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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747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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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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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4. 무린, 폭풍전야

DUMMY

“옳지, 우리 무아 남김없이 잘 먹으니 기특하네.”


5마리의 리자드맨을 다 먹어치우자 베이는 목 언저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목이 잘린 흰 와이번···이라 해야 할지,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압도적인 크기와 비주얼로 인해 와이번이라 단언하기는 어려워보였다.


무아는 주인의 손길과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 나머지 날개를 퍼덕이며 괴성을 터트렸고, 잘린 목으로 또 다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베이, 피가 튀잖아.”


베아가 기겁을 하며 곁에서 재빨리 떨어진 뒤에 혹시나 로브에 묻은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모습을 보이자 베이는 못마땅한 듯 중얼거렸다.


“무아는 우리의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너무 한 거 아니야?”


“가족이니 이정도로 넘어가지 아니었으면 곧바로 베어버렸을지도 몰라.”


다행이 로브에는 묻지 않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보였다.


“푸르르르!!”


베이와 베아의 말을 알아듣는 것인지 무아는 작은 괴성을 터트린 뒤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무아야 너무 신경 쓰지는 마, 베아가 널 싫어해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거 이해하지?”


“머리도 없는데 어떻게 알아듣는 거지.”


멀어져가는 무아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베이는 베아의 궁금증에 대해서 상냥하게 대답해주기보단 꾸중을 늘어놓았다.


“베아, 전에 내가 했던 말 잊었어? 무아는 섬세한 아이니까 말 조심해야한다는 거.”


“···안 잊었어, 가족이잖아.”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자신과의 이질감을 통해 희열을 느끼는 베이는 무아에 한해서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베이트리스 베아타릭스의 그림자에서 태어난 우리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극과 극으로 나뉜 탓에 평생을 가도 서로를 이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와 베이가 서로를 의지하는 이유는 한 존재의 그림자에서 태어났다는 단 하나의 공통점 때문이다.


베이트리스 베아타릭스는 그것을 가족이라고 알려주었다.


갓 태어난 우리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주었던 것이 가족에 관한 것이었다.

베이는 가족이란 단어의 울림을 마음에 들어 했다.


무지를 벗어나기 전까지 베이는 몇 번이나 가족이란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 중얼거렸고, 무지를 벗어난 이후에도 여전히 중요시 여겨보였다.


베이트리스 베아타릭스는 무지를 막 벗어난 우리들을 밖으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아버지란 존재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지금의 백하단 전원이 있었으며, 아버지를 향해 한 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장면은···왜 그런지는 몰라도 영원히 잊히지 않을 그런 기억의 종류였다.


베이트리스 베아타릭스는 그것을 각인이라고 알려주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한 가족이라고.

아버지가 있기에 우리들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해주었다.


비록, 아버지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나와 베이는 잿빛의 세계에 색이 채워지는 신비로운 경험과 함께 힘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아버지께 받은 힘으로 베이는 무아를 만들어내었다.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


나와 베이가 그렇게 태어났듯이, 무아도 그런 존재라는 각인을 통해서 세계에 태어나게 되었다.


---


“다비, 혹시 여왕이 눈치 챈 것은 아닐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라고 전에도 말했잖아.”


무린을 코앞에 두고 대초원에 진지를 튼 여왕군은 다음 명령이 하달되기 전까지 경계와 정비를 통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쌍둥이 남매를 위한 막사는 특별히 더 신경을 쓴 게 티가 났으며, 최대한 불편한 것은 없도록 웬만한 물건들은 빠짐없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 특별대우 속에서 한 쪽 눈을 천으로 감싼 도프가 불안에 떨며 중얼거리자 다비는 따뜻한 스튜를 건네주었다.


현재 이곳에 있는 병력은 4천.

무린의 명성에 비한다면 부족한 군세라고 생각되어지지만, 천체 사로스 여왕이 직접 단련시키고 이끄는 세계의 유일무이한 여왕직속의 성기사단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300명으로 이루어진 여왕직속의 시엘로 기사단은 루셈도뿐 아니라 각 나라의 기사단과 견주어 보았을 때도 최상위의 실력을 지닌 집단으로 성기사단이라고는 하지만 신성력을 다룰 수 있는 기사는 소수, 대부분이 마스터의 경지로 인정받아 여왕에게 은의 검을 하사받은 엘리트들이다.


그들 중에서도 특별히 선정된 3명의 기사가 부단장으로서 여왕을 수호하는 동시에 각각 99명의 성기사들을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게 된다.


이들은 여왕의 명령을 천명으로 받아들이고 임무를 수행하기에 어떻게 보면 광신도에 가까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다비와 도프는 그런 집단과 함께 무린에 온 것이다.


여왕이 보여준 창공의 힘.

무예가 깊지 않은 쌍둥이가 보기에도 그것은 전력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숲을 태우며 가르는 여섯 줄기의 광채와 거짓을 간파해내는 심안까지.

여왕의 앞에선 쌍둥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치껏 들키지 않게 기시단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 밖에 없었다.


“다비도 들었잖아, 여왕은 교황마저도 의심하고 있는 눈치였는데 과연 우리들에 대해서 순순히 믿어줄까?”


다비가 애써 신경 써서 건네주었기에 스튜를 한 입 떠먹은 도프는 잘 넘어가지 않는지 그릇을 도로 놓은 뒤에 걱정을 내뱉었다.


간이 침상에 앉아 한숨을 내쉬는 도프를 바라보고 있던 다비도 먹고 있던 음식을 놓은 뒤에 맞은편 침상에 앉아 입을 열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의심을 하고 있다는 것은 확신하지 못한다는 거잖아. 조금 더 주의를 할 필요는 있겠지만 앞으로의 일정동안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거야.”


“만약 정체를 들키게 되면 우리들은 여왕의 손에 죽게 되는 걸까?”


“최악의 경우에는 그렇겠지, 하지만 기시단님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도 아마 죽지 않을까?”


“다비는 왜 그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야, 나 점점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도프가 침상에 발을 올려 무릎을 끌어 모았다.

안도감을 위해서인지 고개를 푹 숙여 시야를 차단한 채 중얼거렸다.


“여왕에겐 우리들의 힘이 통하지 않아서 그런 걸 거야, 나도 무섭기는 똑같아.”


여왕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나, 임무를 달성하지 못한 채로 루셈도에 돌아가거나.


실패는 곧 죽음이었다.


“어떻게든 카지락스타라는 드래곤의 거처로 숨어들어 기시단님께서 만족하실만한 것을 건져가야만 해.”


무서웠지만 도프는 다비의 굳센 마음에 용기를 얻으며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도프가 내려놓았던 스튜를 다시 건네주며 다비는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곧 1차 탐색대의 복귀와 함께 여왕의 무린 토벌원정의 때를 알렸다.


---


리자드맨들이 지키고 있던 구덩이의 입구에서 홀로 서있는 베아.

자신의 몸이 더럽혀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 탓에 베이 혼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다.


[들리는지 확인바람.]


“잘 들려, 우리가 찾던 곳이 맞아?”


[아 들리는구나, 아무래도 정확히 찾은 모양이야. 방금 찢겨진 마나의 장막을 넘으니 카지락스타의 잔재를 확인했어.]


드래곤이 사는 곳이라곤 생각지도 않은 장소였기에 반신반의했지만 리자드맨들이 지키고 있지 않았다면 발견을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한 눈 팔지 말고 차원연구에 관련된 자료들을 빠짐없이 들고 나와, 리자드맨이 지키고 있었으니 분명 명령을 내린 녀석이 있다는 얘기니까.”


임무를 항상 뒷전으로 여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재촉이 나와 버렸다.


[···나도 여기에 더 머물고 싶지 않거든? 쓸데없이 넓기만 하고 바닥은 울퉁불퉁하지, 가디언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 아무튼 서둘러.”


---


구덩이로 들어갔던 베이는 발광석의 통로를 지나 넓은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베이와의 수신이 되는지 확인한 후 탐색에 들어갔다.


“드래곤은 이런 곳에서 어떻게 잔대?”


깊게 파여진 곳으로 생긴 대지의 균열이 상당히 심했다.

고의적으로 이렇게 만들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해보였다.


“가디언은 진짜 없는 거니~”


카지락스타의 잔재.

마나의 농도가 상당히 짙었기 때문에 아지랑이가 눈에 보일 정도이다.


백하단에서 이세계인의 등장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자는 크리스탈 레오닉 유니였다.

열 가지의 하늘을 봉인하는 신견주람의 주인이기에 세계의 이변에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말을 걸지 않는 이상 먼저 입을 열지 않는 유니였지만, 무린의 이상변화를 감지하자마자 베이트리스 베아타릭스에게 조용히 다가가 감정을 담지 않은 목소리로 알려주던 게 기억났다.


넓은 공간을 지나 조금 좁아진 통로로 들어선 베이는 무료함을 달래고자 주륙단도를 꺼내들어 아슬아슬한 곡예를 선보이며 걸어 나갔다.


예상과 달리 가슴 뛰는 전개가 벌어지지 않아 탐색할 맛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며 중얼거리다가 이내 이런 곳에 홀로 들어선 것에 대해서 억울한 감정이 들었는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베아에게 자신의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베아, 내가 차원이동에 대한 연구 자료를 가지고 나가면 곧바로 복귀하지 말고 네가 말한 또 다른 침입자를 확인하러 가는 거다?”


[······.]


하지만 베아에게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베이는 일부러 무시하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 재차 물었지만 끝까지 무시로 일관하자 주륙단도를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졌다.


챙강!


벽면에 튕긴 주륙단도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베이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단답형이라도 좋으니 대답이라도 해줘.”


[······.]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아는 여전히 무반응을 보였다.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한 베이는 주륙단도를 집어 들고 확인 차 물어보았다.


“현재 들리는지 확인바람.”


[······.]


“들리지도 않는데 혼자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베이가 이런 것으로 장난을 치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베아는 머리를 긁적였다.


“후딱 해치우고 여기서 나간 뒤에 말해봐야겠네.”


좁은 통로를 벗어나자 어둠이 내리깔린 공간이 나왔다.

어둠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베이는 품속에서 야광석 몇 개를 꺼내들어 주변에 던져보였다.


“워···이건, 뭔가······.”


밝혀진 공간은 베이가 말을 잇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공간 또한 이상하리마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하나의 이변을 제외하고.


드래곤의 거처라고 하기엔 그저 텅 빈 공간만이 이어져있기에 왜 그런가 싶었는데, 한 순간에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차원이동의 실험자료?

한 쪽 벽면을 바라보는 베이의 호흡이 거칠어져갔다.

이미 자신의 임무는 잊어버린 듯 보였다.


붉은 아지랑이가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벽면에 피어오르고 있었다.

굵은 쇠사슬이 불규칙한 패턴으로 박혀있었고 벽의 너머에는 무형의 붉은 기운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이 펼쳐져있었다.


“뜬금없이 흥미로운 게 나오네.”


심상치 않은 미소를 지으며 베이는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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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0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6 1 12쪽
»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3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2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0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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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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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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