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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3,398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5.01 17:07
조회
15,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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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
글자
10쪽

제6장. 돈황으로 가는 여로에서(1)

DUMMY

“방주님! 정녕 그쪽과 결연을 맺으려 하십니까?”


수석집사 조도경(趙導耿)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만상방주 단목군악(端木?岳)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내가 언제 일단 결정한 사항을 번복한 적 있는가? 이미 초청장까지 보낸 이상 그 건에 대해선 재론의 여지가 없네.”


“소인이 어찌 그걸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만큼은 방주님께서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신 것 같은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늘 차분하던 조 집사 자네가 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 조바심을 내는지 모르겠군.”


“방주님께서도 아시다시피 그자의 신원은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곤륜괴협의 유일한 직전제자로 자처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그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아직까지 그 진위가 객관적으로 규명된 바는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하나 그는 이미 스스로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나? 여태까지의 행적만으로도 그의 탁월한 기량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증명된 셈이네.”


“하지만 그는 하필이면 곤륜파를 들먹이고 있습니다. 당금의 중원에서 곤륜이라는 위명이 가진 무게가 어떤지는 방주님께서도 잘 아실 겁니다.


한데 만일 그가 곤륜괴협의 전인이 아니라면, 해서 곤륜파라는 현판을 부당하게 내걸었음이 밝혀진다면 그때는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창천맹에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좌시하지 않는다면 뭘 어찌한단 말인가? 설마 협살령(挾殺令)이라도 내릴 거란 말인가?”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담혁건 개인의 무위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몰라도 창천맹에는 그 정도의 고수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곤륜파라는 옷으로 갈아입은 광망파도 여태껏 제법 위세를 떨치기는 했으나 그래 봤자 감숙성 중부의 한 지역에서 놀던 군소 방파일 뿐입니다.


협살령을 당할 경우 멸문에 걸리는 시간은 한나절이면 족합니다. 악방봉뢰(惡傍逢雷)라고 했습니다. 괜스레 모진 놈 옆에 있다가 함께 벼락을 맞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자네는 지금, 본방이 담혁건과 손을 잡으면 창천맹으로부터 공격을 받을까 두려워서 그런 말을 하는 겐가?


정녕 내가, 그리고 우리 만상방이 창천맹의 눈치나 보며 알아서 기어야 한다는,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겐가?”


표정이 굳어진 단목군악의 날카로운 반문에 조도경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떠올랐다.


칠십 대에 이르러 한동안 잦아들었던 방주의 호승심을 자극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런 뜻이 아니라…….”


“됐네. 그 일은 더는 거론치 말게. 여기는 중원이 아니라 난황대막(欄荒大漠)일세. 적어도 이곳에서는 설령 창천맹주라 할지라도 내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야.”


난황염라(欄荒閻羅)라는 별호에 걸맞게 소싯적의 단목군악은 난황대막을 중심으로 중원과 세외의 무림을 아우르며 광폭하게 군림해온 불세출의 영걸이었다.


특히 그 당시의 호전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나이가 들면서 세파에 많이 길들여진 듯했으나, 아직까지 맹수 같은 본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새삼스럽게 떠올린 조도경은 얼른 단목군악의 앞에 부복했다.


“송구합니다. 소인이 주제넘게도 감히 방주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당장 창천맹과 전면전이라도 벌일 것처럼 살벌한 박력을 뿜어내던 단목군악의 얼굴에는 사뭇 인자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곧장 조도경의 팔을 붙잡아 일으켰다.


“누차 말하지만, 자네는 더 이상 내 부하가 아니라 내 벗일세. 하니 다시는 이러지 말게나.”


“방주님!”


단목군악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와 본방을 위하는 자네의 마음은 익히 알고 있네. 기실 내가 그자를 초청한 건 당장 결연을 맺기 위함은 아니네.


과연 그가 진짜 곤륜괴협의 후인인지 아닌지, 그리고 맞다면 그 기량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직접 가늠해보려고 부른 것뿐이네.


충분히 살펴본 다음에 정말로 손을 잡을 만한 인재라면 손을 잡을 것이요, 아니면 말 것이네. 이제 됐는가?”


“과연 영명하십니다. 역시 소인이 과하게 넘겨짚으면서 너무 앞서나간 것 같습니다. 참으로 송구합니다.”


“그런 말 말게. 자네의 쓴소리가 나한테는 보약이나 다름없으니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방주님!”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너털웃음을 터뜨릴 때였다. 호위총관 심재익(沈在翼)이 다급히 단목군악을 찾아왔다.


“큰일입니다, 방주님!”


“큰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아가씨가 사라졌습니다.”


“사라지다니? 그럼 지아가 또 가출을 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아예 난황대막을 완전히 벗어난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다가?”


“어제 중원으로 출발한 상행렬에 숨어들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단목군악은 두 눈을 부릅뜨고서 버럭 호통했다.


“그 사실을 어째서 이제야 알았단 말이냐?”


“아가씨도 이번에는 단단히 벼르고 치밀하게 가출 계획을 세운 모양입니다.”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늘어놓는 것이냐?”


“송구합니다.”


막내딸 단목연지(端木姸池)의 가출 사실에 크게 흥분한 단목군악을 향해 조도경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가씨의 가출이 어디 한두 번이었습니까? 이번에도 필시 무사히 돌아올 것이니 너무 심려치는 마십시오.”


“하나 난황대막을 벗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 그 아이도 여태껏 무공 수련을 열심히 해온 건 사실이나 강호 경험이 전무하니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 어찌 알겠나?”


“일단 진정하십시오. 아가씨의 행방을 알아내어 무사히 데려올 수 있도록 소인도 심 집사와 함께 가보겠습니다.”


“아니네. 내가 직접 갈 것이야!”


“당장 내일 서방신지에서 온 대상들과 아주 중요한 회의가 있지 않습니까? 아가씨는 소인이 책임지고 무사히 데려올 터이니 부디 고정하시고 며칠만 기다려주십시오.”


조도경의 진언에 얼굴이 대춧빛으로 상기되었던 단목군악도 가까스로 마음을 추슬렀다.


“알겠네. 그럼 내 자네한테 이 일을 일임할 터이니 부디 지아를 무사히 내 품으로 데려다주게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


적예원이 말하는 희소식이란 만상방주가 자신의 여든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연회에 담혁건을 초청한 일이었다.


하지만 담혁건은 시큰둥해하는 것을 넘어서 기분 나쁘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그러고는 적예원의 말을 더 이상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고 그대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그녀는 자기 대신 감숙성 강호의 사정에 밝은 위수린을 담혁건에게 보냈다.


“이 시간에 너는 또 나한테 무슨 볼 일이냐?”


“다름이 아니라, 적 총관이 사부님께 드린 진언에 대해 첨언 드릴 것이 있어서 이리 찾아왔어요.”


“그 일이라면 됐으니 더 이상 거론하지 말거라.”


“무슨 연유로 그렇게 심기가 불편해지셨는지 여쭤봐도 되겠는지요?”


“대체 내가 어째서 그런 노인네의 생일잔치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냐? 아니, 그걸 논하기 전에 대체 그 영감이 뭔데 날더러 오라 마라 하는 것이냐? 거리도 제법 되는데 말이다.”


“혹시 만상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나 알고 계시는지요?”


“만상방이고 나발이고 그깟 상방에 대해 내가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


위수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특유의 차분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만상방이 서방신지와 교역하는 상방에서 출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에요. 하지만 만상방은 무림방파이기도 해요.


게다가 수많은 평범한 방파들 가운데 하나도 아니고요. 감숙성과 신강성 사이에 위치한 광활한 난황대막의 패권을 틀어쥐고 있는 거대 방파예요.


창천맹은 물론이고 마교조차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막강한 세력이랍니다.”


이쯤 되자 담혁건의 얼굴에도 호기심의 빛이 감돌았다.


그러자 위수린은 안도하며 더욱 열띤 어조로 만상방의 대단함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해서 무엇을 어쩌란 말이냐? 내가 그자의 생일잔치에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사정이라도 하라는 말이냐?”


“사부님께서 뭔가 한 가지 크게 오해하고 계신 것 같아요.”


“오해라니? 내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냐?”


“매년 만상방주의 생일 때마다 개최되는 연회는 단순한 생일잔치가 아니에요.


만상방을 중심으로 결성된 돈황련의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혈맹으로서의 결속을 다지는 연례행사라고 할 수 있어요.


해서 외인으로서 그 연회에 초청되는 유일한 사람은 오직 공동파의 장문인뿐이라고 들었어요. 바로 그런 연회에 초청된 의미가 뭔지 이젠 짐작되시죠?”


담혁건의 얼굴에는 이채가 떠올랐다.


“하면 그 초청장은 나와 혈맹을 맺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란 말이냐?”


“그렇게 보셔도 무방할 거예요. 그만큼 사부님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죠.


아직 중원의 그 어떤 무림분파도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관망만 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장본인이 만상방주예요. 이는 분명히 희소식이에요.”


“한데 네 말을 가만히 들어보니 만상방이 정파 조직인 것 같지는 않구나.”


“비록 정파 계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마외도의 길을 가는 것도 아니에요. 중도 내지는 패도로 분류되는 세력이죠.


그러니 그들과 손을 잡더라도 곤륜파의 행보에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이미 십대문파의 하나인 공동파도 만상방과 근린관계를 맺고 있으니까요.”


담혁건도 납득이 되는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만상방과 혈맹 수준의 결연을 맺게 되면 앞으로 더 이상은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고심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즉 후진 양성에 전적으로 매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결정타였다. 부정적이기만 하던 담혁건의 태도가 이 한마디로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더 망설일 것도 없지. 당장 만상방으로 가겠다.”


담혁건의 성정이 거침없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위수린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반문했다.


“설마 지금 바로 출발하시게요?”


“왜? 안 될 이유라도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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