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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34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9.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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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삼각관계?

DUMMY

“오빠는 요즘 사람이에요? 나중 사람이에요?”


술에 취한 유나가 살짝 혀가 말린 목소리로 태준에게 물었다. 얇은 삼겹살을 집던 태준의 젓가락이 순간 멈췄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영식이가 그러는데 자기는 나중 사람이래요. 나 참! 옛날 사람도 아니고 나중 사람은 또 뭐야?”


유나가 소주잔을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데 영식이 자연스럽게 빼서 사이다 잔을 쥐어 주었다.


“알고 저러는 거야?”


태준이 영식을 빤히 보며 물었다.


“모르고 저러는 거야. 형 신경 쓰지 말고 마셔.”


“너 입조심 하라고 했지?”


“괜히 혼자 짐작하고 저러는 거야. 신경 쓰지 마!”


태준의 눈이 흔들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유나의 머리가 테이블로 떨어졌다. 기다렸다는 듯 영식이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주량이 원래 저리 약했나? 아! 맞다. 그랬었지.”


태준은 예전일이 그제야 생각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다시 거기에 들어간 거야? 영하 일 있고나서 다시는 안 들어올 줄 알았는데.”


“그러려고 했는데.......”


태준이 씁쓸한 표정으로 소주를 털어 넣었다. 영식이 삼겹살과 마늘을 곱게 싸서 태준의 입 앞으로 가져왔다.


“속버려.”


씩하고 웃던 태준이 마지못해 입을 벌리고 영식이 주는 쌈을 받아 먹었다.


“뭐야? 둘이 어! 뭐! 그런 거야?”


벌떡 고개를 든 유나가 손으로 둘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하다 다시 폭 하고 꼬구라졌다.


“쟤 술 끊어야겠다.”


진심으로 태준이 말했다.


“이사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그 속을 누가 알겠니?”


“형은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집도 다 정리하지 않았어?”


“그냥 여기 저기. 참! 너 혼자 살지? 당분간 신세 좀 지자.”


영식이 당황했다.


“아, 저기 지금은 손님이 있어서..... 형! 내가 호텔 방 잡아줘? 5성급으로. 내가 한 번 쏘지 뭐. 하하하”


오버하며 말하는 영식의 어깨로 유나의 팔이 둘러졌다.


“집에 가자. 나 졸려. 집에 가고 싶어.”


빨간 볼을 귀엽게 볼록이며 말하는 유나를 보던 태준의 눈이 흔들렸다.


“같이 살아?”


낮고 차분했지만 말하는 입술의 떨림을 감추지는 못했다.


“아니, 무슨. 그런....... 응.”


“둘이 안 사귄다며.”


“사귀는 게 아니라 아니, 형. 이게 좀 말하자면 복잡한데 간단히 말해서 쟤가 집에서 쫓겨났어. 주사 때문에.”


“아! 부모님이 처음 보셨구나.”


수긍이 가는 표정으로 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지. 많이 놀라셨겠다.”


젓가락을 들다가 다시 영식을 보며


“그래서 지금 둘이 니네 집에서 지낸다고?”


영식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 내렸다.


“학교는 방학때 공사한다고 문 닫았지. 뭐, 어쩔 수가 없었어. 하필 내가 현장에 있는 바람에.”


“그러니까 네가 술을 먹인 거네?”


“아니지. 술을 먹인 게 아니라 쟤가 스스로 먹은 거지.”


“어쩔 수 없네. 여학생 보호 차원에서 나도 너 네 집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아니. 그건 또 무슨 황당한 소리야?”


영식이 펄쩍 뛰었다. 그 소리에 놀란 유나의 팔이 위로 올라가자 영식은 자연스럽게 팔을 아래로 내리고 머리도 테이블로 눕혀 준 후 차분히 말했다.


“그건 아니지. 내가 형을 모르나? 형이 제일 위험하지.”


“영식이 너. 아직 형을 모르는 구나. 형은 예쁜 여자만 좋아해.”


“아니, 그럼 나는? 뭐 여자라면 안 가리고 좋아한다는 거야?”


둘의 대화를 듣지 못하는 유나는 테이블이 베개인 마냥 새근대며 잠들었다.





“뭐야? 나 또 기절한 거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유나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보통 이런 경험을 한 후 술은 입에도 대지 않을 텐데....... 유나는 아직 철이 덜 든 건지. 고생을 더 해 봐야 하는 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떡이 된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다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그래도 씻어야 겠다 는 생각이 들어 옷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술이 덜 깨어 바닥이 살짝살짝 위로 올라오는 것 같아 유나의 걸음은 바로 걷지 못하고 비틀댔다. 입 안 가득 침이 고이며 술을 마셔본 사람만이 아는 고통이 밀려오자 유나가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통로 벽에 왔다 갔다 부딪히며 간신히 화장실 앞에 도착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우우웅”


복어처럼 동그란 볼을 하고 화장실 문을 열던 유나는 변기까지 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막히고 말았다.


“우우욱”


차마 눈을 뜰 수가 없던 유나가 엎드린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주변에 정적이 흐르고 변기에서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만 깊은 산 속에서 들리는 계곡물 소리처럼 들렸다. 유나의 머리가 화장실 문 밖으로 밀려났다. 딸깍하며 문 닫히는 소리와 쏴아 하는 샤워 물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바닥에 주저앉은 유나는 지금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지금 내가 뭐 본거지?”


흐릿한 시선에서 마주했던 태준의 탄탄한 상체를 더럽혔다는 자각이 들자 유나는 포효했다.


“내가. 또 내가”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유나의 뒤통수를 싸늘한 목소리가 치고 갔다.


“토한 거야?”


“지금 뭐야? 내가 맞게 본 거 맞아? 제발 아니라고 해주라”


사정하듯 말하는 유나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나도 그러고 싶다.”


덤덤하게 말하며 영식은 휴지를 내밀었다.


“닦아! 그리고, 너 앞으로 술 먹지 마!”


뒤돌아서 가는 영식을 유나는 끝까지 지켜봤다. 화장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쏜살같이 방으로 달려간 유나는 문을 걸어 잠갔다. 숨죽여 가만히 문에 기대 있는데 아무도 유나를 찾지 않았다. 그렇게 가만히. 가만히만 있기가 너무 힘들어진 유나가 살며시 문을 밀자 밖이 조용했다.


“갔나?”


고양이 발을 하고 복도로 나가봤지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 유나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현관문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조용히 화장실 문 앞까지 간 유나는 주위를 둘러 봤다. 여전히 조용한 기운만 있을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만히 문을 미는데 태준 특유의 낮은 목소리가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화장실 청소하고, 나와서 얘기 좀 하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가능한 화장실에서 안 나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형. 나는 가능하면 돌아가려고.”


“어디를?”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톡톡 두드리며 가녀린 모습을 보이려고 유나가 목을 길게 뺐다.


테이블에서 마주 앉아 얘기하던 태준과 영식은 유나를 보자 입을 다물었다.


“나는 들으면 안 되는 거야?”


유나가 최대한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유나야! 목에 힘 빼고. 그러다 목 디스크 와.”


“응”


유나가 일부러 목을 깊게 숙이자 태준이 킥킥대고 웃었다.


“그런데 태준 오빠가 여기는 왜? 아! 나는 어제 너무 취해서 어쩌다 보니....... 아 빨리 집에 가야 하는데.”


유나가 허둥대자 영식이 손으로 불렀다.


“형 다 알아. 괜히 연기하지 말고 와서 꿀물 마시자.”


“알아? 응”


고개를 푹 숙인 유나가 영식 옆에 앉았다.


“너는 여자애가 겁도 없이 남자 혼자 사는 집에 함부로 들어오냐? 그것도 짐까지 싸들고.”


“노숙보다는 안전할 것 같아서요.”


유나가 공손히 말대답을 했다.


“일단 꿀물부터. 애 체하겠다. 형도 그만하고.”


“술버릇 안 좋은 거 알면 술도 그만 마시고.”


“꼴랑 한 살 많으면서 어른인척 하기는”


유나가 구시렁대자 태준이 유나의 코앞으로 얼굴을 갖다 댔다. 기다렸다는 듯 유나의 볼이 빨개지자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는 다 늑대야. 짐승.”


“뭐야!”


영식이 질색했다. 유나의 달아오른 뺨은 식을 줄을 모르고 따뜻한 꿀물만 홀짝였다. 방금 바로 앞에서 숨소리까지 들렸던 게 쉽게 잊혀질 것 같지 않았다. 편안했던 식탁 의자가 불편해졌다. 엉덩이를 이리 저리 움직이자 영식이 의자를 잡았다.


“정신 사나워. 그만 좀 움직여.”


“참! 무슨 얘기 하고 있지 않았어?”


분위기도 바꿀 겸 유나가 다른 말을 했다.


“무슨 말?”


영식이 모르는 척 하자 유나는 더 궁금해졌다.


“방금 다시 돌아가니 어쩌니 하지 않았어?”


“아! 아 그거? 아, 아버지 집으로 들어갈까 한다고.”


“뭐, 별것도 아닌데 말까지 더듬고 그래.”


유나가 손으로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배고파?”


눈치빠른 태준이 물었다.


“들렸어요? 제가 해장을 못해서.”


유나가 또 공손히 말했다. 이상하게 태준과 있으면 뭔가 간질 간질한게 배가 싸하기도 하고 편안하지 않고 불편했다.


“내가 요리 좀 하잖아. 냉장고에 뭐가 없나?”


태준이 일어서는데 영식이 냉장고 문을 막았다.


“형, 나가서 먹죠.”


“왜?”


“집에서 요리 안 해요.”


“괜찮아. 형이 할게. 태준은 힘으로 영식을 밀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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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써클 22.12.08 14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8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6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20 0 9쪽
» 삼각관계? 22.09.29 1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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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8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19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18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1 0 9쪽
29 머니 22.08.29 20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6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7 0 10쪽
22 MT 2 22.07.14 20 0 10쪽
21 MT 22.07.11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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