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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3,429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4.30 17:42
조회
18,922
추천
819
글자
9쪽

제2장. 풍운객잔의 장기 투숙객(2)

DUMMY

“말해보아라.”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일순간 담혁건의 미간에 주름이 생겨났다.


“걱정 마라. 더 이상 무위도식은 하지 않을 터이니.”


적예원은 두 손을 가로저으며 다급히 반박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소녀는 절대로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이 아니에요.”


“나가라는 뜻이 아니면 무엇이냐?”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실은 이후로도 도사님께서 줄곧 저희랑 함께 계셔주셨으면 좋겠어요.”


미심쩍은지 담혁건의 한쪽 눈썹이 살짝 추켜올라 갔다.


“무슨 꿍꿍이냐?”


“꿍꿍이가 아니라 두려워서요.”


“두렵다니, 뭐가 말이냐?”


“지금은 도사님께서 이곳에 계시니까 와호방이 숨죽이고 가만히 있는 것뿐이에요.


만일 도사님께서 여길 떠나버리시면 언제든지 다시 와서 지난번처럼 행패를 부릴 거예요. 그러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그건 걱정하지 마라. 여길 뜨게 되면 와호방에 직접 찾아가서 제대로 경고를 해줄 셈이었으니까.”


“단순히 와호방만이 문제인 건 아니에요.”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와호방의 뒤에는 광망파가 있어요.”


“광망파?”


“네. 광망산에 근거지를 둔 녹림분파인데, 와호방도 그곳의 보호를 받고 있어요. 하니 대협께서 만일 와호방을 강제로 누르시면 필시 광망파에 도움을 청할 거예요.


그리되면 우리 풍운객잔은 끝장나고 말 거에요. 단지 이곳만 빼앗기는 게 아니라 저희 식솔 모두 죽은 목숨이라고요.”


“광망파가 그리 대단하단 말이냐?”


“네. 장노한테 들은 바로는, 그 두목은 광망투웅(狂妄鬪熊)이라고, 무공도 대단하지만 성정도 아주 사납고 난폭하다고 해요.


휘하에 최소한 숙련무사 이상의 정예들을 백 명 정도 거느리고 있으면서 우리 화정이 속해 있는 풍산현을 비롯한 주변의 다섯 개 현을 관할하나 봐요.”


“그게 참말이냐?”


담혁건이 모처럼 눈빛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이자 적예원도 얼떨떨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 그럼요, 참말이죠. 근데 표정이 갑자기 왜……?”


“내 표정이 뭐 어떻다고 그러느냐?”


“평소와는 달리 아주 의욕이 넘치시는 것 같다고나 할까?”


“의욕이 넘친다라……. 하긴 그렇게 보이기도 할 테지. 아까 앞으로의 계획이 뭐냐고 물었느냐?”


“…네.”


“그게 당장 나가란 말이 아니라면 앞으로의 포부가 뭐냐고 물은 걸로 받아들이면 되겠느냐?”


적예원은 크게 반색하며 말을 받았다.


“그럼요! 제 말이 바로 그 말이었다니까요.”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잠깐 소회를 되뇌는 듯하더니 금세 말을 이었다.


“그건 바로 곤륜파의 재건이다! 난 말이다, 금운존자의 유지를 받들어 반드시 곤륜파를 재건할 것이다.


해서 십오 년 전에 멸문당한 원래의 곤륜파보다 더욱 강하고 멋진 문파로 만들어 보일 테다. 바로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


***


지난 열흘 동안 적예원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서 담혁건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백수건달 그 자체였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연신 탄성을 터뜨리며 아침 식사를 즐겼다.


그런 다음, 객잔의 지붕 위에서 낮잠을 실컷 자다가 다시 일어나서 점심 식사를 즐겼다.


그러고 나서는 소호나 소소를 길잡이 내지는 말동무 삼아 화정의 곳곳을 거닐며 산보를 즐겼다.


돌아오면 황홀한 표정으로 저녁 식사를 즐겼다.


마지막으로는 데워준 목욕물에서 이식경 이상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다가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일과가 마무리되었다.


이것이 지난 열흘간 그가 보여준 모습의 전부였다.


결론적으로 담혁건에 대한 적예원에 대한 평가는, 무공만 고강할 뿐 별다른 목표도 절박함도 없이 놀고먹는 한량이었다.


그래서 어쩐지 만만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적예원은 지금 이 순간, 갑자기 머리를 한 대 강하게 맞은 듯 멍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곤륜파의 재건을 천명하는 담혁건의 모습에서 태산과도 같은 기개와 박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적예원은 그것이 결코 허풍이 아닐뿐더러 그가 자신의 전부를 걸고서라도 반드시 성취하기로 작정하고서 마음에 품고 있는 진짜 포부임을 대번에 직감했다.


‘그래, 이 남자의 그릇은 마치 대해(大海)와도 같아. 내가 이런 인물을 얄팍한 수로 이용하려고 했다니…….’


적예원은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곧이어 그녀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저기, 도사님!”


“또 왜?”


“혹시 그 곤륜파의 신장개업에 소녀도 참가시켜주실 수 있나요?”


“그러니까, 지금 곤륜파의 제자로 들어오고 싶단 말이냐?”


“신장개업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그것뿐이라면 기꺼이 그렇게 하고 싶어요.”


“곤륜파는 본래 금녀의 도가문파였다. 여태껏 여제자는 하나도 없었단 말이다.”


“어차피 신장개업하실 거잖아요? 그리고 도사님께서 이제 모든 걸 좌지우지하실 수 있는 입장이고요. 근데 그게 뭐가 문제예요?”


적예원의 천연덕스러운 반문을 들어보니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화산파처럼 아예 속가문파로 변모시킬 생각이 아니었던가?


“음…….”


두 눈을 가늘게 뜬 담혁건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으며 적예원의 근골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자신이 본격적으로 선보여지고 있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긴장되는지 마른침을 꼴딱 삼켰다.


조바심 어린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적예원을 향해 담혁건은 이윽고 다시 말을 건넸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잔뜩 기대하고 있던 적예원의 얼굴에는 실망의 기색이 역력해졌다. 그녀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박했다.


“아니, 어째서요? 어째서 안 된다는 거죠? 대체 소녀가 어디가 어때서 안 된다는 건가요?”


“곤륜파의 무공을 익히기에는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늦다니요? 비록 소녀가 다소 조숙해보이긴 해도 아직 묘령이라고요. 게다가 여태까지 선친께서 전수해주신 무공을 꾸준히 수련해왔어요. 장노의 말로는 이류무사 정도는 된댔어요.


강호에서 제대로 활동해본 적은 없지만, 이 정도면 무공의 기초 정도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바로 그 때문이다.”


“네?”


“네가 연마한 내가심법이 무엇이냐? 가전무공은 아닌 듯한데…….”


안 그래도 큼직한 적예원의 두 눈이 더욱 크게 떠졌다.


“아니, 그걸 어찌 아셨어요?”


“묻는 말에나 답해 보아라.”


“연화공(連花功)이라고, 황궁의 일부 전투 궁녀들이 주로 연마하는 무공이라고 들었어요.


적부의 무공은 여자들이 익히기에는 부적합하다면서 궐내의 지인을 통해 특별히 구해주셨어요. 물론 전부는 아니고 외부에 공개된 만큼만요.”


“뭔가 낯설었던 것도 황실무공이라서 그랬던 거였군.”


“근데 연화공을 익힌 게 큰 문제라도 되나요?”


“되고말고.”


“어째서요?”


“네가 연마한 연화공은 내시가 아닌 정상적인 사내라면 익힐 수 없는 극음의 무공이다.


해서 연화공을 통해 축기된 내공은 그 속성상 곤륜파의 내가심법을 통해 축기되는 내공과는 융화되기가 매우 힘들다.


자칫하면 이질적인 내공이 서로 충돌하여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럼 그냥 초식만 배우면 되는 거잖아요?”


“곤륜파의 모든 초식들은 독문심법의 내공에 최적화되어 있다. 해서 초식만 배우는 건 그다지 큰 의미가 없어.”


“그, 그럴 수가! 그럼 뭔가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본래 곤륜파는 금녀의 문파인 터라 여제자가 익힐 만한 내가심법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적예원은 울상이 되었다.


“그럼 소녀가 곤륜파의 신장개업에 참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 거냐고요?”


“자꾸 신장개업, 신장개업 그러는데……. 지금 무슨 객잔을 차리려는 건 줄 아느냐? 신장개업이 아니라 재개파다.”


“아무튼요.”


“음…….”


“정 안 되면…….”


“정 안 되면?”


“도사님께 시집이라도 갈게요.”


적예원의 돌발 발언에 담혁건은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적예원도 무심코 내뱉은 자신의 말을 뒤늦게 자각하고서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여전히 물러서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무당파인가 뭔가 그곳에서는 여전히 도사님의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다들 혼인도 하고 그런다던데요?”


“그,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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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 풍운객잔의 장기 투숙객(2) +9 14.04.30 18,923 819 9쪽
4 제2장. 풍운객잔의 장기 투숙객(1) +10 14.04.30 20,131 78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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