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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3,437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5.06 14:04
조회
16,008
추천
776
글자
9쪽

제7장. 말괄량이 길들이기(3)

DUMMY

아예 목 놓아 통곡하는 단목연지로 인해 담혁건은 몹시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선머슴처럼 굴기만 하던 그녀의 가녀린 모습에 괜스레 콧잔등이 시큰거리기도 했다.


결국 그는 체념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약속대로 돈황까지는 책임지고 데려다줄 터이니 청승 좀 그만 떨어라.”


그제야 단목연지는 고개를 들어 축축이 젓은 두 눈으로 담혁건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오라버니!”


수줍은 듯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담혁건은 제법 귀엽게 느껴졌다.


뭔가 모를 낯선 기분에 살짝 당황한 그는 얼른 시선을 돌리며 가볍게 헛기침을 할 따름이었다.


***


만상방의 수석집사인 조도경과 호위총관인 심재익은 다수의 보표들과 함께 단목연지의 행방을 줄곧 찾아다녔다.


그 와중에 주천에서 그녀의 행적을 발견하고는 그곳을 원점으로 삼아 수색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부하들과 떨어져 둘만 남겨지자 조도경과 심재익의 표정이 한순간에 돌변했다.


“일생일대의 중대한 거사를 앞둔 우리가 대체 지금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지 한심할 따름입니다.”


심재익의 짜증스러운 투덜거림에 조도경 역시 인상을 구기며 맞장구를 쳤다.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계집이로군. 이번 거사 때 받은 만큼 고스란히 되돌려줘야겠어.”


심재익은 음험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그 일은 소인한테 맡겨주시지요. 안 그래도 단단히 벼르고 있으니 말이지요.”


“하긴 연지가 자네 취향이라고 그랬었지?”


“그런 드센 계집일수록 길들이는 맛이 있지 않겠습니까?”


“훗, 악취미로군.”


“그나저나,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미뤄보면 그 계집이 다시 돈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나마 다행일세. 어쨌든 이번에 복귀하면 거사 전까지는, 다시는 그 계집이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지 못하도록 제대로 통제할 필요가 있네.”


“마땅히 그래야겠지요. 한데 어째서 이번 거사에 명사문(鳴沙門)은 끌어들이지 않으신 겁니까?


단목군악과는 희대의 앙숙인 데다 여전히 녹록지 않은 세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제법 도움이 될 텐데 말입니다.”


“거사가 성공하면 과도한 지분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지. 더욱이 등 문주는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네.


단목군악을 해우치고 나면 반드시 자신이 그 자리를 꿰차려고 또 다른 일을 꾸밀 테지.


이렇듯 화근이 될 게 불을 보듯 뻔한데 대체 뭐 때문에 그를 거사에 끌어들이겠는가?”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군요.”


“어차피 오랜 세월 동안 공들여서 치밀하게 준비해오지 않았던가?


연지의 가출이라는 변수로 인해 다소 지장을 받기는 했으나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해 나간다면 반드시 거사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네.”


그 무렵, 보표 하나가 황급히 다가오자 두 사람은 얼른 입을 닫았다.


“무슨 일이냐?”


심재익의 질문에 보표는 들뜬 표정으로 대꾸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아가씨가 계신 곳을 알아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래, 지금 어디에 계시냐?”


“웬 낯선 사내와 함께 관포(管鮑) 경내의 한 객잔으로 막 들어가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관포라면 바로 지척에 있는 고을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서둘러 가시면 직접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지금 보표들은 어찌하고 있느냐?”


“아가씨와 함께 있는 사내가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아서 일단은 감시만 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심 총관님의 지시에 따르고자 이리 달려온 것입니다.”


“잘했다. 얼른 가봐야겠구나.”


심재익은 옆에 있는 조도경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 소인 먼저 급히 가볼 터이니 뒤따라오십시오.”


“알겠네. 당장 가보게. 가서 아가씨의 신병을 반드시 확보하도록 하게.”


***


“왜 그래요? 입맛이 없어요?”


객잔에서 함께 식사를 하던 담혁건을 향해 단목연지가 던진 질문이었다.


“아까부터 자꾸 우릴 힐끔거리는 녀석들이 있구나.”


“정말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단목연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요?”


“과연 그럴까?”


담혁건의 반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십여 명의 무인들이 객잔 안으로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고는 두 사람이 식사를 나누고 있던 식탁 주위를 빙 둘러쌌다.


그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심재익이 담혁건을 노려보며 고압적인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웬 놈이냐? 뭐하는 녀석이기에 감히 우리 아가씨한테 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담혁건 대신 단목연지가 황급히 말을 받았다.


“심 총관!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아가씨께서는 얼른 뒤로 물러가 계십시오. 뒷일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알아서 처리하긴 뭘 알아서 처리한다는 거야? 더 이상 이분께 무례를 범하지 말고 당장 다들 물러서!”


“신원도 모르는 외간 남자의 역성을 드시다니……. 아가씨야말로 대체 왜 이러십니까? 뭔가 약점이라도 잡히신 것 같은데 더 이상 걱정하지 마십시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 이분은 내 목숨을 두 차례나 구해주신 은인이라고. 크게 사례를 해도 모자랄 판에 대체 지금 이게 뭐하는 짓들이야? 냉큼 물러서지 못해?”


단목연지가 이렇게까지 역정을 내면서 소리치자 심재익과 그의 부하들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정말이십니까?”


“내가 지금 이 상황에 헛소리를 하게 생겼어?”


나직한 침음성을 흘린 심재익이 먼저 검을 회수하자 부하들도 각자의 무기를 회수했다.


심재익은 적대감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대신 호기심 어린 얼굴로 담혁건에게 말했다.


“만상방의 호위총관 심재익이외다. 귀하는 뉘시오? 그리고 어떤 연유로 우리 아가씨와 함께 있는 것이오?”


단목연지의 신분이 한순간에 드러나자 담혁건은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설마 이 아이가 단목군악의 여식이었을 줄이야.’


담혁건의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단목연지와의 인연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보다 원활하게 만상방의 상황을 정탐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러자면 불가피하게 가명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당장 떠오르는 한마디는 ‘천하태평’이라고 할 때의 ‘태평’이었다.


“담태평이라 하오. 일단 이 여인의 신분은 방금 알게 되었다는 사실부터 짚어두겠소.


돈황으로 가던 길에 우연히 단목 소저가 위험에 빠진 걸 발견하여 도움을 주게 되었소. 그 이후, 목적지가 같은 걸 알고 동행하게 된 것이오.”


단목연지도 바로 거들었다.


“오라버니의 말이 전적으로 맞아. 지금까지는 목연수라는 가명을 써왔어. 그리고 원래는 싫다는 걸 내가 억지로 강청하여 간신히 동행하게 된 거라고.


그러니까 괜히 엄한 사람 몰아세우지 마.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담혁건을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단목연지로 인해 심재익은 그에 대한 호기심과 의구심이 동시에 깊어졌다.


“돈황에는 무슨 용무가 있는 것이오?”


“낙타를 한 마리 구입하기 위함이오. 돈황만큼 낙타 매매가 활발한 곳도 없지 않소?”


“하면 대막을 가로질러 새외로 갈 참이오?”


“그렇소. 옥문관 너머의 오로목제(烏魯木齊)가 본인의 고향이오. 그곳을 가려면 낙타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겠소?”


실제로 담혁건의 고향은 신강성의 오로목제였다.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박격달산(博格達山)에서 어린 나이에 사부를 만나 곤륜파로 입문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 지금 낙향하는 길이오?”


“그렇소. 여태까지는 낭인으로서 중원을 떠돌았으나 이제는 고향에 가서 좀 쉬고자 하오.”


이런 식으로 둘러대는 건 전혀 성미에 맞지 않았으나, 밀정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자 참기로 했다.


한편, 단목연지로서도 처음 듣는 내용인지라 흥미로운 표정으로 담혁건의 말을 경청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심재익이 심문이라도 하듯 집요하게 질문을 계속하자 그녀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시 개입했다.


“심 총관! 이제 그만해. 자꾸 그렇게 무례하게 굴면 나 정말 화낼 거야.”


이미 상대방에 대한 의혹은 어느 정도 해소된 터라 심재익으로서도 큰 미련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가씨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한데 이후론 어찌하실 요량이십니까? 설마 가출을 계속하려는 건 아니시겠지요?”


“가, 가출이라니? 그냥 잠시 바람 쐬러 나왔을 뿐이야.”


그녀는 담혁건의 시선을 어지간히도 의식했다.


“하면 순순히 복귀하시는 겁니까?”


“심 총관이 구태여 이렇게 마중 나오지 않았어도 이미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그러니까 이제 잔소리는 그만해. 그리고 식사부터 끝마치게, 우선 좀 물러나 있으면 안 돼?”


“하지만 혹시 또…….”


“안 도망간다니까.”


“잘 알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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