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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745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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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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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1. 공백인형, 조사

DUMMY

론 우저의 모험가 길드 관리인인 니콜라이로부터 조사를 부탁받은 우리들은 쉬는 것도 마다하고 곧바로 몰락 귀족가의 저택으로 왔다.


오랜 기간 출입을 통제하던 곳이라 그런지 정원은 온갖 잡초들과 동물들의 흔적으로 더렵혀져 있었다.

묘한 분위기의 정원을 밤바다의 파도소리와 차갑게 내려앉은 공기를 가르며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우리들은 침묵을 유지한 채 저택의 문 앞까지 도달했다.


“바로 들어 갈 거지?”


제이본이 문 앞에 서더니 내게 물었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다른 일행들은 괜찮은지 얼굴만 확인하기 위해 잠시 뒤돌아보았는데, 정원에 들어서기 전까지 큰 소리 떵떵 치던 우롱이는 세라의 뒤에 살짝 숨어 공포감에 의해 사시나무 떨 듯 다리를 후들거리고 있었고 세라는 아예 두 눈을 감고 시각을 포기해버렸다.


“유령이든 몬스터든 간에 빨리 끝장내고 돌아가자고.”


잠을 물리치기 위해 목을 풀었지만 졸린 눈은 풀어지지 않았고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제이본이 양 쪽의 문을 힘차게 밀었다.


쿠웅!


“콜록···! 콜록···! 아, 진짜···!”


퍽!!


문 한 쪽에 거대한 수납장이 버티고 있었던 건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오랜 시간동안 묵혀있던 먼지들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 우리들을 덮쳤다.


덕분에 기침을 연발하던 우롱이는 방금까지 가지고 있던 공포감은 온데간데없이 짜증과 분노로 얼룩진 감정을 내비치며 제이본의 등을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내가 문 너머에 이런 게 있을 줄 알았겠냐고.”


‘확실히 피곤하긴 한가보네, 별 다른 반응을 안 보이는걸 보니.’


평소라면 격하게 반응하여 서로 이빨을 드러낸 맹수들 마냥 치고 박고 싸우기 일상이었는데 말이다.


“살짝만 밀어 봐도 걸린다는 감각이 있었을 텐데 무식하게 열려···으읍!”


달그락! 달그락!


“쉿···! 조용히 해봐.”


그때, 자연적인 것과는 동떨어진 소리가 넓은 홀에 짧게 울렸다.

소리가 들린 것과 동시에 우롱이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아쉽게도 그게 끝이었다.


어둠을 뚫고 내다보는 용안에도 불구하고 소리의 정체를 포착할 수 없었지만 분명 우리들이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무언가가 이곳에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소리가 들렸던 방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읍···! 푸하, 방금 뭐야?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잖아! 분명 유, 유령이야, 세라! 세라!!”


“···진정해주세요, 이 세상에 유령이 어디 있다는 거예요.”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제이본이 어이가 없어 무심코 튀어나온 중얼거린 말에 세라는 진심으로 질색하는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 깍지 낀 채 대꾸했다.


“알아요, 알고는 있지만 이런 분위기는 싫어한단 말이에요. 유령은 왜 이런 곳에서만 나오는 거죠?”


“하나같이 호들갑은 바람에 의해 난 소리라고.”


넓은 홀을 성큼 성큼 걸어가더니 위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의 둥근 장식물을 잡고 힘으로 뜯어보였다.

세라와 우롱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취한 행동인 것은 알겠지만, 제이본의 말도 안 되는 억지에 불안감 또한 공포감 그 이상으로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런 건 함부로 손대는 게 아니라고 했단 말이야! 내가 분명 책에서 봤어!!”


“제이본씨 유령 분들을 자극시켜서 어쩌겠다는 거예요!”


“너희들 진짜 진심이냐고···”


호들갑 떠는 세 사람을 놔두고 나는 천천히 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곳곳에 거미줄과 함께 부서진 조각상과 장식품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액자 속 그림들과 초상화들은 대부분 찢겨진 채 한 쪽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돈 될 만한 것들은 죄다 훼손시켜 놨네.’


그 밖에도 동물들의 배설물과 털 등 외부에서의 흔적들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사람의 발자국이나 손길을 거친 흔적은 도저히 찾아 볼 수 없었다.


‘뭐지, 아무리 신경이 예민하다고 해도 착각한 건 분명 아닌데.’


“···묘하게도 뭔가 익숙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군요.”


쿠키의 등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던 클로버가 말을 걸어왔는데 나처럼 확실히 느껴지는 게 있는 모양인지 상당히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클로버가 느끼기엔 방금 전의 소리는 단순히 바람이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해?”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썩어문드러진 목재에서는 그런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후 세라와 우롱이가 겁에 질려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패닉을 방지하고자 이러한 사실은 발설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얘기를 맞춘 뒤, 넓은 홀의 중앙에서 모두 모였다.


“일단 첫 의뢰인만큼 확실하게 끝내고 돌아가자, 그러기 위해서는 조사를 해야 하니 그때 정한 팀으로 나눠서 탐색해보자.”


“빨리 끝내자고.”


행동파인 제이본은 그저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는지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에는 성급함이 묻어나와 있어 넓은 홀을 크게 울려대었다.


“아! 기, 기다려! 그렇게 무식하게 소리 내면서 가지 말란 말이야!”


뒤이어 우롱이가 기겁을 한 채 제이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유령에게 겁먹지 않는 제이본에게 조금 의지하는 모습이 엿보이는 순간 이었다.


“그럼 클로버 부탁할게.”


“예, 다녀오겠습니다.”


쿠키의 등에 있던 클로버는 짧은 인사와 함께 우롱이의 머리 위로 이동술을 시전 했고 나와 세라, 쿠키도 천천히 계단을 올라 제이본네가 갔던 방향의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조사하기 시작했다.


---


저택 탐색 시작 후 5분 뒤.


쾅!!


“히익···!! 까, 깜작이야···!!”


혹여나 유령들이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놀라는 순간에도 그런 생각이 먼저 드는 바람에 속 시원하게 지르지도 못한 우롱이는 증오를 눈빛을 담아 원흉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이상 없음, 다음.”


“자, 잠깐만 기다리라니까!”


“조용히 입 다물고 따라오기나 하라고.”


“진짜 짜증나게 하지 말라니까!”


당당한 것도 정도여야지 유령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수두룩한 마당에 뭘 믿고 이렇게 행동하는 것인지 우롱이로서는 절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참지 못한 우롱이는 제이본에게 능력을 사용했다.


“······.”


인간인 제이본은 우롱이의, 대상을 경직시키는 힘에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거침없이 저택을 누비던 그는 제자리에서 우뚝 선채 눈에 실핏줄을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내 말 좀 들으라니까.”


“망할 꼬맹이가···”


진정을 바라는 의미에서 잠시 멈춰 세운 것뿐이라 능력을 바로 풀었다.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무식하게 행동하는 것도 적당히 해라, 진짜!”


“밤샐 것도 아니고, 그렇게 무서우면 먼저 돌아가던가.”


“다시 못 움직이게 해줘?”


“···이게 지금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두 분 그만해주십시오!”


둘 사이에 또 다시 마찰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 클로버가 서둘러 말리기 시작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망나니 짓 하러 왔어? 조사가 목적이잖아!”


“그러니까 조사하고 있는 거라고.”


“유령에게 당했다는 사례도 있으니까 좀 더 조심히 행동하자니까.”


우롱이가 평상시와 달리 약한 모습을 보이자 제이본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의뢰의 정확한 요지를 파악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곳의 이상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뭔 말이야, 나도 알고 있어.”


“···원인이 되는 유령만 잡아 족치면 끝나는 거라고. 조심할 필요도 없이 심기만 건드려주면 알아서 찾아오지 않겠냐.”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어떤 녀석이 유령을 맨 손으로 때려잡을 생각을 해!”


답답한 마음에 소리쳐버렸지만 이내 정신 차린 우롱이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그 모습에 제이본은 헛웃음을 흘리며 다시 조사를 감행하기 시작했다.


“···하여튼 겁 많은 꼬맹이들은 일일이 귀찮게 굴어서 문제라고.”


“꼬맹이라 하지 말라고 했다! 콧수염이 왜 세라에게 부탁했겠냐? 생각 좀 해라.”


“유령이란 것도 결국엔 기선만 확실하게 제압해주면 끝난다고, 클로버도 그렇게 생각할거고.”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는 제이본을 바라보며 클로버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말 한마디 잘 못했다가 또 어떤 불씨가 번질지 몰랐기 때문에.


“두 분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틀린 것은 없으나 조율은 필요해 보이는 군요.”


우롱이의 머리위에 있던 클로버는 이동술로 제이본의 어깨위에 올라탔다.

이 후 두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정리해주기 시작했다.


“우선 유령을 꾀어내는 것은 이 저택을 충분히 조사한 뒤 모두가 모인 뒤에 하도록 하죠, 그 전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 하여도 안전을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게 맞다 봅니다.”


“봤지? 클로버도 이렇게 말하는 거. 우리들끼리는 유령 못 잡아!”


금세 기고만장해지는 우롱이의 모습에 클로버는 곧바로 입을 열어보였다.


“하지만, 우롱토끼님께서도 유령에 대한 공포심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 말 대로라고.”


클로버의 단호하게 내뱉는 말에 제이본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씩 웃어보였다.


“조사 명목 하에 조심을 가하는 것이 아닌 공포에 의해 몸을 추스르고 계신 것으로 보였습니다. 때문에 제이본님께 능력을 사용함으로써 위험요소를 늘리셨고요.”


“···미안, 클로버가 말한 대로 너무 겁에 질려있어서 아무 생각이 안 나긴 했어.”


“지금부터라도 저희들의 가능성을 믿고 맡겨준 의뢰라는 것을 생각하며 움직이도록 하죠.”


클로버의 말대로 우리들은 단순히 흉가 체험을 하러온 것이 아니었다.

우리들이 고른 게 아닌 모험가로서 타인에게 수주 받은 의뢰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과에 따라 명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클로버는 그런 부분을 콕 집어 말해준 것이다.


우롱이는 확실하게 받아들인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여 수긍해보였고 셋은 다음 칸 문 앞에 다다랐다.


“진정됐으면 열고, 아니면 좀 더 기다려주고.”


제이본도 클로버의 말에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은 더 이상 혼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옆의 동료를 의식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리더에게서도 들었던 말이었다.


“뭐해, 빨리 안 열어?”


“······.”


나름 배려해준다고 기다려줬더니 돌아오는 것은 이상한 듯 바라보는 눈초리와 재촉이었다.

하지만 제이본은 문을 열기위해 가져댄 손에 힘을 주지 않았다.


“제이본님 왜 그러십니까?”


이상한 낌새를 느낀 클로버가 제이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얼음송곳으로 꿰뚫을 듯 흔들림 없는 눈동자는 서리가 내려앉은 것처럼 차갑게 한 곳만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제이본이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문 한 쪽에 성인 남성의 주먹크기 만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


우롱이도 무슨 일인가 싶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자 제이본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꼬맹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전쟁 겪어본 적 있냐.”


“갑자기 진지해지기에 뭔가 했더니 또 놀리는 거야!”

감정을 실은 주먹을 제이본의 등을 향해 내질렀지만 어째서인지 바위를 친 것처럼 극심한 통증이 손을 타고 전해져 왔다.


“으, 아파라······갑자기 능력 쓰는 게 어디 있어!”


“···시끄럽고, 눈을 가리던 정신력으로 버티던 둘 중하나 선택해라.”


말을 끝마친 제이본은 아까와는 다르게 신중하게 문을 열며 안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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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0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6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2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2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0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49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0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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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5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7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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