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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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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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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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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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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DUMMY

토막 난 시신의 방은 폭발의 여파로 인해 밖의 밤공기를 받아들이며 가스를 날려 보냈다.


또각또각.


툭!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여인이 구두소리를 울리며 너덜너덜한 무언가를 바닥에 던졌다.

꿈틀거리는 것으로 보아 살아있는 것은 분명한데, 완전히 타버린 고기처럼 전신이 검게 그을린 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려버린 상태였다.


“아무리 약하다 해도 보통 이렇게까지 당할 수 있니?···미니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꾸룩···꾸룩···”


마치 검은 슬라임을 보는 것 같았다.

여인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무언가 노력은 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데, 입으로 보이는 곳을 뻐끔거리더니 뜨끈한 기포를 담은 숨만 수차례 내뱉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얘네 완전 물건이네? 설마 이런 애들인지는 몰랐는데 잘 써먹을 수 있겠어. 그렇지 공백인형?”


달그락, 달그락!


“···내, 몸으, 로, 한다.”


여인의 말에 반응한 공백인형은 기괴한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재빠르게 다가와 옆에 선 채 전신을 떨어 보이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제이본을 내려다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낌새였다.


“어디까지나 거쳐 가는 몸이라는 것을 잃지 말고, 너는 그 아이와 하나가 되는 것만 최종적으로 생각하렴.”


여인이 공백인형을 살짝 뒤로 물리며 진정시켰다.

그 날, 우연을 가장한 그와의 첫 만남을 통해 여인은 지금의 공백인형처럼 돌아버릴 뻔 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있어도 느낄 수 있었다.

빛나는 존재감을 과시하며 론 우저에 발을 들였을 때, 굶주린 야수가 피 냄새에 반응하듯 그의 얼굴과 기운을 가까이서 확인했을 때는 진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의심의 여지없이 신이 내린 선물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바래왔던 모든 염원을 그대로 반영시켜 지상에 내려준 것이라 느꼈다.

그만큼 재료로써도 완벽했고 공백인형이 영원히 안착할 몸으로도 아주 훌륭한 외형과 힘을 지녔다.


신이 정성을 다해 빗은 그릇에 자신의 최고 걸작을 덧씌운다.

그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이 몸으로 만족하고 있으렴.”


달그락 달그락!


공백인형의 육중한 몸이 살짝 뛰어올랐다.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서 벌인 행동으로 보였다.


꾸르륵!!


“···역시 이번에도 내가 이겼어.”


“수고했어, 미니멈. 너에겐 크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응, 나는 네이리나가 기쁘다면 그걸로 만족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한 미니멈이 네이리나의 곁으로 다가와 공백인형을 바라보았다.


펑퍼짐한 로브를 펄럭이더니 이내 제이본을 들어올렸다.

힘없이 축 늘어진 제이본은 앞으로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감긴 두 눈은 여전히 떠질 줄 몰랐다.


“···내, 몸으, 로, 한다.”


“그래. 공백인형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거란다.”


“공백인형, 힘내.”


그렇게 공백인형의 로브 안쪽이 크게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곧 제이본의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


“노바!”


“모두 엎드려.”


절벽위로 날아올라 저택으로 돌아온 노바는 선의 청록검을 휘두르며 헬 베스크다코에게 뛰어들었다.


슈와아악!!!


매서운 바람이 훑으며 지나가듯 예리한 검기가 가로로 크게 몸을 펼치며 날아갔다.


“큭···! 요정령!”


전신이 피로 물든 헬 베스크다코는 급히 날아올라 검기를 피했지만 그 반동으로 상처가 벌어지며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피를 후두둑 흘려보였다.


“자웅을 겨뤄보자고 하지 않았나요?”


“진짜 찢어 죽여줘?”


공중에서 다시 대치한 둘은 서로를 향해 무기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는 와중에도 세라는 서둘러 깨져버린 창가로 달려 나갔다.


우롱이와 클로버, 쿠키도 그 뒤를 이었고, 절벽 아래로 펼쳐진 광경에 겨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표정은 쉽사리 펴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상당한 존재감을 내뿜는 마족과 대치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하늘을 날고 있는 거 칼 맞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착각이 아니에요.”


“일단 칼님께서 바다에 빠져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바다에 빠진다면 자유롭지 못한 칼이 속수무책으로 적에게 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거야.”


“일단 칼의 강함을 믿어보도록 해요.”


“세라님의 말씀대로 여기선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우선 제이본님을 서둘러 구출하도록 하죠.”


저들이 공중에서 전투를 벌인다면 셋은 당장 손 쓸 방도가 없었다.


“노바랑 칼은 강한 만큼 믿을 수 있지만 그 멍청이는 강한 척만 하는 녀석이니까 분명 무리하고 있을 거야, 우리들이 구해주러 가자.”


우롱이는 급히 거대한 문 쪽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클로버가 이동술을 쓸 것이라고 급히 불러들여 겨우 멈춰 세운 뒤, 일행은 서둘러 제이본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


일정한 박자로 파도가 절벽에 부딪혔다.

절벽의 아래, 공중에 뜬 채로 서로를 바라보며 경계를 하고 있을 때.

눈앞의 마족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는 확실히 손을 봐주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드는군.”


“······.”


“녀석이 네 몸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서 수긍했다.”


‘누굴 말하는 거지?’


짐작 가는 인물이 마땅히 추려지지 않았다.

내게 동료제안을 건넸던 백하단 뿐만 아니라 이세계인을 원하는 조직은 널렸다고 했으니 말이다.


“기시단과 비슷한 기운을 지닌 너라면 상대하는 것에 있어 부족함이 없겠지.”


눈앞의 마족은 들고 있던 칠흑의 검을 밑으로 던지며 검은 기운을 전신에 피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전에, 분명 기시단이라는 말을 똑똑히 들렸기 때문에 경계심은 절로 최대치를 찍었다.

온 몸이 긴장으로 물들기 시작하며 상대의 움직임에 신경은 예민해져갔다.


콰앙!!!


쏴아아아아!!


예의주시하고 있던 나는 거대한 물줄기와 함께 귀청이 떨어져나갈 정도의 큰 소리에 일순간 몸이 살짝 경직되었다.


대략 20M이상은 솟아오른 거대한 물기둥은 이내 비처럼 쏟아져 내리며 나와 마족의 전신을 젖혀가기 시작했다.


녀석이 밑으로 던진 칠흑의 검에 의해서 만들어진 현상이었다.

그 가공할만한 위력에 치가 떨려왔다.


‘저런 걸 용케도 막았네.’


반사적으로 양 팔을 들어 공격을 막아낸 기억이 떠오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내가 지닌 능력의 힘이다.”


방금 말도 안 되는 위력을 보인 것은 능력 때문이었나.

참으로 간담이 서늘해지는구먼.


‘후우, 진정하자! 진정하자!’


속으로 숨을 깊게 내쉰 나는 주변을 나풀거리며 배회하는 천에 생각을 주입시켜보았다.

그러자 내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움직이는 것은 물론 공중에서의 이동도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역시 이 천이 날 공중에 띄워주고 있다는 건 확실하네, 그렇다면 잠시 힘 좀 빌리자.’


내 생각에 대답을 해주는 것인지 짧게 나풀거렸다.


‘좋아, 잘 부탁한다.’


“요선인가, 노바 이외에 그 신기를 다룰 줄 아는 녀석이라.”


쿠웅!!


등 뒤로 엄청난 충격이 터져 나왔다.


“크윽···!”


등으로부터 전해진 충격에 의해서 가슴팍이 터질 것처럼 크게 울리며 내 몸이 마족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마족은 기다렸다는 듯 주먹을 밑으로 휘둘러 내 얼굴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쿠직!! 쿠드득···!!


직격당한 순간 공중에서 내 머리가 터져나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뇌수와 함께 시야가 봉인된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고 뜨끈한 액체들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내 몸은 빠르게 바다를 향해 하강했다.


‘한 명이 아닌가?’


떨어지는 감각을 받는 와중, 등 뒤에서 공격을 가한 자에 대한 추측을 가졌다.

그때였다.


“!@#$%^&*”


콰드득!!


바다에 떨어져야할 내 육체는 또 다시 강렬한 충격에 의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일격이 마치 육신을 분쇄시킬 만큼의 강렬한 위세가 담겨있었다.


이번에는 가슴 쪽이 터진 것 같았다.

뻥 뚫린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허전했으며 위로 솟아오르는 동안 통과되는 밤공기가 제대로 전해졌다.


턱!


두근!


“!@#$%^&*”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안 들려···’


머리가 터져나갈 정도의 위력이다.

청각자체가 완전히 손실되어버렸기에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그저 울림을 통해 전해져오는 감각을 통해서 무언가 말을 건네고 있다는 것만 느낄 뿐이다.


공중에 들린 것으로 보아서 녀석이 내 몸을 들고 있는 모양이었는데, 심장 쪽에 상당히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매우 불쾌하고 몸을 가누는 것에 있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내 심장을 움켜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도 터졌던 머리는 서서히 복구되는가 싶더니 이내 재빠른 속도로 재생되어 눈과 코, 귀를 만들어 지금 벌어진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먼저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되살아난 감각에 의해 전신이 피로인해 끈적끈적하게 젖어있어 불쾌감이 번져나갔고 고개를 밑으로 향하니 부서진 갈비뼈가 눈에 들어왔다.


너덜해진 로브와 엉겨 붙은 살점들, 써늘한 공기가 가슴을 투과하면서도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는데 그 안을 헤집고 있는 녀석의 팔이 보였다.


심장을 쥔 채로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정도로는 아직 죽지 않는가.”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그것은 드래곤의 비늘처럼 단단한 내 육신마저도 손쉽게 파괴시킬 정도의 힘을 지녔다.


그리고 녀석은 능력을 유지한 채로 내 심장을 힘차게 움켜쥐기 시작했고 압력을 버티지 못한 토마토가 무참히 터지듯, 심장은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기능을 상실했다.


“······.”


머리가 터진 것과는 반대로 두 눈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계와 귀로 들려오는 세계의 소리는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지된 것처럼 일순 잿빛으로 물들어갔다.

내 몸의 감각도 멈춘 것 같은 느낌에 공포감이 조금씩 피어오를 찰나, 다시 생기를 머금은 세계가 날 반겨왔다.


“머리와 심장을 파괴시켜도 살아남는 건가.”


“끄어어···이 자식이 다짜고짜.”


입안으로 피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뚫린 가슴은 녀석의 팔이 들어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재생되어버렸다.


“마왕 다음으로 흥미로운 녀석이군, 여러 가지 실험해보고 싶어졌다.”


“실험이라고 했냐? 할 수 있으면 해봐.”


나는 검은 뿔의 팔을 비틀어 꺾어버렸던 것처럼, 마족의 팔 또한 비틀어 분쇄시킬 작정으로 부여잡았다.


하지만, 그것은 실현되지 못했다.


빠악!!! 뿌드득!!!


녀석은 하나가 아니었다.

제로카로지스라고 하는 마족과 똑같이 생긴 녀석이 그림자처럼 일순 나타나더니 내 얼굴을 향해 힘차게 걷어찼고 두개골이 박살나는 것과 동시에 목이 뒤로 기이하게 꺾여버렸다.


목뼈가 으스러지는 것과 동시에 충격에 버티지 못한 피부는 찢겨져버려 피를 뿜어대기 시작했고 너덜해진 목은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을 뿐 간신히 덜렁거린 채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자가 복제, 내 첫 번째 능력이다.”


신경과 살점들이 다시 붙기 시작하며 목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기 시작했고, 녀석의 옆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서있는 녀석을 바라보는 내 심정은 그저 어이가 없어 실 웃음이 터져 나올 뿐이었다.


“···아니, 이건 반칙이잖아.”


타들어가는 내 마음처럼 론 우저의 밤은 더더욱 깊어져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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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15. 원인을 알 수 없는 19.04.08 9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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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15. 금화 한 닢 19.04.04 92 1 11쪽
73 15. 조우 19.04.03 88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0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6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2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1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0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49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29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1 1 11쪽
»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51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5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47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4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7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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