, 추측할 수 있는 건 그자의 실전 경험이 예상보다 훨씬 풍부할 거라는 것 정도일세.


만일 그렇다면 일시적으로 경지를 넘어서는 실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테지.”


“절정을 넘어서는 일류라…….”


“게다가 기련삼괴의 방심까지 더해지면서 그런 이해하기 힘든 결과를 낳았을 테지.”


“하긴, 상대의 나이가 젊은 데다 내공도 일천하고 수적으로 우세했으니 방심할 만도 했겠지요.”


“제아무리 무위가 뛰어나더라도 허를 찔리면 어이없이 비명횡사할 수도 있는 게 바로 강호가 아닌가?”


“그렇기는 하지요.”


“어쨌건 내공이 부족하니 지구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네.


단기전에는 강해도 장기전에서는 전혀 맥을 추지 못할 테고, 일대일이나 소수를 상대로 한 싸움에는 강해도 다수를 상대로는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테지.”


“이로써 그자의 약점이 확실히 파악된 셈이로군요.”


“해서 자네는 그자가 연지의 수신호위가 되는 것에 찬성한단 말인가?”


“나쁠 건 없다고 봅니다.”


“나쁠 게 없다니? 지금 사활이 걸린 거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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