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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16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7.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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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불편한 동거

DUMMY

삼각 김밥이 생각난 유나는 방송국으로 들어가려다 편의점으로 방향을 틀었다. 꼬르륵 대는 배를 톡톡 두드리며 ‘조금만 기다려’ 달래는데 멀찍이서 기타 소리가 작게 들렸다. 야작을 하지 않고서는 학생들이 오지 않을 시간인데 당연히 아직 아침 방송 시간도 아직 아니었다.


“누구지?”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유나는 김밥을 입에 문 채 기타소리를 따라갔다. 유나의 귀가 이리 예민한지 이제야 알았다. 한 번도 헤매지 않고 금세 따라갈 수 있었다. 아침의 적막 때문인지 소리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가락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 흥얼거리며 걷다보니 도서관 뒤편으로 향했다.


‘혹시 또 태준 오빠가 아니야?’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커다란 등나무를 바라보며 지난 번 태준이 누워있던 평상 가까이로 점점 다가섰다.


'바보같이. 왜 이렇게 콩콩대니?'


유나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한 걸음 한 걸음을 소중히 걸었다.


평상에 편안하게 기대 있는 모습은 멀리서 봐도 기다란 태준의 모습은 아니었다. 유나와 비슷한 정도 아니 어깨부터 가녀린 작은 체형의 여자가 기타를 두드리고 있었다. 아닌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가는 유나의 눈에 여자의 모습이 더 선명해졌다. 텔레비전에서 수없이 본 얼굴이라 친근함까지 감도는 싱그러운 녹색 잎들 사이의 진성 선배는 밝고, 건강해 보였다.


"진성 선배?"


사실 유나는 진성선배를 방송으로만 봤지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응?"


선배는 기타를 내려놓고 눈을 크게 떴다.


“누구?”


당연한 말이 돌아왔다. 일면식도 없으니 알 턱이 없었다. 세상에 연예인을 또 이렇게 편안하게 만나다니 유나는 이른 아침의 꿈같다 느꼈다.


"안녕하세요. 방연과 진유나입니다."


"우리 과? 안녕!"


선배는 졸린 듯 나른한 목소리로 마지못해 인사했다.


"저희 과에 선배님 모르는 사람 없을걸요."


유나는 선배가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옆으로 가 앉았다. 사실 선배 집에 온 것도 아니고 공용공간이니 상관없다는 생각과 왠지 말을 걸고 싶다는 마음이 같이 움직였다. 유나는 그렇게 눈치 없는 아이는 아니었다.


"그런가?"


진성선배는 유나가 곁에 오는 것이 싫지도 반갑지도 않다는 듯 다시 기타를 들고 괜히 손가락으로 하나씩 튕기며 얼굴을 돌렸다.


“선배님 이제 학교 다니시는 거예요?”


유나가 괜히 더 높은 목소리로 친근하게 물었다.


"1년 쉬고 학교에 다시 와서 그런지 좀 어색하네."


유나는 선배가 혼자 있고 싶다 은연중에 말하는 것 같아 벌떡 일어섰다.


“제가 괜히 눈치 없이 선배님 귀찮게 해드렸나 봐요.”


"뭐..... 난 상관없어. 갈 데도 없고"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은근슬쩍 옆자리에 다시 앉으며 유나가 선배에게 말을 걸려는 찰나 가방에서 알람소리가 울렸다. 아니,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여, 여보세요? 맞다. 아! 아침방송. 아니 저 늦잠 잔 게 아니라 일찍 나왔는데, 제가 잠깐 어디 들르느라.. 죄,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달려갈게요.”


유나의 통화를 웃으며 듣던 선배는 얼굴을 찡그리며 유나가 다시 가방에 집어넣는 탭을 가리켰다.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 조심히 다뤄.”


선배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벌러덩 누워 버렸다.

“아, 제가 그만 가봐야 해서요. 선배님은 계속 여기 계실건가요?”


“이게 노숙이 쉬운 게 아니네. 몸이 막 찌뿌둥한 게...”


“네? 노숙요?”


천하의 진성선배가 노숙이라니 유나는 펄쩍 뛰었다.


“선배님처럼 가녀린 분이 노숙이라뇨? 변태라도 만나면 어쩌시려고?”


“여기 변태 있어?”


선배는 양 손으로 가슴을 안으며 호호 거렸다.


“됐어. 변태는 무슨?”


“저, 사실 여기에서 변태보다 더한 놈 봤거든요. 막 가슴을 이렇게 풀어헤치고.”


유나가 오버해서 태준의 옷차림을 흉내 내자 선배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어디 가실 곳이 없으신 거예요?”


유나는 이 말을 뱉은 자신을 일주일 내내 원망했다. 이놈의 입은 방정맞게 왜 먼저 뛰어나가서는 화를 자초하는지. 선배는 놓치지 않고 유나의 말을 잡았다.


“응. 갈 곳이 없어. 방을 빨리 구해야 하는데.........”


선배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유나를 올려다봤다. 커다란 눈망울에 이슬이 맺힌 것처럼 보여 유나는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에이 선배님 걱정 마세요. 제가 기숙사에 있는데, 언니 한 명이 거의 안 들어와요. 혹시 들어오면 제 침대 쓰시면 되고요. 또 이렇게 인연이 되어 만나고 했으니 제가 또 선배님과 한 방을 쓰게 되고... 하하하”


횡설수설하는 유나의 탭이 다시 울려대고 화면에 방송국 글자가 크게 찍혔다.


“저 방송 끝나고 금방 올게요.”


유나는 손을 흔들며 방송국으로 뛰어갔다.


아침 방송과 조회를 마친 유나가 헐레벌떡 달려와 선배를 찾았다. 진성 선배는 기타 하나만 맨 채 유나를 따라 일어섰다.


“선배님 짐은?”


“방 구하면 집에서 부쳐야지.”


유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뭐 옷, 아니 속옷 같은 것은 안 갈아입으세요?”


너무 현실적인 질문을 했나 했지만 느낌이 불길했다. 진성 선배의 눈이 유나의 몸을 향했다. 스캔하듯 위 아래로 보는 눈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비슷하겠네. 75 A?"


"예리하시네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됐네. 같은 여자끼리 서로 돕고 사는 거지.”


진성 선배는 보기와 달리 털털한 것 같았다.


기숙사 방으로 들어온 선배는 만족의 손뼉을 쳤다.


“딱 이네! 어차피 내 성격에 오래는 못 있어. 금방 집구해서 나갈게.”


“아유 아니에요. 이렇게 유명한 분과 함께 있다니. 제가 영광입니다.”


여기까지 유나는 진심이었다. 선배는 계속 야작이 있을 은숙이 언니 침대에서 잠시 지내기로 했다.


"이제 좀 씻어야겠다. 샤워 안한지 삼일은 됐어. 속옷은 어디 있어?"


선배는 어색하지 않게 유나에게 물었고, 유나도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옷장을 가리켰다.


“아오, 귀여워. 완전 아기 꺼 입네.”


선배가 토끼 그림이 그려진 유나의 팬티를 흔들며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금 무슨 일이 있은 거지?”


“참, 바지랑 티도 가져가야지.”


선배는 유나가 입지 않고 아껴둔 게스 티셔츠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아, 선배 그거.”


바로 화장실 문이 다시 열리자 유나가 안심하려는 순간, 선배는 유나의 칫솔을 들고 흔들었다.


"유나야. 이거 네 꺼지?"


"네, 선배. 저 좀 전에 그 옷."


하려는데, 쾅 소리와 함께 화장실 문이 다시 닫혔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흥얼대는 노랫소리와 샤워기 물소리가 섞여 유나의 속을 뒤집어 놨다.


‘선배는 남들과는 다른 위생관념을 가지고 있구나!’ 잠깐만, 그러면 앞으로 선배가 여기 있는 동안 내 옷과 내 칫솔과 내 물건을 다 그냥 막 쓰겠다는 거잖아? 유나의 얼굴이 까맣게 어두워졌다. 다급한 마음에 유나가 화장실 문을 두들겼다.


"선배님 짐은 정말 없어요?"


"어, 없어."


부르던 노래에 맞춰 흥얼대며 선배가 즐겁게 대답했다. 유나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마진성 선배는 왜 저런 거지꼴로 나에게 빌붙은 것일까? 아니 저리 유명한데 돈도 많을 거면서 이렇게 없이 사는 후배에게 이래도 되는 거야? 그래, 영화에서처럼 막 봉투 같은 것을 주지 않을까? 그래, 유나야, 지금 이 힘든 상황이 한 번에 정리 될 거야. 연예인이잖아. 그것도 유명한. 유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 개운해!“


선배는 아기 같은 피부가 발그레해져서 밖으로 나왔다.


“선배님 개운하시죠?”


유나가 시원한 콜라 캔을 따서 내밀었다.


“아유 후배가 아주 센스가 있어.”


기분이 좋아진 진성 선배는 CF에서나 보듯 청량하게 콜라를 마셨다.


“그런데, 선배님 유명한 연예인이시니까 돈 많으시겠어요.”


유나가 은근히 옆으로 가 물었다.


“돈은 회사가 받았지. 난 아직 정산도 못 받았어.”


“네? 계약서 쓰셨잖아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유나의 꿈이 산산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10년 계약서에 서명했지. 나한테 쓴 돈이 많다니. 뭐 언젠가는 주겠지 뭐. 아이고, 씻었더니 노곤하네. 나 한숨 잘게.”


선배는 젖은 머리 그대로 베개에 대고 3초 만에 잠들어 버렸다. 어제 평상에서 잤으니 많이 피곤했었나보다. 갑자기 피곤해진 유나도 침대에 쓰러졌다. 연예인이라는 게 생각하고 많이 다르구나. 콜라를 마셨더니 화장실이 급해진 유나가 안으로 들어갔다가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유나의 칫솔은 변기 옆 휴지걸이에 놓여 있었고, 큰 볼일을 본 선배는 얼마나 많이 봤는지 완전히 내리지 못했다. 변기 뚜껑을 덮고 물을 내리던 유나는 욕실 하수구에 가득한 머리카락과 유나의 면도기에 잔뜩 붙은 작은 털들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더러움이라는 게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였구나.’


유나는 소리언니에게 미안해졌다. 머리카락들을 휴지로 긁어내는 손등위로 굵은 눈물방울이 톡 하고 떨어졌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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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써클 22.12.08 14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7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5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19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6 0 9쪽
35 비밀 회동 22.09.26 16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4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7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19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16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0 0 9쪽
29 머니 22.08.29 20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6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 불편한 동거 22.07.18 27 0 10쪽
22 MT 2 22.07.14 20 0 10쪽
21 MT 22.07.11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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