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744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4.03 21:30
조회
88
추천
1
글자
12쪽

15. 조우

DUMMY

수많은 별이 떠있는 하늘 아래, 적적한 숲의 한 가운데 떨어진 나는 조금 당황한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빽빽하게 자리 잡은 나무들이 시야를 좁게 만들었고 풀잎의 벌레들은 경계가 풀어지자 곧바로 찌르르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론 우저···는 아니지?”


[너란 녀석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구나.]


“이게 내 탓이라고? 분명 론 우저로 등록된 구슬이라고 해서 시동 건 거뿐이야.”


[무식하게 기운을 우겨넣어서 다른 곳으로 워프된 것이겠지.]


“진짜 너무하네, 어떻게든 전부 내 탓으로 돌리고 싶은 거뿐이지?”


보름달이 떠오른 야밤, 이름 모를 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숲을 거닐었다.

한참을 걷던 나는 역시 무언가 잘 못 되었음을 직감하게 되었다.

혹시 몰라 이 숲에 누군가 야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품속에서 작은 발광석 하나를 꺼내 흔들어보였지만 역시나 헛수고였다.


[이 녀석아 부정 탄다! 달밤에 뭐하는 짓이냐?]


“거 되게 뭐라 그러네, 잔소리하려고 내 안에 있는 거야? 도와주지도 못할 거면 조용히 라도 있어주라 제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도 써먹지 않으면 어쩌자는 건지, 높은 곳에 올라 주변을 훑어볼 생각은 없니?]


“아···그러네, 이건 내 실수로 인정하지.”


오랜만의 바깥세상으로 나온 탓에 사고가 굳어진 탓이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무튼 녀석의 잔소리가 길어지기 전에 곧바로 주위에서 가장 높은 나무를 선정한 뒤 쌔차게 위로 뛰어올랐다.


점프와 함께 대지의 흙이 사방으로 튀어 날아오르며 나무의 꼭대기에 올라선 나는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한 곳에서 작은 불빛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 봐라 이리 쉬운 방법을 두고도···쯧쯧 어쨌든 간에 저쪽이 론 우저겠군, 경비들이 지키고 있을 텐데 들어갈 수 있냐?]


“걱정할 필요 없어. 론 우저의 모험가 지부에서 미리 등록을 해놓은 탓에 출입은 어렵지 않거든.”


마이즈에게 받은 칠흑의 가면을 착용한 뒤에 B등급의 실버 링을 손가락에 끼우며 말했다.

모험가임을 증명하는데 쓰이는 이 반지는, 착용한 상태로 보여주기만 하여도 각 국의 도시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오호, 네 녀석 모험가란 신분을 벌써 취득했냐?]


“내가 론 우저로 다시 가겠다고 한 이유도 이거 때문이거든, 저택의 의뢰를 받고······.”


[궁금하게 말을 하다 마냐?]


론 우저의 모험가 지부에서 길드 관리인인 니콜라이의 의뢰를 받아 저택의 이상현상을 밝혀내기 위해 움직였던 것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마족인 제로카로지스와 마주하여 일방적으로 당하게 되고 생존본능으로 인해 변질되던 와중 파로에와 심연의 목소리를 만나게 되었다.


이후는 잿빛가루의 공간에서 6개월 동안 수련에 매진하였다.


의뢰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실패로 돌아갔겠지······.


“하아, 생각하기 싫은 게 떠오르고 말았어.”


[뭔데? 자꾸 간보지 말고 말해 보거라.]


“저택의 의뢰를 해결하고 난 뒤에 요구할 보수로 비밀리에 거래되었다는 물품을 확인할 생각이었거든.”


드워프섬의 근처 심해에서 발견되었다는 물건.

소문이라 그 물건의 정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이 떠도는 모양이라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마창 이벨져인지 확인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니콜라이의 의뢰를 해결하고 보수로 그 물건을 확인하는 것 이었는데······.


[그런 거라면 실물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더라도 기록이 남아있지 않겠느냐.]


“네가 하는 얘기가 틀린 것은 아니긴 한데, 문제는 그게 뭔지 뻔뻔하게 요구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보여 달라고 한다고 보여줄까?

루셈도에서 비밀리에 거래를 진행한 이상 절대 무리였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의뢰를 완수하려 했던 것이다.


[그럼 론 우저로 돌아가겠다고 한 이유가 그 물건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냐?]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파로에에 의해서 납치된 장소가 론 우저이다.

그렇다면 요정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지는 않을까?


그때 당시 노바라는 요정이 일행의 곁으로 갔었다.

연줄이 닿아있으니 연락을 통해 위치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품속에서 미리나델의 팬던트를 꺼내 목에 걸었다.


락타베이나가 말한 3가지의 물건 중 하나이다.


6개월이란 시간의 흐름동안 세상이 어느 정도로 변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실제로 내가 이쪽 세계에 소환되기 전까지 오랜 시간동안 기시단의 직접적인 공세는 펼쳐지지 않고 있다 했으니 어쩌면 지금도 그리 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겠지.


기시단은 이제 내 정체에서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백하단은 지금 착용하고 있는 이 칠흑의 가면을 준 것이다.


표적이 된 이상 함부로 얼굴을 드러내며 활동할 수는 없었기에 되도록 조심스럽게 요정과 마주하고 싶었다.


[엘프의 숲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확실히 위험하겠군.]


“···? 요정계로 가는 통로가 엘프의 숲에 있다는 건 알고 있나보네.”


끝자락의 숲은 엘프의 영토 안에 존재한다.

심연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은 인물임에는 틀림없었기에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요정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론 우저로 향하겠다는 거야, 모험가 협회에도 한 번 들려서 정보를 얻어야하고.”


[그렇다면 당장 움직여라.]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거든?”


나무의 꼭대기에서 그대로 뛰어내려 하강하던 그때였다.


넓게 퍼트린 기운의 센서에 무언가가 미약하게 감지되었다.

론 우저를 바라보고 있는 방향의 뒤편에서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존재에 의해 그곳으로 기운을 집중하며 사뿐히 착지했다.


거의 무음에 가까운 상태로 몸을 숙여 착지한 나는 기운을 급히 갈무리하며 포착된 곳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분포된 기운의 영역에 막 발을 들인 녀석인데 인간은 아니군, 이쪽으로 똑바로 오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 적이겠지.]


“벌써? 생각보다 너무 빠른데.”


[마나를 다루는 녀석이군.]


진짜 들킨 건가?

혹시 몰라 세세한 위치와 추적을 피하기 위해 기운을 회수했기 때문에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존재에 대해서 더 이상 체크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제자리에서 청력에 최대한 집중을 하고 있으니 어느 순간 미세하게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일부러 기운을 미약하게 내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기척을 숨기고 접근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부주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 몸이 착각을 했을 수 있다 쳐도 끝까지 방심을 해서는 안 된다.]


알겠다고 대답한 뒤에 근처 작은 나무의 가지에 올라탔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기척을 죽이고 조금씩 앞으로 이동을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상대의 이동속도는 느렸다.


“뭔가 이상하지?”


[···그렇군, 적이라면 이런 이상 행동은 보이지 않을 터. 아무래도 기우에 그친 모양이다.]


방심은 금물이었지만 청각에 집중을 하며 시력에도 기운을 살짝 불어넣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미리 시야를 확보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곧 발소리의 주인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엘프?”


[엘프군.]


가느다란 나무 막대기에 몸을 지탱하며 힘겹게 걸음을 때고 있는 엘프의 모습이 시야에 포착되었다.

상당히 초췌한 얼굴에 비례하여 입고 있는 옷 또한 성하지 않았으며 팔과 다리를 심히 떨고 있었다.


거리가 이 정도로 가까워지니 엘프의 곡소리까지 들려 왔다.


“으으으······.”


“···잠깐?”


좀비와 같은 소리를 내며 한 발자국씩 비틀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자는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엘프였다.


이상할 만큼 낯이 익은 모습이었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심연의 목소리가 곧바로 치고 들어왔다.


[왜 그러냐? 설마 알고 있는 녀석은 아니겠지?]


갈색의 살짝 웨이브가 들어간 반 묶음 머리는 허리춤까지 내려와 있었고 허리춤에는 각종 포션병들이 매달려 있었다.


가죽으로 만든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배꼽이 살짝 드러나 보였고 갈색의 후드와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망토, 허벅지 위까지 올라오는 짧은 치마는 옆 부분이 길게 찢어져 있었고 검은색 레깅스를 착용하고 있다.

발목 위까지 덮는 부츠의 한 쪽은 밑창이 곧 떨어질 듯 보였는데, 나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이마를 감싸보였다.


“제니 프레이나잖아.”


---


타닥타닥!


땅을 파고 모닥불을 피어올린 뒤에 오랜만에 재회한 엘프, 제니 프레이나를 바라보았다.

요정계에서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마주한 엘프인데, 세라에게 자신이 개발한 멀미약을 제공해줬으며 목각인형에 의해 숲이 타들어갈 뻔 했을 때에 수준급의 물 마법으로 화재를 진압한 존재이다.


“으으으······.”


“괜찮아?”


[엘프가 아니라 언데드구만.]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두 손을 모아 누워있는 모습이 파라오를 연상시켰다.


“으으···죄, 죄송해요······.”


오랜만의 재회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는 말만 계속하는 레이나.

이렇게 만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잿빛가루의 공간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아는 얼굴과 마주한 것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을 뿐이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레이나는 아름다움과 귀여움이 섞인 외모와 분위기를 지닌 엘프이다.

그런 미의 종족이 좀비 같은 몰골로 카말린의 어느 한 숲을 헤매고 있었으니 호기심이 갈 수 밖에 없어 물어봤는데, 물어본 내가 미안할 정도로 힘겹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 그게···”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홀로 지내던 엘프.

세라처럼 멀미로 인해 스스로 공부하여 직접 약을 개발하는 등 뛰어난 두뇌를 가진 레이나가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은 트라우마를 극복해내기 위해서란다.


그 날, 떠나가는 우리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레이나는 여전히 겁이 많고 나약한 모습을 보인 자신의 모습에 질려버렸다고 한다.


이별 당시에는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이후 족쇄처럼 채워진, 자신의 겁에 질려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라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마을의 허락을 구한 뒤 길을 나서게 되었고 목각인형의 조사로 락타베이나가 보낸 요정에게 우리들의 정보를 들은 레이나는 그렇게 론 우저로 무작정 걸어 나갔다.


인간의 영토에만 자라는 약초들을 캐며 숲을 끼고 이동한지 3개월.


지금까지 모은 약초들이 시들어가려하자 여러 가지 새로운 조합을 통해 포션을 제작하였고, 자신에게 직접 실험한 결과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한다.


“겁도 많은 주제에 자신에게 생체 실험을 하다니, 너도 참 다른 의미로 별나다.”


레이나와의 첫 만남이후로 엘프에 대한 환상은 그저 신기루였음을 깨달았다.


[어딘가 멍청해 보이는 엘프군.]


심연의 목소리도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고 나는 레이나의 이마에 손을 가져대었다.

차갑게 식어있는 체온은 거의 시체에 가까웠고 곧바로 모닥불의 화력을 높였다.


레이나는 이미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한 상태였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곁에서 편히 쉴 수 있게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과 모닥불의 온기를 지켜내는 것 뿐.


오랜만에 만난 인연은 그렇게 한 참을 좀비처럼 울부짖어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8 15. 영웅이 남긴 쪽지 19.04.09 108 1 11쪽
77 15. 원인을 알 수 없는 19.04.08 93 1 12쪽
76 15. 호수의 비밀 19.04.06 87 1 12쪽
75 15. 포션을 만든다는 것 19.04.05 95 1 12쪽
74 15. 금화 한 닢 19.04.04 93 1 11쪽
» 15. 조우 19.04.03 89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0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6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2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2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0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49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0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2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51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5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48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4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7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70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