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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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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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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32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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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DUMMY

잿빛가루의 공간에 있으면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는지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백화점이 쇼핑에만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창문이 없는 것처럼, 강해지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확실하게 성과를 보이기 전까지는 이 공간을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였다.


물론 파로에나 마이즈에게 물어보면 전부 대답해주지만 단련에 있어 그런 질문들은 부질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자제하고 있었다.


[이 몸이 널 과대평가한 모양이다, 이래서 밖으로 나갈 수는 있겠냐? 아니, 그 전에 이곳을 나갈 의향은 있긴 한 거냐?]


‘또 왜 그래, 나도 노력하고 있다는 거 알잖아. 식사할 때만이라도 좀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라.’


투덜거리며 나는 고기를 한 입 크게 물어뜯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만 지니고 있다면 어떻게든 진전은 하기 마련이다.

수많은 도전 끝에 세운 최고기록은 흰 새를 4마리나 소환시켰었다.

흰 새 한 마리당 1분이었으니, 4분가량을 마이즈의 손아귀로부터 피해 다녔다는 것이다.


[고작 그 정도로는 녀석의······.]


‘왜 말을 하다 말아? 할 말 있으면 해.’


마이즈가 만든 잿빛테이블의 위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모두 파로에와 마이즈가 공수해온 것인데, 식단의 90%이상이 전부 고기 위주로 되어있었다.


육체를 재생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를 사용해야한다.

덕분에 단련을 시작한 이후로는 자주 식사를 하여도 정신이 변질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 편히 즐길 수가 있었다.


지금도 그래야만 하는데, 고기를 뜯고 있던 나는 심연의 목소리가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뜸을 들이고 있자 괜스레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다.


뉘앙스를 보면 역시 심연의 목소리는 파로에나 마이즈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게 분명한데, 어째서인지 정보를 누설하는 것에 있어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에 대한 정보라던가, 타인에 대한 것은 최대한, 아니 아예 말하려들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뭔가 있는 것 마냥 말을 끊을 때면 그게 뭔지에 대해서 추측과 의심을 가지게 된다.


[아니다, 밥이나 먹어라.]


체념을 한 것인지 심연의 목소리가 아주 멀리서 말을 한 것처럼 작게 들려왔다.

이 상태로 돌입했을 때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이다.

육체도 가지지 않은 녀석이 휴식은 무슨, 이라고 생각할 법 하지만 녀석은 상당히 디테일한 부분을 챙기는 구석이 있다.


즉, 의외로 섬세하다는 거다.


“왜 그러십니까?”


고기를 집어든 채 멍하니 있으니 마이즈가 물어왔다.


“응? 아, 이 고기의 육즙을 음미하고 있었어.”


대충 얼버무리기 위해서 둘러댄 말이었지만 마이즈는 뿌듯해하며 자랑스럽게 입을 열어 보이기 시작했다.


“입맛에 맞으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식사라도 제대로 된 대접을 하고자 신경을 쓴 부분이 없잖아 있었는데, 마음에 드신다니 제가 다 뿌듯하군요.”


“으, 응. 고마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마이즈는 유하의 자질을 지닌 날 상당히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상당히 소름끼치는 행동도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 가하면, 조금 해이해졌다 싶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올 때가 종종 있어 상당히 부담스러운 녀석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전에는 내 피 냄새를 더욱 맡게 해달라며 어미를 따르는 오리 새끼마냥 졸래졸래 따라다니는 바람에 진절머리를 쳤었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바깥 용무를 끝마치고 돌아온 파로에가 아니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어서 강해져서 저 녀석을 짓 밞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라.]


‘쉬러간 거 아니었어?’


[······.]


아, 진짜 쉬기 위해 갔나보다.

그 와중에 마이즈는 어느 새 옆으로 다가와 내 손등에 볼을 비비고 있었다.


“아, 아~ 유하여제의 피가, 제게도 흐르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매혹적입니다.”


이제는 내 손가락을 마른 오징어마냥 질겅질겅 씹어 보이기까지 한다.


‘지, 진짜 소름 돋는 녀석이네!’


날 향한 녀석의 집착은 정상이 아니었다, 삐끗하면 도를 넘어설 것은 물론이었고 이미 광기에 집어삼켜진 녀석이니 주의가 필요했다.


완전 질색하는 표정으로 손을 빼려고 잡아당기니 아예 몸이 딸려온다.


“씹을 거면 내 손 말고 고기를 뜯어!”


“무슨 말을 하십니까? 저런 볼품없는 덩어리보다도 유하의 피가 흐르는 이···”


그때, 마이즈의 눈앞으로 흰 새 한 마리가 조용히 날개를 접고 사뿐히 앉아보이자 급히 물러서기 시작한다.


“하하하, 제가 또 도를 넘었습니다. 자제를 해야 하는데, 좀처럼 되지가 않아 힘드네요. 하하하.”


“······.”


그걸 꼭 웃으면서 말해야하나 싶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어쨌든 저 녀석과는 단 둘이 있으면 위험하다.

파로에가 있어야만 사태가 진정되는 이 상황도 위험하다.


심연의 목소리 말대로 저 녀석보다는 강해져야만 한다.


---


“움직임이 훨씬 좋아지셨습니다!”


측면에서 날아오는 터치는 페이크동작.

내 자세를 무너뜨려 한 번에 두 번의 터치를 노리고 있다.


마이즈의 패턴을 읽은 나는 그대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피해 다녔다.


지금 소환된 흰 새는 3마리, 조금 더 있으면 4마리가 된다.


[방심하지마라, 곧 녀석의 속도가 빨라지는 타이밍이다.]


‘알고 있어.’


처음에는 어떻게 피해야할지 막막할 뿐이었는데, 지금은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도 마이즈의 손길을 피해 다니고 있었다.


반사 신경은 더욱 날카롭게.

육체의 컨트롤은 더욱 정교하게.

용안은 더욱 정밀하게.


실패를 쌓을수록, 파로에의 말처럼 성장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놀라울 뿐이었다.

실전이 아닌 액션영화의 주인공들이 적들의 공격을 피해내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도 더 빠르고 완벽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짜고 치는 대본이 아닌 현실에서 이런 움직임을 내가 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저 상대보다 더욱 빠른 움직임으로 다가가서, 힘으로 찍어 누르던 때와는 확실히 차원이 달랐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그때는 확실히 애들 장난수준에 불과했다.


[지금의 용안이라면 녀석의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포착할 수 있을 터. 용안뿐만이 아니다, 오감을 적극 활용하여 예측을 끌어내도록 해라.]


소환된 흰 새는 4마리.

마이즈의 속도도 한층 빨라지기 시작해, 슬슬 피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상대의 흐름에 휘둘리지 마라, 속도가 빨라졌으니 녀석의 활동영역이 넓어졌다. 지금의 감각을 유지한 채로 좀 더 주위로 확산시켜 바라봐라.]


‘그게 말이야 쉽지! 감각을 퍼트리는 게 어떤 감각인데!’


버거워지기 시작하며 집중력이 조금씩 흐트러져가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터치를 허용하지는 않았다.


[그걸 이 몸에게 물어보는 거냐? 네 몸이니 네가 익혀야지 이 자식아!]


“하하하, 지금은 여기까지가 한계인가봅니다? 터치 두 번입니다.”


방금은 마이즈의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내 감각이 쫓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감각이 캐치할 수 있는 영역의 밖에서 치고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순간적인 대응이 느려졌던 것이다.


[확산시키는 게 어렵다면 피할 수 있을 만큼의 감각만을 수용하고 나머지는 버려라. 날카로워진 감각은 대기의 흐름을 읽어 들일 수 있다.]


그런 주문이라면 가능한 부분이었다.

지금의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정보는 과감히 버렸다.

아직은 처리할 수 있는 연산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범위가 줄어든 대신 집중력은 한층 더 높아져가고, 성능은 최고조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정도의 반응이라면 충분히 성장한 육체능력으로도 커버가 가능할 지도 몰랐다.


[이번 대련은 확실히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군.]


감각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지금은 이정도가 최선이었지만, 언젠가는 이 공간 전체를 둘러싸고도 날카롭게 감각을 수용할 수 있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이 와중에 성장하신 겁니까?”


마이즈도 두 번의 터치이외에 더 이상 들어가지 않게 되자 흥미를 띄워보였다.


양 쪽 관자를 노리고 들어오는 터치, 뒤로 한 발자국 물린 뒤 고개만 살짝 틀어 피하면 이후에 오른손을 급격히 틀어 멱살 쪽으로 들어온다.


한 발자국만을 물린 이유는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이다.

상체를 반대편으로 숙이며 한 발자국 앞으로 전진.

마이즈의 측면을 파고들었지만 녀석은 휘두른 반동을 이용하여 몸을 틀어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상태까지 오게 되면 마이즈의 속도는 자연스레 감속이 된 상태. 나는 이대로 속도를 더 내는 것으로 녀석의 배후로 돌아간 뒤에 크게 거리를 벌린다.


[좋은 움직임이다, 확실히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심연의 목소리도 이번만큼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를 디디고 왔는가.

거리가 벌어지고 난 뒤 파로에를 바라보자 소환된 흰 새는 5마리였다.


“축하드립니다. 지금 이 몸으로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까지 완벽하게 공략해내셨습니다.”


단련을 마스터하기까지는 아직 5마리가 더 소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이즈는 제자리에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최고 속도라면, 그럼 나머지 5분은 이대로 치고 들어올 생각이야?”


“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시간낭비지 않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누구나 비장의 기술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니까요.”


[역시 나머지 시간은 본래의 힘으로 치고 들어올 작정이었군.]


심연의 목소리는 이미 예상한 듯 별로 놀라지 않았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한숨이 푹 내쉬어졌다.


‘뭔가 느낌이, 이제 시작이라고 알리는 것 같은데······.’


마이즈의 각 손목마다 3개의 검은 와이어 같은 것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2개의 검은 와이어가 땅에 쳐 박히며 마이즈의 몸을 들어 올렸고 나머지 4개의 검은 와이어들이 각기 다른 움직임으로 허공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저건 또 뭐야!!’


[보고도 모르겠냐? 다른 패턴으로 치고 들어 올 테니 대비해라.]


상당히 기괴한 모습이었다.

저렇게 얇은 와이어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에서 우선 평범하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내가 성장할수록 마이즈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그 증거로 허공에 매달린 몸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지만 땅에 박힌 와이어가 조금씩 움직일수록 마이즈의 몸은 흥겹게 흔들거렸다.


“하하하, 어떻습니까? 이것이 제 두 번째 힘, 신경사슬. 지금부터 남은 시간동안은 이 상태의 저로부터 도망치셔야 합니다. 하하하.”


허공을 휘젓고 다니는 4개의 와이어, 아니 마이즈의 신경사슬들.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마치 채찍이 휘둘러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사정거리부터 시작해서, 눈으로 보이는 속도감부터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자, 이 상태의 저로부터 얼마나 버티실지 궁금하군요!”


눈에 광기를 켜고, 땅에 박힌 와이어가 걸음을 때듯 크게 한 발자국 다가온다.

그것만으로도 단숨에 몇 미터를 훌쩍 이동해 나와의 거리를 좁혀버렸다.


“하아, 진짜 미쳐버리겠네.”


마이즈의 두 번째 패턴을 맞이하며 나는 헛웃음을 흘러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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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5. 조우 19.04.03 88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0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6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2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2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0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49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0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1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5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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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7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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