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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49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7.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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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상한 절

DUMMY

눈앞의 하얀색 빛은 어마어마하게 큰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어두운 숲속에서 우주선이라도 발견한 것 같았다. 너무 밝아 잠깐 눈을 깜박인 뒤에야 간신히 찡그리면서 실눈을 뜬 유나는 빛 뒤에 가려진 누군가를 알아보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얼굴은 형광처럼 빛나 보였지만 어두운 옷은 마치 검은 한복 같아 보였다.


“저승사자?”


유나의 중얼거림에 진희가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뭐 하러 힘들게 나오셨어요?"


진성 선배는 웃으며, 앞의 손전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손전등 뒤에서 부드럽고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답했다.


“너무 늦은 시간에 오셨어요. 조금 서두르지 그러셨네요. 숲은 일찍 잠들어서 어둠이 빨리 찾아온답니다.”


파자마를 연상시키는 헐렁한 회색 옷을 입은 30대에서 40대 정도의 남자였다. 말끔한 얼굴에 깨끗하게 밀어버린 머리가 반짝였다. 어두운데 오래 걸어서 잘못 봤나 싶었는데 아무리 봐도 스님 복장의 그는 우리가 가야할 행선지를 바로 알려주었다.


“너 혹시 교회 다녀?”


유나가 작다고 낸 목소리로 진희에게 물었다.


“아니. 너는?”


진희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유나에게 말했다.


“나야 뭐 그닥.......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고........”


라고 말하며 성당에 열심히 다니는 엄마를 잠깐 떠올렸다.


“젊은 스님이시다.”


유나의 소근 대는 말에 진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배우를 했어도 될 만큼 잘생긴 얼굴이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미남 스님은 편안한 얼굴로 손전등으로 앞을 비춰주며 안내했다.

"진성아"


스님이 차분한 목소리로 선배를 불렀다.


"손님이 있었구나."


역시나 선배답게 동행이 있다는 얘기조차 하지 않았나 보다.


"안녕하세요?”


진희가 먼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질 새라 유나도 얼른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같은 학교 후배 진유나 입니다."


“반갑습니다.”


잔잔한 미남 스님의 목소리에 배경음악처럼 물소리가 흘렀다. 졸졸졸 연하게 들리던 소리는 앞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점점 커졌다. 마치 폭포수가 아래로 내리꽂듯 굉음이 되어 커다란 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거 우리 무슨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폭포수 뒤에 있는 이상한 나라에 막 가는 거 아냐?”


“뭔 헛소리야?”


진희는 같이 걷기도 싫다는 듯 진성 선배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안해진 유나는 스님 뒤에 딱 붙었다. 바로 앞에서 들리는 물소리는 유나를 집어 삼킬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실제의 배가 된다더니 막상 계곡은 시냇물보다 약간 큰 정도였다. 스님이 다리를 폭 담그니 무릎까지밖에 오지 않았다. 그래도 비가 왔었는지 물살은 생각보다 세었다. 어둠 속의 계곡 물소리가 이렇게 공포스럽다는 것을 유나는 처음 알았다.

미남 스님이 계곡물 한 가운데 서서 손전등으로 아래를 비춰주었다. 진성선배는 늘 해오던 일처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앞으로 걸어가는 선배를 본 진희도 첨벙하고 물로 들어갔다. 유나의 차례가 되자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흘러가는 물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른 것 같고 유나가 들어가면 미끄러져 아래로 밀려 내려갈 것 같았다.

그동안 진성 선배와 진희는 반대편에 서서 유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을 딱 감고 발을 내밀려는데 따뜻한 손이 땀이 밴 유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미남 스님은 말없이 유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수 있는 든든한 눈빛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유나가 스님과 발을 맞췄다. 물이끼에 첫 발이 미끄러지자 간이 떨어질 것처럼 쿵하고 내려왔다.

“아래를 보지 말고 건너편을 보세요.”


스님은 유나의 손을 꼭 잡고 건너편 진성 선배와 진희를 비춰주었다. 다시 스님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유나는 마지막까지 발바닥에 힘을 주어 무사히 건너갔다.


“별 것도 아니네.”


유나가 신나서 소리치자 진희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스님을 따라갔다. 뒤에 남은 유나도 불빛이 멀어지기 전에 얼른 따라 붙었다.


계곡 너머 오른쪽 오르막 끝에 위치한 절은 디귿자 모양의 단층 목조 건물이었다.


가장 규모가 큰 대웅전으로 보이는 곳이 가운데 무게를 잡고, 양 사이드로 길게 뻗은 대청마루와 방이 세 개씩 총 6개가 보였다. 뒤로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으로 보이는 작은 별채가 언뜻 보였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오른쪽 안으로 부엌이 있고, 왼편으로는 화장실과 욕실이 있었다. 이 모든 게 표지판으로 잘 안내되어 있는 신식 공간이었다. 손님이 우리만이 아닌 듯 섬돌위에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미남 스님은 눈치가 빠른 것 같았다. 유나의 눈이 가는 곳을 보더니 오늘은 두 명의 손님이 더 있다고 알려 주셨다. 유나의 일행은 반대편 방으로 안내 받았다.


“아유 좋다.”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유나가 양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도착하니 몸과 마음은 편안한데 배가 고팠다.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 기대앉은 진희를 힐끔 보다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먹을 것 좀 가져왔어?"


볼록한 배낭이 유나의 식욕을 자극했다.


"물밖에 없는데"


"그럼 그게 다 뭐야?"


유나가 가방을 톡톡 치자 진희가 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 보여줬다.


화장품, 뿌리는 모기약, 바르는 모기약, 붙이는 모기약, 팔에 거는 모기약.


"이게 뭐야? 모기약밖에 없는 거야?"


"모기 알레르기가 있어서. 너도 이거 하나 줄까?"


실망한 유나는 꼬르륵 대며 화내는 배를 진정시키느라 손으로 토닥이고 있었다. 오로지 진성 선배만 평온한 모습이었다. 귀신도 여기까지는 쫓아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귀신 생각을 하자 순간 무서워진 유나가 몸을 돌려 진희에게 물었다.


"너도 방에서 귀신 본 적 있어?"


"뭐?"


진희가 질색했다.


"아니야."


"다들 정리 됐으면 나오세요."


밖에서 미남 스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진성선배가 일어선다.


"선배님, 우리 또 어디가요?"


깜짝 놀란 유나가 물어보자 진성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시작이지. "


"네? 또 어디를?"


"나가자"


진성 선배는 설명이 없었다. 뭐 일주일 같이 산 유나는 이미 알고 있는 듯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진희만 당황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따라 나섰다. 진심 내키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지만 선배에 대한 예의인지 별 말은 없었다.


밖으로 나오니 숲속이라 시원한 바람이 먼저 얼굴을 때리며 맞아주었다. 생각보다 선선한 기운에 긴 옷을 가져왔어야 하나라는 후회가 들었다. 마당으로 내려오자 고기 냄새가 유나의 코를 자극했다.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여기가 절인데 설마 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너무 배가 고파 헛 게 들리고 보이나 보다하는데 정말 가운데 평상에서 연기가 살랑대며 위로 올라가면서 맛있는 유혹을 하고 있었다. 상추와 깻잎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고 나오는 스님의 반대편 팔에는 소주병이 끼워져 있었다.


너무 놀란 유나와 진희가 서로 손을 맞잡고 서서 움직이지 못하자 진성선배가 뒤에서 밀며 둘을 자극했다.


“배고프다. 밥 먹자!”


이 한마디에 유나는 진희의 손을 풀고 진성선배보다 빠른 걸음으로 평상에 올랐다.


"인사들 하죠."


상 앞에는 수련하러 왔다는 한명의 젊은 남자와 다른 한명의 중년 여자가 벌써 한 잔 씩 나누고 있었다. 평범한 얼굴의 웃는 상인 남자는 스님 바지에 상의는 하얀색 티셔츠를 입었고, 살짝 살집이 있지만 눈, 코, 입이 큼직하고, 시원한 인상의 여자도 바지는 스님 바지에 상의는 나이 있는 할머니 취향의 화려한 꽃무늬 티셔츠였다.


"선배님 절인데 술은 그렇다 치더라도 삼겹살은?"


유나가 벌써 큰 쌈을 만들어 입에 우겨넣으며 진성선배에게 물었다.


"어때서?"


진성 선배는 익숙한 듯 두 손으로 술을 먼저 받아 마셨다.


"뭐해? 앉아."


진성 선배가 돌아보자 평상 아래에 있던 진희가 쪼르르 앉으며 술잔을 들었다.


"대박 너무 맛있어."


일단 먹고 보자며 유나는 입안에 가득 우겨 넣었다. 소주 한 잔을 털어 넣어 소화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신없이 집어 먹다 보니 고기는 바닥을 보이고, 쌓여있던 술병도 하나 둘 바닥으로 내려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이 든 스님 한 분이 커다란 수박과 쟁반을 들고 나왔다.


쏟아질 듯 보이는 하늘의 별과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알딸딸하게 취한 유나는 볼록해진 배를 두드리며 생각했다. ‘천국이 따로 없구나!’ 가만히 눈을 감아 바람을 느끼는데 진희의 수박 먹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아이!’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진성선배가 언제 가져왔는지 나지막하게 기타를 연주했다. 다시 눈을 감자 머리카락이 기분 좋게 하늘 거렸다.


"날도 좋고, 달도 좋고, 내님 니님 우리 같이"


‘헐. 뭐지?’ 유나의 평화로움을 깨는 우람한 남자 목소리에 짜증이 밀려왔다. 벌떡 일어나는데 마당에 아주 장관이 펼쳐졌다.


스님 바지를 입은 남자 손님이 취한 듯 평상 아래로 내려가 덩실 덩실 춤을 추고, 선배는 남자 손님 춤사위에 맞춰 기타를 연주했다. 춤을 추며, 랩인지 시조인지 읊어대던 남자 손님은 그래도 양심이 있는지 진희나 유나가 아닌 중년 여자의 손을 잡았다. 여자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따라 나와 관광버스에서 흔히 보는 춤을 맛깔스럽게 보여주었다. 어디 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 된 유나는 술이 확 깨는 느낌이었다. 진희는 충격이 심했는지 멍한 표정으로 움직임이 없었다.


남자는 덩실 덩실 춤을 추며, 유나 일행을 손으로 가리키며 시조인지 랩인지를 계속 이어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받은 기분이었다. 뭐가 쑥 들어오는데 피할 곳이 없었다. 유나가 눈만 꿈뻑이자 입을 벌리고 있던 진희가 벌떡 일어났다.


"달님이가 이리 좋고, 우리네가 저리 좋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진희는 음치구나!’유나는 새로운 사실을 안 것 같았다.

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유나는 갑자기 잠든 척을 했다. 연기를 하다 보니 정말 졸음이 왔고, 어느새 평상에 대짜로 누운 유나는 코를 골며 잠들었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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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써클 22.12.08 14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8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6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20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7 0 9쪽
35 비밀 회동 22.09.26 20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6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9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22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21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1 0 9쪽
29 머니 22.08.29 20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 이상한 절 22.07.25 27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7 0 10쪽
22 MT 2 22.07.14 21 0 10쪽
21 MT 22.07.11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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