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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문지기순덕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3.02.23 15:05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058
추천수 :
17
글자수 :
222,754

작성
22.11.0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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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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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차원의 문

DUMMY

“뭐야?”


흥분한 유나가 태준의 얼굴에 주먹이라도 날릴 듯 빨개진 얼굴로 화를 냈다. 아랫입술을 잘근 잘근 씹어대자 태준은 긴장했다.


“그러니까. 오빠 말은”


유나가 말을 이었다.


“응”


태준의 목젖이 굵은 목을 타고 크게 울리고 지나가자 그 속에서 꿀꺽 소리가 났다. 유나의 예리한 눈이 그곳에 맺히며, 얼굴에 열이 올랐다. 순간 스스로 '내가 변태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흠칫했다. 속마음이 들킬 새라 더욱 가시 돋친 목소리로 되물었다.


“모른다고?”


“응”


덩치가 커다란 태준의 어깨가 쪼그라들었다. 남자다운 매력이 사라지는 것 같더니 귀엽다는 마음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유나는 머리를 흔들며 자신은 지금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겼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전달만 했지. 직접 들어가 보지는 못했어.”


“너는?”


유나의 시선이 영식에게 향했다. 등을 구부리고 방바닥을 닦던 영식의 어깨가 잠깐 불끈하더니 앞으로 다시 숙여졌다.


“뭐야? 넌 나중 사람이라며?”


“그게 나도 아버지한테 들은 거라.”


“뭐?”


유나는 어이없는 표정에서 다시 화가 난 표정으로 바뀌었다.


“뭐, 다 아는 것처럼 하더니 나랑 별 차이도 없네.”


“그렇지 뭐.. ”


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장은 정체가 뭐야? 미래에서 온 뭐 그런 거야?”


“우리 아버지 친구.”


영식이 유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아버지, 유명 요리사시라며?


“응, 뭐 미래 지향적인 요리사시지. 레스토랑도 크게 하시고.”


“너는? 미래에서 온 아버지한테 나온 자식이라 미래에서 왔다는 거야?”


“나는 미래에서 아버지 손 잡고 왔겠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이가 없네.”


유나가 머리에 한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태준이 너는?”


“태준이?”


버럭 하려다 다 내려놓은 표정으로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래, 그래. 태준 오빠 됐지?”


유나가 마지못해 오빠를 붙여주었다.


“그래. 호칭이 다 무슨 의미가 있냐?”


태준이 다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너는 여기 왜 끼어들어 온 거야?”


“난 여자 친구가 여기 대학 다녔어. 갑자기 사라졌지만.”


유나는 입을 다물었다. 말하는 태준의 얼굴이 너무 슬퍼 보였다.


“아! 몰라 몰라! 그런데 2022년은 뭐야?”


“나도 확실치는 않는데...........”


태준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게 왔다 갔다가 쉽지는 않은가봐. 통로는 분명 이지 대학교. 정확히 말하면 거기 기도원 안인데........ 들어간 사람이 다시 나오지를 못한다는 거지.”


유나가 술잔을 들었다.


“내가 지금 취하지를 않아 그러는데, 지금 말하는 게 과거로 갔다가 미래로 갔다가 하는 그런 시간여행을 말하는 거지?”


태준이 고개를 저었다. 담배라도 한 대 태워야 할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먼 곳을 쳐다봤다.


“내가 아는 것만 말하면 2022년으로 향하기는 하지만 어디 세계로 가는지는 알기 힘든 것 같아. 내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이사장이 하는 얘기를 들었어.”


유나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사장은 다시 자기가 온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


“그걸 위해 희생자가 필요하다는 거지.”


“가서 데리고 오라고? 못 돌아오면 거기 남는 거고?”


“그렇겠지?”


“그럼 지가 직접가지?”


“나도 그게 이상해. 꼭 가야 하는데 왜 자기는 가지 않고, 자꾸 엄한 애들만 보내 버리는 건지.”


유나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태준은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도 막 시간여행 이런 거 좋아해서 영화도 보고 했는데, 그런 거 있잖아. 내가 가서 우리 엄마 아빠를 서로 못 만나게. 아니, 막 아빠가 내가 좋다고 엄마 버리고. 그래서 엄마 아빠가 결혼 을 못하면 나도 태어나지 않고, 그러면 시간 여행을 하는 나는 사라지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인과 관계가 생기잖아.”


“아빠가 왜 너한테 반하니? 그거부터가 말이 안 되지.”


영식이 유나의 말에 ‘훗’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완전히 비웃는 웃음이었다. 유나는 영식을 째려보며 말을 이었다.


“뭐든! 너는 문장의 이해력이 부족해. 지금 그거 따질 때야?”


영식이 어려운 수학문제를 접할 때처럼 고개를 흔들었다.


“복잡한 거 딱 질색!”


공부에 소질 있는 태준은 이런 이론을 말하는 게 적성에 맞았는지 진지하게 받아 들였다.


“사실 미래로의 여행은 너도 알겠지만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이론상으로 가능은 하지. 하지만 과거로의 여행은 이거는 힘든 거라.......... 영식이 아버님도, 이사장도 어떻게 여기에 왔다는 거지? 그렇다면 과거의 그들은 어디에 있다는 거고.”


“헉 그럼 뭐, 과거의 자신을 살............해.......?”


유나는 주먹으로 입을 막으며, 마지막 ‘해’는 거의 들리지 않게 말했다.


“뭐래? 우리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거야? 뭐야?”


“아니......... 그게 그렇잖아. 너 어디서 너랑 똑같이 생긴 사람 본 적 있어?”


유나가 우물거리면서 할 말을 다했다.


“그러면, 아버지의 부모님 형제. 뭐 싹 다 죽였다는 거야?”


“아니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뭐.”


괜히 영식에게 잘못한 것 같았다.


“참! 진희가 말한 달걀 귀신은 뭐야?”


유나가 마침 생각나서 물었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태준이 말했다.


“어쩌면 진희가 차원의 문 아주 가까이까지 간 건지도 모르겠어.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봤다고 하니까.”


곰곰이 생각하다 중얼대듯 다시 말하자 영식이 태준의 어깨를 철썩 때렸다.


“형! 취한 애가 하는 말을 뭐 그리 깊게 생각해? 나는 그냥 복잡한 게 싫어서 여기 와서 모른 채 하고 살려고 했는데........”


“그러는 넌 여기 대학에 왜 온 거야? 복잡한 게 싫으면 얽히지 말아야지.”


“처음에는 호기심? 정의로움? 딴 것보다 여기 있으면 아버지가 터치하지 않거든. 어차피 다 보고 되니까.”


“너희 아버지와 이사장은 무슨 관계야? 동업자? 조력자?”


“그건 나도 정확히는 몰라.”


머리를 긁적이는 영식이의 등을 두드리며,


“그냥 아는 게 없는 거야.”


“맞다! 여기 만능키 있잖아. 탭은 뭐야? 낯익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이것도 미래에서 온 거야?”


“이사장이 엔지니어야. 거의 천재 과학자 수준이지. 뭐라더라? 이지 대학교. 딱 거기만 무슨 파가 막 흐른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폭발한다던가?”


영식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단어들을 생각하려 했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유나는 영식이 조금만 더 스마트했으며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여기서 영식이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기억을 해내지 못했다.


태준이 손뼉을 치며 영식의 얼기설기 엉성한 말을 받았다.


“그래서 그 많은 전자기계들이 거기서만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이 가능했구나! 우주 에너지의 중심 힘이 그곳을 향하고 있으니 시간 이동도 가능하고. 마치 블랙홀로 향하는 웜 홀처럼.”


“뭔 소리야?”


영식은 벌써 지루해졌는지 크게 하품을 했다.


“이지 예술대학이 어떤 곳인지 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유나가 다음 타깃이 됐다는 거 아냐?”


가끔씩 보면 영식은 누구보다 빨리 정신을 차린다. 포인트를 벗어나 다들 엉뚱한 망상 아니면 추측에 빠져 있을 때 영식이 바로 잡았다.


“어떡해? 나?‘


“걱정 하지 마! 어떻게든 해볼 테니.”


태준이 든든하게 말했다.


“어떻게든 해서 내가 안가더라도 다른 누군가를 보낼 거라는 거잖아. 다시 못 올지도 모르는 곳에.”


유나는 태준의 전 여자 친구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태준의 눈에 눈물방울이 맺힌 듯 한 것은 유나의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살며시 연민의 정이 생겼다. 다시 보니 잘생기긴 정말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커먼 옷차림에 멍한 표정의 영식도 나름 매력이 있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남성스러움과 스마트함이 묻어나는 태준에게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유나야?”


유나의 시커먼 속마음을 눈치 챈 듯 영식이 히죽거리며 불렀다.


“아! 왜?”


유나의 짜증에 영식이 서운함을 토로했다.


“이름도 못 부르냐? 왜 나만 보면 짜증이야?”


“아! 몰라. 졸려! 나 들어가!”


유나는 속에 품은 흑심을 들킨 것 같아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진희는 태준이 던져놓은 자세 그대로 기절한 듯 잠들어 있었다. 유나가 조심스럽게 옆으로 밀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침대 안 쪽으로 기어 들어가 간신히 몸을 말았다. 오늘 밤은 몸도 불편하지만 머릿속도 너무 복잡해서 제대로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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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써클 22.12.08 12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19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6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7 0 10쪽
» 차원의 문 22.11.03 16 0 9쪽
39 진실 22.10.27 14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5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18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6 0 9쪽
35 비밀 회동 22.09.26 16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4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7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18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16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0 0 9쪽
29 머니 22.08.29 19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19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2 0 11쪽
26 농가 22.08.18 21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5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6 0 10쪽
22 MT 2 22.07.14 20 0 10쪽
21 MT 22.07.11 21 0 11쪽
20 드림 콘서트 22.07.07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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