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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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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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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42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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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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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1. 공백인형, 팀 편성

DUMMY

“···이곳이네, 그 처자가 생활했던 곳이.”


울창한 숲에 덩그러니 놓인 작은 오두막집 한 채.

작은 울타리 안의 영역은 얼마 전까지 누군가가 살고 있었던 것을 알려주듯 잡초 하나 보이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녀는 언제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았죠?”


이곳까지 안내해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장부를 확인해보니 정확히 4일 째 되던 날이었네.”


“그렇습니까? 이곳까지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은 후드의 여성은 금화 몇 닢을 건네주며 살갑게 웃어보였다.

백발의 노인은 돈을 바라고 안내해준 것이 아니라며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여성이 집요하게 받아달라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금화 한 닢만 챙기며 입을 열었다.


“소중한 인연, 부디 찾을 수 있기를 바라겠네.”


“···예,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조사를 위해 안내를 부탁했을 때, 마을의 주민들은 하나같이 걱정을 담아 그녀를 찾아달라며 도리어 부탁을 해왔다.

신뢰와 더불어 마을 사람들은 상당히 그녀를 의지했던 모양이다.


“···역시 그녀답네요.”


검은 후드의 여성은 오두막집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포근한 분위기와 함께 살림이 잘 정돈되어 있었지만 인기척은 역시 느껴지지 않았다.

먼지가 내려앉은 식탁을 손가락으로 슥 그으며 후드를 벗자 찰랑이는 단발과 앳된 여성의 얼굴이 나타났다.


“펙엄, 들려요?”


[들립니다, 사라진 요정의 흔적은 찾았나요.]


“이제부터 찾으려고 했어요.”


여성의 정체는 다름 아닌 무무였다.

칼에게 마창 이벨져에 대한 일을 일방적으로 떠넘겼던 그 요정이었다.


무무의 한 쪽 눈가에 푸른 기운이 일렁거리며 피어오르더니 그 상태로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반응이 조금 옅기는 해도 이곳에서 흔적이 끊긴 게 확실하네요.”


요정들은 다른 생명체들은 볼 수 없는 특유의 흔적을 남길 수가 있다.

무무처럼 한 쪽 안광에 푸른 기운이 올라온 상태에서는 그 흔적을 볼 수 있으며, 메시지와 같이 용무를 남겨놓거나 길을 표시해두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런 메시지는 남겨져 있지 않았다.


[카말린을 중심으로 사라지는 요정들, 기시단의 소행으로 봐야겠죠.]


“···락타베이나님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용사님들 지금 론 우저로 가고 있는데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락타베이나님께서도 인지하고 계시는 만큼 노바를 보내셨으니 까요.]


노바라는 이름에 무무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헛기침을 연발해냈다.

사례가 들려 괴로운 와중에도 그 이름을 중얼거리며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재차 물어보았다.


“···콜록! 노, 노바?! 노바가 인간 세상으로?”


[현재 요정계에 남아 있는 특화 요정은 그녀 밖에 없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보낸다고 한다면 파이, 노어, 베티 중 한 명일 줄 알았는데···”


어느 새 진정된 무무가 희미하게 남아있는 흔적을 재차 조사하며 중얼거렸다.


[그녀들은 루셈도에서 이미 임무를 수행중이니 이 이상 무리를 시킬 수는 없죠.]


“그건 그렇고 그 겁쟁이 노바가 움직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요.”


[특화 요정 중에서도 노바는 최고 전력이니까요.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겠죠.]


노바는 펙엄과 같은 요정령이다.


특화 요정 중에서도 최상위의 실력을 뽐내는 것과 달리 겁이 많은 모습을 보이는 탓에 인간 세상에 관해서는 큰 두려움을 느껴 요정계 밖을 나오는 것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요정계를 수호하는 일을 맡게 되었고 요정령이 된 이후에는 줄곧 틀어박혀 생활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겠습니다, 노바가 보인 각오만큼 저도 좀 더 힘내보겠습니다!”


[열정을 보이는 것은 좋지만 무리만은 하지 마시길,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펙엄과의 연락이후 무무는 식탁 의자에 앉아 따스한 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카말린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요정들의 실종사건은 벌써 수십 건에 달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상한 점은 마지막으로 남겨진 흔적들이 전부 특별한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다.


요정들은 자신의 몸에 이변이 들이닥쳐 온다면 자연스레 강렬한 흔적이 현장에 남게 된다.

생리현상과 같은 이 반응은 그것만으로도 대충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파악을 해나갈 수 있는데, 이번 실종사건에서 보이는 흔적에는 그런 조짐이 전혀 나타나있지 않아 무언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펙엄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지만 있다면 자신의 의사를 보낼 수 있는 간단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연락하나 오지 않았다고 하니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너희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탁자에 고개를 박고 한 동안 그렇게 있었다.

이 집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에 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만큼 이 안에서 사건이 벌어졌다는 위화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별 다른 저항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말끔히 잘 정돈된 오두막집은 태연히 손님을 맞이하며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


엘린 마이즈로부터 건네받은 구슬을 사용해 잿빛 공간을 나오니 세라와 제이본은 놀란 얼굴을 숨김없이 보여주었다.


세라는 걱정을 담아 다친 곳은 없냐며 물었고, 제이본은 녀석의 행방에 대해 살짝 분노를 담아 물어보았다.

해주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마이즈가 말한 금제에 의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언어로 필터링 되는 바람에 둘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지 못했다.


한 가지 의문은 금제라는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나였기에, 혹시나 싶어 둘에게 얘기를 꺼냈지만 그 공간에서의 금제는 내게 확실하게 적용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걱정을 끼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로 대충 안심시키며 늦은 만큼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이야기하자는 것으로 대충 상황을 정리했고 그렇게 한 동안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는 바람에 잠을 거의 청하지는 못했다.


밤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 채 우롱이와 클로버는 개운한 표정과 함께 아침을 맞이했고, 세라는 혼자서 나름 생각에 잠겼던 것인지 피곤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제이본은 우롱이와 클로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푹 잔 것 같은 얼굴을 보였다.


나야 어차피 피곤도 잘 느끼지 못하는 몸이라, 불침번이 바뀌는 족족 깨어있어도 별 타격은 받지 않았다.


“세라님 괜찮으십니까?”


“엄청 피곤해 보이는데 밤새 벌레들한테 괴롭힘이라도 당한거야?”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던 일행들 중 세라의 상태를 확인한 우롱이와 클로버가 살며시 다가오며 물었고 세라는 잘 지어지지 않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내가 불침번일 때도 벌레들이 엄청 귀찮게 굴었···꺄악!”


“그만 놀고 움직이라고.”


오늘은 제이본이 아침 담당이었기 때문에 어제 사냥한 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먹다 버린 뼈를 집어 들어 세라의 주변을 알짱거리고 있던 우롱이에게 던진 것이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너 진짜 죽는다!”


“너는 말로 해서는 안 통할 거 같아서.”


“우롱토끼님! 진정해 주십시오!”


세라와 함께 짐 정리를 끝마친 나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 흐뭇해하는 미소와 함께 모닥불 근처에 앉았다.


“클로버 걱정하지 마, 서로 사이가 좋아서 저런 거니까.”


“칼! 농담이라도 그런 말하지 마! 누가 저런 야만인이랑, 으 소름끼쳐.”


“리더, 아침 먹고 난 뒤에 몸도 풀 겸 대련하자고.”


제이본이 잘 익은 고기를 내게 건네주며 또 어깨동무를 해왔다.

유독 내게만 취하는 행동인데 넉살 좋은 웃음까지 딸려오는 것은 덤이다.

이제는 크게 신경 쓰이지도 않았고 그저 식사 주기를 계산하며 오늘은 먹어도 괜찮다는 것에서 고맙게 받아들였다.


“무시하지 말라니까!”


“우리 잘나신 수인족 꼬맹이님께서는 야만인과의 대화만으로도 소름이 끼치신다는 데, 도대체 뭐 어쩌라고.”


“우롱이도 그만, 제이본씨도 그런 도발은 삼가주세요.”


물의 마나 스톤으로 세안을 마친 세라가 우롱이의 곁에 다가오며 또 다시 중재를 가했다.

우롱이는 내 편은 세라밖에 없다며 허리를 껴안고 달라붙기 시작해 세라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고 클로버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저도 우롱토끼님 편인데요···”라며 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칼은 아예 저 녀석 편이다 이거지? 쿠키, 너는 누구편이야!”


“갑자기 나는 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둘 사이를 중재하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었기 때문에 동행 이 후 부터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불똥이 튈 정도니 깊게 관여되는 순간 지옥을 맛보게 되는 것은 한 순간이리라.


“옳지, 나는 너를 믿었다고.”


우롱토끼의 물음에 쿠키는 거대한 몸집을 일으켜 나와 제이본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제이본은 의심의 여지도 가지지 않았다며 쿠키의 콧잔등을 쓰다듬었는데, 애초에 주인인 나와 알뜰하게 챙겨주는 제이본을 고르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쿠, 쿠키! 쿠람이면서 어떻게 내가 아닌 인간을 선택하는 거야! 그래, 그렇게 셋이서 한 팀이다 이거지?”


그러든 말든 쿠키는 제이본이 주는 고기를 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어느 순간, 우롱이에 의해 우리들은 편이 갈렸다.


나와 제이본, 쿠키가 한 팀으로 리더는 가장 강한 내가 되었고, 세라와 우롱이, 클로버 팀에서는 세라가 리더로 지목 당했다.


갑작스런 지목에 세라는 극도의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우롱이는 귀를 닫은 채 듣고 있지 않았다.


“우롱아, 너무 멋 대로잖아요.”


같은 팀이면 팀원의 말은 존중해 달라며 세라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지만 역시 막 밀고 나가는 우롱이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팀 나누기, 나는 물론 제이본과 쿠키는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이것도 다 효율을 따져서 생각한 거란 말이야.”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아침이나 먹어 곧 출발해야해.”


우롱이는 어떻게든 세라를 설득하기 위해 열변을 토해냈지만 애초에 서로 대결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간단히 식사를 마친 내가 잘 익은 고기를 건네주며 주의를 돌렸다.


세라의 설득을 잠시 포기한 우롱이는 내가 건네는 고기를 받으며 자신이 생각한 것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런 게 아니라, 미리 포지션을 정해두는 게 좋지 않아?”


“···그래서 갑자기 한 팀이니 뭐니 그런 말 꺼낸 거야?”


너무 자연스런 흐름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어린아이들의 편 가르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컨대 우롱이는 인원도 딱 맞게 떨어지고 있으니 미리 편성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냐,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쁘지 않은 의견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그렇게 하자고 동조했다.


“그런 거라면 나는 역시 리더와 한 팀이라고.”


의외로 제이본이 먼저 말을 꺼내며 내 옆에 붙었다.

그의 성격상 혼자가 좋다느니, 다른 녀석들은 방해밖에 안된다고 으름장 놓을 줄 알았는데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가고 말았다.


“같은 팀이라면 언제든지 대련 할 수도 있고.”


역시 검은 속내는 따로 있었군.

고작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제이본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앞으로 한 팀이 되어 나와 대련을 할 생각에 절로 미소를 띠고 있는 제이본을 살짝 옆으로 밀치며 멀뚱히 서 있던 세라의 손을 끌어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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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15. 금화 한 닢 19.04.04 94 1 11쪽
73 15. 조우 19.04.03 90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4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9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6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2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8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5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2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5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6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3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5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2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4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51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1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3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52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7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50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3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8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9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6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7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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