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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42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9.1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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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어리석은 선택

DUMMY

“너는 요즘 사람이야? 나중 사람이야?”


맑은 표정으로 유나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빨대를 손가락으로 문질러 대던 영식은 무표정한 얼굴로 유나를 쏘아봤다.


“너는 우리 학교에 왜 온 거야?”


“어?”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이럴 때는 다시 물어보는 게 제일 편하다.


“그러는 너는?”


“난 도망”


“도망? 어디에서?”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뜬금없었다. 2년 있다 돌아가야 하는 학교가 무슨 피난처가 된다는 지.


“2년 도망칠 데가 필요하면 군대 가면 되잖아. 차라리 지방 4년제를 가면 2년 더 벌 수 있었을텐데.”


유나의 계산적인 대답에 영식이 드디어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군대가 무슨 피난처냐? 이러니 여자도 군대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뭘 거기까지 가냐?”


유나가 구시렁거렸다. 그래도 해맑은 영식의 얼굴을 보니 좋았다. 그래 심각한 영식은 어울리지 않아. 그런데 도대체 나중사람이 뭐길래 이렇게 다들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꼭 알고 싶어졌다.


“넌 그냥 편하게 2년 학교 다니고 조용히 사회생활을 하든지. 편입을 하든지. 하면 안 돼? 뭘 자꾸 파려고 하니까 내가 불안하잖아.”


영식답지 않게 진지하게 말했다.


“도대체 너를 여기에 왜 합격시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단 말이야.”


말을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 학교는 어떤 사람들이 다니는 건데?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오면 안 되는 거야?”


“응.”


“응?”


유나의 코에서 연기가 나올 것 같았다.


“뭐니 너? 싸우자는 거야?”


유나가 씩씩대자 영식이 낄낄대며 웃었다.


“외롭지 않잖아. 너는.”


“그럼 넌? 넌 외로워?”


유나가 고개를 까딱이며 물었다.


“응 난 외로워.”


영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쩐지 어두운 영식은 좀 남자의 매력이 있었다. 뭐야. 또 빠지는 거야? 유나는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영식은 그러는 유나를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너 솔직히 돈 없었지. 배는 고픈데.”


“오. 자리 깔아도 되겠는데.”


유나가 인정하자 영식의 어깨가 춤을 추는 듯 으쓱했다.


“배고픈데 무슨 커피냐? 술이나 한 잔 하자.”


영식이 다시 검은 모자를 쓰고 일어나자 유나는 속으로 앗싸! 를 외치며 따라 붙었다.



“안 일어나?”


확 하고 젖혀진 이불이 날아가며 엄마의 벌게진 두 눈이 유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 엄마”


바로 알 수 있었다. 어제 또 업혀왔구나! 그것도 남자 등에. 유나는 처분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두 눈을 다시 감았다.


“이게. 정신이 나갔나? 이상한 학교에 간다 할 때부터 내가 말렸어야 하는데. 물 그래 물”


물을 외치며 나가는 엄마의 등 뒤로 방문을 굳게 잠은 유나는 얼른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파트 창밖을 내다보니 거기로는 불가능했다. 전면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었다. 비록 양치질도 하지 못했고, 세수도 못했지만 목숨만은 건져야 하기에 트렁크를 부여잡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쾅쾅대는 발소리와 유나의 귀에만 들리는 첨벙대는 바가지 가득 담긴 물소리. 그리고 유나의 방문을 두드리는 거친 엄마의 노크소리.


“문까지 잠갔어? 아주 이제 해보겠다는 거야?"


“하나, 둘,......... 후! 셋”


과 동시에 유나는 물을 힘껏 밀었고, 그 바람에 엄마는 물바가지와 함께 뒤로 넘어졌다.


“아이고!”


물을 흠뻑 뒤집어쓴 엄마를 두 손으로 일으켜 세운 유나는 달리다 시피 현관으로 뛰었다.


“엄마! 미안! 내가 꼭 연예인이 돼서 호강시켜 줄게!”


트렁크를 밀어서 질질 끌고 엘리베이터를 급하게 눌렀다.


“진 유 나! 너 거기 안 서?”


엄마의 비명 같은 소리를 뒤로 하고 유나는 엘리베이터에 얼른 올랐다. 거울 속 유나는 헝클어진 머리에 입 언저리로 하얀색 침 자국까지 얼룩진 엉망인 몰골이었다. 급하게 얼굴을 부비고 가방 속 지갑에서 차비와 당장 필요한 돈을 계산해 보았다. 유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을 칭찬했다. 가방에 지갑을 넣으려다 갑자기 떠올랐다.


“너는 요즘 사람이니? 나중 사람이니?”


유나가 똑바로 서지 못해 영식에게 안기다 시피해서 얼굴이 맞닿았다. 유나의 살짝 풀린 눈과 마주한 영식은 또렷하게 말했다.


“나 중 사람”


“나중 사람?”


뭐지? 하면서 유나는 빨개진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토닥였다.


‘뭘 또 혼자 상상하니? 아이 참!’


“혼자 뭐 하냐?”


‘뭐야? 아직 술이 덜 깼나? 영식의 목소리가 왜 여기서 나는 거지?’


유나의 어깨로 팔이 내려오며 무거운 무게감에 한쪽으로 폭 기울었다.


“뭐냐?”


하면서 고개를 돌리는데 영식의 얼굴이 유나의 코와 부딪혔다.


“아! 너!”


영식은 코를 움켜쥐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아! 너!”


“왜?”


당황한 유나가 영식을 일으켜 세우려 하자 영식이 강하게 유나를 밀어냈다.


“가까이 오지 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유나가 영식을 바라보자 그제야 영식은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간적으로 사람의 냄새는 나야 하는 거 아냐? 아냐! 아냐! 입 열지 마!”


유나가 말을 하려 하자 영식이 손으로 유나의 입을 막았다.


“너 여기 잠깐만 기다려!”


'창피했다.' 유나는 오롯이 이 감정 하나로 트렁크를 꽉 잡고 기다렸다.


뛰어온 영식의 손에는 파란색 센스타임이 들려 있었다. 착잡한 표정으로 유나의 손에 센스타임을 쥐어준 영식은 저쪽을 가리켰다. 고개를 끄덕인 유나가 파란색 통을 들고 사라지자 영식은 그제야 깊은 숨을 들이 쉬었다.


“끝났져.”


민망해진 유나가 귀엽게 말하며 영식에게 통을 돌려주자 영식은 받자마자 유나의 트렁크에 집어넣었다.


“말린 혓바닥 도로 내리고, 요거는 너 필수품이다. 내가 친구로서 정말 진심으로 알려주는 거야. 이건 너의 필수품이야.”


“알았다고 창피하니까 그만해!”


토라진 표정으로 유나가 트렁크를 밀며 앞으로 나가자 영식이 다시 유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너 기억나니?”


“아 또 뭐? 그나저나 너는 어떻게 알고 여기 온 거야?”


“뭐야? 기억 안나?”


“뭐 또?”


유나는 지친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푹 아래로 내렸다. 영식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유나의 어깨를 잡아 올리며 얼굴을 잡고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다 갖다 댔다.


“유나야. 듣기만 해. 아직 입은 열지 말고, 두려우니까.”


유나는 빨개진 볼을 숨길수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어제 내 등에서 말했어. 내일 엄마한테 맞아 죽을 것 같으니까 데리러 와달라고. 9시 정도라 길래 설마하고 오니까 네가 딱 내려오는 거야. 것도 트렁크를 끌고. 대박!”


유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식에서 얼굴을 풀어 달라고 손등을 두드리자 영식이 유나를 놓아 주었다.


“이제 어떡하려고?”


“어쩌긴? 학교 가야지.”


영식이 유나를 불러 세웠다. 갑자기 더운 바람이 영식의 머리를 날리며 앞으로 몰아치자 불길함이 유나를 감싸 안았다. 소설 속에서 보던 잔인한 일이 바로 일어난대도 이상하지 않을 낮이면서 밤인 희한한 날이었다.


“학교는 방학 때 문 닫아!”


“뭐?”


벼락이라도 맞은 표정으로 유나가 소리쳤다.


“그런 말 못 들었는데.”


“제발 가이드북 좀 봐!”


“그놈의 가이드 북”


유나가 철퍼덕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들어 멀리 떨어진 자신의 아파트를 바라보자 어디선가 엄마의 레이저가 날아오는 듯 착각마저 느껴졌다.


“갈데는 있어?”


“없어”


유나가 트렁크 앞에 주저앉아 버렸다.


“아! 나 집에도 못 들어가겠고, 갈 데도 없고. 영석아, 아, 아.”


“아! 왜?”


짜증난 목소리로 영석이 툴툴댔다.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트렁크를 앞에 놓고 울먹이는 유나와 옆에 서 있는 시커먼 남자를 힐끔대며 쳐다보고 있었다. 이상한 오해를 받는 것 같아 불편해진 영석은 유나의 트렁크를 잡고 끌기 시작했다.


“어디가?”


“갈 데 없다며.”


영석은 뚱한 표정으로 앞만 보며 걸어가다 지나가는 택시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어디가게?”


어딘가 믿는 구석이 생긴 것 같아 기쁜 마음과 함께 택시를 타고 망연히 간다니 불안한 마음이 동시에 든 유나가 주저하며 물었다.


“뭐해? 빨리 타”


“혜화동요.”


“어디? 너 혼자 산다며”


영석이는 귀찮아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택시 기사에게 둘의 목소리가 컸는지 힐끔대며 살펴보는 것 같았다. 물론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유나 스스로 낯부끄럽다 여겨 혼자 더 그렇게 느끼는 것 인줄도 모르겠다. 혼자 사는 남자 집에서 있다가 걸리면 정말 엄마한테 뼈도 못 추릴 텐데.......... 보이지도 않는 엄마의 눈이 백미러로 유나를 지켜보는 것만 같아 팔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고 갑자기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엄마의 화만 더 돋구어놓았는데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저승길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고민하는 사이 택시는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고, 유나는 영석이 밀치는 바람에 밖으로 튕기듯이 나왔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아파트는 유나 네와 비교해서 많이 고급져 보였다.


“몇평이야?”


조심스러운 유나의 물음에 영석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방 3개야.”


쿨 하게 말하고 들어가는 영석의 뒷모습에서 빛이 나는 게 저게 바로 귀티구나 싶었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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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써클 22.12.08 14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8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6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20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7 0 9쪽
35 비밀 회동 22.09.26 19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6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8 0 10쪽
» 어리석은 선택 22.09.15 22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19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1 0 9쪽
29 머니 22.08.29 20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6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7 0 10쪽
22 MT 2 22.07.14 21 0 10쪽
21 MT 22.07.11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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