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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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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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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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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5. 금화 한 닢

DUMMY

론 우저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는 숲은 큰 호수하나를 품고 있었다.

물을 물통에 담아내는 동안 호수에 잠긴 영롱한 달을 바라보고 있으니 레이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니 프레이나.

그녀는 목각인형의 잔재를 회수하러 온 요정들에게 우리들의 행방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마을의 허락을 구하고 길을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다고 한다.


레이나가 여정을 나선 지 이제 3개월째라고 했으니, 어디보자 그때는 내가 잿빛가루의 공간에서 계속 마이즈를 통해 수련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약의 부작용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 레이나는 내가 론 우저에 아직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고 상당히 놀래며 대답했고 이후 다른 일행들은 어디에 있냐며 물어보는 것을 보아 역시 우리들이 어떤 상황에 쳐해 있는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레이나의 물음에 대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바깥의 세상으로 오랜만에 나온 터라 원하는 답변을 해줄 수 없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아마 요정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론 우저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고.


제이본은 계속 함께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세라와 우롱이, 클로버, 쿠키는 틀림없이 뭉쳐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용케도 우리들에 대해서 물어볼 생각을 했구나, 그리고 무작정 론 우저를 향해 움직일 줄은 역시 생각하지도 못한 전개였다.


말하는 뉘앙스로 보면 딱히 우리들을 만나기 위해 여정을 나선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실천에 옮긴 시점에서 그녀는 거의 극복해낸 것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물 가득 찬지 오래다.]


“아, 잠시 다른 생각 좀 한다고.”


[그 엘프 생각한 거냐? 이름이······.]


“제니 프레이나, 그새 까먹은 거야?”


호수에 담근 물통을 꺼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운을 분포시켜 놓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존재의 기운은 곧바로 포착할 수 있었는데, 이 숲은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별 다른 위험을 끼치는 녀석들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흉악한 몬스터들은 없을 뿐이지 가끔 동물들의 발자국 소리는 들려왔다.

이제는 이런 기척정도는 내게 있어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이렇게 기운을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했다면 의미 없이 계속 경계를 하고 있었을 것이며 이렇게 한가로이 물을 떠오려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운의 영역 안에는 휴식하고 있는 레이나의 기운도 감지되어있어, 별 탈 없이 잘 쉬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나저나 저 엘프가 둔감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3개월 동안 길을 나섰음에도 요정을 마주하지 못했다는 것은 영······.]


“왜 또 그래, 요정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엘프라고 해서 요정을 쉽게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을 텐데도 심연의 목소리는 혀끝을 차며 말했다.

애초에 요정들은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는 터라 기운을 숨기고 있는 녀석들을 알아차리기란 어려웠다.

요정이라곤 하지만 생김새는 인간이랑 완전 똑같고, 펙엄처럼 한 쪽 눈에 불을 태우지 않는 이상은 분간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너, 설마 저 녀석이랑 같이 움직이려는 것은 아니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러고 싶긴 한데······.”


[안 된다 이놈아! 이 무슨 썩어빠진 정신 상태로···!]


“사람이 말하면 끝까지 좀 들어줄래? 그러고는 싶긴 한데 역시 안 되겠지 라고 대답하려고 했거든? 서두만 듣고 추측해서 쏘아붙이는 건 무슨 심보야?”


말을 자르며 들어오는 심연의 목소리.

단호한 그 목소리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


[녀석은 분명 네 발목을 붙잡게 될 것이다. 어중간한 감정에 휩싸이려들지 말아라.]


“말이 좀 심한 거 같긴 한데, 아무튼 나도 잘 알아. 지금부터는 어떤 위험이 초래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길을 나선 레이나.

불타오르기 직전의 전쟁 속으로 그녀를 끌어들일 수는 없었고 끌어들이 이유도 없었다.


나와 함께하는 순간 금제에 의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가 곧바로 표적으로 삼아지게 된다.


잿빛가루의 공간에서 수련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아무리 강해졌다고 하여도 절대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


세상에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의 강자가 흘러넘치게 존재한다.


수련을 하는 동안 마이즈에게 전해들은 것만으로도 내 전신이 떨려올 정도의 녀석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세계는 아직까지도 비밀에 잠긴 땅이 있으며, 무린만 보더라도 무수한 미궁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 안에는 몬스터와는 전혀 다른 특별한 생명체들이 침입자를 맞이한다고 하며 드래곤을 제외하더라도 몬스터들 중에선 재앙으로 불리는 삼재의 녀석들이 하늘과 땅, 바다를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들 중에서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강자들이 은거를 하고 있으며 마족들은 3대 물질 중 하나인 마기를 정복한 존재들인 만큼 기본적으로 강한 녀석들 밖에 없었고, 엘프와 드워프, 수인족 등도 다를 바 없었다.

각 종족들 마다 최강의 자리에 군림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으며 그 밑으로도 무시하지 못할 강함을 지닌 존재들이 무수히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 강해졌다고 해서 절대 자만해서는 안 된다.


마이즈와 파로에같은 강자들이 존재하는 백하단도 정체를 숨기고 활동한다.

무이전왕이라는 신의 친위대장인 기시단도 락타베이나의 정보에 의하면 매우 신중한 인물이라고 했다.

금제를 등에 업고 차근차근 세상을 좀 먹고 있었고, 세계수와 요정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조용히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세력들이 조금씩 움직이며 서로의 숨통을 조여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일원이 되고 난 이후 거대한 힘이란 이름의 벽에 도달하고 나서야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한계에 부딪히고 나서야 얼마나 자만했는지 알게 되었다.


제로와의 싸움과 그 이후,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숱한 죽음을 경험하였다.

그 속에서 겨우 실마리를 잡아낸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힘을 손에 쥐었다.

생명은 한 번 죽게 되면 그걸로 끝이다.

강해지고를 떠나서 정전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죽지 않은 채 계속 살아나 그 힘을 손에 넣은 것이니 얼마나 쉽게 쟁취하였나.


그러니 세상의 강자들에게는 경외심마저 들었다.

내가 강해지는 만큼 그 위의 강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쌓여나갔다.


하나뿐인 목숨으로 강자의 반열에 든 진정한 실력자들.


그것을 지난 6개월이란 시간동안 수련에 임하며 깨달은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고통과 좌절을 마주하며 묵묵히 길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심장이 쉬지 않고 뛰는 것처럼 네 녀석도 각오를 매일 같이 다져야만 하는 것이야···]


“그리고 내 힘이 어디까지 먹혀드는지 시험하려 들지 마라는 거지?”


달빛이 나뭇잎들 사이로 스며들며 마음을 차분히 안정시켜주었다.


강한 자들이 득실거리고 있는 세상, 누군가와 마주할 때면 경계를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세상이지만 이런 대자연을 맞이하고 있을 때만큼은 허물어지고 만다.


[네가 진정으로 지켜야하는 것을 떠올리며 살아남아라.]


“알아, 알고 있으니까 이 이상 오글거리게 좀 하지 마.”


지켜야하는 것이 분명하게 형태를 틀어 내 마음 속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을 절대 잊지 말자, 그런 각오를 매일 되새기고 있는데 문제는 심연의 목소리가 그런 말을 꺼낼 때면 속마음이 꺼내지는 것처럼 낯간지러워 버틸 수가 없었다.


부끄러운 감정과 함께 손발이 오그라들기 시작하여 서둘러 걸음을 옮겨 야영지로 도달했다.


“오, 오셨습니까······.”


모습을 드러내자 자리에서 누워있던 레이나가 급히 몸을 일으켰다.

많이 호전되긴 했지만 온몸의 힘이 쭉 빠져 흐느적거리는 게 마치 연체동물 같았다.

나는 무리하지 마라며 그녀에게 물통을 건네주고 옆의 자리에 털썩하고 앉았다.


“감사합니다···카지락스타님.”


레이나는 나를 드래곤으로 알고 있다.

무린을 지배하고 있는 실버 드래곤 카지락스타로 말이다.


그것 때문인지 이런 친절이 다소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새빨갛게 변한 얼굴은 약의 부작용 때문은 아닐 터, 드래곤이 간병을 해주고 있으니 엘프에게 있어 당연히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안면을 트고 다소 친해졌다고 해도, 물론 그런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 정도이긴 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4성 장군이 일개 병사를 간호하고 있는 그림정도일까?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연출이 펼쳐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드래곤이라도 부담 갖지 마, 밖에서는 인간 행색을 하고 있으니까 최대한 자연스럽게, 알았지?”


이런 말이 상대에게 더욱 부담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모를 리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이런 말 밖에 튀어 나오지 않았다.


“아, 알겠습니다!”


[역효과 같은데?]


‘그냥 가만히 있을 걸······.’


심연의 목소리에 이마를 부여잡고 고개를 푹 숙여보였다.

그러자 레이나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난 뒤에 입을 열었다.


“감사해요, 역시 카지락스타님께서는 다정하시네요.”


“···응?”


고개를 들고 레이나를 바라보니 모닥불에 비친 불빛으로 인해 더욱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카지락스타님의, 일행 분들을 챙기시는 모습이나 제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신경써주시는 다정한 모습이랑 지금도 이렇게나 절 신경 써주시고 계시잖아요.”


모포를 끌어올리며 레이나는 수줍게 말을 꺼냈다.

달이 떠오른 야밤. 숲 속에 모닥불을 지피며 얼굴을 붉히는 남녀.


의식이 그렇게 흘러가자 분위기가 조금씩 묘해지기 시작했고 나는 레이나의 말에 수줍음을 느끼며 볼을 긁적였다.


[뭐냐 이 분위기는······.]


‘하아···지금까지 구박만 받아오다가, 이렇게 레이나를 통해 힐링을 받게 될 줄이야.’


레이나의 따뜻한 한 마디 말에 마음속까지 녹아들어가는 기분 이었다.

심연의 목소리는 다소 못 마땅한 듯 계속 혼자 중얼거리며 분위기를 초치기 위해 작정을 한 모양이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카지락스타님께 받은 물건, 소중히 잘 간직하고 있어요.”


갑자기 생각난 듯 상체를 일으키고 자신의 소지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이건 금화잖아.”


“네, 카지락스타님께서 주신 이 금화를 항상 지니고 있어요.”


생긋 웃으며 대답하는 레이나가 귀엽게 보였다.

나는 생각을 더듬으며 이 금화를 떠올려보기 시작했고 이내 작은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때 세라의 멀미약을 준 것에 감사하다는 의미를 담아 준 그거구나.”


“네! 맞아요, 그게 이 금화예요.”


이 금화는 요정계에서 여정의 자금으로 쓰라며 락타베이나에게 받은 것이었는데, 멀미약을 제공해준 레이나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줬던 금화 한 닢이었다.


마땅히 보답 해줄 것이 없어서 그냥 준 것 뿐이었는데 레이나는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주 정분 날 분위기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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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15. 원인을 알 수 없는 19.04.08 92 1 12쪽
76 15. 호수의 비밀 19.04.06 87 1 12쪽
75 15. 포션을 만든다는 것 19.04.05 95 1 12쪽
» 15. 금화 한 닢 19.04.04 93 1 11쪽
73 15. 조우 19.04.03 88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0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6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2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2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0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49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0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1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51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5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47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4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7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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