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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3,370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4.3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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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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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
글자
9쪽

제3장. 새로운 제자들을 거두다!(3)

DUMMY

담혁건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광망파를 집어삼킬 수 있는 명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한편, 그 속내를 알 길이 없는 광망파의 무사들로서는 크게 반색하는 담혁건으로 인해 당혹감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경명은 금세 마음을 추스르며 다시 말했다.


“자, 어쩔 테냐? 순순히 제압당하여 우릴 따라갈 테냐, 아니면 저항하다가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 테냐?”


“지금 가면 광망투웅을 볼 수 있는 것이냐?”


“그야 당연하지.”


“좋다. 따라가마.”


“정말이냐?”


“앞으론 되묻지 마라. 나는 허언 따윈 하지 않으니까. 일단 내 도검부터 잠시 너희한테 맡겨두지.”


담혁건은 양 허리에 하나씩 차고 있던 벽력도와 벽력검을 풀어서는 진경명을 향해 내밀었다.


무인에게 있어서 무기는 목숨과도 같았다. 그것을 순순히 건네준다는 것은 명백한 항복의 표시였다.


그러나 상대가 상대인지라 진경명은 언제든지 출수할 준비를 한 상태에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거참! 사내새끼가 겁은 많아 가지고.”


담혁건은 자신의 도검을 진경명에게 툭 던졌다. 이에 진경명은 움찔하면서 그의 도검을 얼떨결에 받아 들었다.


“자! 이제 너희 좋을 대로 하려무나.”


담혁건은 두 눈을 감은 상태에서 완전히 무방비상태로 자신을 내어주었다.


진경명은 여전히 경계심의 고삐를 조금도 늦추지 않은 상태로 부하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복면인들은 담혁건에게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지척에 이른 그들은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지니고 있던 교룡삭으로 그의 사지로부터 시작하여 온몸을 칭칭 감았다.


이에 그는 순식간에 누에고치 같은 몰골이 되었다.


그제야 진경명을 위시한 광망파의 무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완전히 결박된 상태에서도 담혁건은 뭐가 그리 기쁜지 오히려 싱글벙글대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모습에 진경명은 왠지 등골이 싸늘해졌다.


‘이자를 살려 데리고 가는 게 정말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군. 하지만 부두목의 분부이니 어쩔 도리가 없지.’


진경명이 고갯짓을 하자 그의 부하들은 꽁꽁 묶은 담혁건을 이끌며 광망산으로 향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이동한 끝에 동이 틀 때쯤 일행은 광망산의 산자락에 당도했다.


***


“오오! 그쪽이 광망파의 두목인가?”


여전히 결박된 상태에서도 담혁건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연신 위광호의 모습을 살폈다.


마치 품평을 앞두고 물건이라도 살피는 것처럼.


제법 무례해 보이는 언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위광호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담혁건을 마주보았다.


위수린을 위시한 다른 무사들 역시 연신 위광호의 눈치만 살필 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두목과 부하들 사이의 묘한 위화감을 읽어낸 담혁건은 금세 어조를 달리하여 날카롭게 찔러 왔다.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하나같이 광망투웅을 두려워하면서도 정정당당한 호걸이라고 칭찬하여 나도 그런 줄 알았다.


한데 이제 보니 비겁하게 독이나 쓰고 자객이나 보내는 그런 놈이었나보군. 이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이번에는 반응이 있었다.


“당장 그 입 닥치지 못할까? 감히 지금 누구 안전에서 그딴 망발이냐?”


이렇게 호통한 장본인은 광망파의 또 다른 호법인 곽진수(郭進首)였다.


“예끼, 고약한 놈! 똘마니가 지금 어디서 낄 데 안 낄 데 분간도 못하고 나서는 것이냐?”


담혁건의 거침없는 질책에 곽진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뭐가 어쩌고 어째? 이런, 건방진 놈! 네놈이 정녕 죽으려고 환장을 한 모양이구나?”


곽진수는 당장에라도 두들겨 팰 기세로 담혁건을 향해 다가갔다.


줄곧 어두운 안색으로 침묵을 지키던 위광호는 지니고 있던 장병기의 자루로 바닥을 내리쳤다.


“곽 호법! 주제넘게 나서지 말고 물러나 있어!”


움찔한 곽진수는 얼른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위광호는 담혁건을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광망파의 두목인 위광호요. 귀하를 이런 식으로 맞이하게 되어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하오.”


“하면 나한테 이런 추잡한 짓을 한 게 본인의 뜻이 아니라는 것이냐?”


“…….”


“긍정의 침묵 같은데……. 두목씩이나 되어 가지고 지금 비겁하게 핑계나 대고 있는 것이냐?”


담혁건의 노골적인 힐난에 위광호의 관자놀이가 꿈틀거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위수린이 재빨리 나섰다.


“그만해요! 이번 일은 내 오라버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전적으로 내가 독단적으로 지시한 일이에요. 그러니까 더 이상 내 오라버니를 모욕하지 말아요.”


“오오, 그렇단 말이지? 하면 이제 말을 바꿔야겠군. 네 오라비는 비열한 놈은 아니다.


하지만 부하인 동생이 자기 몰래 딴짓을 하는데도 그것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던 등신 같은 놈이다. 내 말이 틀렸느냐?”


“당장 그 입 닥치지 못해요? 아직도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전혀 지각이 되지 않나요?”


“내 처지가 어떤데?”


“그걸 몰라서 물어요?”


“아아, 묶여 있다고?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


푸드드득!


담혁건의 전신을 수십 겹으로 옭아매고 있던 굵직한 교룡삭이 썩은 새끼줄처럼 일거에 끊어져버린 것이다.


그 광경에 위 씨 남매를 비롯한 광망파의 무사들 전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어떻게 저런 일이!”


“분명히 특제 제력산에 중독되었을 텐데…….”


“설령 중독되지 않았더라도 고래 심줄만큼이나 질기다는 교룡의 힘줄이 저리도 칭칭 감겨 있는데, 어떻게 한꺼번에 끊어버릴 수가 있는 건지…….”


“게다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저자한테선 아무런 내기도 느껴지지 않았어.”


이러한 수군거림과 함께 동요하는 것도 잠시였다.


광망파의 무사들은 위수린의 수신호에 맞추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담혁건의 주위를 단번에 포위해 갔다.


“오오! 녹림의 비적들치곤 제법 기강이 잡혀 있군 그래.”


담혁건은 여전히 긴장하는 빛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그를 주시하던 위광호가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너희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숫자가 무의미한 극강의 고수이니 괜스레 나섰다간 희생만 늘어날 뿐이다. 그러니 다들 그만 물러서라!”


위광호의 말 한마디에 밀물처럼 몰려와서 담혁건을 에워쌌던 무사들은 금세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연이어 담혁건의 앞으로 나선 위광호는 정중하게 말을 이었다.


“구차한 변명은 더 이상 하지 않겠소. 귀하의 말 그대로 나는 부하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놈이오. 아무튼 일단은 사과부터 드리리다.”


포권을 취한 위광호는 담혁건을 향해 허리까지 굽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광경에 위수린을 비롯한 광망파의 모든 무인들은 당혹과 분노에 휩싸여 발만 동동 구를 따름이었다.


위광호를 바라보는 담혁건의 두 눈에도 이채가 스쳤다.


‘제법 쓸 만한 놈이로군.’


담혁건은 위광호를 향한 자신의 속내는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여전히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먹어 봤자 배도 안 부른 그따위 사과 따위는 필요 없다. 그냥 나랑 한판 붙자!”


그 말에 위광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여기서 말이오?”


“왜, 안 될 이유라도 있나?”


“하나 귀하께선 아직 제력산에 중독된 상태가 아니오? 게다가 효능을 특별히 강화시킨 터라 한나절은 지나야 원 상태로 회복된다고 들었소. 하니 겨루더라도 그 이후에 겨루는 게 어떻겠소?”


“진심이냐?”


“여부가 있겠소?”


아무 말 없이 위광호를 뚫어지게 응시하던 담혁건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듣던 대로 과연 호걸이었군. 내 아까 비열하다느니 등신이라느니 했던 말은 모두 취소하지.”


“그리 말해주니 고맙소. 그럼 세 시진 뒤에…….”


“아니, 결투는 지금 바로 여기서 한다. 그깟 산공독 따윈 사발로 들이마셔도 나한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니까.”


방금 전 교룡삭 결박에서 간단하게 벗어나는 모습을 이미 목도한 터라 아무도 그 말을 허풍으로 치부하지는 못했다.


담혁건을 이채롭게 응시하던 위광호가 다시 말했다.


“귀하의 뜻이 정 그렇다면 바로 겨뤄봅시다. 기실 본인도 빨리 겨루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소.”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하나 그냥 싸우면 밋밋하니까 뭔가를 걸고 붙는 게 어떠냐?”


“내기를 하자는 것이오?”


“바로 그거다.”


“좋소. 그럼 무엇을 걸…….”


“안 돼요, 오라버니! 그자의 농간에 넘어가선 안 돼요.”


위수린의 다급한 외침이었다. 위광호가 잠시 주춤하자 담혁건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설마 아직도 계집애 치마폭 뒤로 피하려는 것이냐?”


결정타였다.


“닥쳐라!”


“……?”


‘설마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냐?’라고 묻는 듯한 담혁건의 시선을 외면한 채로 위광호는 뒤를 돌아보았다.


“린아 너는 대체 언제까지 나를 욕보일 셈이냐? 한마디만 더 지껄이면 아무리 네가 내 누이일지라도 당장 그 목을 베어버릴 것이다!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다. 이후로 나와 담 대협 사이의 행사에 어떤 식으로든 끼어든다면 결코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다!”


일순간 싸늘해졌던 담혁건의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요놈 봐라! 참 재밌는 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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