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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 윤도경의 찻집

신도림역 7번출구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드라마

윤도경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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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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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수 :
37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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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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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만남-득남을 축하합니다!!

DUMMY

한편 겨울이 되면서 윤정의 배는 계속 불러왔고, 그녀는 1월 말 출산을 예정에 두고 있었다.


첫 출산이다 보니 괜히 겁도


났지만, 그것보다 두려웠던 것은 그녀를 두고 시시때때로 옥죄어 오는 죽음의 그림자였다.


일전 전복죽이나 복어 사건 이후에도 어딜 나가면 누가 괜히 미행하는 듯한 느낌에 괜히 기분이 싸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일을 겪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그녀는 집을 떠나 친구 집으로 도피해 있었다.



그간 최후의 도피처인 친구의 집은 전화는 물론 왕래조차 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이른 새벽에 택시를 타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미행을 따돌리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 겨우 옮겨온 터였다.



그리고 예정일에 당해서 출산할 병원도


그간 다니던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으로 비밀리에 친구를 통해 예약을 해 두었다.



한편 윤정이 친구의 친구 집으로 옮긴 것은 정인도 보고 있었다.



<정인> “끝까지 버티세요. 절대 죽으면 안 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정인은 조용히 뇌까렸다.






같은 것을 보던 사람들이 병록과 해월이었는데,


정인과는 반대로 이즈음 이들에게는 윤정의 행방이 묘연했다.


이것은 단순히 ‘닭 쫓던 개의 지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일전에 전복죽 사건도 있었고 복요리 사건도 있었지만,


준비가 어설프거나 윤정이 눈치를 채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갔었다.


그랬어도 두 사람은 계획을 돌이키기는커녕,


다 늙어서 젊은 사람을 당해내지 못하는 거라 여기고 ‘심부름을 해주는’ 사람들을 고용하려던 차에,


전화도 닿지 않게 되고 행방도 알 수 없게 되어 보통 곤란에 처한 게 아니었다.



<해월> “이 일을 어떡혀. 이젠 틀렸어.


윤정이 고것이 방뎅이도 이따시만해서 애도 순풍순풍 잘 낳게 생겼던디,


살아서 나오면 끝이요. 아, 당신도 뭐라고 좀 해 봐요.”



해월은 윤정의 산일이 다가왔음을 알고 병록을 나무랐다.



<병록> “혹시, ······ 이건 조심스러운 생각인디, 어디 가서 죽은 건 아닐까?


그러면 다 끝나는 거잖여.


맞어. 그러니까 안 보이는 거지, 지가 사람이 되고서야 어디 하늘로 솟았겄어, 아니면 땅으로 꺼졌겄어?”



병록이 말했다.



<해월> “그때 확실히 했어야 했는디.


긍께 비소를 조금 더 많이 넣었어야 됐단 말이요.


그랬으면 그때 고년 죽었을지도 모르잖소.”



<병록> “그참, 몇 번째당가. 처음부터 애기만 죽일라고 했다니께.


그때 윤정이 죽었으면 뒷일을 어떻게 감당할라고. 게다가 윤정이 고것이 다 뱉어냈담서!”



병록은 그간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한국에서는 절대로 윤정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해월을 타일러 왔었다.



<해월> “앞일이고 뒷일이고, 인자 이 일을 어떡할 거요. 곧 산일일 틴디.”


<병록> “산일이면 뭐. 애기 나온다고 윤정이한테 용빼는 재주 있당가?”



병록은 아기가 살아서 나오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을 알기는 고사하고 혹시 태어났다가 바로 죽어도


자신들이 태휘의 재산을 차지하는 데 거칠 것은 아무것도 없는 줄로 알고 있었다.


아니, 실상은 아기가 태어났다가 바로 죽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



해월 역시도 윤정이 눈앞에서 사라진 까닭에 마음이 급하여 아기가 태어난다고 속 타는 마음을 에둘러 말하는 것이지만,


그녀 역시도 아기가 살아서 태어나는 것과 죽어서 태어나는 것의 차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들은 윤정의 직계존속이 아니므로,


일단 아기가 태어나면 - 설령 후에 아기가 죽는다 해도, 상속받을 것이 없었다.


혹시 태어난 아기가 죽고 아기의 재산을 모두 상속받은 윤정마저 죽는다 하여도,


그녀로부터 상속받을 것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註1)






한편 1월 말이 되어갈 무렵, 윤정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은밀히 입원을 했다.


출산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 모습 역시 정인에게 그대로 노출되었다.



아기를 낳고 사흘 뒤, 윤정은 병실에서 아기를 안고 수유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친구가 들어와 아기 잠옷과 신발을 선물하며 말했다.



<친구> “애기 참 작다. 어디, 내가 안아봐도 될까?”


<윤정> “잠깐만.”



윤정은 물린 젖을 떼고 친구에게 아기를 안겨 주었다.



<친구> “어머, 얘 하품하는 거 봐. 참 예쁘다.


쌍꺼풀도 있네. 애기야, 너희 엄마가 너 살리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니?


너, 커서도 그 은혜 잊으면 안 된다.”



그녀는 졸린 듯 하품하는 아기를 보며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윤정> “그나저나, 부탁한 일은?”


<친구> “병원엔 3일 뒤에 퇴원할 거라고 얘기해 뒀어.


퇴원하고 산후조리원으로 갈 거라고 말해뒀지.


넌 모레 집으로 가면 돼. 뒷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윤정> “소문이 잘 퍼질까?”


<친구> “너 그렇게 걱정하는 것도 병이다. 마음 편하게 잡수셔.


그 채정인이라는 사람도 여기까지는 못 따라올 거야.”



<윤정> “하는 짓 보면 나한테 보통 맺힌 게 아닌 것 같아.


물론 그 여자가 왜 우리 시부모처럼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짓 한다고 저한테 떡고물 한 톨이라도 돌아갈 줄 아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는 소리지.


어쨌든 고맙다. 네 덕에 산다.”



윤정은 정인이 그녀에게 억하심정을 품을 계기가 될만한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친구에게만큼은 철저히 ‘피해자’로 남고 싶었다.



그리고 이틀 뒤 그녀는 밤에 아기를 안고


택시를 타고 일부러 먼 길을 돌아 친구의 집으로 돌아왔다.


무사히 돌아오고 나니 이제 다 끝났다는 안도감이었는지,


아니면 극도의 긴장감에서 해방되어서였는지 그대로 쓰러져 다섯 시간은 내리 잠을 잤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 뒤, 윤정은 친구 편으로 편지를 한 통 받았다.



<친구> “우편함에 나한테 온 편지가 있어서 의아했지.


요즘 세상에 누가 편지를 쓸까 싶어서 혹시나 했더니, 아무래도 채정인 같아서.


정말 채정인이면, 어쩌면 좋니?


너한테 전해 주라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봉투 속의 작은 봉투 안에 든 편지를 윤정에게 건넸다.










- 축하합니다


득남을 축하드립니다.


지금까지 잘 버텨 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시부모님께서 윤정 씨가 계신 곳을 아셨고, 이제 곧 들이닥치실 것입니다.

대책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다시금 당부드립니다.


아기와 함께 꼭 살아남으세요.



- 2001년 2월. 아직 상복을 입고 있는 채정인 드림.










편지를 받고 윤정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잠시도 가만있질 못하고 편지를 잡은 손은 물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편지지 속에 그려진 호수가 꼭 비탄의 강인 것만 같았다.



<윤정> “어떡하지? 채정인이야. 내 아기, 내 아기가 남자인 것까지 알고 있어.”


<친구> “어떻게 그것까지······?”


<윤정> “날 감시하는 줄은 알았지만, 하지만 난 병원에서 그 여자를 본 적이 없단 말이야.


누구야, 누구야! 너야? 너야?”



그녀는 친구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다.


정인이 이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안에서 ‘내통’하는 사람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녀는 그것을 사실로 믿어 버렸다.



<친구> “윤정아, 진정해. 난 아니야.


그 여자랑 일면식도 없는데 내가 어떻게, 또 왜 그런 짓을 해?


난 누가 뭐라 해도 네 친구지 그 여자 친구는 아냐.”



하지만 윤정은 쉽사리 진정하지 못하였다.


친구 역시도 윤정이 아직 온전한 정신이 아닌 것을 알고


그녀를 자극하는 발언은 하지 않으려 애썼다.



<윤정> “누구야, 도대체 누가 날 감시하는 거야!


우리 시부모가 이제 여기 들이닥친대. 이 말이 무슨 뜻이겠어? 응?


둘이, 아니 셋이 짬짜미한다는 얘기 아니야?


근데 그 사람들, 재산만 뺏고 말 사람들이 아니야.


나, 이제 어떡하지? 어디로 가야 살 수 있지?


차라리 그냥 달라는 거 주고 말 걸 그랬나?”



<친구> “일단 진정해. 네가 너무 불안해서 그래.


너희 시부모랑 그 여자랑 내통한다는 건 말 그대로 네 생각일 뿐이잖아.


아닐 수도 있는데 애기를 생각해서라도 엄마가 강해져야지.”



<윤정> “딱 보면 몰라? 지금까지 내통해 왔겠지, 보나 마나.


내가 진정한다고, 내가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달라져?


달라지는 게 있느냐구. 아니잖아.”



그러니 윤정은 병록과 해월, 정인은 물론 세상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설령 병록과 해월이 들이닥친다는 정인의 말이 거짓말일지라도,


그녀는 낚싯바늘을 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물고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운신의 폭이 조금도 없다는 것을 절절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의 집은 말 그대로 ‘최후의 보루’였다.


더 이상 갈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윤정> ‘결국 채정인이 쳐 놓은 올무는 움직일수록 내 숨통을 조여들 거고,


애기를 살릴 실낱같은 희망도 사그라들고 말 거야.’



그녀는 어떻게든 정인의 손아귀에서 달아날 궁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윤정은 바구니에 아기를 폭 싸 안고 집을 나섰다.


마지막으로 받은 정인의 편지로 인하여 친구마저 믿을 수 없게 됐기 때문에 몰래 도망 나온 것이었다.



그녀는 택시를 타고 밤길을 질주하다가 F 보육원에 이르러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 안에서 새어 나오는 보육원 불빛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윤정> “저 안은 훈훈하겠지? 아가, 엄마가 금방 올게. 조금만 기다려 줘.”



윤정은 바구니를 열고 아기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 이마에 눈물 한 방울 떨어졌다.


그리고 보육원 앞에 바구니를 놓고 그 길로 돌아서서 어느 밤거리를 걸었다.





=== 주석


註1. 아기가 태어났다가 죽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처리한다. 먼저 태휘의 재산을 아기가 상속받고, 아기의 재산을 아기의 직계존속인 윤정이 모두 상속한다. 그러므로 태휘의 부모는 아기가 죽어도, 윤정이 죽어도 상속받을 것이 없다. 한편 아기가 죽고 윤정이 죽으면, 윤정의 직계존속이나 일정 범위 안의 방계혈족 등이 없다면 모든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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