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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739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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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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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DUMMY

콰앙!!


후두둑!!


본체의 공격을 피했어도 실체화된 분신의 공격에 의해 날아간 내 몸은 절벽에 큰 홈을 만들어내며 전신에 충격이 퍼져나갔다.


머리가 터지고, 목이 꺾이고, 심장이 쥐어짜지는 순간에도 좀처럼 전투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죽지 않으니 살아남아라.]


잠재의식의 밑바닥으로부터 희미한 말소리가 들려온 것 같더니 시야가 빨갛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죽음으로부터 살아남아라,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걸 잘 못 말한 거 아니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마계의 실력자에 의해서 사지가 뜯기고 있는 와중에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빠드드득!!! 빠악!!


제로는 저항 없이 당하고만 있는 내 머리를 부여잡았다.


주먹을 크게 휘둘러 턱을 날려버렸고 혓바닥이 축 쳐진 와중에 녀석의 복제가 다시 나타나 내 왼쪽 뺨을 향해 정강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른 뺨으로는 본체의 오른 손등이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고 있다.


푸와악!!


손등과 정강이는 자석처럼 딱 달라붙었고 내 머리는 뇌수를 터트리며 또 다시 세계의 정전을 맞이해야만 했다.


뇌가 터져도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재생되기 전까지는 그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흐르는 착각에 빠져드는데, 그동안에는 잠재의식을 한층 더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인간들 중 가장 강한 자는 마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100위권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낮게 쳐준 것 같다.

50위권까지도 손쉽게 들지 않을까?


그렇다면 10위권은 어떨까, 한 종족의 최강으로 불릴 정도의 강자라면 어느 세계를 가든 특별한 영향력을 행세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각 종족이 가진 특성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기본적인 스펙은 마족이 훨씬 뛰어나니 마계의 1인자와 인간최강자와의 대결은 굳이 비교해보지 않아도 결과를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한 가지 의문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모든 종족을 통틀어서 생각해봐도 열세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인간은 어떻게 중간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세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서 잠재의식 속의 누군가가 대답해주었다.


빛 한줌 들지 않는 심연 속에서 누군가가.


[인간은 신기한 종족이지. 각 종족이 지닌 모든 장점과 단점을 어설프게 가지고 있으니 말이야.]


심연의 대답에 조금 실망했다.

마치 내 스스로 해답을 찾아보라는 뉘앙스가 풍겨왔기 때문에.


그런데 저 말이 사실이라면 인간은 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일까?


투두두둑!!


제로의 분신이 내 복부에 무릎을 꽂아 넣는 것과 동시에 재생된 한 쪽 팔을 뜯어내었고 그런 와중에도 나는 여전히 전투에 집중을 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머리는 아직 재생되지도 않았지만.


죽지 않으니 죽음의 경계만 들락날락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생각해보면 머리가 터진 것은 오늘이 처음인가?

첫 날임에도 불구하고 주구장창 터지는 걸보니 오늘이 날인가보다.


평범한 인간이었으면 벌써 몇 번째의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걸까.


광기의 바다에 빨려 들어간 뒤로 심해에는 심연과 같은 구덩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몸은 심해와 심연이 맞닿는 경계의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는 상태였고, 아무래도 이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현실의 나는 계속 맞고만 있을 테고.


그러든지 말든지, 잠재의식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지금의 나는 여전히 잡생각으로 시간을 축 내고만 있었다.


마계로 넘어간 인간 용사는 녀석들의 본거지임에도 불구하고 마왕을 물리치는데 성공하고 세상으로부터 평화를 가져다준다.


이야기 속의 용사는 항상 승리자로 묘사되며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를 짓는다.

그 이후 어떻게 행복한 일생을 보냈는지에 대해선 자세한 이야기는 써져있지 않다.


나는 마왕을 무찌른 용사의 일생이 궁금했다.

평화의 시대를 몰고 온 용사, 인간으로서 얼마나 큰일을 해낸 것인가?


나는 저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누군가의 대답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궁금하지?]


계속되는 공격에 의해 내 정신은 점점 변질되어가기 시작했고, 광기의 바다 속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


“이 신은?”


“태초의 인간이라고 하더군.”


“어떤 신이야?”


화면에 안개가 서린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흐려보였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누구지···?’


잠재된 의식 속의 나는 몽롱한 기분에 한껏 취해있었고 잠을 자고 있는 것만큼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신은 아니라는 모양인데, 나도 잘 몰라.”


“···신이 아니라면 이 신은 뭔데?”


“태초의 인간이라고 말했잖아.”


빡!


아무래도 장난으로 생각한 모양인지, 여성은 남성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은 모양이다.


“···아리아, 너는 손부터 나가는 버릇 좀 고쳐야겠다. 태초의 인간이 보고 배우면 어떻게 하려고?”


“창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을 데리고 장난치는 너는?”


여성의 말에 남성은 억울한 어조로 빠르게 말을 내뱉었는데 그 감정이 그대로 내게 전해져오는 바람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농담이 아니라니까, 너도 아버지의 부름으로 여기 온 거잖아.”


“그렇긴 한데, 신이 아닌 존재라니 이상하잖아.”


그 말을 끝으로 화면이 전환되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흘러가는 바람에 대화의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멈추더니 여러 존재들을 비춰주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안개가 낀 것 마냥 얼굴과 제대로 된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고 대화를 나누는 소리만 들려왔다.


“유하의 탄생으로 우리들의 존재는 전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들처럼 권능에 의해 창조된 유하는 비슷한 전능을 지니고 있으니 아버지께서 바라신 것과는 거리가 멀어.”


“그러니 우리들이 모인 거잖아.”


저들의 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단 하나의 단어만큼은 내 심금을 울려대었다.


유하.


한 존재를 두고 넓게 둘러싼 이들은 이내 작은 손길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무이전왕의 권능으로 제한된 생과 망각을.”


“아리아의 권능으로 인과율에 의한 공간의 제약을”


“미리나델의 권능으로 행복과 희망의 축복, 이타심을”


“사수의 권능으로 불행과 절망의 저주, 이기심을.”

.

.

.

“창조의 권능으로······”


수많은 존재의 손길을 받으며 웅크리고 있던 한 존재는 서서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볼 수는 없었지만 마음으로 느껴져 왔다.


그 속에는 자신뿐이라는 외로움과 고독이 스며들어있었다.


“유하여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뇌하며 세상에 변화를 촉진시킬 힘을 가진 아이여.”


웅크린 아이가 입술을 깨물었고,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흘린 눈물 위로 떨어진 살점은 이내 자신과 비슷한 인간의 형체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좀 더 여리고, 좀 더 작고, 좀 더 약한 존재로, 이곳에 있는 권능을 지닌 자들에 비하면 매우 불완전한 존재가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우는 아기를 어떤 한 존재가 조심스레 두 손으로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 입을 열려는 그때였다.


“이 이상은 좋지 않다는 저의 판단에 의해 개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진가? 다음에 또 보자.]


“······.”


안개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여러 존재들의 환영 또한 사라지기 시작했고, 두 눈을 뜨자 심연 속에 가라앉고 있던 나를 순백의 가면을 낀 자가 끌어올리고 있었다.


“당신은······.”


한심하게도 몽롱한 의식 속에서 기껏 내뱉은 말은 그것뿐이었다.

순백의 가면을 낀 자는 부드러운 손길로 내 눈을 다시 감겨주기 시작하더니 이제 안심하라며 다정하게 속삭여주었다.


마치 어머니의 품에서 잠든 아기와 같이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던 안식을 느끼며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


“녀석의 동료인가, 엄청난 기운이군,”


사지가 뜯긴 채 농락당한 내 몸을 부축하며 순백의 가면은 마족을 바라본 뒤 무미건조하게 입을 열었다.


“기시단은 무슨 생각입니까.”


“녀석을 알고 있나.”


“당신들이 진정한 적으로 간주해야할 존재들입니다. 어떤 꾐에 넘어갔는지는 모르나 이 이상 적의를 표출한다면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 아무래도 저 녀석에겐 한 가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었나보군.”


순백의 가면은 손에 쥔 신견주람의 힘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일순 세계가 잿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멈추었다.

움직이는 모든 생물은 물론, 부서진 절벽의 틈 사이로 떨어지던 무수한 파편들도, 일정하게 부딪혀오던 파도도, 도시를 환하게 비추던 발광석의 빛까지.


정지된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자들은 순백의 가면을 낀 파로에와 마족인 제로카로지스 뿐이었다.


“엄청난 기운을 뿜어대던 이유는 그 신기 때문이었나.”


신견주람의 기운을 포착한 제로카로지스는 잿빛 세계를 바라보며 감탄을 살짝 흘렸다.


“이곳은 조율의 공간. 이곳에서 움직이는 자들은 멈춘 것들에 한해서 어떠한 공격으로도 상처와 파괴를 일삼을 수 없습니다.”


“그 말은 날 상대할 수 있는 힘을, 네 녀석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말이 되는가.”


파로에는 검 끝을 제로카로지스에게 겨누며 당당히 말했다.


“물러날 생각이 없다면 베어버릴 뿐입니다.”


반투명한 하얀 새들이 일제히 날아들었다.

작은 몸집으로 상당한 속도를 내는 새들에 의해서 제로는 급히 복제를 생성한 뒤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타격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모조리 자신의 몸체를 통과하거나, 치명상을 입힐 주먹과 발을 빠져나갈 뿐이었다.


이후 10마리의 작은 새들은 제로의 몸을 빠져나가고 순회한 뒤 잠시 주위를 맴돌다가 다시 몸을 통과하는 행동을 반복해 보였다.


제로는 적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행동을 멈추었는데, 그런 와중에도 새들은 똑같은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파로에는 검을 낮게 늘어뜨리며 자세를 잡았다.


“공격을 하는 게 아니라 피했었어야 했습니다.”


“무슨 뜻이지?”


작은 새들이 수차례 제로의 몸을 통과하는 와중에도 이런 행동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 물어보자, 파로에는 대답 대신 살짝 검을 휘둘렀다.


스앙!


높게 울린 쇳소리에 10줄기의 하얀 검기들이 선을 그리며 빛처럼 쏘아져 나갔고 이내 제로의 몸을 꿰뚫는가 싶더니 여러 방향에서 꺾이며 다시 꿰뚫기를 반복했다.


푸슉! 푸슉! 푸슉!


육체를 꿰뚫는 소리가 불규칙하게 계속해서 울리는 와중에도 새들은 쉴 틈 없이 날개를 퍼덕여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살기위해 도망치는 몸부림으로 보였는데, 이내 하얀 빛줄기의 검기에 의해 작은 몸이 꿰뚫렸다.


팍하며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하얀 깃털을 뿌리며 10마리의 새들이 사라졌고, 제로의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다.


“지빠귀 사냥, 궤적 베기.”


파로에의 공격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얀 빛줄기의 검기에 의해 난도질을 당한 제로의 몸에서 상당히 짙은 마기가 피어올랐고, 대미지를 견디지 못한 육신은 곧 터져버렸다.


단 한 번의 검을 휘두른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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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5. 조우 19.04.03 88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0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6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2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2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0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49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0 1 12쪽
»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2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51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5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48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4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7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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