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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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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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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10.0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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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붉은 문

DUMMY

어둠이 짙어졌다.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까지 까치발로 걸어 문 앞에 멈췄다. 다행히 안에서 기척이 없는 게 할머니가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


진희는 가능한 소리 나지 않게 손가락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현관문을 돌렸다. 사람이 아닌 듯 바람이 지나가듯 현관문을 통과해 문밖으로 나왔다.


한여름인데도 밤공기는 차가워 민소매 차림의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손으로 쓱쓱 문지른 후 1층에 둔 자전거를 타고 페달에 힘을 주어 달렸다.


오늘의 목표는 기도원 안으로 들어가 보는 거다.


심심한 진희의 일상에 기도원은 간질간질한 무엇이었다. 마구 긁어버리면 피가 날 것 같아 살살 달래듯 조금씩 다가갔다.


개강하면 유나에게 전할 말이 있다는 것도 은근히 설레었다.


나무가 우거져 빛을 다 막아버린 깜깜한 길을 걸으려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장이 뛰었다.


벌레들의 바스락대는 소리에도 진희는 깜짝깜짝 놀라며 천천히 발을 떼었다.


자전거는 길의 초입에 세워서 구석진 곳에 보이지 않게 잘 두었다.


커다란 휴대폰을 양손으로 하도 꽉 잡아 축축하게 땀이 배었다. 희끄무레한 빛이 멀리서 새어들어 오더니 녹슨 자물쇠로 입구를 꽉 닫은 기도원의 문이 나타났다.


안개를 뿌려놓기라도 한 듯 희뿌연 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후 하고 불면 날아가 버릴 것처럼 안개는 아래에서 위에서 계속 피어올랐다.


진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가능한 천천히 밖으로 내뱉었다. 지금까지 이 방법이 긴장된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스스로 믿고 있었다.


어둠 밖으로 나가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주변을 샅샅이 눈으로 훑은 후 앞으로 나갔다.


기도원은 꽤 오래 사용하지 않은 듯 자물쇠를 떼어내더라도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문 사이는 녹이 슨 지 꽤 오래 지나 너덜너덜하게 떨어져 있고, 거미들이 집을 지어 문을 밀어 여는 기다란 봉 위에 매달려 있었다.


누구도 손을 데지 않았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분명히 여기에서 사람들을 봤는데, 사람의 흔적이 없다는 것은 이곳이 아니라 다른 입구가 있다는 것이다.


진희는 조급해 하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가능한 천천히 맛보고 싶었다. 호기심에 문을 슬쩍 밀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확인한 후 기도원의 옆길을 살펴봤다.


예전에 본 기억을 되살렸다. 그때 기도원 문 앞에 은색 봉고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여기 남자들이 서 있었다. 담배를 피면서 서로 장난을 걸고.........


맞아. 비닐하우스 같은 게 있었는데?


진희는 정문 사이 길과 주차장으로 보이는 간이 건축물을 살펴봤지만 어디에도 그날 본 비닐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주차장 안쪽으로 작은 문이 나 있었다.


‘어떡하지?’


선뜩 문을 밀고 들어갈 정도로 담이 크진 못했다.


주변을 다시 둘러본 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후후후후후"


천천히 바람소리를 내며 내쉰 후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진희가 주차장이라 생각해서 주차장이지 천장이 있는 막사 같은 곳이었다. 차 한 대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크기라 그렇게 생각 되었다.


기도원 문과는 다르게 여기는 사용한 흔적이 보였다. 바닥은 잘 다듬어져 있었고, 문은 계속해서 사용한 듯 반들반들해 보였다. 일단 거미줄이 보이지 않았다.


진희는 천천히 손잡이에 손을 갖다 댔다.


얼마나 떨었는지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침을 삼키는 소리까지 꿀꺽하고 울림이 크게 들렸다.


‘에이 모르겠다.’


라는 마음으로 손잡이를 꽉 쥐고 돌렸다.


무서운 사람이 문 앞에 서 있을 것 같은 상상이 먼저 덮쳤다.


꾹 감았던 눈을 뜨고 다시 손에 힘을 주었다.


손잡이는 돌아갈 듯 희망만 준채 굳게 잠겨 있었다.


두려움이 물러가자 짜증이 밀려왔다.


얼굴을 손잡이 앞으로 들이밀고 가만히 관찰했다. 열쇠 구멍이 작게 보이자 호주머니에 뭐가 있나 뒤져보았다. 주머니 구석에 가느다란 실핀이 손끝을 찔렀다.


'이게 왜 여기 있지?'


라는 생각보다 반가움이 먼저였다.


외국영화에서 본 적이 있었다. 실핀을 길게 펴서 다짜고짜 열쇠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쉬워 보였는데 좀처럼 걸리지 않고 빙빙 헛돌기만 했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손끝이 쥐가 날 듯 저릿한 느낌이 들자 진희는 한숨을 쉬고 손을 탈탈 털었다.


마음속에서 ‘그만 집에 가자’


라는 지극히 정상적인 외침을 애써 무시하며 다시 힘을 내어 손잡이를 잡고 실핀을 들었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진희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진희가 직접 연건지 안에서 열린 건지 순간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안에서 누가 나오는 거면 피할 곳 없이 그대로 잡혀 들어가기 딱 좋았다.


눈을 질끈 감고 가만히 있었다.


발끝부터 손가락, 이빨까지 달달 떨렸다. 하나, 둘, 셋.......... 열까지 세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진희는 다시 눈을 뜨고 바로 앞에 문을 바라봤다.


여전히 닫혀있는 문은 안전하다고 알려주었다.


눈을 깜빡여 다시 보니 파란색 문은 그냥 파란색이 아니라 반들반들하고, 약간은 투명하면서 속은 보이지 않았다.


손잡이를 돌리자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다시 뒤를 둘러봤다. 혹시 그 사이 누가 오지 않았을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오늘은 아무도 여기를 방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두우면서 신비로운 파란 빛이 안을 채우고 있었다.


더듬대며 발을 안에 넣으니 마치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처럼 신비로웠다.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들어가는 듯 했다.


양 옆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복도였다.


도대체 빛은 어디에서 들어오는지 조명기구는 보이지 않는데 빛이 비췄다. 위에서 비추는지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지 알 수 없었다.


시멘트로 반듯하게 만들어진 네모 길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탁 탁 탁’ 까치발을 들고 소리 내지 않으려 애를 써도 진희가 내딛는 발소리는 울리고 울리며 복도 안을 가득 채웠다. 한발을 디디면 ‘탁 탁 탁 탁 탁’ 소리들이 연달아 위와 아래를 번갈아 치며 귀를 찢었다.


참기 힘든 지경에 오자 잠시 멈추고 소리가 없어지기를 기다렸다.


빨리 달려버리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빠르게 달리자 ‘타타타타타타’ 짧은 간격으로 울리는 소리가 진희의 머릿속을 터질 지경으로 마구 울려댔다.


헉헉대는 숨소리와 발소리가 뒤섞이자 귀신의 웃음소리처럼 들렸다.


누가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작은 문 안에 이렇게 긴 길이 이어져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어디까지 연결된 건지 오늘 안에 끝에 닿을 수 있을지 확신도 서지 않았다. 고민했다. 포기하고, 다시 나갈지. 이왕 힘들게 들어온 거 끝까지 가볼지.


주저앉은 진희는 앞뒤를 번갈아 쳐다봤다.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 정도로 깊이 들어왔다.


안쪽을 가만히 쳐다보다 벌떡 일어났다.


작은 점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붉은 빛이었다. 파란 빛과 붉은 빛은 대비되는 색인데도 마치 하나인 것처럼 구분이 되지 않았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빛이기에 붉으면서 파란건지 꼭 알고 싶었다.


양손으로 귀를 막고 뛰었다. ‘두두두두두 타타타타타’ 귀를 때리는 소음을 참고, 숨이 턱까지 올라오자 끝이 보였다. 진희가 잘 못 본 게 아니었다. 분명히 연하지만 붉은 빛이었다.


‘하! 다 왔다!’


안도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들었다.


'뭐가 있을까?'


달리면서 내내 생각하지 않으려 했었다. 뭐가 됐든 진희에게 위협적인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길 밖으로 발을 디디자 붉은 빛이 온 몸을 감쌌다.


좁은 길 밖은 텅 빈 창고 같은 곳이었다.


옆으로 길게 이어진 붉은 빛은 어디까지 닿는지 알 수 없었다.


파란 빛이 길고 좁은 길이었다면 붉은 빛은 좌 우로 긴 길이었다.


넓고 환한 공간은 파란색 좁은 길과 만나는 곳에 문이 있었다.


붉은 빛은 바로 그 문 안에서 피어나오고 있었다.


진희는 문을 보자마자 주머니부터 뒤졌다.


아무리 뒤져도 텅빈 호주머니에 실핀은 없었다. 파란 문으로 들어오면서 바닥에 내려놓은 실핀과 커다란 전화기가 그제야 떠올랐다. 누가 온다면 숨을 곳 없이 바로 들키게 증거를 앞에다 둔거였다.


진희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성큼성큼 걸어 문 앞으로 갔다.


다홍색과 가까운 붉은색 문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손으로 쓱 하고 미니 그대로 문이 열리고 강렬한 밝은 빛에 진희는 눈을 감았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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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써클 22.12.08 14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8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5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 붉은 문 22.10.06 20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6 0 9쪽
35 비밀 회동 22.09.26 17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5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8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19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17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0 0 9쪽
29 머니 22.08.29 20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6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7 0 10쪽
22 MT 2 22.07.14 20 0 10쪽
21 MT 22.07.11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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