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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54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3.01.1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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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다시 찾은 거기.

DUMMY

“여기 맞아?”


유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진희를 잡았다.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가던 진희는 유나의 손에 잡혀 뒤로 밀리듯 같이 주저앉았다.


“나도 힘들어.”


자전거로 올 때는 몰랐는데, 막상 걸어 올라오니 생각보다 멀었다.


“꼭 봐야 해?”


“궁금하잖아.”


유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네가 봤다는 그 붉은 빛? 그게 내가 지금 보는 거랑 같은 거 같단 말야.”


“본 적도 없으면서 꼭 본 것처럼 말하네.”


“봤다니까!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지더니. 이렇게! 이렇게 사람들이 막 나왔어.”


“아니, 여기 붉은 빛 말이야.”


“그냥 느낌이 그래.”


진희는 말해 무엇 하냐는 표정으로 돌아 앉았다. 가져온 가방에서 생수를 꺼내 한입 마시고는 유나에게 내밀었다.


“준비성 대박! 칭찬해.”


“그냥 마셔.”


진희가 진희답게 말했다.


“근데 나 뜬금 질문 하나 해도 돼?”


“하지 마!”


진희에게 예의상 물었지만 대답은 무시하고, 유나가 말을 이었다.


“너는 연예인 말고, 남자친구는 관심 없어?”


“시시해.”


“응?”


“남자애들... 좀 유치하지 않아? 난 잘 다듬어지고, 만들어진 남자가 좋거든.”


“그건 만화 속 왕자님 보는 거랑 뭐가 달라?”


“다르지. 가능성이 있거든.”


“연예인인데?”


“우리가 무슨 과니?”


“방송연예과”


“그러니까. 생각보다 디게 머리 나쁘네.”


“아!”


“이제 이해한 거야?”


“너도 내 과구나.”


“그건 또 뭔 소리?”


“그런 게 있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일어나! 아이고”


“먹는 건 엄청 잘 먹으면서 다 어디로 가는 거니?”


“화장실.”


“...”


진희가 뒤를 돌아봤다.


“근데, 넌 누구야?”


“응?”


“알아들었으면서. 은근 잘 꼬셔.”


“꼬시긴. 사귀자고 한 사람 아무도 없어.”


“진짜? 영식이도?”


“나도 애매해. 관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우정 같기도 하고.”


“남자 여자 간에 우정이 어디 있냐? 어디 하나는 딴맘 있는 거지.”


“넌 연애도 안 해봤으면서 뭘 그렇게 잘 알아?”


“나야. 학습이지. 다년간의 노력이라고나 할까?”


“이론과 실전은 달라.”


“내가 하는 연애야 그렇겠지만 남의 연애는 잘 보이는 법이지.”


진희가 고개까지 끄덕이며 장담하듯 말했다.


“네가 보기에는 어때?”


“전문가의 견해로는 말이지.”


헛기침까지 하며 뻐기듯이 진희가 오버 했다.


“영식이가 아직 어려. 경험이 부족해서 자기 마음을 부정하는 거지.”


“그러니까. 영식이는 나한테 마음이 있는데,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뭐 이러는 거야?”


“그렇지.”


“더 기분 나쁜데. 내가 뭐 어때서?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이러는 거야?”


“뭐, 나 같아도 기분 나쁘긴 할 것 같아.”


유나가 진희를 째려봤다. 그냥 애매한 마음일 때가 너 나은 듯했다.


“다 왔다.”


서늘한 기운의 기도원 앞에서 진희가 말했다. 지난번과 다름없이 녹이 슨 커다란 자물쇠는 기도원의 입구를 굳게 닫고 있었고, 지금까지 누구의 손도 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저기로 가보자!”


진희가 주차장을 가리켰다.


“저기? 파란 천막 같은 게 으스스한데.”


진희가 용감하게 앞장서 걸어가고 유나가 뒤따랐다.


“이상하다”


“뭐가?”


유나가 안으로 들어오며 진희에게 바짝 붙어섰다.


“분명 여기에 문이 있었거든.”


“어디?”


주차장의 벽면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문이 있었던 것 같은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여기에 문이 있었다고?”


유나가 쪼그리고 앉아 벽을 만졌다.


“최소 10년은 계속 벽이었을 것 같은데. 옆이랑 비교해 봐봐. 똑같은데.”


“그러니까 이상하지.”


진희가 손으로 벽을 문지르며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찍은 듯이 옆이랑 똑같아?”


몸을 쫙 펴서 큰 네모를 만든 후 바로 옆으로 옮겨갔다.


“여기 봐봐. 여기 연필로 낙서한 것 같은 그림 자국도 똑같잖아.”


“듣고 보니 이상하다. 이만큼 갖고 와서 똑같이 붙인 것 같네.”


“그렇다고 해도 벽면에 문이 있다가 뜯겨 나간 그런 느낌은 전혀 없어.”


유나가 손으로 벽을 훑으며 말했다. 진희도 옆으로 와 등을 대고 비비고 있었다.


“어떻게 한 거지?”


“물로 씻어볼까?”


“물이 어딨어?”


“저기”


기도원 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수도야 당연히 끊겼겠지.”


“그런가? 그럼 우물 같은 건 없나?”


“있다고 해도 가기 싫은데. 나 공포영화도 싫어해.”


“나도 좀 그렇긴 해.”


유나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럼 오늘은 철수.”


“여기까지 온 게 억울한데 둘러나 보고 가자!”


“하긴. 이사장도 더 이상 여기 안 오는 것 같은데 구경이나 하자.”


하면서 유나는 진희의 팔짱을 끼고 찰싹 달라붙었다.


“무서워?”


“아니.”


“그럼 이거 좀 놓지?”


유나는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진희의 팔을 더 꽉 잡았다.


“우리 꼭 그거 같지 않아?”


“뭐?”


“폐가 체험.”


“아유 그만 좀 달라붙어. 말하면서 지가 더 겁먹고 있어.”


“뭐 어때? 같은 여자끼리.”


“그러니까 더 싫지.”


“그럼 날 남자라 생각해봐.”


“놉! 더! 더! 더 싫어.”


장난치듯 말하며 기도원 뒤쪽으로 가자 논 밭만 넓게 펼쳐져 있었다. 앞은 숲이었지만 뒤는 뻥 뚫려 있었다.


“뭐가 벽도 없어?”


“뻥 뚫렸네. 속이 다 시원하다.”


별 볼 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는데, 순간 세한 느낌이 들었다.


뒤통수에 차가운 물을 들이붓는 느낌이었다.


“여기 산 속 아니었어?”


“내 말이.”


다시 뒤를 돌아본 둘은 입이 벌어졌다.


뻥 뚫린 논과 밭 뒤로 큰 도로가 나 있고, 차들이 생생 달리고 있었다.


“저기 원래 도로가 있었나?”


“내가 알기로는 여기 그냥 산인데. 어떡하지?”


진희가 유나를 돌아보며 동의를 구했다.


“가?”


“저기로?”


많이 멀어 보였다.


저기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하니 고개가 자동으로 옆으로 저어졌다.


“진희야. 생각 좀 해보고 결정하자.”


“궁금하지 않아?”


진희의 호기심이 신체의 고통을 잊게 하나 보다.


“저어기, 가자는 거지?”


유나가 손가락으로 멀리 도로를 가리키자 진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어기 갔다가 기숙사로 어떻게 돌아가?”


“길 못 찾으면 다시 여기로 와서 가면 되잖아.”


“내 말이. 그런데.”


“근데?”


“내 다리가 못 버틸 것 같다는 거지.”


“할만해.”


“아니야. 진희야. 잘 생각해봐.”


“우리 몸이란 게 다 적응하게 되어 있다니까. 막상 걸으면 또 걷게 돼.”


“아니야. 진희야, 우리 오늘만 날은 아니지?”


“아! 나 궁금한데.”


유나가 진희의 손을 잡았다.


“친한 사람 중에 차 있는 사람 있어?”


“음... 아니.”


“미안, 질문이 잘못됐네.”


“아는 사람 중에 차 있는 사람 있어?”


“선배 있잖아. 방송국 정수 선배”


“음악과 이정수 선배?”


정수 선배는 하얀색 엘란트라를 몰고 다니며 여자들에게 추근대는 게 일상이었다.


“선배가 도와줄까? 귀찮은 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데.”


“선배가 좀 그렇긴 하지.”


“지난번 생각 안 나? 광창과에서 CM 메들리 따오는 알바. 선배가 돈 먹고, 일은 나랑 문창과 서리, 걔랑 둘이서 밤 샜잖아. 광창과 문진 교수님이 어찌나 전화를 해대던지. 선배는 사라지고 없지. 맞다. 너는 딱 잘라 안 한다고 했었지. ”


“당연하지. 그건 선배 일인데 왜 해?”


“방송국 이름으로 달고 왔으니까. 어떻게 안 하냐?”


말하던 유나의 눈빛이 음흉하게 변했다.


“근데, 넌 선배랑 친해? 거의 말도 안 하잖아.”


“선배가 곰돌이 인형 줬었거든.”


진희가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시큰둥하게 말했다.


“곰돌이?”


“나 그런 거 딱 질색인데. 선배도 싫고.”


“뭐야? 나 모르는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 일 없었어. 선배 그 인형 다시 안고 갔으니까.”


“다시 돌려보냈어? 푸하하하”


“그런 것 딱 질색이라니까. 서리한테도 치근댔을걸.”


“뭐야? 기분 나쁜데.”


“뭐가 또?”


“왜 나한테는 안 그래?”


“뭘?”


“치근대는 거.”


“뭐래?”


“아니,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왜 나한테만 후배로 대하는 거야?”


“뭐, 선배도 취향이 있겠지.”


“그러니까. 너랑 서리가 딱히 매치 되는 것도 아니고, 방송국에 여자라고는 너랑 서리랑 나밖에 없는데. 참 정옥 선배도 있지.”


“선배한테는 토끼 인형 줬다던가?”


“우와! 완전 사람 차별하네. 나는 뭐 경훈이 정훈이랑 동급이야?”


“별 걸로 다 열 받네.”


“어떻게 해? 정수 선배 불러?”


“아니. 됐거든.”


“그럼 가자!”


“그건 더 아니고. 있어 봐.”


유나는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막대기 하나를 들고 흙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선배들 이름을 하나 하나 쓰다가 영식 이름을 자기도 모르게 쓰고 있었다.


“영식이 차 있어?”


“아니.”


“보고 싶어서 쓴 거야?”


“아니!!”


유나가 발끈했다.


“영식이랑 태준 오빠가 다 알고 있으니까. 얘기해 볼까 싶어서. 차야. 태준 오빠가 어떻게 구해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영웅 선배도 차 있으니까.”


“태준 오빠가 입에 찰싹 붙었네. 넌 마음이 어디에 있는 거야?”


“뭐가? 나보다 나이 많으니까 오빠지.”


“그럼 일단 둘을 만나봐야겠네.”


“그러자!”


유나는 다시 진희의 팔을 잡았다. 진희는 유나의 팔을 빼서 놓으며 한마디 했다.


“우리 편하게 걷자!”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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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써클 22.12.08 14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8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6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20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7 0 9쪽
35 비밀 회동 22.09.26 21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6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9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22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21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2 0 9쪽
29 머니 22.08.29 21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7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7 0 10쪽
22 MT 2 22.07.14 21 0 10쪽
21 MT 22.07.11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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