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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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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48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9.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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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비밀 회동

DUMMY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와 함께 짧은 커트 펌의 정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다리 아래로 황금빛 에나멜 구두가 번쩍이며 날카로운 빛을 내었다. 안개가 낀 듯 어둡고 몽롱한 분위기의 바의 한구석으로 당연한 듯 걸어 들어가 달칵하고 문을 열었다.


나른한 소파와 테이블만 놓인 황량한 느낌의 방에서 영웅과 태준이 마주 보고 투명한 잔에 든 연갈색 액체를 마시고 있었다. 테이블 한가운데 파란색 로얄 살루트 21년산 병과 안주들 그리고, 얼음이 나란히 있었다.


“뭐야? 같이 시작하는 거 아냐?”


정원은 당연한 표정으로 영웅 옆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오빠는 다시 들어온 거야?”


태준을 돌아보며 말하는 정원의 입가에는 경멸에 찬 미소가 지어졌다.


“혼자 양심 있는 척 하더니.”


태준은 신경도 쓰지 않는 표정으로 땅콩을 집어 소리 나게 씹어 보였다.


“암 걸렸대서.”


“뭐? 하하하”


정원이 깔깔대고 웃었다.


“하여튼 선배 오버하기는.”


영웅은 말없이 술만 들이키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멈추고 돌아봤다.


“제가 좀 늦었나 봐요.”


상희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이사장님은?”


“뭐 오시겠지.”


영웅이 영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넌 여기 왜 온 거야?”


태준이 마뜩찮은 표정으로 상희에게 말했다.


“민서가 꼬셨겠지. 뭘 물어봐?”


정원의 말에 상희가 고개를 저었다. 정원 옆에 앉아 혼자 술을 따라 얼음도 없이 한 번에 넘기며 막혀있던 숨을 내뱉었다.


“저는... 저는”


상희는 무릎위로 올라온 하얀색 샤넬 스커트를 꽉 움켜쥐었다.


“저는 이사장님을 만나고 싶어요.”


“만나서?”


영웅이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


“고백하려고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정원은 손으로 사과를 들어 한 입 베어 물더니 얼굴을 찌푸리고 뱉어냈다.


“윽! 물맛이야.”


“더럽게 먹던걸.”


태준이 정원이 뱉은 사과를 포크로 집어 테이블로 밀어냈다.


“맛없어.”


정원이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입에 물어 가글한 후 꿀꺽 삼켰다.


“난 싱거운 건 못 먹겠더라. 차라리 짠 게 낫지.”


영웅은 싱긋 웃으며 소금이 잔뜩 발려진 프레첼을 건네자 정원이 흘겨보듯 영웅을 보며 집게손가락과 중지를 사용해 받았다.


“저희가 전부인가요?”


상희의 말에 태준이 고개를 들었다.


“뭐가?”


“비밀멤버요.”


“하하하 너 왜 이렇게 웃기니?”


정원이 깔깔대고 웃다가 프레첼이 목뒤로 넘어가 켁켁댔다. 영웅이 술을 건네자 한 모금 먹고 진정되나 싶다가 다시 켁켁거렸다.


“뭐가 이리 시끄러워?”


부드럽지만 낮고 강한 힘을 지닌 목소리가 문이 열리며 들어왔다.


“오셨어요?”


영웅이 정원의 등을 두드리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원은 목을 잡고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태준은 앉은 자리에서 눈만 위로 뜨며 반기지 않은 표시를 했다


“오늘 새로운 손님이 있다면서?”


이사장은 베이지색 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입은 편안한 모습이었다. 빙그레 웃으며 들어서는 얼굴에 어떤 악의도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듯 태준 옆에 자리하고 앉아 유리잔을 내밀었다. 영웅이 벌떡 일어나 양주병을 들자 손으로 저지하며 태준의 턱 밑에 가져다 댔다. 태준은 좋지 않은 표정으로 일어나 영웅 손의 병을 받아 이사장의 잔에 콸콸 따랐다. 조금씩 잔 밖으로 흐르는 양주를 이사장은 말없이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보다 못한 영웅이 태준에게 병을 뺏어 자리에 놓고 이사장의 잔 주위를 휴지로 닦아냈다. 이사장은 말없이 잔을 보기만하고 바닥에 다시 내려놨다.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신입생?”


“저 기억 못 하세요?”


“나를 만난 적이 있어요?”


우아하게 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킨 후 부드러운 시선으로 상희를 바라봤다. 상희의 볼이 발그레 해지며 이사장의 시선을 기쁘게 받았다.


“5년 전 저의 아버지의 은인이시라고.”


“5년 전?”


상희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잔의 입가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아! 그때 멤버군요. 어떻게 학교생활은 괜찮고요?”


“네. 이사장님 덕분에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주 바른 생활 학생이군요.”


묘하게 비꼬는 듯 한 칭찬의 말에도 상희는 좋아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좋....... 좋아합니다!”


상희가 벌떡 일어나 말하자 이사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아주 재미있는 아가씨네.”


“태준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왜지?”


이사장이 웃음을 거두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상희에게 물었다.


“그게..... 저의 이상형입니다. 왕자님 같으세요.”


“내가?”


이사장은 다시 한 번 크게 웃었다.


“그러면”


웃음이 뚝 끊긴 차가운 음성으로 이사장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내가 시키는 것은 다 할 수 있어요?”


상희는 이미 각오하고 왔다는 표정이었다.


“저는 5년 전에 지옥을 경험했어요. 저를 구원해주신 분은 이사장님이시고, 목숨 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앉은 이사장은 다리를 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기억이 날 것도 같네. 그때는 꼬마였던 것 같은데..........”


“제 동생을 살려주셨잖아요.”


상희가 이사장의 기억을 되살리려 거들었다.


“아! 그 자매. 언니가 더 예뻤었지.”


“기억하시는 군요.”


상희의 눈이 기쁨으로 촉촉해졌다.


“그러지 말고 앉아요. 앞으로 할 일이 좀 더 많아질 것 같으니.”


이사장이 상희의 잔에 술을 채웠다.


태준은 지금의 상황을 외면하듯 고개를 돌리고 술만 연거푸 마셔댔다.


“우리 민서는 뭐하고 있나? 상희 바람난 것 같은데”


정원이 히죽대며 프레첼을 집어 먹었다.


“그런 거 아니야.”


상희가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정원을 보며 말했다.


“오빠도 나 다 이해한다고 했어.”


“이해 같은 소리하고 있네.”


정원이 빈정대며 태준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이해가 됐어? 네가 제일 잘 알잖아.”


태준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자 이사장이 조용히 말했다.


“앉아!”


잠시 움찔하는가 싶더니 문을 쾅하고 닫고 태준은 나가 버렸다.


“아직 마음의 정리가 안 된 모양입니다.”


“나약한 놈”


이사장은 영웅의 말에 쓴 소리 한 마디를 하고는 눈을 감았다.


신촌 거리로 나온 태준은 숨을 크게 쉬었다. 배꼽아래까지 숨을 들이마시고 멈춘 후 뱉기를 반복하자 그제야 좀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벗어나려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만 꼬이기만 하는 여기 무리는 마치 늪처럼 태준의 발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멍청이들.”


어디 들어가서 소주라도 한 잔 더 하고 싶은 마음에 주의를 둘러봤다.


“아! 한 잔만! 딱 한 잔만 더하자!”


어디서 많이들은 목소리였다. 힙합 바로 유명한 ‘블루 멍키’로 들어가는 지하 계단 앞에서 유나가 영식의 팔을 잡고 늘어져 있었다.


“아! 쟤는 왜 또”


손으로 머리를 벅벅 문질렀다. 오늘은 혼자 있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는데, 무시하지 못하고 발걸음은 이미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야아~ 나. 오늘 진짜 운동 열심히 했잖아. 운동 했으니까 먹어도 되잖아.”


유나는 귀찮아하는 영식의 팔을 놓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냥 호프집 가서 먹자고.”


“여기 이렇게 예쁜 곳이 있는데, 그냥 여기 가자!”


“너 여기 가보고 싶어 이러는 거지? 혼자 못가니까?”


“대박! 내 마음에 들어왔다 간 거야? 나 여기 어디 잡지책에서 봤는데. 완전 힙 하대. 잘생긴 사람들이 머리에 스타킹 같은 거 쓰고 외국에 온 것처럼 서서 맥주 마시면서 춤추고........”


“스타킹은 또 뭐야? 아, 나 춤은 딱 질색이야. 갈려면 너 혼자 가!”


“야아~”


유나는 영식의 옷을 잡고 놓지 않았다.


“놔! 놔!”


영식이 이 쪽 저 쪽으로 몸을 돌리며 안간힘을 쓰다가 그만 유나의 손이 영식의 옷 안으로 쑥 들어오며 어색한 분위기가 돼버렸다. 깜짝 놀란 유나는 손을 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순간 영식의 귀가 빨개졌다.


“뭐하냐?”


굵은 태준의 목소리에 유나가 비명을 지르며 영식의 옷에서 손을 빼내었다.


“엄마야!”


“둘이 그렇고 그런”


태준이 손가락으로 둘을 번갈아 가리키자 영식이 태준의 손가락을 잡았다.


“아 형님! 누구 연애 길을 막으시려고. 지금 엄청난 오해를 하고 계신 겁니다.”


“그러니까. 누구 연애 길을 막으려고. 오빠. 오해 하지 마!”


영식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나가 지지 않고 말했다.


“오빠?”


영식이 도끼눈을 뜨고 유나의 말을 따라했다.


“너, 아무한테나 오빠라고 하고 그런 아이였니?”


“그럼 오빠를 오빠라고 하지 언니 해?”


“유치하게.”


태주는 유나와 영식의 다투는 모습을 보며 뒤로 돌았다.


“형 머리 아프다. 연애 싸움은 니네끼리 하고, 나는 소주나 한 잔 하련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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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그날 이후 22.12.22 14 0 9쪽
45 로맨스 22.12.15 17 0 9쪽
44 써클 22.12.08 14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8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6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20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7 0 9쪽
» 비밀 회동 22.09.26 19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6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9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22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21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1 0 9쪽
29 머니 22.08.29 20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6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7 0 10쪽
22 MT 2 22.07.14 21 0 10쪽
21 MT 22.07.11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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