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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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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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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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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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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DUMMY

평소의 당당하고 거친 행동과는 달리 조심스레 문을 연 제이본은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이건 단순히 유령이 벌인 짓이라곤 볼 수 없겠군요.”


제이본의 어깨 위에 올라타 있던 클로버는 방 안에 펼쳐진 광경에 작은 몸을 떨며 우롱이에게 이동했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방 자체는 상당히 넓었다.

무슨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밖을 확인할 수 있는 창이 아예 없었고 특별한 가구들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방에 들어선 세 명은 발을 디디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로 비좁게 느껴졌다.


그저 빈 방에 푸르스름한 불빛이 피어오르는 양초가 곳곳에 놓여있었고 사람의 신체 부위들이 토막 난 채 바닥, 벽면, 천장에 나무로 만든 말뚝에 의해서 빼곡히 박혀있었다.


천장에는 토막 난 신체 부위에 버드나무인 마냥 인간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들이 주렁주렁 묶여있었는데,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방 안을 수색하던 제이본은 인간의 것만이 아닌 동물들의 토막 난 사체 또한 말뚝에 박혀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적어도 80구의 시신들이 토막 난 채 죽어나갔나.”


말라비틀어진 핏자국과 어디서 떨어져 나갔는지 모를 살점들이 방안에 즐비해 있는 상태였다.

무엇보다 각 생물들의 내장을 한 쪽 구석에 전부 모아놓은 탓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기까지 했다.


“나 속이 안 좋아···”


두 눈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었기에 우롱이는 입을 틀어막으며 살짝 비틀거렸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의해서 두통까지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썩어 들어가는 것들부터 시작해서 피가 마르지 않은 것까지, 토막 난 시체들은 최종적으로 이 방안에 전부 방치해 놓는 듯 했다.


“어떤 놈들인지는 몰라도 완전 정신 나간 녀석들의 소행이구만, 이 저택에 숨어들어와 한바탕 벌인 모양인데 우선 리더한테 알리자고.”


우롱이는 구역질을 참기 위해서 입을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에 대답하진 못했지만 어깨위에서 방안의 토막 난 시체들을 확인하고 있던 클로버는 어느 때보다도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이본의 돌아가자는 말에도 클로버는 대답 대신 계속해서 방 안의 토막 난 시체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지 않았다.


“왜 그러냐고.”


클로버의 이상한 낌새에, 제이본이 뒷덜미를 잡아들어 올리는 동안에도 별 다른 저항 없이 사체 조각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입니다.”


“뭐? 잘 안 들린다고.”


제이본의 손에 의해 클로버는 몸을 축 늘어뜨린 채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에 확실하게 듣기 위해서 클로버를 자신의 귓가에 바짝 들어 올렸고 청각에 집중을 할수록 미간이 절로 모아지기 시작했다.


“···시신의 대부분이 요정들입니다.”


“뭐, 요정···? 요정들이 왜 이런 곳에서.”


클로버는 다른 요정들처럼 한 쪽 눈에 푸른 기운을 피어 올리지는 못하지만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데 현재 이 장소에는 요정의 기운이 아주 짙게 분포되어 있었다.

그리고, 꺼져가는 촛불처럼 위태롭게 유지하고 있는 마기를 느낄 수 있었다.


“···범인은 마족입니다. 제이본님,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듭니다. 어서 빠져나가도록 하죠!”


뭔가 공포에 질린 듯 보였다.

클로버의 작은 몸에서 떨림이 점점 강하게 몰려오기 시작했다.


“진정하라고, 꼬맹이 너도! 일단 이곳에서 빠져나간다.”


우롱이와 클로버의 상태가 조금씩 나빠지고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에 제이본은 서둘러 방을 빠져나오려 했다.


클로버를 그대로 든 채로, 우롱이에게 다가가 허리를 감싸 들어 올렸다.

여전히 입을 틀어막고 괴로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 다른 저항은 없었고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 나 진짜 토할 것 같아!”


“정신력으로 버티라고, 내 옷에 토하는 순간 죽는다.”


제이본도 조금씩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악취가 문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시체 썩는 냄새와 내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겨운 악취는 점점 농도가 짙어져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기 좋게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일깨워주듯 문 앞의 천창으로부터 무언가가 떨어지며 제이본의 걸음을 멈춰보였다.


“가지가지 하네, 이건 또 뭐냐고.”


달그락! 달그락!


기괴한 움직임에 맞춰 들려오는 소리에 제이본은 우롱이와 클로버를 뒤로 살짝 던진 뒤 주먹을 쥐어보였다.


펑퍼짐한 로브에 왼쪽 눈 부분은 시커먼 원형의 문양이, 오른쪽 눈 부분은 동일 색상의 반달 모양이 눈웃음을 짓는 것처럼 새겨져 있었고 입 부분은 수십 개의 X자 문양이 새겨진 가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몸집에 비해 상당히 작은 체구의 여자아이가 어깨 위에 앉은 채 제이본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롱이보다도 작아보였으며 상당히 쇠약해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토막 난 시체와 내장이 산을 이룬 이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우리들의 앞길을 막으며 나타났다는 것은 그런 이미지와는 상관없이 적이라는 것에서 의심의 여지를 가지지 않았다.


“···제이본님, 마, 마족입니다.”


마족이란 존재에 위압당한 것인지 힘겹게 입을 연 클로버의 말에 신체강화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이쪽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함정에 잘도 걸려들었다는 한심한 생각에 제이본은 이를 갈았다.


“내 이름은 미니멈, 그리고 이쪽은 네이리나가 심혈을 기울여 개조시킨 공백인형이야, 너희들은 누구야?”


“어이가 없네. 누가 물어봤냐고, 시답잖은 방법으로 시간 끌지 말고 덤비지 그래.”


“···친절을 베풀며 나랑 공백인형을 소개했는데, 인간들은 항상 날 실망시켜서 마음에 들지 않아.”


미니멈이 조심스럽게 공백인형의 어깨 위에서 내려와 제이본에게 한 발자국 다가왔다.

도저히 강하다는 인상이 들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제이본은 방심하지 않았다.


“비실비실해보여도 마족이라고 하니 제대로 한판 붙어보자고.”


“난 싸울 줄은 모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어.”


“아 그래? 그래서 어쩌라고!”


밀폐된 공간에서 시체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가스에 의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발을 뻗으면 그대로 닿을 위치에 있었기에 신체를 더욱 강화시킨 채로 미니멈의 얼굴을 향해 내질렀다.


콰직!! 빠드드득!!


제이본이 상대를 죽일 듯 살벌한 기세를 담아 공격을 가하는 동안에도 미니멈과 공백인형은 피할 생각은 없어보였고 무방비하게 서있는 자세 그대로 내질러진 발차기에 의해 얼굴을 직격당한 미니멈은 부서지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뒤에 서있던 공백인형에게 날아간 뒤 쳐 박혔다.


‘확실하게 들어갔긴 했지만, 왜 피하지 않았지?’


아무런 저항도 보이지 않은 채 제이본의 공격을 받은 미니멈은 공백인형이 부축하고 있어 겨우 자리에 서있는 상태였고, 나약해보였던 신체는 강렬한 일격에 의해 처참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작은 얼굴을 있는 힘을 다해 걷어찼기 때문에 두 눈이 터졌으며 코와 광대는 완전히 함몰되어버렸고 두개골은 박살난 채 찢어진 피부의 틈으로 피가 흘러내렸다.


가녀린 목은 힘을 버티지 못한 채 뒤로 꺾여버렸으며 직격 당한 순간 혀를 깨물어버린 탓인지 잘려나간 살점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 주위로 부서진 이가 피를 머금은 채 굴러다녔다.


“인간이라서 방심한 것 같은데 내가 좀 평범하지는 않거든, 어쨌든 뒤졌냐?”


죽지 않았다고 해도 저 상태를 보면 이미 죽은 것과 별 차이 없어보였다.

겨우 고비를 넘긴다고 해도 제이본의 다음 일격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회복하려 든다면 뒤의 인형을 내세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공백인형이라고 했던가? 주인이 당했는데 가만히 쳐보고만 있는 거냐고.”


“···이래서 인간들은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약해보이니 금방 무시해버려.”


“···목 꺾인 리더도 멀쩡히 살아 움직였는데, 설마 정체가 마족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치명상을 입은 것이 확실했던 미니멈이 어느 새 자기 힘으로 서보이더니 빠르게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갔다.


터졌던 두 눈과 함몰된 코와 광대, 박살난 두개골과 찢겨진 피부 사이로 흘렸던 피와 혓바닥의 살점 등, 모두 처음 등장했던 모습 그대로.


두 눈을 의심케 만드는 광경이었다.

단순하게 엄청난 재생력으로 회복했다고는 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떨어져 나갔던 살점들이 미니멈에게 되돌아가 원래의 자리를 되찾아갔기 때문이었다.


“···후우, 리더랑 만난 뒤로 전부 괴물 같은 녀석들만 줄줄이 나타나고.”


제이본의 두 눈에 투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싸움은 할 줄 모르지만 져본 적은 없다고 한 말이 이제 무슨 뜻인지 알았어?”


피하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아무래도 어떠한 공격에도 자신은 죽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것으로 싸울 의지를 꺾어버리는 스타일인 모양이었다.


“죽지 않을지 어떻게 아냐고.”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나는 절대 죽지 않아.”


“그러니까, 어쩌라고. 널 죽일지 살릴지는 내가 정하는 거라고.”


“인간들은 이래서 싫어.”


먼저 질려버린 쪽은 미니멈이었다.

뒤에 있는 인형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는데, 미니멈이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는 저 상태 그대로 있는 것 같았다.


“클로버, 움직일 수 있을 때 꼬맹이 데리고 빠져나가라.”


“제, 제이본님께서는···”


“토 달지 말고 꼬맹이랑 같이 도망치라고 제대로 싸울 수가 없으니까.”


제이본은 위기의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리더에 대한 감탄스런 마음이 북받쳐 오르고 있었다.

클로버의 이동술이 있으니 이런 순간에도 자신은 홀로 남아 적을 상대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시너지 운운하며 꼬맹이랑 토끼를 붙였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혼자인 편이 나았다.


결론은 팀플레이든 솔로플레이든 자신의 힘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리더의 선견지명에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돌아오겠습니다!”


“리더가 오기 전에 전부 정리해두고 있을 테니 천천히 오라고.”


제이본은 여유롭게 클로버의 말을 받아친 뒤, 미니멈을 주시했다.


“토끼가 워프를···그런데 너는 같이 안가도 되는 거야?”


“절대로 안 죽는다고 하면 오기가 생기지 않겠냐고.”


“···공백인형은 인형이라 괜찮고, 나는 죽지 않으니 이 독가스는 상관없지만 너는 인간이니 곧 있으면 죽어.”


“아니, 그러니까 아까 전부터 어쩌라고. 슬슬 열 받기 시작하네, 인간이라서 무시하는 거냐고.”


뭔가 적에게 동정심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제이본은 천천히 미니멈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가스에 의해 조금 괴로운 표정이 떠오르긴 했지만 눈에 서린 투지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생기가 차올라보였다.


마족 소녀는 스스로 죽음을 자처하고 있는 제이본이 가소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는 순간에도 저 자신감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좋아, 어디 한 번 죽일 수 있으면 죽여 봐.”


미니멈이 양 팔을 옆으로 뻗으며 제이본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내 코가 맞닿을 정도로 근접한 둘은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미소를 입가에 띤 채 노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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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5. 조우 19.04.03 88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2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4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0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6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2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1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3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0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49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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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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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4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7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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