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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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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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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글자수 :
7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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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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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DUMMY

무린,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대초원을 포함한다면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몬스터들의 낙원이라 불리는 곳이긴 하지만 그것은 일부의 선택받은 녀석들에 한해서이다.


치열한 생존경쟁, 구역마다 극명하게 나뉘는 기후와 일반 던전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고대 던전들.

개척을 위해 파견되어진 모험가들의 수는 헤아릴 수도 없으며, 정복하기 위해 쏟아 부은 시간은 어림잡아 인류의 역사와도 함께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영향을 알 수 없는 특이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 것인지.

몬스터들은 더욱 강력하게 변이되어가고, 그 힘에 이끌린 녀석들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무린은 몬스터들의 광란과 절명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인간을 포함한 타 종족들은 무린의 탐사를 잠재적으로 중단하게 되었고, 최근 루셈도에서 공식적으로 무린을 인류가 발을 들여선 안 되는 금기의 땅으로 지정하였다.

그 전까지는 개인 또는 일부 인원을 꾸려 도전하는 파티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무린의 끝자락, 숲이 우거진 경계의 너머에서 태양이 하늘에 자리 잡은 것처럼 고고하게 내다보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한 손에는 깃발을 매단 장창과 다른 한 손에는 빛을 머금은 단창을 쥐고 있었다.


성황 루셈도 제 76대 여왕 천체 사로스.

유하여제의 계보를 이은자로서 만 백성의 추앙과 함께 태양의 유지를 이어온 인물이다.

순수 혈통인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는 있지만 높은 확률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받던 멜의 직계후손으로 추정하고 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남성은 영웅으로, 여성은 여왕으로 떠받쳐지기 때문이다.


유하여제란 불멸의 상징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쭉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여왕이 어째서 무린의 숲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뒤로 상당한 군세와 더불어 군막사와 작업장이 활발하게 지어지고 있는 중이다.


탁한 은발의 긴 생머리에, 피를 적셔놓은 듯 새빨간 눈동자.

아름다운 이목구비는 지나가는 이들로 하여금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들었으며 탄탄하게 단련된 육체미는 열기를 내뿜는 태양의 아래에서 더욱 빛을 내보인다.


움직임을 중시하기 위해서인지 은의 갑주는 숄더와 허벅지 부분만 감싸져 있었고 아주 얇은 비늘 갑주를 따로 착용하고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어있었기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찰랑거리며 울렸고 여신 아리아의 표식이 새겨진 휘장을 어깨에 둘러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


“왜 그래?”


한 편, 무린에 들어선 자들은 루셈도의 여왕만이 아니었으니, 이미 깊은 곳까지 숨어들어온 두 명의 그림자는 수풀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경계를 서고 있는 리자드맨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리자드맨들의 뒤로는 작은 구덩이밖에 보이지 않았으며, 주위는 수풀과 나무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연출이 아닐 수 없었다.


“구슬에서 반응이 흘러나오는걸 보니 또 다른 세력이 접근을 시도하는 것 같아.”


“어떤 반응인데?”


리자드맨에게 향했던 눈을 거두고 뒤를 돌아본 여성의 이름은 베이트리스.

그리고 3개의 구슬 중 하얗게 빛을 내는 구슬을 들여다보고 있는 남성의 이름은 베아타릭스.


백하단의 베이트리스 베아타릭스의 명령으로 카지락스타의 흔적을 찾기 위해 파견된 그림자이다.


베이트리스, 줄여서 베이라고 불리는 여성은 손에 쥔 단도를 손바닥위에서 가지고 놀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물어보았다.


베아타릭스, 줄여서 베아라고 불리는 남성은 베이의 물음에 진지하게 대답을 해준다.


“신중한 걸보니 요정이나 락타베이나 같은 드래곤은 아닌 모양, 하지만 상당한 규모인데다 몇몇 존재들이 뿜어내는 기운이 심상치 않아.”


새하얀 제복과 입과 코를 가린 마스크에는 붉은 실이 새겨져 있었다.

눈에 띄는 차림이었기에 둘은 검은 로브로 감추고 있었는데, 베이의 흥미로운 표정은 감춰지지 않았다.


눈웃음을 짓더니, 자신의 손에 들린 단도를 위험하게 가지고 놀며 베아에게 조르기 시작했다.


“베아, 우리 그쪽으로 한 번 놀러 가볼까?”


“임무는.”


“임무가 문제야? 강한 녀석들이면 견제하러 가야지.”


“베이트리스 베아타릭스한테 혼나, 지금도 우릴 보고 있을 거고.”


베아의 단호한 말에도 베이는 굴하지 않았다.

말로는 통하지 않자 다른 작전을 펼쳐보였다.

뜬금없이 팔짱을 껴오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매달리기 시작했고 베아는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만 했다.


매달리려는 자와 떨어뜨리려는 자의 밀고 당김에 의해 수풀이 크게 흔들렸고 그로인해 소음이 발생한 탓에 리자드맨들의 경계를 사버리고 말았다.


“베이 때문이야.”


“아니, 베아가 내 말만 들어줬어도 들키지 않았어.”


둘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도 재빨리 순백의 가면을 착용해보였다.

경계를 서고 있던 리자드맨의 수는 총 5마리였으며 그중에서 수풀 쪽으로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오는 리자드맨은 총 3마리.


나머지 2마리는 각자의 무기를 든 채 자리를 지켜보였다.


“혼자 가려고?”


“고작 리자드맨 5마리잖아, 둘이서 나누기엔 수가 어중간하니 내가 처리할게.”


베이가 단도를 움켜쥔 뒤에 수풀을 뛰쳐나갔다.

갑자기 뛰쳐나온 존재에 의해 리자드맨들은 급히 무기를 휘둘렀고 베이는 현란한 움직임으로 미끄러지듯 피한 뒤에 가장 선두에 있는 리자드맨에게 급소를 제외한 전신에 9개의 창상을 입혔다.


9번의 전신공격을 단 한 번 휘두른 것처럼, 빠르면서도 정확한 손놀림이었다.


“흐응, 생각해보니 무린의 몬스터들은 악행을 저지를 기회가 없었겠네. 그래서 효과가 미미한 거고.”


허리에 손을 얹은 상태로 단도의 날 끝을 아슬아슬하게 검지와 엄지로 잡아 돌리며 베이가 흥미롭게 상처 입은 리자드맨을 바라보았다.


베이에게 베인 리자드맨은 상당히 놀란 모양인지 적을 눈앞에 두고도 자신의 몸을 확인하기 바빴다.

옆에 있던 동료 리자드맨들도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여 더 이상 달려들지 않고 상처 입은 리자드맨을 곁눈질로 살펴보고 있었다.


분명 깊게 베여있어야 할 상처들이 애벌레들이 갉아먹은 잎사귀마냥 아주 옅게 베여있을 뿐이었다.


기세에 비해 들어온 대미지는 적었으며, 죽음을 직감한 것과는 달리 뚜렷하게 살아있었다.


“악행을 저지르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한 몬스터 그 자체라는 거지?”


베이가 다시 3마리의 리자드맨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상체를 깊이 숙이며 거리를 좁힌 순간 단도를 휘둘렀다.


또 다시 가공할만한 속도로 전신을 표적으로 삼아 베어낸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몬스터들이 공격할 갈피를 잡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방향을 뒤바꾸며 움직인다.


그 속도감은 보는 사람이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움직임이었으며, 눈으로 쫓을 생각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피로해질 지경이었다.


정작 베이 본인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 마냥 여유롭게 웃음을 흘러 보이고 있었다.


베이가 땅을 박차고 여러 방향을 주무를 때마다 듬성듬성 난 잡초들과 먼지, 나뭇잎들이 동시에 튀어 올랐고 리자드맨이 입는 상처는 개미떼가 행렬하듯 전신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파바박!!


단도를 공중에 던진 뒤에야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던 공격이 멈추었다.

죽음의 향기를 잔뜩 머금은 단도를 멋들어지게 낚아챈 베이에겐 힘든 기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크으~어때? 방금은 좀 멋있었지?”


“이래서는 끝내지도 못하잖아.”


베아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살짝 주의를 주었다.

베이는 대상을 훼손시키는 행위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희열을 중요시 여기는 탓에 임무는 항상 뒷전이었고 죽고 죽이는 행위는 단순한 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성향 때문에 베이트릭스 베아타릭스가 고심 끝에 허락한 무기가 바로 이 단도이다.


주륙단도.

한 번 베여진 자는 영원한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이 무기는 죽일 상대를 스스로 정한다.


무기를 휘두르는 자가 아닌, 무기 자체가 대상을 선정한다는 것이다.


그 기준점은 바로 악행이다.


주륙단도는 대상이 저지른 악행의 냄새를 맡는다.

만약 주륙단도에게 죽음을 선정 받게 된다면 베여진 고통의 크기는 천차만별로 나뉘며 그 고통은 잘라내어도 영원히 지속되어진다.


결국은 미쳐서 정신을 놓고 죽거나 목숨을 끊지 않는 이상 주륙단도의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웃긴 것은 주륙단도가 베이를 죽일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품성자체가 워낙 악질적인 탓에 그녀가 단도를 손에 쥐면 짙은 죽음의 향이 오감을 자극시킨다.


생물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당연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품은 공포는 우리들을 무신경하고 방관하게 만든다.


언제어디서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들의 목숨을 취하러 올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우리들은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육체적인 고통으로 죽음을 직관하게 될 정도가 되려면 얼마큼의 고통을 필요로 할까?

주위의 상황과 감정의 형태, 살아생전 쌓아왔던 부와 명성 같은 모든 업적들과 관계들을 포함하지 않은, 순수하게 고통만을 따졌을 때 말이다.


죽기 직전 과거의 회상을 하지 않을 자들이 있을까? 되돌아보며 후회하거나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그런 죽음이 가능하다면 직관할 틈도 없이 순간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겠지.

그럼 그때 느끼는 고통의 크기와 공포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죽는다,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도 우리들은 확실하게 죽음의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아주 짧은 틈의 순간에도 우리는 느끼는 것이다.

단지 금방 스쳐지나가기 때문에 착각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생물은 그것을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대충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들은 그저 진실을 외면한 채 믿지 않으려 할 뿐이다.

그리고 베아는 그 공포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다.


베아는 죽음에 대해서 항상 그렇게 생각해왔다.


‘속전속결로 끝내야겠군.’


공포를 알기에 베아는 최대한 고통과 공포를 선사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베이는 베아와는 정반대였다.

주륙단도는 육체적인 고통을 주는 저주받은 무기이지만, 사용자인 베이에게는 정신적으로도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매일같이 악몽과 같은 공포를 마주하고 있음에도 베이는 즐겁게 웃어 보이는 것이다.


베이는 그러한 공포를 그저 순수하게 즐기고 있었고, 타인은 그런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차이점에서 나오는 희열을 베이는 참을 수 없어한다.


동질감이 아닌 이질감에서.


똑같은 공포를 마주함에도 자신과는 극명하게 갈리는 표정과 비명,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자신의 즐거움과 비교하는 것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본인이 무척이나 잘 알기 때문에 상대에게 어떻게 고통을 주어야할지.

공포는 어떻게 심어주어야 할지, 언제 비아냥거려야 하는지, 어떤 웃음을 흘러주어야 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고문의 귀재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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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15. 영웅이 남긴 쪽지 19.04.09 108 1 11쪽
77 15. 원인을 알 수 없는 19.04.08 93 1 12쪽
76 15. 호수의 비밀 19.04.06 88 1 12쪽
75 15. 포션을 만든다는 것 19.04.05 95 1 12쪽
74 15. 금화 한 닢 19.04.04 93 1 11쪽
73 15. 조우 19.04.03 89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8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1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7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3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3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2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1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3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50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0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2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51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5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48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5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8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3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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