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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52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9.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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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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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끊어낸다는 것

DUMMY

"으악!"


비명소리에 이은 소란스러운 웅성거림에 벌떡 일어난 유나와 서리는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무슨 소리야?”


두려운 시선으로 말하는 유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서리는 가게 안쪽에 사람들이 둘러싸 웅성대는 곳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유나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둘은 동시에 손을 맞잡고 그곳으로 향했다. 무엇이 있던 놀라지 말자며 유나의 머릿속에서 춤추는 멧돼지부터 살인사건까지 떠오르는 온갖 영상들을 옆으로 밀어냈다. 화면이 클로즈업되듯 점점 다가서자 한 남자의 다급한 소리가 사람들 속을 뚫고 나왔다.


“119 신고!”


“신고했어요!”


남자의 말에 누군가가 대답했다. 바닥에는 아이보리 정장을 입은 젊은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숨을 쉬지 않는 듯 의식을 잃은 여자를 보며 남자는 지체하지 않고 겉옷을 벗기고 블라우스의 단추를 모두 푼 후 속옷까지 벗겨냈다. 상의가 벗겨진 여자는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남자는 익숙한 솜씨로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다. 하얗다 못해 투명해진 여자의 얼굴은 마치 인형을 보는 듯 괴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소리하나 내지 않았고, 여자의 뽀얀 속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유나는 충격을 받았다. 위급한 상황에서 숨을 쉬지 못하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생각은 타고 넘어가 자신이 저곳에 누워 있다면 이라는 데까지 이르니 차마 그 자리에 더 있을 수가 없었다. 119 구급차는 5분정도 뒤에 도착했고, 들것에 실려 가는 여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듯 가슴의 숨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안도감과 함께 묘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가 위급한 상황에서 살아났다는 생각보다 사람의 몸이라는 것이 참 별게 아니라는 생각에 침울함마저 느껴졌다.


“뭐하니?”


서리가 유나의 옆을 툭툭 쳤다.


“충격 받은 거야?”


서리가 유나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뭐 나도 처음 본 광경이긴 하지만”


서리도 생각이 많아진 듯 혼자 중얼거렸다.


“왜 쓰러진 걸까? 둘은 아는 사이일까?”


“소설 쓰니?”


서리가 싸늘하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마주 앉은 유나는 양은그릇에 담긴 뽀얀 막걸리를 보니 좀 전의 광경이 다시 떠올랐다.


“또! 또!”


서리는 귀신인가보다. 유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자기 주량에 맞게 마셔야지 안 그럼. 방금 봤지?”


“술 마셔서 그런 거라고?”


“이거, 이거, 쉽게 보면 큰일 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 서리는 막걸 리가 든 양은그릇을 번쩍 들고 꿀꺽꿀꺽 마시고 빈 그릇을 탕 하고 식탁위에 올렸다. 다 식은 찌개의 김치도 하나 집어 입에 쏙 넣고는 손등으로 입 주변을 닦아냈다.


“큰일 난다면서 잘만 마셔.”


“나야. 주량을 아니까. 젤 조심해야 하는 게 신입생이야. 죽도록 마셔본 적이 없으니까 잘못하다가 아무데서나 기절한다고. 기절만 하면 다행이게. 잘못하면 호흡곤란오고 골로 갈 수도 있어. 이거, 이거, 아주 무서운 놈이라니까.”


“진짜 조심해야겠다.”


마치 지난번 선배 네서 실수한 게 들킨 마냥 유나는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뭐해? 언니 잔 비었잖아.”


“아,,,, 미안”


유나는 얼른 서리의 그릇을 가득 채웠다.


“유나야. 술은 한번에. 오케이? 찔끔찔끔 노.”


방금 한 말을 잊은 듯 서리는 유나에게 술을 강요했다.


“뭐야. 조심하라며.”


“언니가 보니깐 넌 괜찮아. 마셔. 뭐해?”


서리의 말이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유나는 시키는 대로 눈 딱 감고 막걸리 한 사발을 꿀꺽 삼켰다. 희한하게 위험하다 하니까 더 맛있는 건 뭐란 말인가? 원래 몸에 나쁜 게 입에는 달다더니 오늘따라 참 달았다.


“이모! 여기 두부김치랑 막걸리 추가요!”


서리는 유나에게 의논도 하지 않고, 손을 번쩍 들어 주문했다. 방금 전에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가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일이 아무 일도 아닌 듯 가게 안의 사람들은 여전히 술을 마시고 재미있는 얘기에 키득거렸다. 유나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뱅글뱅글 도는 것처럼 사람들의 소리가 귀 주변에서 웅성거렸다. 볼록렌즈를 낀 듯 화면이 커졌다. 다시 제자리로 가기를 반복했다.


“유나야!”


서리의 목소리가 웅얼대듯 주변에서 머물렀다.


“유나야!”


조금 더 높아진 목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맴돌았다.


“얘가 또 이러네.”


목을 이리 저리 돌리며 서리는 준비운동을 했다.


“또 업고 가야지. 얼마나 먹여야 주량이 느는 거야? 피곤하네.”


여기까지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유나는 천장에 묶어 둔 폭신한 베개에 머리를 한 번 가볍게 콩 찧으며 다시 자리로 누웠다.


‘뭐야? 나 또 기절한 거야? 이러다 나 치매 걸리는 거 아냐?“


“술 좀 작작 먹어!”


위에서 머리가 쑥 하고 내려왔다.


“으악!”


소리언니의 얼굴은 화장을 먹어버린 듯 여기 저기 얼룩져 있었다.


“언니 얼굴이 왜이래요?”


유나가 놀라서 물었다.


“너는. 내가 지금..... 어.... 어... 엉”


소리는 엉 엉 울음을 터뜨리며 다시 머리를 위로 올렸다. 쑥하고 내려올 때보다 올라갈 때가 더 무서워 보였다. 이럴 때 모른 척 하면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 유나는 속이 흔들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2층 침대로 기어 올라갔다. 깔끔한 소리가 밖에서 입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웅크리고 흐느끼는 등을 간신히 두드리며 필시 연애문제일거라 짐작했다.


“내가 무섭대. 엉 엉. 내가. 내가 왜 무서워? 유나야 봐봐. 내가 무서워?”


끄덕이려는 머리를 힘으로 들어 올려 옆으로 가로저었다.


“언니가 왜 무서워요?”


이쯤 되면 자리는 내가 깔아야 될 듯 싶었다. 역시 남자문제지. 기숙사에서는 무조건 을이 되자는 마음을 먹은 유나라 힘들어도 꾹 참고 소리를 위로해야 했다.


“언니.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아요. 언니 정도 미모면 줄을 섰죠.”


“네가 남자를 알아?”


위로라고 열심히 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지? 유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 나는 을이다 라는 마음으로 굽혔다.


“남자를 저는 모르죠. 그래도. 언니가 한 미모 한다는 것쯤은 알죠.”


이건 뭐 바닥을 기자는 거다. 더 이상 낮출 곳도 없었다.


“그거야. 뭐. 남자가 아무리 많으면 뭐해. 걔는 하난데. 아... 엉. 엉”


“그쵸. 남자라도 다 같은 건 아니죠.”


연애경험이 전무한 유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휘청대는 다리에 힘을 꽉 주고, 한없이 두드리고 있었다. 소리의 넓은 등을.

“아니! 나보고 어떡하라는지. 싫다는 남자한테 그렇게 미련을 못 버리나?”


유나가 진희를 보자마자 부여잡고 하소연했다.


“너 또 술 마셨지?”


“어떻게 알았어?”


유나가 입을 막고 손안에 공기를 넣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서리가 그러더라. 너희 어제 함박집에서 사고 난 거 봤다고.”


“서리랑 또 언제 만났대? 나빼고?”


“우연히. 어쩌다 보니.”


“치사하게 지네끼리.”


유나가 팔짱을 끼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언제부터 이런 닭살 돋는 행동이 어색하지 않은지 사람 참 쉽게 변한다 싶었다.


“너는 그런걸 보고도 술이 넘어가니? 미련을 못 버리는 건 너지.”


“그런가?”


언제부터 술을 마셨다고 이리 미련을 못 버리는지 스스로가 너무 유혹에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희야 너는 술 안 마셔? 너도 마시잖아.”


유나가 욱 하는 마음이 들어 진희에게 물었다.


“나는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로 마시지. 그리고, 그런 장면 봤으면 절대 안 마셨을 거야. 최소한 그 자리에서는”


유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진희가 말을 이었다. 유나는 괜히 긴장되었다.


“그리고, 뭐?”


“그 태준인가 하는 우리 과 오빠랑 더 이상 엮이지 마!”


“뭐?”


이것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나 원래 친구 같은 거 안 만드는데, 너는 어쩌다 보니. 뭐.”


이것은 또 무슨 훅 들어오는 고백 같은 건지. 유나는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내가 볼 때 네가 좀 끊는 걸 잘 못하는 것 같아. 위험하다 싶은 건 관심 좀 끄고.”


“위험한 거 뭐?”


“이사장님!”


“영웅선배도!”


진희가 덧붙였다.


“넌 뭐가 그렇게 위험하다는 거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유나가 투덜댔다.


“너보다는 많이 알아. 촉도 너보다 좋고. 어유 이 둔팅이.”


갑자기 진희가 어른스러워 보였다. 유나는 궁금했다. 자신이 뭘 그리 모르고 있는지가. 그리고 왜 그게 위험한지도. 더 궁금해졌고, 알고 싶어졌다.


“참 영웅 선배 암 수술 한다 더라”


진희가 별일 아니라는 듯 툭 던지듯 말했다.


“뭐?”


유나의 눈이 두 배는 커졌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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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8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6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2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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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21 0 11쪽
» 끊어낸다는 것 22.09.01 22 0 9쪽
29 머니 22.08.29 21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7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7 0 10쪽
22 MT 2 22.07.14 21 0 10쪽
21 MT 22.07.11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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