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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98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10.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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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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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사라졌다!

DUMMY

방 전체를 휘감은 빛에 진희는 눈을 감았다. 통증처럼 아! 소리를 내며 닫힌 눈은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려 차마 열 수가 없었다. 뜨거운 열감마저 느껴지는 순간 진희의 목을 휘감은 굵은 팔이 돌아온 길을 되감아 끌고 들어갔다. 강한 힘에 소리를 지르기는커녕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온몸으로 저항하며 버둥대다 정신을 잃기 직전 바닥에 내팽개치듯 던져졌다. 팔꿈치와 허벅지에 멍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격감이 컸다.


“아야! 아아아아아아!!!”


순간적인 두려움에 아이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쯤은 이런 상황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냅다 소리를 지르고 뛰어나갈 생각이었는데, 진희를 덮친 커다란 몸은 다시 진희의 입을 강한 팔로 닫아버렸다.


“아! 윽!”


입이 막혀 이빨로 물어뜯을 수도 없었다. 그동안 몸에 익힌 호신술도 커다란 힘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기력한 감정이 몰아치자 빠른 속도로 포기가 되고, 포기가 된 감정은 힘을 뺀 몸을 통해 여지없이 드러났다. 진희의 반응을 본 팔은 다시금 살며시 힘을 뺀 후 다시 생길 도발에 대비해 뜨거운 입김을 귀에 불어넣었다.


“조용히 해!”


다급한 상황에서도 진희는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태준오?”


“쉿”


진희의 목소리가 나오는 찰나 다시금 커다란 팔이 막아냈다. 진희의 뒤통수를 강하게 누르며 바닥에 납작 엎드리게 했다. 코가 바닥에 부딪혀 피가 날 것 같았다.


쿵쿵대는 발소리와 함께 웅성대는 사람들의 소리가 같이 들렸다. 진희의 귀가 안테나처럼 바짝 섰다.


“오늘따라 이사장님 늦으셨네요.”


“일이 좀 많았어. 어떻게 잘 진행되고 있어?”


“네, 교내와 기숙사 작업은 마무리 단계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안전성에 대한 확인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몇 번 더 보내면서 체크해봐.”


“그럼 이번에는 누구를 보낼까요?”


“유나라고 했나?”

유나라는 말에 진희의 가슴이 쿵하고 떨어졌다. 기절할 것 같은 아득한 느낌이 들다 갑자기 앞이 캄캄해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진희는 자전거 옆에 얌전히 누워 있었다. 마치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난 것처럼 뜨거운 햇살이 얼굴에 바로 떨어지고 있었다. 발딱 일어나 앉아 머리를 흔들어 깨운 후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 멍한 기운이 남아 주변이 볼록렌즈를 킨 듯 어지러웠다.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의 일이 꿈이었나? 스스로도 혼란스러웠다. 뻐근한 목을 부여잡고 일어나다 현기증에 넘어질 뻔한 진희는 순간적으로 자전거를 부여잡았다. 진희 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자전거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넘어지고 그 위에 있던 진희의 전화기와 머리핀이 같이 떨어졌다.


“으악!”


외마디 비명을 지른 진희가 땅바닥에 나뒹굴다 얼굴에 툭 하고 떨어진 머리핀을 손으로 잡았다. 다행히 낙법을 배워 뼈가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바닥에 그대로 퍼지고 앉은 채 길게 펴진 머리핀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만히 바라보다 기도원 길을 다시 쳐다봤다.


“꿈이 아니었네.”


머리가 다시 멍해졌다. 벌떡 일어난 진희는 절뚝대는 다리로 기도원을 다시 찾았다. 낮에 보는 기도원은 더 음침하고, 무서웠다. 칠이 벗겨진 건물의 외관은 폐가와 다름없었고, 굳게 닫힌 자물쇠는 무서운 비밀을 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곳에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진희가 본 것들은 더욱 더 현실감이 없었다. 숨을 크게 들이 쉰 후 확인 차원에서 다시 주차장 같은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어제 본 것과 다름없었지만 딱 하나가 달랐다. 문이 사라졌다. 다급한 마음에 빨리 걷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자동차 바퀴 자국만 있는 바닥에 발이 끌린 자국을 길게 남기며, 진희는 벽으로 다가갔다. 손으로 벽면을 치며 가벽이 아닌지 확인했지만 콘크리트로 된 단단한 벽만 느껴졌다.


“뭐지? 뭐지?”


혼란스러웠다. 진희는 전화기를 들고 태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번호를 알지 못한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맞아! 유나! 분명 유나라고 했어.”


진희는 유나의 삐삐 번호를 찾아 호출을 눌렀다. 그 자리에서 기다리기에는 너무 하늘이 밝았다. 다시 힘들게 다리를 끌고 길가로 나오던 진희는 그 자리에 멈췄다. 진희 앞을 가로막고 선 커다란 그림자에 본능적으로 팔로 얼굴을 가리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림자의 팔이 진희의 목을 감싸는 대신 팔을 잡아 일으켰다.


“다시 온 거야? 겁도 없이?”


태준의 굵은 목소리가 진희의 귀를 뜨겁게 했다.


“오빠는 정체가 뭐야?”


“뭐긴? 박쥐지.”


“뭐?”


진희는 태준을 똑바로 바라봤다.


“유나 얘기 들었어. 무슨 말이야?”


“나도 그게 걸려서 와 본 거야.”


“오빠도 몰랐다는 거야?”


태준이 입을 다물었다. 까만 모자를 쓴 태준은 그림자처럼 몸 전체를 검은 옷으로 가리고 있었다. 일부러 보이지 않으려는 사람 같았다.


“오빠는 이사장님하고 친한 거 아니었어?”


진희가 대놓고 물었지만 태준은 말을 아꼈다. 순간 진희의 전화가 산속인데도 우렁차게 울렸다.


“여보세요?”


“무슨 일 있어? 호출을 다하고?”


“별일 없지?”


“뭐야? 무섭게.”


“어디 있어?”


“아, 그게............ 서, 서울.”


“집이구나. 아니야. 내가 꿈을 좀 꿔서.”


“무섭게 진짜. 뭐, 내가 죽는 꿈이라도 꾼 거야?”


“전화비 많이 나오겠다. 나중에 또 호출할게.”


진희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유나한테 전화 한 거야?”


태준이 길에 시선을 주고 물었다.


“응. 죽는다는 말이 나오니까 괜히 좀 그래서 끊었어. 그런데, 여기 전화가 왜 이리 잘 터 져? 우리 집보다 더 또렷하게 들려.”


“여기서 기계는 뭐든 잘돼. 왜 그런지는 나도 알고 싶고.”


“무슨 말이야?”


“뭐든 안 되는 것 있음 여기로 가져와봐. 그럼 알게 될 거야. 아니! 너 이제 여기 오지 마!”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더라.”


하는 진희의 머리를 태준이 한 대 쳤다.


“아! 뭐야! 아, 진짜 이럴 때는 살살 쳐야 하는 거 아냐? 뭐 막 후려치고 있어.”


“정신 차리라고! 누구에게나 목숨은 하나야.”


“그 문 말이야!”


“뭐?”


“분명히 저기에 문이 있었는데. 나도 꿈인가 했었는데, 이거 봐봐.”


진희가 호주머니에서 머리핀을 꺼냈다.


“그게 뭐?”


태준이 애써 고개를 돌렸다.


“뭐가 있어. 그게 뭔데?”


“뭐가?”


태준이 먼저 앞으로 나가자 진희가 절뚝대며 따라왔다.


“뭔데? 거기 막 파란 빛도 나고 붉은 빛도 나고 그러던데. 어디 간 거야?”


“너 꿈꾼 거야.”


“아! 진짜. 어차피 이리된 거 그냥 톡 털어놓고 얘기해봐. 오빠도 혼자 고민하면 힘들잖아. 뭐든 나누면 반이 되는 거야. 자! 여기 나눠 봐봐”


진희가 태준의 팔에 매달리다 시피 했다.


팔을 걷어내지 않은 채 태준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혼자가 편해. 망쳐도 혼자 다치는 게 나아.”


“아! 진짜 뭐가 있는데.........”


다시 전화기를 든 진희는 유나에게 호출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전화기 옆에 있었는지 바로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유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서 불편함이 느껴졌다.


“유나야? 나 지금 서울 가려고. 볼 수 있지?”


“뭐?”


유나의 놀란 목소리와 함께 영식의 화난 목소리가 멀찍이에서 들렸다.


“너 함부로 전화 쓰지 말랬지!”


“뭐야? 영식이랑 같이 있는 거야?”


진희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아! 잠깐. 잠깐 보러.”


유나는 거짓말을 잘 못한다. 거짓말을 하면 바로 티가 나는 아주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라 진희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거는 뭐 너의 사생활이고. 있다 호출하면 바로 나와!”


할 말을 끝낸 진희가 전화를 끊자 태준이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너도 들어오는 거야?”


“어디?”


“영식이네.”


“뭐?”


“뭐, 다 같이 살지 뭐. 우리 방학 얼마 남았지?”


“한 이주?”


“이주면 금방 가겠네.”


태준이 앞으로 걸어가 넘어진 진희의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다.


“뭘 다 같이 살자는 거야? 헉? 설마?”


진희가 태준에게서 떨어졌다.


“오빠가 나한테 그런 감정일 거라고는. 아직 내가 생각을 못해봐서.”


자전거 안장을 탁탁 털던 태준이 이상한 시선으로 진희를 쳐다봤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던 그거 아니야.”


“아니! 다 같이 살자. 뭐 그 말 이 그 말 아니야?”


진희가 자신을 보호하는 듯 가슴을 두 팔로 안자 태준이 못 볼 걸 봤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거 아니야. 내가 지금. 휴. 하!”


숨을 크게 쉬며 진정한 모습을 보인 태준이 진희에게 자전거 뒷자리에 타라 손짓했다. 진희는 태준에게 붙지 않으려 손끝으로 태준의 윗옷을 잡고 몸을 떨어뜨렸다. 페달을 밟은 태준이 속도를 내자 소리를 지르며 진희가 찰싹 달라붙고, 다시 생각난 듯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둘은 산길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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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써클 22.12.08 15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9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8 0 9쪽
39 진실 22.10.27 17 0 9쪽
» 사라졌다! 22.10.24 17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20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8 0 9쪽
35 비밀 회동 22.09.26 21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6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9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22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22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2 0 9쪽
29 머니 22.08.29 21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7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7 0 10쪽
22 MT 2 22.07.14 21 0 10쪽
21 MT 22.07.11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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