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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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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43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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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DUMMY

“인간들이 있는 세상으로 나온 게 몇 년 만이지?”


무언가가 상당히 빠른 속력으로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고 있었다.

탁한 은발의 머리카락과 한 쪽 눈에는 푸른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고 허리춤으로는 두 쌍의 나풀거리는 반투명한 천이 길게 꼬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시간이 벌써 그렇게나?”


손가락을 하나씩 접던 와중 놀란 마음에 동조하는 것처럼 한 쪽 눈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기운이 대지에서도 확실하게 눈에 띌 만큼 크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인간세상도 많이 달라졌겠지? 아니, 무슨 나약한 생각을 하는 거야! 힘내자, 나도 더 이상 숨어만 있진 않을 거야.”


[···뭘 그렇게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는 겁니까?]


“펙엄?! 뭐야, 수신 중이었으면 헛기침이라도 해서 티 좀 내줘~ 내가 한 말 지금까지 다 들었지?! 창피하잖아!”


[반응을 보아하니 여전히 긴장한 모양이군요.]


보이지도 않는 상대와 대화를 하면서도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고 있는 존재는 횡설수설하며 마음을 쉽게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고 그 반동으로 상당히 정신 사나운 비행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노바의 요선이라면 지금쯤 카말린의 국토에 들어섰겠죠. 클로버는 찾았습니까?]


“아니,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다른 요정들조차 보이지 않아.”


[···진정해주십시오, 목소리에서 떨림이 그대로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것이라도 들킨 것처럼 노바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하더니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하. 하지만 인간 세상은 오랜만이란 걸 펙엄은 알잖아. 거기에 요정이 아닌 다른 종족 분들과 접촉을 해야 하는데 트라우마가 박혀있으니 긴장되는 건 당연한걸.”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분은 비록 남성이긴 하지만 겉모습은 락타베이나님과 유사하니까요. 게다가 또 다른 한 분은 인간이시긴 하지만 여성분이라고 누누이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긴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또 다시 강력하게 강조해오는 펙엄의 말에 조금 지나치게 걱정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한 노바였다.


“알았어, 그때와 달리 나도 많이 성장했으니까 힘낼게 펙엄.”


[사라지고 있는 요정들의 조사는 맡겨주십시오. 당신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적의 위협으로부터 그분들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응, 만나면 바로 연락할게.”


펙엄과 연락을 끊은 노바는 요선에 자신의 기운을 주입시키기 시작했다.

그에 반응하여 요선이 나비의 날개와 같이 허리춤에서부터 분홍빛을 발광하며 펼쳐졌고, 모았던 기운을 한 번에 발산해 보이자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고속 비행을 선보였다.


“강해보이는 요정 발견~”


“···?!!”


한 쪽 눈에 푸른 기운을 두르고 있을 때에는 요정만이 아닌 다른 기운도 감지하는 게 가능하다.

일부러 무시하고 넘기려 해도 자동으로 추적하여 감지해내기 때문에 또 다른 존재가 접근을 시도했을 시에는 모를 수가 없었다.


“너는 다른 일반적인 요정들과는 달라 보이네~”


급히 고개를 돌려 확인하자 속이 비칠 정도의 얇은 옷차림과 등에는 전신을 덮을 수 있을 만큼 상당한 크기의 검은 깃털 날개가 달려 있었다.


매혹적인 미소와 함께 서큐버스에 준하는 요염함으로 끼를 부리는 것처럼 손에 들린 쇠사슬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촤라라라락!!!!


갑작스런 적의 공격에도 당황한 기색은 내비치지 않았다.

급히 선회하는 것으로 쇠사슬을 피했고 노바는 손등에 박힌 수정으로부터 자신의 무기를 꺼내 반격의 일격을 휘둘렀다.


하지만 상대 또한 노바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스피드를 가지고 있었다.

노바의 허를 찌르는 반격에도 여유롭게 피해보이더니 가지런한 손가락으로 입술을 매만지며 웃음을 흘려보냈다.


“···당신 마족이군요.”


치명상을 노리고 휘둘렸지만 상대의 날개 끝자락에도 닿지 못했다.

특화 요정 중에서도 요정령인 자신의 공격을 공중에서 여유롭게 피할 정도의 실력자라면 마계에서도 고위급 마족임이 틀림없었다.


“이곳에는 무슨 일이야?”


“저도 당신 같은 고위급 마족이 중간계에는 무슨 용무로 왔는지 궁금하군요.”


검은 깃털의 날개를 가진 마족은 손목을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쇠사슬을 회수해 보였다.

노바의 눈에 감지되는 것으로 봐서는 저 쇠사슬은 특별한 능력을 품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고, 상당히 짙은 마기가 피어올라오고 있었다.


반대로 다른 손에 들린 검은 어디서나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검이었는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포하고 있는 쇠사슬과는 달리 몇 번이나 확인해 봐도 특별한 점은 찾아낼 수가 없었다.


“···대충 예상이 가긴 하지만~ 인사부터 할까? 내 이름은 헬 베스크다코, 당신은?”


헬 베스크다코란 이름의 마족이 검 끝으로 노바를 가리키며 물어왔고 노바는 손등의 수정으로부터 꺼낸 청록검을 치켜세우며 입을 열었다.


“···노바입니다.”


“노바라면 훗, 어쩐지 강해 보인다 했더니 당신이 그 유명한 요정령 이었구나?”


“저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 것 같네요.”


“그럼~ 마계는 자리다툼이 일상다반사라 마왕을 제외하면 현 위치를 유지하는 게 어렵단 말이야.”


마족들이 강함을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신 아리아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에 요정인 노바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다만, 요정령이 된 이후로 요정계에만 틀어박혀 있던 자신을 여전히 알고 있는 마족이 있다는 것에서 적잖이 놀랬다.


“그에 비해서 당신 같은 요정령은 한 번 인정받게 되면 영원히 추앙받게 되잖아~ 대장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궁금해지더라고.”


“대장···?”


노바는 눈앞의 마족이 한 말을 조용히 곱씹어보며 중요한 것을 놓친 것처럼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긴 시간 속에 파묻혔던 기억의 조각들이 맞혀질 듯 말 듯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매일같이 치고 올라오는 마족들을 상대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해, 하지만 요정령인 당신은 세계수와 다른 요정들이 인정한 힘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그 자리를 유지해왔잖아?”


“대장이라고 한다면 설마······.”


“매일같이 증명해나가야 하는 힘과 달리, 모두가 인정한 절대적인 강함이라는 것을 한 번 체험해보고 싶었어.”


“당신이 말한 대장이 제로카로지스인가요?!”


“···내게서 살아남으면 알게 되지 않을까? 여타 다른 요정들처럼 실험체가 되지 않는다면 말이야.”


“···!!”


헬 베스크다코는 요정령이란 존재의 강함을 오래 전부터 궁금해왔다.

네이리나의 실험에 자진해서 힘을 빌러줬던 이유도 오늘 같은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고대하던 요정령과의 만남이다.


진심을 다해 마주해주지 않는다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만다.


요정령을 향해서 매혹적인 미소를 흘렸다.

그간 자신에 의해서 공포에 젖어든 요정들의 얼굴을 생생히 떠올리며 뜨거운 숨을 향신료삼아 요정령을 향해 똑똑히 들려주기 시작했고 노바의 표정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후후훗···요정령인 당신은 어떤 표정으로 날 자극시켜줄려나?”


“펙엄.”


적을 마주한 순간부터 펙엄과 다시 연결했고, 방금까지 들은 사건의 전말을 그대로 전했다.


[···중간계에서의 출력은 30%로 제한해주십시오, 그 이상의 힘은···]


“알았어, 그 이상은 녀석들에게 노출된다는 거잖아.”


“누구와 대화 하고 있는 거야? 요정령인 당신과 대화할 정도니 궁금해지잖아.”


노바는 상대를 진지하게 마주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게서 살아남으면 알려드리죠, 그러니 전력으로 부딪혀 오세요.”


“그것 참 당신에겐 감사해야겠네!”


촤르르르륵!!!!


뱀의 움직임과 같이 쇠사슬이 펼쳐지며 날아왔다.

하지만 스피드에는 자신 있는 노바에게 있어 그 공격은 위협조차 느껴지지 않는 수준의, 어린아이의 장난과 같은 수준이었다.


노바의 허리춤에 있던 요선이 물결치듯 살짝 펼쳐지더니 곧바로 모습이 사라졌고 쇠사슬은 노바가 있던 자리의 허공을 가로지르는 순간 우뚝 멈춰 섰다.


한 순간에 벌어진 터라 쇠사슬은 노바의 위치를 잡아낼 수 없었다.


사라진 먹잇감을 찾기 위해 뱀의 몸통마냥 쭉 뻗은 쇠사슬로부터 짙은 마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지만 그런 짓은 헛수고에 지나지 않았다.


클로버의 이동술처럼, 노바는 사라진 순간 헬 베스크다코의 뒤를 잡았기 때문이었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청록검을 휘둘렀다.


요선과 같이 노바가 사용하는 무기의 검신은 옅은 청록색과 함께 반투명했으며 크리스탈을 깎아 만든 것처럼 매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무기가 아닌 예술품처럼 느껴졌지만 이 검은 세계수가 잠긴 마나 호수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양분을 빨아들여 힘을 축적한다.


세계수로부터 유일하게 사용하는 것을 허락받은 요정령 노바만이 다룰 수 있는 신기.


선의 청록검이 지금 이 순간 빛을 발하며 존재감을 과시해보였다.


---


“하하하, 저 녀석들 완전 미쳤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잖아. 대기 명령만 아니었어도 네 번 터치 위력으로 골로 보내는 건데.”


“······.”


“무, 무슨 짓이에요, 파로에!”


멀리서 노바와 헬 베스크다코의 전투를 지켜보던 엘린 마이즈는 자신의 옆얼굴로 서슬 퍼런 검이 불쑥 튀어나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놀란 것 치곤 여전히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너라면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아서.”


“말했잖아요! 대기 명령만 아니었으면, 이라고.”


자리에서 일어난 마이즈가 엉덩이를 털며 중얼거렸는데, 이상한 점은 그들은 노바와 헬 베스크다코처럼 공중에 떠있었다는 점이었다.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고 대지 위에서 행동하는 것과 같이 넘어지고 일어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투명한 발판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둘 다 장난은 그만하고 엘린, 주변은 제대로 봉인 됐는지 만 보고해.”


뒤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에 순백의 흰 제복에 붉은 실이 새겨진, 고급스런 의복을 차려입은 여성은 검을 집어넣었다.


마이즈는 의자위에 양 발을 올려두고 앉아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림자가 드리운 것처럼 얼굴과 몸 전체가 어둠에 깔려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눈으로 보이는 곳만 밝게 안광이 떠올라있었다.


“베이베아, 저의 일처리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파로에.”


스르릉!


“같은 조직원끼리 농담도 못 나눕니까?!”


여인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검을 뽑아드는 파로에의 손을 저지하며 마이즈는 진땀을 흘렸다.

여전히 웃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전투가 노출될 위기는 넘겼어도 상황이 대충 정리될 때까지는 지켜보고 있어. 그리고 파로에, 엘린이 저 쪽 일에 개입하려는 모습 보이면 베어버리고······베이베아라고 중얼거리면 잘게 썰어버려.”


“알겠습니다.”


“잘게 썰어버리라는 건 좀 심하지 않은가요? 하하하.”


의자에 앉아 있던 여인은 엘린에게 구슬 하나를 던지며 말을 이었다.


“주변에 봉인 쳐둔 구슬도 확실하게 회수해오고, 돌아올 땐 그걸로 바로 복귀해.”


“맡겨만 주십시오.”


“···대답은 참 잘해요, 파로에 그럼 부탁해.”


그 말을 끝으로 여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마이즈는 완전히 떠났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도하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베이···트리스 베아타릭스도 너무 하네요, 제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고 계시면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시지도 않고,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파로에.”


“···헛소리 그만하고 상황이나 지켜봐.”


“하하하, 네···그렇게 하죠.”


파로에가 검을 뽑아들 태세를 보이자 마이즈의 이마에선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고 급히 입을 닫고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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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15. 금화 한 닢 19.04.04 93 1 11쪽
73 15. 조우 19.04.03 88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0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6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2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2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0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49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0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2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51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5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48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4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7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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