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758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23 21:30
조회
124
추천
1
글자
11쪽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DUMMY

“터, 터진다!”


쐐와악!!!


가까스로 머리를 숙여 마이즈의 신경사슬을 피했지만 곧바로 다른 사슬들이 날아 들어온다.


쿵!! 쿵!! 쿵!!


“크윽···!!”


촤아악!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던 사슬이 땅을 그으며 잿빛가루들을 뿌려 시야를 좁혀들었다.

자연스럽게 두 눈이 감겨들기 시작했고, 심연의 목소리가 서포터를 해주었다.


[세 방향에서 날아 들어온다.]


심연의 목소리가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덤덤하게 알려주자 날카롭게 세워진 감각에 의해 느낄 수 있었다.


왼쪽 측면으로 다리를 향해 휘둘러진 사슬이 하나, 오른쪽 측면에서 어깨를 노리고 찔러오는 사슬이 하나, 후방에서 밑으로 치고 올라오는 사슬이 하나.


피하기 위해서는 소름끼치게 웃으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마이즈에게 뛰어드는 수밖에 없어보였다.


사슬의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당해버리고 만다.


드드드드드!!!!


선택의 여지도 없이 마이즈에게 달려 나가자 사슬들이 서로 뒤엉키며 부서질 듯 소리를 내었고, 나는 곧바로 제동을 건 뒤에 옆으로 몸을 잽싸게 날렸다.


쿵!!


달려 나가던 방향으로 마이즈의 신경사슬 하나가 정확히 머리를 노리고 찔러왔기 때문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정면에서 날아오던 사슬을 피해보인 것도 잠시, 사슬을 회수하며 다음 공격이 퍼부어지기 시작한다.


마이즈의 신경사슬은 마나기술의 결정체로써 한 연금술사에 의해서 특별 제작된 무기라고 한다.

평상시에는 체내에 집어넣고 다니며 사용을 위해 몸 밖으로 꺼낼 시에는 신경과 융합되는 바람에 육체의 제어를 상실하게 되지만, 사슬은 인간의 육체로는 보일 수 없는 다양한 움직임과 한계를 뛰어넘는 속도와 파괴력을 낼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신경사슬이라는 무기가 곧 새로운 육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는 점에서 마이즈는 자신이외의 사용자는 없을 것이라며 단언했다는 것이다.


신경사슬을 완벽히 다루기 위해서는 자그마치 300년이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라는 연금술사의 예상과는 달리 마이즈는 불과 50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마스터의 경지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보다, 무기를 완벽히 다루기 위해서 50년의 시간을 보냈다고?

젊은 외형 때문에 몰랐는데, 마이즈의 실제 나이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토록 흥분되기는 처음입니다! 유하의 피를 이어받은 당신을, 그것도 구석구석 면밀하게 볼 수 있다니, 어서 빨리 당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면 어느 누가 좋다고 들어주겠냐?!”


쐐아악!!


쿵!! 쿵!! 촤악!!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소환된 흰 새는 이제 6마리였다.

앞으로 4분을 더 이렇게 버텨야만 한다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다. 설마 여기서 포기하는 거냐?]


‘···!!’


심연의 목소리에게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당장 매섭게 날아오는 사슬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써늘해질 지경이다.

사슬 하나하나가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게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뱀을 보는 것 같았다.


한 방향을 찢으며 날아오는가 하면 우뚝 멈추더니 물결을 만들며 움직임을 봉쇄시키지를 않나.

겨우 피해보이면 방향을 꺾어 곧바로 찔러 들어온다.


몸을 지탱하고 있는 2개를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4개의 사슬이 말도 안 되는 속도와 움직임으로 날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성장은 하긴 한 모양인지 저 상태의 마이즈를 상대로 버티고 있는 게 용하다.


남은 시간을 버텨보자는 게 아닌 최대한 오래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사슬을 피하던 도중, 뒤늦게 하나가 비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땐 이미 늦어버렸다.


날카롭게 선 감각이 양 사방에서 날아오는 사슬을 잡아내던 와중에 흐트러진 집중력이 혼동해버린 것이다.


잿빛가루에 파묻혀있던 사슬 하나가 내 발목을 휘감아 거꾸로 들어 올린 것과 동시에 나머지 3개의 사슬들이 각각 손목과 발목을 휘감아보였다.


‘끄, 끝났다······.’


파로에를 바라보니 방금 막 흰 새가 7마리가 되었다.

저 상태의 마이즈에게는 2분을 버티는 게 한계인가.


[지금까지의 패배 중에서 가장 추하다고 볼 수 있겠군.]


양 손과 발이 묶인 채로, 마이즈에게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묶인 것만으로도 신경사슬이 얼마나 무겁고 억센지 확실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의 내 힘으로는 끊어버리고 도망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다.


“하아, 유하의 피를 이어받은 존재가, 저의 신경사슬에 의해서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직관할 수 있다니!”


녀석의 광기에 의해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버티기 힘들어 고개를 돌리자 녀석은 속이 후련할 정도로 크게 웃어 보인다.


“하하하하!! 느껴집니다, 당신이 어떤 기분을 느끼고 계신지 말입니다! 정말 최고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파로에가 지켜보고 있기에 저는 지금 슬픕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끝내야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즐겁습니다, 왜냐하면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반복하면 그만이니까요.”


“사람 매달아놓고 뭐하자는 거야, 빨리 끝내던가, 아니면 놔주······.”


퍼억!!


촤아악!!


지금까지 본 마이즈의 모습 중에서 가장 짙은 광기를 내비치고 있었다.

나에 대한 집착은 불순함 그 자체였지만 내 피에 대해서는 애착이 느껴질 정도이다.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마이즈는 내 양 손과 발을 구속하고 있던 신경사슬을 빠르게 체내로 회수한 뒤에 머리를 박살내었다.


세계의 정전 속에서 역시나 심연의 목소리가 먼저 입을 열어보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로 추했다, 이 놈아.]


‘뭔 말을 그렇게까지 하냐? 일단 마이즈의 진심을 끌어냈다는 것뿐만 아니라, 신경사슬에 닿아도 터치가 쌓인다는 것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딱히 심연의 목소리에게 칭찬을 듣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왕 듣는다면 서로 고생했다며 따뜻한 위로의 말이 오고가는 게 좋지 않은가?


[성과는 개뿔, 당황하던 너를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그런 말이 나오든? 애초에 분한 마음도 들지 않는 거냐.]


‘분하다기 보다는 아쉬웠다는 마음뿐인데, 솔직히 3분만 더 버텼으면 끝나는 거였잖아.’


어차피 내가 강해지기 위한 수련이지 않은가.

오히려 싱겁게 끝나버리면 이런 경험을 쌓을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뭐가 강해지겠다는 것이냐. 실전과 같이 임하란 말이다.]


‘···뭔가 급한 일이라도 있어?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빨리 강해지도록 엄청 재촉한단 말이지.’


[답답해서 그런다, 솔직히 유······.]


‘또! 말끝 흐리지 말고 말하라니까.’


심연의 목소리는 말을 할 때마다 잘 제어가 안 되는 듯했다.

가끔 이렇게 중간에 말을 흐릴 때면 온갖 추측으로 무슨 이야기였을까 생각해보지만 알 턱이 있나.


그렇다고 추궁하듯 물어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버리니 궁금증만 더 커져갈 뿐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나에 대한 내용인 것 같아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심연의 목소리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내게 기억의 파편을 보여준 것으로 대강 추측하자면 유하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것뿐이었다.


심연의 목소리가 보여준 기억 속에는 항상 유하가 있었으며, 그 말은 그 자리에 있었······.


‘너, 설마 신이냐?’


[······.]


나는 지금까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생각해보면 기억이란 것도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내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이지 않은가.


마족인 제로카로지스와의 싸움 도중에서 심연의 목소리가 내게 보여준 기억의 첫 파편은 다름 아닌, 여신 아리아와 어린 유하, 그리고 아리아와 비슷한 위치에 있어보이던 남성이 한 명 있었다.


무엇보다 아리아에게 유하를 소개시켜주었다는 점과, 여신인 아리아와 같은 아버지라는 존재의 언급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흐릿한 안개가 낀 것처럼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곳에서 들려오던 소리는 여성과 남성.

그리고 유하의 언급으로 단 3명뿐이었다.


‘너 신이지?’


[뜬금없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솔직히 억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내가 확신을 할 수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기억을 보여준다면 보통 1인칭의 시점으로 회상하지, 3인칭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거라면?

게다가 그 정체가 다름 아닌 신이라면 어떨까.


신이라면 타인의 기억으로 보이게끔 연출해내기도 어렵지 않을 테고, 무엇보다 저런 기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이 아니고는 불가능하지.


‘지금 생각해보면 평범한 녀석이 신들의 대화나 세계수의 탄생비화와 같은 창세기의 기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겠어?’


[단순한 녀석, 그런 기억의 정보는 구약의 기록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다. 물론 현세에서는 더 이상 엿볼 수 없는 기록이지만, 어쨌든 이 몸은 그때 당시의 존재이니 어렵지 않게 기록을 전반으로 네가 이해하기 쉽도록 형상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


‘흐음···뭐, 그렇다고 해줄게.’


기록을 전반으로 했다고 해도 너무 디테일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물론 심연의 목소리가 그런 부분을 중시하고 섬세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와 달리 말꼬리가 긴 것으로 보아 정곡을 찔린 것이 틀림없어보였다.


[그 반응은 뭐냐? 이 몸이 널 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누가 뭐라고 했어? 그냥 그렇다고. 근데, 네가 생각해도 신이라고 하기엔 좀 허술하긴 하지? 아니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나머지 실수···아니, 애초에 전능한 신이 실수를 하나?’


[···시시하군, 한가하게 그런 생각이나 할 때냐?]


심연의 목소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과 동시에 머리가 재생되어 눈을 떴다.


마이즈에 의해서 머리가 파괴되면 파로에는 항상 무릎베개를 해준 상태로 날 맞이해준다.

그래서 눈을 뜨면 항상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데,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마이즈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도 파로에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무릎베개를 한 상태로 말이다.


“뭐, 뭐야!!”


허겁지겁 뒤로 떨어져 멀어지자 마이즈는 여전히 가식적인 웃음으로 날 반겨주었다.


“하하하. 놀라셨나요? 파로에는 조직으로부터 부름을 받고 급히 떠났습니다.”


“어, 언제 오는데?”


“글쎄요, 언제 돌아 오실지는···그것보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어떻습니까?”


침을 꿀꺽 삼키며 마이즈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험하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파로에라는 잠금장치가 없으면 녀석의 날 향한 집착과 광기를 누가 막아 보인다는 말인가.


게다가 신경사슬이라는 무지막지한 기술을 본 이후라 이 공간에서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단련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사이를 돈독히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신의 존재를 언급하더니 천벌이 내린 것이지······함부로 입을 놀린 네 죄를 뉘우쳐라.]


마이즈의 소름끼치는 제안에 전신에 닭살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심연의 목소리는 심드렁하게 반응을 보인 뒤 기운을 감추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8 15. 영웅이 남긴 쪽지 19.04.09 108 1 11쪽
77 15. 원인을 알 수 없는 19.04.08 93 1 12쪽
76 15. 호수의 비밀 19.04.06 88 1 12쪽
75 15. 포션을 만든다는 것 19.04.05 95 1 12쪽
74 15. 금화 한 닢 19.04.04 93 1 11쪽
73 15. 조우 19.04.03 89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8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1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7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3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3 1 11쪽
»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5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2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1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3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50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0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2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51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5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48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5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8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3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70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