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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726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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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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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DUMMY

빠각!!


빠드득!!


촤아악!!


“이런, 제대로 봐주십시오. 한 번이라도 놓치는 순간 제 공격은 피할 수 없습니다.”


마이즈의 공격에 내 턱이 아작 나는 것과 동시에 뜯겨져 날아갔다.

검은 공간을 시뻘건 피와 함께 새하얀 턱이 훌륭한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마이즈는 주먹에 묻은 내 피의 냄새를 맡으며 떨어져나간 턱을 줍더니 아무의미 없이 잿빛가루를 털고 충고를 흘렸다.


[벌써 몇 번째냐? 너란 녀석은 어째 진전이 없구나.]


죽음에 가까운 일격을 받아낼수록 심연의 목소리는 더욱 뚜렷하게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시끄러워···나도 답답하다니까!’


잿빛가루들이 내 피를 흡수하며 장미의 꽃잎처럼 빨갛게 물들어갔고 무릎을 꿇은 내 곁으로 파로에가 다가왔다.

어깨위로 그녀의 다정한 손길이 전해져 왔다.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잠잠한 호수에 달이 잠기듯 냉철함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헉, 헉······.”


얼마나 더 냉철하게 바라보라는 건지···

긴 숨을 몇 번 내쉬자 턱은 곧바로 재생되었다.

지칠 줄 모르던 체력도 이내 한계에 부딪혀오기 시작하는지 두 팔과 다리가 심히 후들거리고 있었다.

도저히 일어설 수 있는 상태가 되지 못했다.


신체를 재생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행위이다.

백하단으로부터 날 강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수락한 나는 곧바로 마이즈와 수련에 들어갔다.


속도에는 나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이즈의 공격을 받는 순간, 그것은 곧 오만이었음을 깨달았다.


강해지기 위한 첫 번째 단련의 내용은 마이즈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주문이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상대의 공격이 자신의 방어력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라면 단 일격이라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마이즈는 기본기를 상당히 중시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기초를 탄탄히 쌓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의 공격을 흘리거나, 반격 등의 기술을 익히게 되면 오히려 허점만 제공하게 될 뿐이라며 우선은 차근차근 밞아나가자는 것으로 날 상기시켰다.


본격적으로 단련에 들어가니 파로에는 어색해하던 분위기를 살짝 지워보였다.


내가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상당히 신경 써주고 있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동료들은 무사하다며 안심시켜주거나, 자세나 호흡 등 조언과 케어를 멈추지 않았다.


첫 번째 단련을 마스터하는 조건은 파로에가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흰 새를 소환하는데, 10마리를 채우는 동안 마이즈의 공격으로부터 대미지를 입지 않는 것이었다.


네 번 터치 위력이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대었는데,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마이즈의 능글맞은 터치가 내 몸에 네 번 쌓이고 공격을 허용한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첫 번째 도전은 1분도 버티지 못했다.


마이즈의 능력은 대상에게 터치를 쌓을수록 일격의 위력이 증가하며, 시간이 쌓일수록 배로 증가한다.

한 번에 쌓을 수 있는 터치는 양 손으로 두 번.

기본적으로 10초의 시간을 둔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3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네 번의 터치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첫 일격은 명치에 직격 당했는데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뻥하고 터져 날아가 버렸다.

위력도 위력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확실히 이들이라면 충분히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백하단의 일원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었기에 그들이 날 돕는 것으로 어떤 이득을 취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강해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피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다음 동작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유연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의식안하고 있으면 바로 공격을 허용하게 돼.”


잠시 숨을 고르며 파로에의 코치를 귀담아 들었다.


“의식해야하는 것은 내가 눈앞의 적과 싸우고 있다는 것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공격, 회피, 반격은 그 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으니까요. 지금은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실패란 발판을 쌓고 나아가야만 성공의 끝자락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주십시오.”


[녀석의 공격 흐름을 읽어보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감이 잡힐 만도 한데, 이건 뭐 갈수록 퇴화하고 있으니. 쯧!]


“지금은 엘린 마이즈라는 적으로부터 적응을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각 개인이 가진 공격 스타일은 한정적입니다. 오늘을 기점으로 경험을 쌓는다면 이후에는 몸이 먼저 반응해보일 것입니다.”


[상대가 저돌적이면 왜 그렇게 나오는지 생각을 좀 해봐라, 지금까지 소환된 흰 새는 1마리도 넘지 못했다. 녀석이 뭐가 급한 게 있어서 빨리 끝내겠냐. 고정관념을 버려라 인간의 사고방식으로는 강해지는 것엔 한계가 존재한다.]


파로에가 나긋하게 요점만 집어서 조언을 해주는 스타일이라면, 심연의 목소리는 스스로 생각하게끔 자극시켜 성장을 유도하는 스타일이었다.


둘의 스타일은 극명하게 나뉘었지만, 같은 결과를 유도하고 있었다.

파로에와 심연의 목소리는 마이즈의 공격을 보라는 것이 아니라 마이즈란 적을 바라보라고 말하고 있다.


실패를 쌓고 단 한 번의 성공으로 몸이 반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패턴을 바꿔줘야만 한다.


인간의 사고방식은 의외의 결과를 불러들이기도 하지만 고정관념과 함께 틀에 박힌 사고는 분명 벽을 만들어버리고 만다.

틀을 깨고 나아가야만 그 너머의 길을 내다볼 수 있다.


“상대를 의식하십시오, 당신은 충분히 적의 공격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기동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어떠한 공격이라도 막아낼 수 있는 견고함과 부수지 못할 것이 없는 강력한 힘을 이미 지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불가능도 가능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정신력이 있지 않습니까.”


[잠재력을 끌어낼 수 없으면 지금 지닌 능력이라도 최대로 끌어올릴 노력이라도 하던가. 죽음보다도 두려운 것은 혼자 살아남은 패배라는 것을 겪어봐야겠냐? 뒤늦게 깨달았을 땐 늦었다, 이 한심한 놈아. 그때 가서 울고불고 후회해도 이 몸에게 위로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조언을 들으며 어떻게 움직일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있자, 마이즈가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늘은 여기까지입니까?”


“···한 번만 더.”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억지로 일으켜 자세를 잡았다.

파로에는 뒤로 빠지며 새를 소환할 준비를 마쳤고 마이즈는 어깨를 살짝 푼 뒤에 곧바로 달려들었다.


네 번의 터치와 일격.

일격만 아니면 대미지는 입지 않는 것이니 기회는 충분히 주어져있다.

그 전까지의 경험과 움직임을 떠올려 공략해내야 한다.


따로 신호를 내는 것도 없이 마이즈가 잿빛가루들을 사방으로 튀기며 눈앞까지 다가와 손가락을 쭉 핀 채 손을 뻗는다.

매우 매끄럽게 연계되는 동작, 유연한 몸짓이 뱀의 움직임과도 견줄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먹이를 노리는 순간에는 단숨에 허를 찌르고 들어온다.


[뭐 하냐 안 피하고.]


‘조용히 좀 해봐!’


터치를 피하기 위해 뒤로 크게 도약해 벗어났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보자면 그와 동시에 마이즈는 곧바로 추격해와 내 측면을 노리고 단숨에 두 번의 터치를 쌓는다.


발이 땅에 닿기 전에, 마이즈는 곡선을 그리며 내 측면을 파고든다.


‘왼쪽? 오른쪽?’


어디로 들어올지 파악하기 힘들게 계속해서 움직인다.

마이즈는 내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던지 상관하지 않는다.

추격의 귀재, 한계를 뛰어넘는 속도의 돌파력은 대상의 사고력을 정지시켜버린다.


‘왼쪽.’


[알았으면 곧바로 움직여라.]


내 등과 가슴을 노리고 마이즈의 손길이 파고들어온다.

지금 들어오는 터치를 허용해버리면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내 쪽에서 먼저 파고들어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연한 공격은 그대로 날 쫓아와 집어삼키기 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긴박한 순간에도 불구하고 용안과 내 사고력은 수많은 실패의 발판을 디디며 조금 성장한 것일까.

마이즈의 움직임이 예측되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눈에 익으니 시간의 흐름도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빠드드득!!


“?!”


마이즈가 터치를 쌓으려다 깜짝 놀라고 만다.

그것도 그럴 것이 스스로 허리를 틀어 꺾어버렸으니 말이다.


나는 그대로 마이즈의 양 어깨를 타고 훌륭하게 뒤로 넘어가 보였다.

틀어졌던 상체는 텀블링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원래의 자리를 찾아갔다.


[기껏 생각해낸 게 이거냐? 무식하기는.]


‘이 정도면 최대한 능력을 활용한 거 아니야?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여유도 거기까지다.

다음 공격에 대비하기도 전에 마이즈는 뒤로 다이빙을 하듯 뛰어보였다.


“놀랍군요. 설마 그런 회피기동을 보여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녀석의 눈동자에 광기가 서리고 있었는데 웃고 있는 모습이 방금 전까지와 달리 상당히 살벌하다.


[곧바로 들어온다, 거리를 벌려라.]


하지만 흥분한 마이즈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정확한 타이밍으로 내 움직임을 캐치해 보인다.


“하하하! 점점 즐거워지기 시작합니다.”


소환된 흰 새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1분도 넘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흰 새가 소환되기까지 또 어떻게 버틸지가 관건이다.


뒤로 다이빙한 마이즈는 현란한 움직임으로 자리에 착지한 뒤 곧장 달려오며 입을 열었다.


파바박!!!


“그거 아십니까? 피했다고 생각했겠지만 두 번의 터치가 쌓였습니다!”


“뭐?! 아 진짜 너무하네!”


나도 녀석을 향해 달려 나갔다.

서로에게 파고드는 속도의 연쇄에 의해 마이즈는 급히 한 손을 휘둘렀고 충분히 예상한 나는 서둘러 제동을 걸었다.


아슬아슬하게 코앞을 스쳐지나가나 했더니 또 다시 마이즈의 경고가 흘러들어왔다.


“하하하, 뭐죠? 세 번째 터치입니다!”


아, 진짜 살짝만 긁혀도 인정되는 거냐고.


내게 대미지만 입히면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시간을 쌓는다는 행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네 번의 터치만으로도 충분히 내 신체를 파괴시키기 충분했고 그래서인지 마이즈는 거침이 없었다.


일부러 파고들어 터치를 유도한 뒤에 생기는 틈을 이용할 생각이었는데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쯧, 뭐라 해줄 말도 없다.]


‘시끄러워!’


일단 서둘러 옆으로 뛰어 들어가 조금이나마 거리를 다시 벌렸다.

마이즈는 스쳐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에도 터치를 쌓기 위해 욕심을 부렸지만 닿지는 않았다.


마이즈는 아쉬워하는 것도 없이 서둘러 몸을 추린 뒤 성난 황소마냥 달려든다.


[끝났구먼.]


‘응원은 못해줄망정 초치는 말로 기운 빠지게 할래?’


내 빈틈을 끌어내기 위해 마이즈의 초석들이 차근차근 쌓여가기 시작한다.

살짝만 스쳐도 터치로 인정된다는 압박감에 공격을 피하는 것에만 의식하지 말라던 파로에의 조언은 머릿속에서 희미해져 갔다.


머리를 숙여 피하면 곧바로 뒤통수를 노리고 꽂아 내린다.

어렵사리 피해도 무너진 자세에 의해 이내 터치를 허용해버리고 만다.


“하하하! 방금 전처럼은 피하지 않는 겁니까? 네 번째입니다!”


“크윽!”


마이즈가 내 다리를 걸어 다시 한 번 무너뜨린 뒤에 로브를 움켜쥐고 바닥 쪽으로 끌어당겼다.

내 몸은 자연스럽게 마이즈가 이끄는 대로 넘어졌고 광기를 담은 주먹이 그대로 작렬했다.


빠드득!!!

촤아악!!!


세계의 정전을 맞이하며 머리가 재생되기를 기다리고 있자 심연의 목소리가 한숨을 푹 내쉬기 시작했다.


[···앞으로 고생깨나 하겠구먼. 너는 지금 믿음이 부족해, 드래곤의 맷집은 방금 전의 위력 따위에 머리가 깨지거나 하지 않아. 마족과의 싸움으로 트라우마라도 생긴 거냐? 한 번 깨지고 나니 아주 그냥 과일 터지듯이 터져나가니 원, 그리고······]


“······오늘은 여기까지.”


그렇게 나는 머리가 재생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투덜거리는 심연의 목소리를 잠자코 들어야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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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5. 조우 19.04.03 88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2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4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0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6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2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1 1 11쪽
»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0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49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29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1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50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4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47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4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7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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