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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20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9.08 21:28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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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요즘사람 나중사람

DUMMY

“선배가 암수술? 선배 죽는 거야?”


물어 보면서 실제로 일어날 것만 같아 유나의 눈은 촉촉해졌다.


“뭐래?”


진희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유나가 발끈했다.


“이런 피도 눈물도 없는 년. 넌 선배가 암이라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야?”


진희가 유나를 말끔한 얼굴로 돌아봤다. 표정이 별로 없는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창백한 인형처럼 인간미가 없어보였다.


“너는. 아무리 선배가 싫어도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년은 내가 쏘리 하고. 흥분해서.”


유나가 심하게 말한 것을 사과하자 진희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네가 이래서 안 된다는 거야.”


“또 뭐가? 너무 인간미가 넘쳐서?”


진희가 유나의 얼굴을 똑바로 봤다.


“너무 감정적이야. 이런 애가 어떻게 수석을 한 거지?”


“뭐래?”


유나는 또 자신의 약점인 수석얘기가 나오자 참을 수가 없었다.


“수석이 뭐? 뭐 말만하면 다들 수석이 어쨌다고.”


얘기가 너무 산으로 가버렸다. 유나는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선배 얘기는 누구한테 들은 거야? 서울로 문병가야 하나?”


“뭐래?”


“맹장도 아니고, 암수술이라는데 문병 가는 게 당연하지. 그것도 뭐. 뭐. 잘못됐어?”



진희가 양팔을 쫙 벌리고 위로 들어올렸다.


“이러고 있을 텐데?”


“응?”


유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희와 진희의 팔을 번갈아 쳐다보자 진희가 졌다는 듯 두 손을 내리고 유나에게 말했다.


“그 암이 아니라 이거.”


하면서 겨드랑이를 가리켰다.


“너 선배랑 가까이 있으면 냄새 안 났어? 나는 숨을 못 쉬겠던데. 둔팅이!”


진희는 마지막에 한마디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나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그랬나?”


선배 얼굴만 쳐다보느라 냄새는 안 맡아봤다. 비염 때문에 못 맡은 건가? 수술까지 할 정도면 냄새가 어마 어마 했을 텐데, 유나는 스스로가 정말 둔하다고 느꼈다. 얼굴만 잘생기면 뭐든 용서해주는 유나의 치명적인 단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래, 잘생긴 사람과 결혼하면 이혼할 일은 없겠네. 멀리까지 생각이 닿았다.


“근데 너 과에서 친한 사람 없잖아. 어디서 그거 다 듣는 거야?”


유나가 안으로 들어가는 진희를 쫓아가며 물었다.


“알면 다쳐.”


“알려줘.”


갑자기 진희가 멈춰 섰다.


“여기 대학교에는 두 분류의 사람이 있어.”


“예쁜 애 아닌 애? 부잣집 애 가난한 애? 뭔데? 뭔데?”


유나가 진희의 옷자락을 잡았다.


“관찰력 좀 키워라! 처음부터 좀 이상했는데, 난 이제 감 잡았어.”


“아, 진짜. 뭔데?”


“요즘 사람. 나중 사람. 오늘은 여기까지.”


진희는 유나의 손가락을 하나씩 펴서 가뿐한 몸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요즘 사람 옛날 사람도 아니고. 나중 사람은 또 뭐야?”


‘쾅’하고 방송국 문이 유나 앞에서 닫혔다.





“유나야! 안 일어나니?”


“잠깐만.”


“잠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불이 확 젖혀졌다. 신경질을 부리듯 쫙 뻗는 유나의 몸뚱아리 위로 빨간 점들이 우수수 박혔다. 엄마 눈에서 쏟아지는 레이저 점들은 유나의 얼굴로 향했고, 더 이상 버티면 안 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일어났어.”


발딱 일으킨 자세로 유나가 엄마에게 최대한 애교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아침 두 번 하게 하지 마!”


“네. 엄마.”


언제부터 이리 조신했던가. 기숙사 생활이 몸에 배인 탓에 어디가나 기는 게 본능적으로 되었다.


“아침 먹었으면 나가야지.”


“응?”


양치하고 나오는 유나 앞에선 엄마는 단호했다.


“나가서 돈 벌어야지. 방학 때 집에서 따박 따박 용돈 받으며 놀 생각은 아니겠지? 옆집에 엄마친구 알지? 시우 걔는 사범대 들어가서 방학 때면 과외로 반년 치 용돈은 번다더라. 뭐, 하긴 어디 이름도 모르는 전문대학 다니는 네가 과외는 언감생심. 머리가 안 되면 튼튼한 몸으로 뛰는 알바라도 하든지. 하다못해 나 같음 신문 배달이라도 하겠다. 벼룩도 낯짝이 있어야지..................................”


방안으로 들어가는 유나를 따라다니며 하는 엄마의 잔소리는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엄마, 나 옷 갈아입어.”


얼른 문을 닫고 옷을 챙겨 입은 후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밖으로 나왔다. 사실 집에 있으면 크게 돈 나갈 것도 없는데, 나오면 돈인 거 엄마도 알 텐데. 이렇게 쫓아내나 싶은 게 은근히 서러웠다. 어디 연락할 데도 없고, 다리는 튼튼하니 망연히 걷고, 또 걸었다. 걷는 게 돈은 안 드는데 문제는 체력 소모 탓에 배가 고파진다는 거다. 한 시간 지났을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꿈틀 꿈틀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 못가서 이 작은 소리는 아우성으로 변할 것이다. 호주머니를 털어봤자 먼지만 나올 거 뻔히 아는데도 괜히 동전 하나라도 있을까싶어 끝자락 꼬투리까지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아무리 밀어 넣어도 아무것도 없었다. 알면서도 괜히 손가락 끝으로 후비적댔다.


“뭐하냐?”


어깨를 톡톡 두드린 영식은 히죽대며 웃고 서있었다.


“네가 여기는 왜?”


하며 손가락을 빼려는 데 너무 깊숙이 밀어 넣었는지 손가락이 콱 박혀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 이거 왜.”


낑낑대며 바지 호주머니에서 꼼틀대는 손가락을 영식은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왜 안 나오지?”


하는데


“아아악!”


영식이 기습적으로 유나의 팔을 위로 올렸다. 호주머니에 낀 손은 그대로 영식에서 잡힌 팔이 위로 치켜 올라가자 같은 방향 다리마저 딸려 올라가 영식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우스운 꼴이 되었다.


“야!”


“아, 아 미안.”


놀란 영식이 얼른 손을 뗐다. 그 바람에 유나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너 진짜?”


삿대질하며 일어나는 유나는 밖으로 나온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보고 기쁨의 환호를 질렀다.


“오, 대박! 나왔어.”


“진짜 나왔네.”


영식과 유나는 서로 손을 맞잡고 기뻐했다.


“근데 너 여기는 무슨 일이야? 정말?”


“여기 우리 동넨데.”


그러고 보니 멋쟁이 영식이 아디다스 슬리퍼에 나이키 추리닝을 걸친 후줄근한 복장이었다. 전체적으로 까만색으로 맞춘 건지. 노랗게 염색한 머리를 검은 모자에 감추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영식이 외모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단 말이야. 순간 이런 생각에 빠진 유나는 머리를 콩하고 쥐어박으며 주의를 딴 데로 돌렸다. 걷다보니 어느새 이상한 동네까지 와버린 모양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대학로”


“너 여기 산다며.”


“응 여기 살아.”


“여기가 어디지?”


“대학로. 너 바보니?”


“아. 대학로랬지. 너 강남 살지 않아?”


“거긴 아빠 사는데. 넌 여기 왜 왔는데?”


“아”


“뭐가 또 아야? 너 바보지?”


멍하니 영식과 말장난 같은 대화를 주고받던 유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너 돈 있어?”


"뭐야. 갑자기 그 도전적인 말투는? 무섭게.“


“아니 뭐. 약속 있어?”


“아니 배가 좀 고파서 뭐라도 사먹을 까하고 나왔지.”


유나의 눈에 광채가 돌았다.


“먹을 거? 뭐 먹을 건데? 여기 대학로면 그 유명한 떡볶이 집 있고 그런데 아냐?”


“거긴 홍대고.”


“뭐, 여기나. 거기나. 그래서 어디 갈 건데?”


유나가 친한척하며 영식에게 물어보자 영식이 질색했다.


“네가 그게 왜 궁금한데.”


“너도 혼자고. 나도 혼자고. 우린 방학이고. 시간은 무지하게 많고.”


“뭐라는 거야?”


“가자고. 어디든.”


유나가 영식을 끌고 두리번대며 식당을 찾자 영식이 갑자기 탁 하고 그 자리에 섰다.


“아, 이제 알았다.”


팔짱을 낀 영식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유나를 쳐다봤다.


“너 지금 나한테 뭐 바라는 거 있지?”


역시 영식이다. 유나는 영식의 똥촉에 감사하며 잠깐 눈을 감고 길게 호흡했다. ‘그래. 난 방연과야. 내 전공이 연기라고.’ 번쩍 눈을 뜬 유나가 영식을 바르게 봤다.


“가서 얘기하자. 부탁이라기보다 할 말이 있어.”


심각하게 말하는 유나를 본 영식은 금세 표정이 변했다.


“뭔데? 무슨 일 있어?”


“일단 가서 얘기해.”


“내가 조용한데 아니까 거기로 가자.”


유나를 끌고 영식은 정원이 딸린 커피숍으로 갔다. 순간 유나는 후회했다. 이것은 밥이 아니겠구나. 하는 좌절감이 먼저 들었다. 너무 심각하게 한 것 같았다. 좀 더 가볍게 얘기할 걸. 이제 와서 돌릴 수가 없는 것이기에 유나는 커피로 배를 채우기로 하고, 꼬르륵 아우성치는 배에게 조용히 말했다. ‘미안해. 집에 가서 라면으로 빵빵하게 해줄게.’


유럽풍으로 꾸며진 자그마한 커피숍은 이국적인 느낌과 따뜻함이 묘하게 어우러진 곳이었다.


“대박 외국에 온 거 같아.”


“뭐야?‘


성격 급한 영식이 보채자 유나는 뭔가 할 말을 찾아야 하기에 시간을 끌기로 했다. 메뉴판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웅얼대자 영식이 바로 주문했다.


“커피 두 잔요.”


하는데 유나가 거들었다.


“케잌도 2개 주세요. 쪼꼬로요.”


“쪼꼬는 뭐냐?”


영식이 비웃었다.


“뭐가? 귀엽 구만.”


스스로 귀엽다고 말할 만큼 유나는 변했나 보다. 말하고 ‘우웩’하는 표정을 짓자 영식이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뭔데?”


“그게 말야. 케잌 나왔다. 일단 커피부터 한 모금 마시고.”


유나는 괜히 빈말했다가 바로 쫓겨날 것 같아. 허겁지겁 케잌을 한입에 밀어 넣고 커피로 꿀꺽 삼켰다.


“이제 하다하다 케잌을 원 샷 하냐?”


입맛이 없는지 영식은 커피만 쭉 하고 빨았다. 순간 환한 빛처럼 진희가 한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 얘기 들었어?”


“뭐?”


“우리 학교 말인데, 요즘 사람과 나중 사람이 섞여있대.”


혹시나 하는 마음과 뭐라도 얘기해야 한다는 마음에 일단 질렀는데 영식의 얼굴이 굳어졌다. 커피 맛까지 잃었는지 마시던 커피가 빨대 아래로 도로 떨어졌다.


“그거 누구한테 들었어?”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영식은 생각보다 너무 심각했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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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써클 22.12.08 14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8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5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19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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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19 0 10쪽
»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17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0 0 9쪽
29 머니 22.08.29 20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6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7 0 10쪽
22 MT 2 22.07.14 20 0 10쪽
21 MT 22.07.11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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