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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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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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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59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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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DUMMY

“다비와 도프라고 했던가.”


무린 숲을 내다보며 천체 사로스 여왕은 뒤의 두 사람에게 물었다.

상당히 어려보이는 외형, 눈에 비치는 대로 둘은 아직 성년도 지나지 않은 쌍둥이 남매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위태로워 보일정도로 비쩍 마른 체구에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또래 아이들과 비교했을 시 한 뼘은 더 작은 신장.


“제가 첫째인 다비이며, 옆의 한 쪽 눈을 잃은 여자아이가 동생인 도프입니다.”


새하얀 사자의 천으로 정갈하게 차려입은 남자아이가 공손하게 소개해보였다.


‘성황의 사자가 데려왔다고 했을 땐 그러려니 했다만 다시 마주해보아도 생각 그 이상이구나, 꺼져가는 촛대의 불씨처럼 위태로우면서도 이곳의 그 누구보다도 빛나게 타오르고 있음에도 저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간파해낼 수 없다니.’


천체 사로스는 쌍둥이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듯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구호활동으로 인해 상당한 시간동안 코른과 아밀론에 있었던 여왕은 루셈도로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마주할 수 있었다.


그것도 교황이 손수 소개해주는 것으로.


그때가 불과 며칠 전이라 쌍둥이에 대해서는 구호활동 도중에 귀띔으로 들었던 정보뿐이었기에 상세하게는 알지 못한 상황이었다.


쌍둥이를 마주한 여왕은 오늘날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여왕은 둘을 감싸고 있는 기운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있었다.


여신 아리아를 섬기는 자의 신성력은 아니었다.

신성시 여길법한 에너지였지만 그 속에는 휘몰아치는 탁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여왕은 그 기운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는 것이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야윈 쌍둥이 남매에게 저런 엄청난 기운이 깃들게 된 배경은 대체 무엇일까.

여왕은 눈을 감은 채로 그간 들었던 쌍둥이의 족적을 떠올려 보았다.


쌍둥이는 한 때 제국으로 불린 이니시스 출신이었다.

그것도 전쟁도중 태어난 천애고아로.


내분으로 인한 쿠데타, 몇 십 년에 걸친 전쟁의 끝은 북쪽의 코른, 남쪽의 아밀론이라는 이름으로 분단국가로써 새로운 존망을 이루게 되지만 쌍둥이들은 황폐해진 모국을 떠나 요르나의 한 고아시설에 맡겨지게 된다.


그러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고 겨우 찾은 보금자리마저 잃게 된 쌍둥이는 원인을 밝혀내고자 들린 성황의 사자 눈에 띄어 거두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요르나의 최남단.

작은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


끔찍한 고통 속에 절규하며 얼굴의 칠공으로부터 피를 토해내 죽은 시신의 더미에서 쌍둥이들은 구조된 것이다.


쌍둥이에 관한 이야기는 이것이 전부였다.

교황이 여왕에게 직접 알려준 내용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붙여보였는데.

신의 가호를 받은 아이들.

교황은 그렇게 말했다.


“교황은 무슨 생각이지?”


“······.”


여왕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쌍둥이에게 물어보았다.

코른과 아밀론에서의 활동으로 다소 소홀했다고는 하지만 루셈도는 여신 아리아의 자비가 내리우는 동시에 자신의 모국이었다.

눈과 귀를 막아도 정세의 흐름을 눈치 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여왕은 자리를 비운 동안 루셈도의 근간이 변했음을 직감했다.

그 이질감이 여왕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내 유년시절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마주해왔던 교황이다. 긴 세월, 믿음으로 쌓아올린 유대는 결코 무시할 수 없지.”


“······.”


여왕은 슬며시 눈을 뜬 뒤, 뒤를 돌아보았다.

다비와 도프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자세로 귀담아 듣고 있었다.


새하얀 사자의 천은 무린 대초원의 바람을 맞으며 몇 차례 펄럭였고, 쌍둥이의 야윈 육체가 바람에 의해 달라붙은 천의 윤곽에 의해 여실히 드러났다.


여왕은 감정을 내비치지 않은 채 도프에게 다가가 공허한 눈을 감싸고 있는 천을 매만지며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은 교황이 무슨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가 없구나.”


여왕은 그 말을 끝으로 대지에 꽂아 놓았던 장창과 단창으로 다가갔다.


“한 쪽 눈은 이니시스에서 잃은 것이냐.”


“···요르나에서 잃었습니다.”


여왕이 장창을 뽑으며 물어보았고, 도프는 중얼거리며 힘없이 대답해보였다.


“전염병이 돌았다던 그 마을에서 말이냐.”


“그렇습니다.”


태양의 힘을 담아내기 위해 여왕은 장창의 끝을 하늘높이 들어 올리며 확인을 바라듯 물었고, 이번에도 도프는 힘없이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마을 전체가 전염병으로 인해 저물었다고 들었다. 유일한 생존자인 쌍둥이 남매는 병이 들 끊는 시신의 더미 속에서 발견되었다지.”


“그렇습니다.”


태양의 힘이 장창에 끌어 모아지며 유지가 깃들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다비가 대신 대답을 해보였다.


“도프의 한 쪽 눈은 전염병에 의해 잃은 것이냐.”


“······.”


여왕은 차분하게 질문을 던지면서 이번에는 단창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려 태양의 힘을 받아내기 시작했고, 쌍둥이 남매는 상당히 긴 뜸을 들인다.


“전염병이 창궐한 마을에서 어찌 계속 머물러있었던 것이냐.”


“그것은······.”


태양의 힘을 유지한 단창이 서서히 열을 내보이더니 여왕의 탁한 은발이 점점 환한 금발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비와 도프의 대답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았다.


“태양을 갉아먹는 자. 관통하여 내리쬐는 단죄의 창. 장창, 지지 않는 태양의 유지.”


긴 은발의 생머리는 어느 새 금발이 되었고, 여왕으로부터 태양의 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태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더위를 느낄 정도의 열기는 되었다.


갑작스런 여왕의 변화에 근접해 있던 다비와 도프는 긴장을 해보였고, 멀리 떨어져 있던 기사와 병사들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여왕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긴 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프론락텀 단창 제 4식, 썬 포스.”


계속 내다보고 있던 무린 숲을 향해 천체 사로스 여왕이 단창을 힘차게 찔러보였다.


치익!!!


푸화악!!


태양의 유지에 의해 단창이 열기를 내뿜으며 주변의 공기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고, 소음을 내며 울부짖으니 여왕이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하늘에서 여섯 줄기의 노란광채가 긴 줄기를 이루며 무린 숲으로 쏘아져나갔다.


푸쉬익!!!


땅에 닿은 순간 연기가 치솟으며 빛의 줄기는 조금씩 여왕쪽으로 가까워지더니 이내 초원으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인간의 냄새를 맡고 찾아온 모양이더군.”


빛의 갈고리에 꿰뚫린 무린의 헤비트롤 6마리는 특성인 재생력을 선보일 틈도 없이 목숨을 잃은 채 힘없이 끌려왔다.


여왕은 단창을 늘어뜨리며 중얼거렸고 단창의 유지를 풀자 또 다시 열기를 방출하며 주변을 달구는 동시에 쏘아졌던 줄기는 하늘위로 거두어졌다.


병사와 기사들은 여왕의 위대한 힘을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어 대단히 영광스럽게 여겨보였고, 다비와 도프는 반대로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것이 태양의 유지를 이어받은, 창공의 힘.


현 루셈도의 여왕인 천체 사로스 프론락텀의 힘이다.


---


앞 열의 리자드맨 3마리와 뒤에서 사주경계를 하는 2마리는 또 다른 존재의 등장에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베아가 나타난 것이다.


리자드맨들을 상대하고 있었던 베이는 자신의 무기, 주륙단도의 능력이 들지 않은 탓에 개입하려하는 베아가 탐탁지 않았다.


베이는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은 베아를 보며 흥이 깨지고 말았다.


베아는 임무를 너무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항상 즐거운 찰나에 초를 치고 들어올 때면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주륙단도는 눈앞의 리자드맨들을 죽일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리 죽일 기세로 베어낸다고 해도 상대는 죽지 않지만, 계속 해서 베어낼 수 있다는 즐거움, 그래 이른바 손맛이 너무 좋은 것이다.


그에 따른 몬스터의 반응이 너무 좋다.

무지에서 나오는 공포심을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데, 베아가 그런 즐거움을 앗아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


성자라 칭하며 위선 떨던 놈들도 이 주륙단도에 베이고 나면 본색을 드러낸다.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부 고통으로 얼룩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세상에 악행 한 번 안 질러본 자가 과연 존재할까?

악질에 따른 고통의 크기만 다를 뿐 한 번 베인 고통은 죽는 날까지 영원히 지속된다.


머리가 굵어질수록 생명체들은 정말 약아빠진다.

그런 어중간한 정신력으론 겪어보지 못한 고통과 공포에 의해 금방 일그러지고 말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베아가 개입하려드는 순간 흥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베아는 임무를 중시하는 타입이니까.

상대는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죽어나간다.

단순한 살육에는 즐거움이 따르지 않는다.


결론은 베아의 전투는 너무 재미가 없다.


“아, 끝나버렸다.”


베아가 베이의 앞으로 나선 순간, 3마리의 리자드맨들이 피가 분출되기도 전에 잘게 썰린 채 죽음을 맞이했다.


베아는 그저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갔을 뿐이었다.

그 한 발자국이 3마리의 리자드맨들을 동시에 같은 부위, 동일한 간격으로 잘게 썰어버렸다.


리자드맨이 있던 자리는 단순한 고깃덩어리로 변모해버리고 말았다.

바닥에 피를 적시며 살점들이 쌓여나간다.


“역시 베아의 전투는 재미가 없어.”


“너는 쓸데없이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


베이는 전투가 단숨에 끝나버리자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주륙단도를 한 손으로 돌리는 것으로 무료함을 달래었다.


베아는 리자드맨들의 살점들을 최대한 밟지 않기 위해 조심히 움직이며 나머지 2마리의 리자드맨에게 다가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마리가 허겁지겁 한쪽 방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지원을 불러올 건가봐, 뿔 나팔은 가지고 있지 않았나보네.”


이미 흥미를 잃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베이와 달리, 베아는 신발과 의복에 피가 묻지 않도록 조심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다급하게 대답해보였다.


“지금 느긋하게 중계할 때야?”


“하여튼 저 결벽증은, 무아!”


베이가 주륙단도를 집어넣으며 하늘을 향해 외치자, 곧 거대한 몸집의 무언가가 날개 짓을 하며 나타났다.


“무아! 저기 도망가는 도마뱀 잡아먹어!”


후웅!


베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하늘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더니, 이내 목표를 포착한 녀석은 거침없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며 하강했고, 굵직한 나무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날개와 몸으로 들이박으며 리자드맨의 앞에 거칠게 내려앉았다.


쿠웅!!


“쿠아아아아악!!!”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인지 거칠게 울부짖어보였는데, 리자드맨의 전신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피를 뿜어대었다.


포효하는 녀석은 순백의 가면처럼 전신이 하얗게 물들어있었다.

거대한 몸집은 헤비트롤과 견주었고, 날개를 펼치면 세 마리는 품을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새하얀 발톱은 공포심에 주저앉은 리자드맨의 머리통보다도 굵었다.


포효와 함께 피를 분수처럼 뿜어낸 녀석은 목이 잘려 있었으며, 잘린 부위로 끈적끈적한 피가 조금씩 터져 나오고 있었다.


목이 잘렸지만 생김새는 흡사 와이번과 닮아있었고, 크기와 위용은 압도적이었다.


베이의 부름에 하늘에서 쏜살같이 날아온 무아는 자신을 마주하고 공포에 떠는 리자드맨을 향해 군침대신 피를 뚝 흘리며 한입에 삼킬 듯 목구멍을 크게 벌렸다.


“쿠아아아아악!!!”


또 한 번의 포효와 함께 리자드맨의 전신으로 피가 쏟아져 내렸고 죽음 직전 눈앞의 광경은 수많은 가시이빨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지옥의 구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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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15. 원인을 알 수 없는 19.04.08 93 1 12쪽
76 15. 호수의 비밀 19.04.06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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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15. 금화 한 닢 19.04.04 93 1 11쪽
73 15. 조우 19.04.03 89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8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1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7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3 1 11쪽
»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1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3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5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2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1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3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50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0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2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51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5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48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5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8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3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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