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750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18 21:30
조회
149
추천
1
글자
12쪽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DUMMY

톡! 톡! 톡!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울림이 적막한 공간에 울리며 분위기를 한층 낮게 조정시키고 있었다.


수백 명이 들어서도 채워지지 않을 만큼 넓은 공간은 암막이 드리운 채 누구하나 입을 열기 어려운 긴장감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여신 아리아를 상징하는 표식이 새겨진 계단의 수는 115개.

그 위에는 은으로 만들어진 의자하나가 놓여있었다.


톡! 톡! 톡!


손잡이에는 붉은 자수가 덮여있었고, 그 위로 누군가의 손가락이 일정하게 두드려지고 있는 중이었다.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광경은 굳이 눈길을 돌릴 필요도 없이 전체를 바라볼 수 있었다.

대리석 기둥들 사이사이마다 붉은 자수들이 열을 맞춘 채 걸려있었고, 자세히 확인해 보면 아리아의 표식이 새겨져 있다.


바닥은 양 사이드의 일정 공간을 제외하면 자수와 같은 재질의 표식이 새겨진 카펫이 깔려 있었고, 카펫이 놓여있지 않은 공간은 은으로 만들어진 긴 촛대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톡! 톡! 톡!


최소한의 불빛만을 남겨둔 채 외부의 빛을 모두 차단하였고, 의자에 앉아있는 자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무의미하게 손가락만을 놀리고 있었다.


그 뒤로는 거대한 여신 아리아의 석상이 성스러운 광채를 은은하게 뿜어내며 세워져 있었는데, 목 위의 부위는 잘려나간 채 안대를 쓴 남성이 고기를 뜯어 먹으며 편하게 앉아있었다.


“기시단님, 제로카로지스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검은 깃털의 날개를 가진 남성이 어둠 속에서 홀연 나타나 한 쪽 무릎을 꿇고 정중히 입을 열었다.


톡!


적막을 깨고 들어온 남성의 등장에 의해 긴 시간동안 긴장감이 흘렀던 내부의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은의 의자에 앉아있던 자는 손가락을 거두었다.

손잡이에 팔을 걸친 채 머리를 받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건은?”


시뻘건 안광이 어둠을 뚫고 어느 한 곳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다소 앳된 여성의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위압과 중압에 의해 공간의 분위기가 또 다시 내려앉기 시작했다.


공간 안의 존재들은 기운에 짓눌려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최대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참아 내보였다.


터엉! 투둑!


목이 잘려나간 아리아의 여신상에 앉아 고기를 뜯고 있던 남성만이 유일하게 평온함을 간직한 채 굵은 뼈마디를 아무렇게나 집어 던져 보였다.


의자에 앉아있는 자는 격양된 모습을 보이진 않고 있지만, 목소리에 담긴 기운에는 활화산과 같은 분노가 서려있었다.

그걸 못 느낄 정도로 이곳에 있는 존재들은 무른 자들이 아니다.


검은 깃털의 날개를 가진 남자의 그림자로부터 나타난 제로카로지스는 허리를 꿋꿋이 편 채 손에 든 물건을 얼굴 높이까지 들어올렸다.


“셀러디뮤즈.”


기시단의 부름에 검은 뿔의 악마가 기둥 옆에서 나와 제로로부터 물건을 건네받았다.


115개의 계단을 파로에의 공간도약처럼 단번에 뛰어넘은 검은 뿔은 양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주인에게 물건을 바쳤다.


주인의 눈높이를 넘지 않기 위해서 검은 뿔은 바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처박고 있었고, 기시단이 물건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그 자세를 유지하며 한 치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전쟁 속에서도 파괴되지 않았다니 놀랍군.”


여러 봉인을 직접 풀며 기시단은 붉은 안광을 한층 더 빛내며 살펴보았다.

물건의 정체는 낡은 책 한 권이었는데, 마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었던 것인지 상당히 멀쩡한 상태였기에 조심히 다룰 것 까지는 없어보였다.


한 장씩 넘겨보며 살피던 기시단은 이내 검은 뿔 악마에게 되돌려주며 잘 보관하고 있으라는 명령과 함께 제로를 바라보았다.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서, 론 우저의 일은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 해주겠나? 제로카로지스.”


기시단의 측근들은 또 다시 흘러나오는 위압과 중압에 의해 고개를 숙여 보이기 시작했지만, 제로는 여전히 허리를 굽히지 않은 채 입을 열어보였다.


“방해꾼들이 있었다.”


툭!!


제로의 대답에 기시단은 무언가를 던져보였다.

계단을 타고 구르며 제로의 앞까지 도달하는 동안에도 일체 입을 열어 보이지 않았다.


“······.”


“요정을 이용해 군세를 확보한다는 계획, 언젠가는 요정령의 개입도 있을 것이라 하지 않았나? 방해꾼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녀석들은 아니라는 것이겠지.”


제로의 앞에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요정의 머리였다.

생기를 잃은 채 싸늘하게 식어있었지만 극도의 공포에 질려하는 표정만이 생생하게 떠올라 있었다.


“군세와 더불어 요정령을 통한 요정계의 루트확보. 둘 중 하나라도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분노는 한층 더 짙어지기 시작했고 그 영향으로 공간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과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었기에 기시단의 측근들은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기운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제로는 오히려 기시단을 향해 질문을 던져보였다.


“순백의 가면을 낀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라도 있나.”


“네가 말한 방해꾼이 녀석이냐.”


분노를 담고 있었지만 말하는 것만으로 보자면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너를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이 녀석들과도 뭔가 연관이 있어 보이더군.”


제로의 그림자로부터 목각인형 하나가 나타났다.

네이리나의 개조를 통해 요정의 영혼을 주입시켜 종으로 부리는 인형으로 두 눈은 수정 구슬을 박아 넣었기 때문에 바라본 시각에 한해서 정보를 담아낼 수가 있다.


“그때 당시의 상황을 네이리나가 담아내었다고 하더군.”


이후는 목각인형을 통해 영상으로 상황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나가 아닌 여러 인형을 통한 시각적 정보가 어둠속에서 떠올랐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빠짐없이 기록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인형은 쓸 만하군.”


기록의 확인을 끝마친 기시단은 인형이 보인 성능에 의해 분노가 조금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영상 속 인물들의 관계에 대해서 추측을 하기 시작했고, 제로가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상대한 첫 번째 녀석은 너와 비슷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을 처음 감지한 것은 네이리나였으며 호기심을 뛰어넘어 공백인형의 육신으로 삼을 생각이었더군.”


인형의 기록을 통해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은발과 더불어 기시단과 같은 시뻘건 안광을 가진 존재.


외형은 전혀 닮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닮아있었다.

게다가 요정령은, 녀석은 물론 다른 일행과도 알고 있는 사이처럼 보였다.


게다가 순백의 가면을 낀 자 또한 녀석을 감싸는 모습까지 보여주었고 제로와의 대결을 앞둔 순간에는 둘의 모습이 사라져 보이기까지 했다.


그때였다.

검은 뿔 악마가 돌연 실례를 무릅쓰고 앞으로 나오더니 기시단을 향해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어보였다.


“녀석들입니다. 분명 수인족의 영토에서 본 드래곤과 그 일행 녀석들이 틀림없습니다.”


“내가 마계에 있었을 때 말이냐.”


기시단이 손등으로 검은 뿔의 콧잔등을 찍으며 대답했다.

쌔게 휘두른 것도 아닌데도 상당한 위력이 담겨있었다.


콰앙!!


뒤에 있던 아리아의 석상이 크게 흔들리며 곧 무너질 듯 파편이 쏟아져 내렸다.

위에서 고기를 뜯고 있던 안대의 남성은 기시단의 옆으로 급히 착지한 뒤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성질 머리하고는, 그나저나 죽지 않는 드래곤이란 말이지.”


인형의 기록에서는 제로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죽음을 거스르고 재생하는 육체를 가진 존재가 뇌리에 깊이 박혀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그 정체가 드래곤이라고 하니 흥미를 가지기에는 충분했다.


“같은 드래곤이니 알고 있는 것이라도 있나.”


기시단의 물음에 안대를 착용한 남성은 고개를 저어보였다.


“저런 녀석은 처음 보는군, 오랜 세월 잠들어 있었다고 해도 좀비 같은 드래곤은 잊을 리가 없는데.”


악룡 비피두스어.

인류의 가장 위대한 영웅 멜과 혈투를 벌였다고 전해지는 드래곤이다.

한 쪽 눈을 잃고 긴 숙면에 들었다가 깨어 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현 세계의 정세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드래곤? 수인족, 요정, 순백의 가면. 어쩌면 저 자의 정체는 이세계인일 수도 있습니다.”


검은 깃털 날개를 가진 남성이 단어를 나열하며 중얼거리더니 이내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고 기시단은 한 번 설명해보라며 흔쾌히 허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당시 비정형 메타에게 당한 카지락스타라는 드래곤을 기억하십니까?”


검은 깃털의 남자는 자신이 생각했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비정형 메타를 필두로 드래곤 토벌을 진행해 나갈 당시 표적이 되었던 한 실버 드래곤을.

그 당시에는 본체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몰랐지만, 수인족의 영토에 등장한 모습은 인간의 모습을 한 채였다.


그 존재가 그때 상처를 입은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셀러디뮤즈가 분함을 못 이겨냈던 모습을 보였었다.


게다가 기시단과 비슷한 기운을 가진 채로, 제로도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 당시 녀석은 상처를 입었다는 모습으론 보기 힘들었다.

브레스도 사용하지 않았고, 본체의 모습으로도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우연의 일치인지, 론 우저에서 녀석들이 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동안 세라가 저주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서 전혀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도 못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몰라도 요정령과 더불어 순백의 가면을 착용한 정체불명의 존재 또한 그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보였다.


“아무래도 유하의 그릇을 지닌 이세계인이 틀림없습니다.”


아리아가 잠들어있으니 공간이 닫힌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세계인의 존재가 현 세계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심해야만 하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그럴 가능성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이건 분명한 실책이었다.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중대한 사항이었기에 기시단의 소리 없는 분노는 정점을 달한 상태였지만 표출해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방금까지의 위압과 중압을 거두어들이기까지 했다.


부하의 실책은 상관인 자신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즉, 자신 또한 무이전왕에게 실책을 범한 것과 똑같았다.


“제로카로지스, 기록을 엿보니 녀석의 동료에게 인형을 심어두었더군.”


기시단은 차분하게 제로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네이리나의 공백인형이라는 녀석이다. 특별히 제작된 만큼 녀석들은 절대 눈치 채지 못할 거다.”


“이세계인이 확실하다면 순백의 가면이 납치한 순간 세계수가 반응을 보일 터, 어쩌면 녀석의 동료들을 요정계로 불러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제로는 기시단이 말하고자 하는 뜻을 알아차린 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때가 되면 잠복해있던 공백인형을 통해 요정계의 통로를 알려주도록 하지.”


그런 뒤, 기시단은 론 우저에서의 계획이 물거품으로 되돌아간 탓에 복귀한 다비와 도프를 무린으로 조사를 보냈다.


“다비와 도프는 카지락스타의 거처로 가서 그 흔적을 조사해라.”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동시에 대답한 둘은 여전히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존재감이 살짝 사라진 것을 보아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타천사는 순백의 가면에 대한 정체와 이세계인을 쫓아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검은 날개의 남성이 예의를 차린 뒤 곧바로 모습을 감추었다.


“인형이 요정계의 통로를 찾기 전까지 셀러디뮤즈와 오만꽃뱀은 대기할 수 있도록, 수인족 녀석들을 한 번 정리해 줄 필요가 있으니.”


“알겠습니다, 주인이시여.”


“알겠습니다.”


이세계인이란 뜻밖의 전개에 의해서 기시단의 광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8 15. 영웅이 남긴 쪽지 19.04.09 108 1 11쪽
77 15. 원인을 알 수 없는 19.04.08 93 1 12쪽
76 15. 호수의 비밀 19.04.06 87 1 12쪽
75 15. 포션을 만든다는 것 19.04.05 95 1 12쪽
74 15. 금화 한 닢 19.04.04 93 1 11쪽
73 15. 조우 19.04.03 89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1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7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3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2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0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50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0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2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51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5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48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5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7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70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