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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29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7.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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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MT

DUMMY

학교건물 앞 공터로 커다란 관광버스가 들어오고, 첫 엠티라는 설레이는 마음에 유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콩콩 뛰는 심장소리가 유나의 귀에도 울렸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대학생활의 꽃 엠티라는 거구나!'


유나는 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떴다. 기대감에 지금이 현실이 아닌 것만 같았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유나가 붕 뜬 목소리로 지나가던 영식에게 물었다.


“넌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나왔냐?”


부루퉁한목소리로 영식이 말했다.


“MT인데 어디로 가든 좋겠지. 아마.”


신경 쓰지 않고 유나가 오버하며 말하자


“그럼 뭘 물어봐 그냥 가면되지.”


영식은 알려주지도 않고 툭툭거리며 가버렸다. 왠지 버려진 느낌의 유나는 영식을 째려보다 상희에게 갔다.


“상희야!”


“응 유나야!”


트렁크 사이에서 상희가 쏙 하고 나왔다.


“이사가? 무슨 1박2일 MT에 트렁크가 2개야?”


유나의 등에 맨 이스트 백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영식이가 분명히 이스트백과 닥터 마틴이면 촌티는 벗는다고 했는데, 하필 영식을 믿은 유나의 실수였다. 오늘만은 자신 있게 기숙사 문을 열고 나왔었다. 짧은 크롭 티에 아래로 통이 넓은 나팔바지를 입은 상희는 상큼하고 날씬해 보였다. 길게 내려온 머리가 찰랑거렸다. 베이지색 반바지에 폴로를 가장한 줄무늬 짝퉁 티를 입은 유나는 어쩌다보니 영식과 가방과 신발까지 맞춘 커플 옷이 되어 있었다.


다시 주저앉은 상희는 트렁크 사이에서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도하고 있었다.


“뭐야! 차타는 거 무서워하는 거야? 괜찮아. 아저씨들 다 베테랑인데 뭐가 걱정이야.”


유나는 상희를 안심시키려 큰 소리고 말했다.


"민서 선배랑 같은 방이 되게 해주세요."


상희의 고운목소리가 소근 대며 간절히 하늘에 말하고 있었다.


“그런 거였구나. 쏘리.”


민서 선배와 상희는 선배 집에서 밤새웠던 그 날 이후 공식 씨씨가 되었다. 무안해진 유나가 상희에게 대충 말하고 돌아섰다.


“영식이랑 유나도 사귀는 거야?”


상희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뭐? 장난해? 나 눈 높아.”


유나가 어이없어하며 대답했다.


“나도 눈 높거든.”


언제 왔는지 영식이 유나 옆에 서 있었다.


“둘이 오늘 커플로 하고 왔길래. 그런가보다 했지.”


상희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둘에게 보냈다.


“야! 커플은 무슨. 얘는 닥터 K, 나는 닥터 마틴.”


영식이 짜증난다는 목소리로 유나의 신발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어떻게 알았지?”


유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난해? 디자인만 똑같다고 다 같은 거냐? 여기 이따 시만 하게 K라고 써 있는데 그걸 누가 못 봐. 그냥 좀 제대로 사지. 쪽팔리게.”


영식이 정말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뭐, 가격이 거의 10분의 1인데 신으면 다 똑같지.”


“됐다. 말을 말자.”


영식이 또 그냥 가버렸다.


“뭐, 지가 여기 브랜드 사장이라도 되나?”


유나는 영식의 뒤통수에 대고 입모양으로 욕했다. 상희는 둘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유나가 발끈했다.


“뭐, 왜 그런 표정이야?‘


“아니, 연애 선배로서 딱 봐도 견적이 나오잖아.”


“아니라고. 내 첫 연애 상대는 좀 뭐랄까? 테리우스 같은 그런 남자?”


“캔디에 그 테리우스? 야, 너 좀.”


“뭐. 뭐?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지.”


“연애 선배로서 언니가 조언하는데, 나쁜 남자. 그거 맘고생 엄청 한다.”


“암튼 영식이랑은 아 주 거리가 멀다고.”


“영식이가 그쪽과는 아니지. 둘이 잘 어울리는데”


상희가 수긍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렸다.


한 시간 정도 달린 버스 밖으로 바다가 보이자 유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과 특성상 버스 안에서 퀴즈와 노래를 할 거 같아 잔뜩 긴장했었는데, 도착할 때까지 모두 차분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도 수학여행 중 레크리에이션은 기본이었는데, 의외였다. 끼랑은 거리가 멀었지만 마이크가 앞에 오면 부를 노래도 미리 정해뒀었는데 다행이라는 마음과 서운함이 묘하게 엇갈렸다.


“원래 노래 안하나?”


궁금증을 참지 못한 유나가 옆자리 영식이 에게 물었다.


“무슨 노래?”


“왜 있잖아. 버스 안에서 막 번쩍 번쩍 조명도 나오고, 사회자가 마이크 들고 돌아가며 노래도 시키고 MT하면 그러는 거 아냐?”


영식이 이마를 찡그렸다.


“아줌마, 아저씨도 아니고 촌스럽게.”


“촌스러운가?”


유나가 머리를 긁적였다.


“너 폴리냐 뭐냐?”


“뭐? 또!”


유나가 발끈했다. 순간 영식의 손이 유나의 어깨에서 더 아래로 향하자 유나가 두 팔로 가슴을 안았다.


“이게. 변태 아냐?”


유나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컸는지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하는 듯 했다. 영식이가 무안한 표정으로 손으로 엑스를 만들었다.


“뭐 하는 거야?”


“너야말로 지금 뭐하는 거야? 어딜 만져?”


유나의 소리에 사람들이 시선이 다시 둘을 향했다.


“내가 지금 어딜 만졌다고. 와. 진짜 황당하네.”


영식이 어이없어하며 자신의 옷에 있는 말을 탄 사람이 막대기를 든 모양을 가리켰다.


“그게 뭐?”


유나는 영식이 무슨 소리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네 꺼 봐봐!”


영식의 말에 유나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을 봤다. 영식과 똑같이 옅은 아이보리 색에 남색 줄무늬 티셔츠 위로 남색 말을 탄 남자가 보였다. 손에는 커다란 칼을 들고 있었다.


“이게 뭐?‘


“야, 폴로를 사든지. 아니면 그냥 다른 브랜드를 사지 그게 뭐냐.”


“폴론지 폴린지 알게 뭐야. 그냥 다 똑같이 보이는데 민감하기는.”


영식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돌렸다.


“말을 말자!”


유나는 눈으로 영식을 째려보며 입으로는 욕설을 뱉어냈다. 물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입모양으로 욕했다. 유나는 그렇게 교양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찔리는 마음에 닥터 K 신발을 영식 쪽으로 쭉 뻗었다. 더 짜증난다는 듯 영식이 똑같은 모양의 신발로 유나의 발을 퍽하고 차내었다.


“아얏! 쪼잔 하기는”


부자 학교답게 평범한 민박집이 아닌 유럽의 콘도처럼 생긴 커다란 건물 앞에 차가 섰다. 상희의 설명에 의하면 건축과 건축동아리 ‘각진 세상’에서 디자인하고, 주도해서 지었다는 여기 건물은 학생들의 피와 땀이 깃든 의미 있는 곳이라 각 과들이 돌아가며, 엠티에 사용하는 이지대학교만의 자랑스러운 리조트라고 했다.


"자, 각자 방 확인하고, 짐 풀고! 가능한 빨리 여기 이 자리로 모이도록."


아파트형 투룸으로 이루어진 각 방에는 남자 셋, 여자 셋 짝을 이뤄 배정되었다.


"민서 선배랑 같은 방이 되게 해주세요."


상희는 또 두 손을 꼭 잡고 하늘을 보며 기도하고 있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안타깝게도 민서 선배랑은 유나가 같은 방에 배정 되었고, 유나의 배정표를 본 상희가 매달리기 시작했다.


"유나야~~ 우리끼리 바꾸면 아무도 몰라....... 제발..........응? 응?"


상희가 유나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내가 일주일동안 너 시키는 거 다할게"


유나의 입장이 곤란해졌다.


"아, 신입생이 벌써부터 마음대로 하면 찍힐 텐데. 그렇다고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갈라놓기에는 너무 매정한 것 같고."


유나가 망설이는 듯 중얼대자 상희가 가방을 뒤졌다.


“저. 이거.”


상희의 손에는 닥터 마틴 신발이 반짝반짝 유혹하고 있었다.


“K 벗고 이거 신어.”


상희의 달콤한 목소리가 유혹했다.


“아, 진짜. 이거 곤란한데.”


이렇게 말하며 유나의 손은 이미 신발을 들고 있었다. 방 배정표를 건네받은 상희는 유나를 꼭 끌어안고는 트렁크 2개를 질질 끌며 방으로 달려갔다.


가벼운 마음으로 신발을 손에 든 채 방으로 간 유나는 신을 원망했다.


"아... 눈꽃. 신발에 눈이 멀어 내 발로 여기를 왔구나."


유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눈꼴 시려운 눈꽃이 먼저 와서 반갑게 유나를 맞이했다.


"유나야, 안녕"


천사 같은 얼굴로 해맑게 인사하는 눈꽃에게 화를 낼 수는 없고, 유나도 마지못해


"응... 같은 조구나.. 잘해보자."


"잘 할게 뭐있어. 선배들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는 거지. 그쵸?"


눈꽃이 호호 거리며 말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쟤는 입을 꼬매고 살아야지. 저러다 칼 맞을 것 같았다.


"안녕~"


정원도 같은 조였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유나가 정원의 손을 잡고 애정을 가득 담은 눈빛을 보냈다.


"너도 여기 조구나~ 남자들은 아직 안 왔나?"


정원은 오자마자 남자멤버들만 궁금한지 유나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주변을 두리번댔다.


“너 정재랑 잘 안된 거야?”


“누구?”


정원은 정재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사진과 이정재.‘


“아, 뭐. 걔야. 뭐.”


알고 보면 정원은 팜므 파탈인지 모른다. 혹시나 모를 아직 있지도 않은 씨씨 관리 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준과 영식이가 들어오고, 칠흑같이 검은 머리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나오는 하이드 처럼 산발을 하고, 위 아래 검은옷을 입은 쭉 찢어진 눈의 남자 선배가 들어왔다.


'어디서 봤는데, 어디였더라?'


유나는 낯익은 하얗다 못해 창백한 선배의 얼굴을 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맞다. 실기시험 날 부딪혔던, 딱딱한 옷! 그때는 노란색이 바랜 듯한 하얀 머리였는데... '


"안녕하세요. 머리 스타일이 달라졌네요."


유나 말에 고개를 든 선배는 검은 머리 때문인지 더 귀신같아 보였다.


"나, 알아?"


예의 그 착하고 느린 목소리,


"실기 시험 때 부딪혔었는데, 선배 기억 안 나세요?"


"아... 그 특이했던... 스타일을 바꿨네."


유나의 노랗고 꼬불꼬불한 머리를 보며 말했다. 지극히 평범한 유나가 여기에서는 특이한 학생이었지. 괜히 했어 머리. 후회된다는 듯 유나가 머리를 양 손으로 박박 문질렀다.


순간 유나의 눈이 태준과 마주쳤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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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써클 22.12.08 14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8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5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20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6 0 9쪽
35 비밀 회동 22.09.26 17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5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8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19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18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0 0 9쪽
29 머니 22.08.29 20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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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7 0 10쪽
22 MT 2 22.07.14 2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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