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문지기순덕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3.02.23 15:05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060
추천수 :
17
글자수 :
222,754

작성
22.11.17 16:18
조회
16
추천
0
글자
9쪽

2학기의 시작

DUMMY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고상희! 후후후”


거울 앞에 앉은 상희의 얼굴이 기쁨으로 빛났다. 거리에서 태준과 영식 그리고 유나를 본 순간 이사장에게 뛰어갔었다. 보라는 듯이 달려가 안겼을 때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됐구나!’ 드디어 자신에게도 기회가 왔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이사장은 자신에게 넘어온 게 분명했다. 태준은 그렇다 하더라도 ‘영식과 유나가 누군가에게 이야기 해 주겠지?’ 빨리 학교에 소문이 나야 할 텐데.........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사장은 소문 때문이라도 상희와의 교재를 인정할 것이다.


‘후후후후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화장대 한구석, 충전기에 걸어 둔 휴대폰이 굉음을 내며 울렸다.

동그란 거울이 커다란 휴대폰의 울림과 함께 덜덜거리며 떨리자 상희의 얼굴에 자동으로 찌푸려졌다. 민서 선배는 생각보다 집요했다. 따지고 보면 민서 선배에 대한 상희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끌렸고, 뭐 사랑 비슷한 감정도 느꼈다. 연락이 오지 않으면 궁금하고 짜증 나고 남들 다 하는 연애를 잠깐이지만 즐겼었다. ‘그래서?’ 상희의 마음은 그게 다였다.


휴대폰의 벨 소리가 끊길 만 하면 다시 울리기를 반복했다. 아무래도 받을 때까지 계속할 모양이었다. 번호를 바꾸려 하니 다시 알려주는 것도 귀찮은데 고작 선배 때문에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짜증을 넘어 분노가 일었다.


전화기에 대고 ‘여보세요? ’라는 흔한 인사 대신 “왜?” 라고 하며 속의 마음을 드러냈다.


“저, 공상희씨 전화 아닌가요?”


민서 선배가 아니었다. 상희의 이마에 소름이 돋으며 불길함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지금 어머님께서..... 병원으로 와 주셔야겠습니다.”


“설마? 돌아가신 건가요?”


“네.......”


손가락 하나하나의 힘이 풀려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아아아!”


상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끊기지 않았던 전화는 상희의 비명과 동시에 ‘딸깍’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왜? 왜? 지금이야!”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는 딸의 울음이 아니었다. 분노였다. 화였다. 잘 돼 가고 있는 일에 죽은 엄마가 초를 쳤다는 듯 강하게 분노하고 있었다.


“정말 일도 도움이 안 돼! 죽으려면 조금만 더 있다 죽든지! 왜? 하필 지금!”


공상희 란 이름 답게 고상하게 꾸며진 상희의 방은 크림색 가구와 시폰 커튼이 아름답게 내려와 있었다. 화사하고 세밀한 조각이 박혀 우아한 그녀의 방은 그녀의 비명과 울음으로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분노와 울음 뒤에는 차가운 이성이 찾아왔다. 어떻게 하든 이사장에게 엄마의 죽음은 숨겨야 했다. 그의 마음을 완전히 차지해 엄마가 없더라도 상희를 버릴 수 없는 지경이 돼야만 했다. 이제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상희에게 남은 것은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와 월세방이 전부였다. 이사장이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래! 어떻게 해서 든 숨겨야 해!”


상희의 얼굴에는 흘러내린 눈물이 마스카라와 만나 검은 두 줄기 줄이 그어졌다. 번뜩이는 눈이 거울에 비쳤다. 더 이상 고상해 보이지 않는 상희의 얼굴에 희망의 미소가 비쳤다. 상희는 휴대폰을 열고 민서 선배의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쌀쌀한 선배의 목소리가 상희 귓속을 차갑게 했다. 일부러 짜내지 않아도 서러움이 밀려왔다. 자신의 신세를 슬퍼하는 구슬픈 울음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전해졌다.


“무슨 일이야?”


아무리 차가워지려 해도 그러지 못하는 선배에게 상희는 가장 가녀린 목소리로 들릴 듯 말 듯 울음소리와 섞어 말했다.


“엄마가”


“뭐?”


너무 작았나 보다. 상희는 배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돌아........ 가셨어.”


생각보다 목소리가 더 잘 나왔다. 살짝 만족한 미소가 입가에 스몄다.


“나........ 무서워!”


‘됐다.’ 이 정도면 민서 선배는 당장 달려올 것이다. 상희는 가만히 기다렸다. ‘어디야? ’를 기대하며.


“병원이 어디야?”


그럼 그렇지. 상희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빛났다.


“주변에 친구분들이나 지인들은?”


착하디착한 민서 선배는 까만색 정장을 입고 까만 넥타이까지 맨 모습으로 영안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상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복 차림으로 어떻게 하면 그래도 고상해 보일까 라는 고민을 하다 선배보다 더 늦게 도착했다. 눈 아래에 붉은 칠을 살짝만 하여 막 울다 나온 모양을 만들려 하다 보니 생각보다 눈화장이 조금 과해 졌다. 솜씨를 키우지 않은 욕심의 결과였다.


당연하겠지만 선배는 상희의 얼굴보다 현재 상황을 더 챙겼다. 선배라지만 고작 두 살 많은 정도라 이런 경험이 있을 리 없겠지만 어떻게 해서 든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 분주했다.


“엄마는 철저하게 고독한 사람이었어. 부모, 형제 하다못해 남편도 없었으니.”


가라앉은 목소리에 민서는 눈치채지 못한 분노를 담은 말이었다.


“외로웠겠다.”


지금까지 울고 나온 듯한 거친 목소리의 선배 말에 상희는 무너졌다. 어머니가 외로웠겠다 는 말이었는지.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굳어 있던 가슴 한쪽을 찔렀다. 눈물이 흘렀다. 걷잡을 수 없이 마구 흘러내렸다. 당황한 민서가 뛰어가서 휴지를 구해왔다. 휴지를 내미는 그의 손을 밀어내고 상희는 민서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마구 울었다. 그동안 억지로 참은 것처럼 막혀 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말하지 말아줘.”


정신을 차린 듯 품속에서 말하는 상희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거. 아무 에게도 말하지 말아줘.”


“왜 그래야 하는데?”


“불쌍해 보이기 싫어. 외톨이로 보이기 싫다고.”


“그래. 약속 할 게.”


상희의 등을 꽉 끌어안으며 약속했다.


민서는 상희에게 물어보지 않고, 밀린 병원비를 치르고, 장례식장으로 찾아온 빚쟁이들까지 다 처리해주었다. 그동안 상희가 겪었을 몹쓸 것들을 생각하며 안쓰러운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갔다.


‘다른 사람들이 가져온 것들로 부를 쌓는 동안 엄마는 대체 왜 고립을 택했을까?’


식당 구석에 앉아 소주를 깔짝대며 생각했다. 웃는 얼굴을 보지 못했었다. 마치 억지로 끌려온 사람처럼 늘 불행했었다. 이사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엄마를 찾지 않았었다. 엄마가 쓰러지고 일기장과 낡은 사진들을 보기 전까지 그 사실조차 알지 못했었다. 어떻게 해서 든 여기 대학교에 들어와야 했고, 이사장과 만나야 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보다 더 젊고 건강해진 그를 보고 엄마에 대한 증오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었다.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병원을 찾지도 않았었다. 상희가 꿈꾸는 아름다운 미래에 늙고 병든 엄마 따위는 없었다. 상희의 미래는 늙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고상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다음 주가 개학이지? 학교 공사는 다 끝났겠지?”


“선배는 부자지?”


“뭐, 우리 아빠가 부자지.”


“선배 아버지가 이사장하고 친한 국회의원이라 하셨지? 그래서 여기 대학교에 온 거고.”


“이사장님하고 꽤 친하긴 하시지. 나야 뭐 공부하고는 담쌓고 살아서 갈 데 없어서 여기 오긴 했지만”


선배가 머리를 긁적였다. 상희가 선배 손을 잡았다.


“선배, 말 안 할 거지?”


“응?”


“나 혼자 됐다는 거 말 안 할거지? 약속하지?”


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희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가냘프게 보였다.



“하이”


유나가 씩씩하게 존에게 인사했다. 존은 방학 내내 바닷가에서 보냈는지 구릿빛 피부를 빛내며 더 건강 해져 있었다. 울룩불룩 나온 근육 진 팔을 들어 보이자 햇빛에 피부가 조명을 받은 것 같았다. 유나에게 탭을 건네고 돌아서 가는 뒤통수에다


“미스터 코리아에 나가도 되겠어요!”


오지랖으로 크게 말해주자 알아들었는지 존이 "생큐" 를 말하며 기뻐했다. 곁으로 온 영식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하여간에 여자들이란.”


영식의 집에서 탈출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에 들뜬 유나가 생각하기에 군식구들 데리고 있는 게 편하지는 않았을 거지만 떠난다고 하니 내심 서운해 하는 것 같았다.


“이 누나가 집에서 나가니까 마음이 좀 그렇지?”


“뭐 래?”


까만색 트렁크를 끌고 팽하고 돌아서 남자 기숙사로 들어가 버렸다. 유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존에게서 받은 탭을 들고 기숙사 문을 열자 역시 아무도 없는 빈방이 반겨주었다. 이 얼마나 갖고 싶었던가 혼자만의 시간을. 유나는 은숙 언니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언니들은 아마도 내일이나 모레쯤 오겠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드럼 더 드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첫사랑 23.02.23 9 0 10쪽
48 상희 23.02.09 10 0 10쪽
47 다시 찾은 거기. 23.01.12 13 0 10쪽
46 그날 이후 22.12.22 14 0 9쪽
45 로맨스 22.12.15 15 0 9쪽
44 써클 22.12.08 12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19 0 9쪽
» 2학기의 시작 22.11.17 17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7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6 0 9쪽
39 진실 22.10.27 14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5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18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6 0 9쪽
35 비밀 회동 22.09.26 16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4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7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18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16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0 0 9쪽
29 머니 22.08.29 19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19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2 0 11쪽
26 농가 22.08.18 21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5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6 0 10쪽
22 MT 2 22.07.14 20 0 10쪽
21 MT 22.07.11 21 0 11쪽
20 드림 콘서트 22.07.07 22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