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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74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8.15 23:55
조회
53
추천
0
글자
8쪽

용기가 필요한 이유

DUMMY

결전의 날이랄 것도 없었다.

사랑에게 고백하기로 한 것도 방금 결정해서, 사실 어떤 특별한 날이라기 보단 그냥 충동적인 날에 더 가까웠다.

영민은 2학년 교실 앞에서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요즘은 야자를 하는 학생들도 줄어서 혹시 사랑도 그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영민은 슬쩍 사랑이 교실에 있는지 확인했다.

눈만 빼꼼 내밀고 본 교실에는 다행히 사랑이 있었다.


“선배..”


영민은 사랑을 불러내려다 말을 흐렸다.

남자 선배 한 명이 사랑을 부르더니 교실 밖으로 향하려 했고, 그 뒤를 다른 남자 선배 대여섯 명이 따라 움직인 것이었다.


‘뭐지?’


영민은 무심코 무리의 뒤를 쫒았다.

그러던 와중 뒤를 돌아본 사랑과 눈이 마주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미행을 들켰을지도 모른다는 것에서 온 불안함이 때문이 아니었다.

사랑이 울고 있었다.


“...!”


영민이 얼어붙은 사이 무리는 잘 가지 않는 별관의 남자 화장실로 향했고, 영민은 차마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무서웠다.

머릿속으론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이 걱정하고 있는 그 것 일까봐 손이 덜덜 떨렸다.

떨리고 있는 손을 보니 영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보다, 당사자인 사랑은 더 무서워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영민은 그 길로 교무실로 내달렸다.

선생님이라면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음 날, 사랑은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등교하지 않는 사랑이 걱정되는 한편, 영민은 사랑의 담임선생님이 크게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의아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사진은 같은 반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1학년이기 때문에 사랑의 담임선생님이 다른 학생들이 모르도록 일을 잘 처리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민이 그렇게 믿고 있던 것은 바로 다음 날 무너졌다.

집에 가기 전, 일상처럼 사랑의 반을 보고 가려던 영민은 반에 도착하기도 전에 선생님의 뒤를 따라가는 사랑을 보았고, 그간 사랑을 보지 못한 것과 호기심 때문에 영민은 그 뒤를 쫒았다.

그리고 보았다.


“..!”

“아아악! 놔주세요!”


사랑은 선생님이 자신을 성폭행 당했던 화장실로 끌고 들어가려하자 격하게 저항했고, 억지로 끌려 들어간 화장실에는 다른 선생님 두 명이 더 있었다.

영민은 머릿속이 새하얘져 엿보고 있는 그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렸다.

사랑은 오열하면서 발악했고, 악마로밖에 보이지 않는 선생들은 사랑이 심하게 저항하자 세면대에 물을 채워 넣고 사랑의 뒷머리를 잡아 억지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머리가 물에 들어가기 직전 영민은 사랑과 눈이 마주쳤고, 사랑의 입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가슴이 쿵쿵거렸고, 곧이어 죄책감이 목을 옥죄는 느낌이 들어 영민은 교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 멈춰 서서 주먹을 꽉 쥐었다.

한심했다.

사랑을 구할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는데, 그걸 모른척하고 도망쳤다는 것과 사랑을 좋아하는 마음이 이것밖에 안 된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서 발을 돌려 다시 별관의 화장실로 향했다.

사랑을 구하고 싶었다.


“......”


하지만 굳게 먹은 마음이 무색하게, 별관의 남자화장실은 참혹했다.

문을 세게 열어 재낀 화장실 안에는 사랑만 있을 뿐이었다.

얼마나 버둥거린 건지 사랑의 교복 상의는 푹 젖어있었다.


“선배..”


미동도 없는 사랑의 손가락을 타고 흐른 물이 타일에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영민은 사랑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물에 젖었지만 아직 따듯했다.

그래서 영민은 더 숨을 쉬기 힘들었다.

머리가 아득해졌다.

자신이 조금만 더 빨리 왔더라면.

아니, 애초에 도망치지 않고 선생님들에게 달려들었다면..

사랑은 죽지 않았을 것이었다.



“..니가 발견해서 경찰에 신고한 건 알고 있었지만..”


학생은 영민의 고백에 말을 잇지 못했다.

난데없이 사랑이 죽었다고 학교에서 들었을 땐 자살이라고 선생님들이 말했기 때문에 그런 줄 알고 있었다.

잘 쓰지 않는 별관에서 죽었다는 건 자살이니 그렇다 쳐도, 남자 화장실에서 죽었따는 건 납득이 되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됐다.

그리고 가장 화가 나는 건 영민에게였다.


“그 얘길 왜 지금 하는 거야?”

“선생님들은 선배가 죽은 거에 대해서 자신들은 관계가 없길 바랐어. 그래서 처음 선배한테 그런 짓한 다른 선배들만 정학조치를 내리고 자기들은 발뺌하려고 했거든. 아마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도 몰랐을 거야. 그래서 선생님들이 나한테 선배들에 대해서만 심각하게 말했고, 나는..”


영민이 말을 흐리자 학생이 다그쳤다.


“왜 그동안 아무 말도 안했냐니까!”


영민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무서웠어. 범죄를 보고도 경찰에 연락도 안하고 도망쳐서.. 처음 선배가 다른 남자 선배들한테 그런 짓을 당했을 때, 그 선생님이 아니라 경찰에 연락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


학생은 코웃음을 쳤다.


“꼴깝 떨고 있네. 니가 신이냐? 나중에 일어날 일까지 다 알게?”


영민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친구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내 대처가 잘못된 건 맞잖아.”

“결과는.. 안 좋았지만 나는 니가 한 행동이 잘못됐다고는 생각 안 해. 경찰에 연락을 안 했을 수도 있지.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었을 수도 있고, 당연히 죄책감도 들겠지.”


영민은 친구가 얼굴을 찡그리며 이어 한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근데 잘못한 건 니가 아니라 그 선생들이랑 선배 아니냐? 이러고 있을 시간에 경찰에 가서 신고를 해야지, 이불에 틀어박혀서 뭐하는 거야?”

“..그게..”


영민은 환청과 화장실까지 이어져있던 물을 얘기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믿을 리가 없었지 때문이었다.


“알았으면 당장 나와. 같이 가줄 테니까.”



학생이 억지로 영민을 끌고 나가 영민의 집에는 민수 혼자 남았다.

민수는 창문으로 학생과 끌려가는 영민을 보았다.

속으로 일이 잘 풀리길 바란 것도 잠시, 민수는 일단 영민의 옷장부터 열었다.

옷장에는 자신이 입은 것과 같은 교복이 걸려있어 민수는 약간 감동마저 받았다.

자신의 기억에 한 발짝 다가간 느낌이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이어 민수는 방을 슥 둘러보고 영민의 서랍을 뒤졌다.

학생증엔 학교의 이름이 나와 있을 거란 생각에 학생증을 찾으려 한 것이었다.

서랍 몇 개를 열어보다가 민수는 영민이 책상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지갑을 발견했다.

생각해보니 학생증을 지갑에 넣어두고 다닐 것 같았다.

민수는 반으로 접힌 지갑을 열었다.

보통은 민증을 넣어두는 곳에 학생증이 있었다.

테두리에 가려 학교명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민수는 학생증을 꺼내기로 했다.

손가락을 우겨넣는데, 그럴 리는 없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의정선고등학교..’



청소장도 마찬가지로 물귀신이 생전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 몰라 고생할 뻔 했지만 운 좋게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 옆 정자에서 우연히 아주머니들의 수다를 주워들은 것이었다.

아무래도 의정선고의 선생들이 셋이나 죽어나간 사건은 인근의 아주머니들 수다에 있어서 뺄 수 없는 주제인 것 같았다.


‘물귀신이 아니면 셋이나 그렇게 죽을 리가 없지.’


세면대에 머리를 박고 익사한 선생들의 이야기는 그만 듣고 청소장은 의정선고등학교로 향했다.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학교 출신은 아니어도 청소장은 이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이곳의 지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민이를 먼저 보고 싶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 할 순 없고.’


작가의말

이 글의 내용은 현실을 염두에 두고 쓴 픽션입니다.

만약 실제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뉴스 1면에 몇 주는 나올 큰 사건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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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보복과 고통 17.08.22 55 0 9쪽
35 끌림 17.08.18 56 0 8쪽
» 용기가 필요한 이유 17.08.15 54 0 8쪽
33 쓰레기 17.08.11 50 0 7쪽
32 기회 17.08.07 45 0 7쪽
31 단서 17.08.06 48 0 7쪽
30 물이 무서운 이유 17.08.03 44 0 8쪽
29 부조리한 현실 17.08.02 45 0 9쪽
28 결정 17.08.01 46 0 8쪽
27 새옹지마 17.07.31 45 0 8쪽
26 고통 17.07.30 45 0 7쪽
25 추격 17.07.28 50 0 8쪽
24 계획된 허락 17.07.25 43 0 8쪽
23 인식의 변화 17.07.23 44 0 7쪽
22 드러나는 범죄 17.07.21 45 0 9쪽
21 행복 17.07.18 50 0 8쪽
20 엄마 시집보내기 17.07.14 57 0 9쪽
19 우한 17.07.12 50 0 8쪽
18 17.07.07 63 0 7쪽
17 17.07.04 48 0 8쪽
16 죄책감 17.07.02 45 0 8쪽
15 결과의 의미 17.07.01 52 0 11쪽
14 같은 목적, 다른 무대 17.07.01 115 1 10쪽
13 아버지의 눈물, 외전 17.06.30 102 1 13쪽
12 움직이는 마음 17.06.30 42 1 8쪽
11 기억 17.06.29 51 1 15쪽
10 과거와 바람 17.06.29 42 1 14쪽
9 범인 찾기 17.06.28 43 1 12쪽
8 아들을 찾아 17.06.28 47 1 16쪽
7 새로운 귀신 17.06.27 52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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