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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755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3.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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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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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DUMMY

“왜 그런 소문이 퍼졌는지 알만하네.”


론 우저의 바다를 한 눈에 담아낼 수 있도록 까마득한 절벽의 위에 세워진 거대한 저택을 올려다보며 제이본은 하품을 했다.

하필이면 해가 지고 난 뒤라 분위기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고 거대한 정원의 문을 조심스레 열자 소름끼치는 쇠 울림이 청각을 괴롭혀댔다.


“조심히 열라고 이 바보야!”


퍼억!


정원의 문을 여는 제이본의 등에 발차기를 작렬한 우롱이는 하늘 높이 솟은 귀를 접으며 이를 빠드득 갈아대었다.


“이 꼬맹이가···”


“두 사람 또 시작이에요? 그리고 우롱이도, 제이본씨께서 일부러 소리를 내고 싶어서 낸 건 아니잖아요.”


세라가 급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중재했고 세 사람은 정원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일행과 잠시 뒤떨어져서 으스스한 분위기의 저택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생각을 접고 발걸음을 옮겼다.


“몰락 귀족가의 저택을 잘도 리모델링할 생각을 했네, 왠지 소문이 소문으로만 그치지 않을 느낌이라 불안한데.”


“어쩌겠습니까, 얼른 조사를 끝내고 돌아가도록 하죠.”


제이본과는 반대로 클로버는 생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는데 발을 살짝 구르며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을 보여 자연스럽게 일행에게 다가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


3시간 전.


우롱이의 바람대로 지상 최대의 낙원, 론 우저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초호화 식사를 만족스럽게 마친 우리들은 해가 완전히 감추기 전에 모험가 길드로 서둘러 들어섰다.


세계 각지에서 내려오는 의뢰와 지명 수배서, 그 밖에도 모험가 전용 쉼터와 서로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장터, 안내소, 경매장, 식당 등등.


대부분의 일을 한 장소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없는 것이 없어보였다.

종합 상가와 같은 느낌이 들었고 1층 플로어에는 식당과 한 쪽 공간에는 의뢰게시판과 동시에 안내소가 있었다.


“더럽게 휑하네.”


길드는 처음 접하는 터라 잘 몰랐지만 제이본이 주변을 훑어보며 안내소로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쿠키는 두 말할 필요도 없었고, 우롱이와 클로버도 길드는 처음 접한다고 했으며, 세라는 악마에 대한 정보를 찾고자 종종 들러봤다고 얘기해 주었다.


조금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안내창구의 여성 직원은 미소로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모험가로 등록하고 싶다는 대답에 인원 분만큼의 서류를 건네주더니 작성 후 제출해줄 것을 말하며 비어있는 식당 테이블을 가리켰다.


안내받은 대로 서류를 들고 테이블에 앉은 우리들은 간단히 음료를 주문한 뒤 서류의 빈 칸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세라와 제이본은 막힘없이 술술 써내려갔지만 우롱이는 공용문자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머릿속으로 언어와 문자들이 그림과 같이 떠오르고 있어서 별 문제는 없어 보였으나 한글과는 다른 필체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일까.


보기 불편할 정도의 악필이 이어졌다.


게다가 출신지와 같이 다소 난감한 정보들을 써내야했기 때문에 중간 중간 멈칫하기도 해서 시간이 소모되었고 따로 신분을 제시할 만한 게 없어 기재해야하는 부분도 더 많았기 때문에 나와 우롱이는 두 손을 들어야만 했다.


결국 세라와 제이본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긴 시간동안의 서류 작성을 끝마친 우리들은 음료로 목을 축이며 뒤로 있는 힘껏 젖혀 피로해진 근육을 풀어주었다.


“···제이본씨는 무린 대초원의 부족원출신이셨군요.”


잠시 쉬어가는 참에 세라는 제이본의 강함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며 입을 열었다.


“내 출신에 대해서는 말 안했던가? 대초원에서 살았다고는 해도 성인으로 인정받기 전에 뛰쳐나와서 사실상 부족원이라 말하기도 어중간하다고.”


“그쪽 태생이신 분들은 맨 주먹으로 오우거도 때려잡을 만큼 강하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그 말은 과장된 것은 아니었네요.”


소문에 대한 진실 여부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면서 세라는 다소 흥미진진한 표정을 내비쳤다.


“어쩐지, 야만스럽게 느껴진다 했더니 그쪽 출신이었잖아.”


우롱이는 이때다 싶었던 모양인지 얄미워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제이본을 살살 긁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우롱이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제이본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아내기 위해서 숨을 삼키며 어깨를 들썩여보였다.


“왜, 왜 그래?”


제이본의 이상 증세에, 옆에 있던 내가 넌지시 물어보자 그는 조용히 서류만 건네주었다.


“우롱이 서류잖아.”


건네받은 서류는 우롱이의 정보가 기재된 서류였다.

문자를 잘 모르는 우롱이를 대신해 제이본이 대신 서류를 작성해 주었는데 천천히 읽어 내려갈수록 그가 왜 이렇게 즐거운 반응을 보이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우롱아 너 출생지도 제이본이랑 같은 부족원으로 되어있는데?”


“···무슨 말이야.”


“여기 잘 봐. 출신지 : 루셈도 북쪽 국경의 끝. 무린 대초원 철의 부족 출신.”


“내가 왜 이 녀석이랑···!! 우읍···!!”


길드의 안에는 많지는 않았지만 용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소란을 예방하고자 세라가 우롱이의 입을 틀어막으며 자리에 앉혔다.


“사실대로 적으려고 했지만 클로버씨께서 말리는 바람에 제이본씨와 같은 출신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어요.”


“푸하···!! 클로버, 왜 그랬어!”


세라의 손을 어렵사리 풀며 물었지만 클로버는 당연한 얘기를 굳이 길게 설명 할 필요도 없다며 핵심만 짚어 대답해 주었다.


“정체를 숨기고 오른 여정 길에 지금 와서 밝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럼 적어도 세라랑 같은 출신으로 해줘!”


“루셈도에서는 로사리오에 각인을 새기는 것으로 신분을 등록하는데, 우롱이는 가지고 있지 않잖아요.”


당연한 얘기지만 나 또한 신분을 증명할 물건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철의 부족 출신으로 기재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신분이 증명되지 않는 자들은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모험가로서의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를 판별하는데 세라를 제외한 나, 제이본, 우롱이 세 사람은 큰 어려움 없이 B등급이라는 판정을 받아낼 수 있었다.


모험가로 처음 등록할 시에 매겨지는 등급의 최고치가 B등급인 것을 감안했을 때 테스트에서 내보인 힘은 세 사람 전부 A등급 이상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정을 받아 관리인과 시험관으로부터 놀라움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모험가의 등급은 총 6가지로, SSS ~ C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아무래도 B등급 이상부터는 잠재력이 A급으로 측정된다 하여도 길드를 통한 토벌과 의뢰의 실적, 공헌도가 부족하다면 올라 갈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서류 작성보다 훨씬 빨리 끝내버린 테스트에 허무함마저 들었다.

세라는 루셈도의 수녀라는 점에서 모험가 길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인재로 기용되어 B등급의 판정을 받았다.


순탄하게 B등급의 모험가를 증명하는 실버 링을 건네받을 즈음에는 해가 저문 상태였지만 길드의 관리인은 높은 잠재력을 지닌 우리들에게 흥분을 애써 감춰 보이며 말을 걸어왔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게.”


갈색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중년의 남성으로 현역 시절에는 모험가로서 꽤나 이름을 날렸다는 모양인데 지금은 론 우저의 모험가 길드 관리인으로 이름은 니콜라이라고 한다.


“···?”


내일은 무무가 말한 물건의 정체에 대해서 알아볼 심산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니콜라이에 의해 우리들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할 말 있으면 후딱 끝내고 돌아오라고, 나는 먼저 가서 한 잔하고 잘려니까.”


호화로운 식사에서 우롱이와 음식 전쟁을 벌였던 탓에 배부른 만큼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 제이본은 분위기상 귀찮은 이야기가 나올 것을 예상하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런 쪽으로는 눈치가 빠른 우롱이였기 때문에 제이본을 가만둘 리가 없었다.


“망할 꼬맹이가···”


“도망가려고 해도 소용없어, 우린 동료잖아.”


나는 둘 사이의 신경전은 내버려두고 니콜라이를 향해 물었다.


“무슨 일이죠?”


“급히 한 가지 의뢰를 맡아주었으면 좋겠네만.”


현재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놀이 증식한 탓에 대규모의 토벌 작전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나라에서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기에 모험가 길드에 공식적으로 의뢰를 한 상태였고 보수가 높은데다가 실적 또한 후하게 쳐주는 국가 의뢰는 모험가들에게 있어 더할 나위없는 조건의 일거리였다.


대부분의 모험가가 그쪽으로 빠지게 되자, 얼마 전 들어온 의뢰의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희들은 방금 막 모험가가 되었는데 괜찮은가요?”


니콜라이는 기다렸다는 듯 세라의 손을 부여잡으며 준비된 대본 마냥 속사포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두말하면 잔소리! 그대들처럼 조화를 이룬 파티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네, 게다가 전원이 골드 링의 잠재력을 가진 파티라면 말일세.”


콧수염이 콧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묘기를 선보이자 세라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는지 살며시 손을 빼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니콜라이의 추태는 멈추지 않았다.


“왜, 왜 이러세요···”


세라의 손을 다시 덥석 붙잡으며 눈을 마주친 채로 다시 입을 열었다.


“무엇보다 루셈도의 수녀인 자네가 아니면 이 의뢰를 부탁할 만한 인재는 없다는 것일세!”


“일단 이 손부터 놓고 얘기를···”


“이런! 나라는 사람이···흠흠.”


세라의 정중한 부탁에 니콜라이는 헛기침을 연발하며 손을 놓았다.


“세라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니까 궁금하네.”


늦기는 했지만 들어보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는 생각에 호기심을 내보이자 니콜라이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침착하게 설명해주었다.


지금의 론 우저는 수도와 더불어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도시이지만, 아주 먼 옛날에는 귀족에 의해 관리되어지던 영지였다.


하지만 드워프들과의 교류를 시작으로 론 우저의 입지가 커지게 되자 자연스레 영주의 힘도 강해지기 시작했고 이를 견제한 왕권에서 제재를 가하는 발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막은 소문으로만 오르는 모양이지만 왕권의 편에선 추종자들에 의해 하룻밤사이에 일가는 숙청당했고 억울하게 죽은 귀족가의 영혼은 저택을 맴돌며 허락 없이 들어서는 자들에게 저주를 내린다고 전해져 왔다.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몰락 귀족가의 저택이 남아있는 이유는 실제로 저주를 받은 사람들이 나타나거나 유령을 목격했다는 자들이 속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국가에서는 출입을 금지하도록 통제를 내렸지만 최근에는 드워프들과의 새로운 교류의 장으로써 써먹지 않겠냐고 말이 나온 모양이네.”


“그러니까, 유령 저택으로 가서 그 실체를 밝혀내달라는 게 의뢰의 내용입니까?”


“황당무계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로부터 일을 맡은 레미콘 남작의 말에 의하면 소문은 사실이며 그곳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하나같이 정신발작을 일으키는 탓에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겠다고 하더군.”


“그래서 모험가 길드에 급히 의뢰를 부탁했고, 때 마침 적임자로 보이는 우리들이 왔다 뭐 이런 얘기구만.”


우롱이가 목을 깨물고 있었지만 상대하는 게 귀찮아지기 시작한 제이본은 그냥 무시하기로 마음먹은 것인지 나와 세라의 곁으로 다가와 요약해보였다.


“그래서 리더는 어떻게 할 거야?”


“부탁하네, 잘만 해결된다면 보수는 섭섭지 않게 지불하겠다고 이미 체결한 상황이니 나쁜 조건은 아닐 걸세.”


자세한 내용은 이걸 한번 읽어보라며 내게 고급 용지를 건네주었다.

천천히 의뢰의 내용과 조건, 보수 등을 확인하던 나는 한 문장에서 슬며시 지어지기 시작하는 미소를 보이지 않기 위해 한동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좋습니다, 이 정도라면 바로 가서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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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3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8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5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1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7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3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2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4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1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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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30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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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1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5 1 12쪽
»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8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3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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