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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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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3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8.02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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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부조리한 현실

DUMMY

“그, 글쎄요. 중학생들이 엄마한테 말 한 번 하고 싶다는 게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는데요..”


민수는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뻣뻣한 자세로 말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면접도 아니고 자신을 둘러싸는 형태로 다수의 시선이 있는데다가 한명, 한명이 인간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라, 수현이의 평소 행실이 어땠냐는 거야. 모임의 다른 귀신 얘기를 들어보니까 수현이가 규칙을 깬 게 발단이라는데.”

“..? 무슨 얘기하시는 진 모르겠지만 수현이는 제가 아는 한 규칙을 먼저 어길 것 같은 애는 아니었는데요.”

“그래..”


청소장은 민수가 별 도움이 안됐다고 느꼈는지 건성으로 손을 흔들며 나가라는 몸짓을 했다.

민수는 청소장이 평소라고 해서 딱히 상대방을 존주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청소장에 관해선 별 생각이 안 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귀신의 집 선생님들이 전부 나서서 수현에 대해 묻는 건 궁금했기 때문에 방을 나서자마자 쌍둥이의 방으로 향했다.



“똑, 똑”

“네.”

“들어가도 돼?”

“네, 라고 했으면 들어오라는 소리잖아요.”


방에서 한껏 날이 선 목소리가 들려 민수는 순간 나중에 올까 고민하다가 문을 열었다.

방에는 보현뿐이었다.


“수현이는?”

“아까 흡혈귀 선생님도 물었었는데. 오빠야말로 무슨 일이에요?”

“어.. 아마 나도 흡혈귀 선생님이랑 같은 문제 때문에 온 걸 거야.”

“..수현이가 무슨 문제라도 저질렀어요? 그런 애가 아닌데.”

“나도 그렇게 말했는데. 암튼, 수현이 어디갔어?”


민수는 무심코 혼잣말을 하다 목소리를 높였다.

그 모습에 보현은 미심쩍다는 듯 한 쪽 눈썹을 치켜뜨고 말했다.


“엄마 옆에 있어요. 그.. 이름은 까먹었는데 엄마랑 결혼해서 보험금 타먹으려던 사람이 아직 안 잡혀서 엄마가 좀 안정될 때 까지는 엄마 옆에 있겠대요.”

“너는?”“저도 당연히 엄마 옆에 있고 싶은데,”


보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민수를 봤다.


“오빠처럼 수현이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아서 한 명은 여기 있어야 될 것 같아서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난 너희 편이라고.”

“...”


보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경계를 풀고 의자에 편안한 자세로 등을 기댔다.

말이 없는 동안 예전 집에서의 강언과 우한의 싸움을 떠올린 듯 했다.


“근데 오빠도 불려가서 같은 질문 받은 거예요?”

“수현이 평소 행실에 대해 물은 거?”


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먼저 문제를 일으킬 애는 아니라고 했지.”

저도 비슷하게 말했는데.. 수현이가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일이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수현이한테 말 못 들었어?”

“이 일이 생긴 것도 방금 불려 갔다와서 안 건데요.”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수현이에 대해 물은 건 형식적인 거거든.”


청소장은 소리 없이 나타나 아무렇지 않게 본인 할 말을 했다.


“...”

“왜 그런 눈으로 봐?”

“아뇨, 별 거 아니에요.”

“어쨌든, 너희가 상황을 모르는 것 같아서 얘기해주러 왔어.”

“심각한 건가요?”

“..내 입장은 심각한데, 수현이 때문에 심각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얽혀서 그런 거니까 넘겨짚지 마.”


청소장은 잠시 말을 고르느라 쉬었다가 이어 말했다.


“너희 혹시 ‘귀신주인’이라는 모임에 대해 알고 있어? ..좀 과격하게 표현하면 ‘귀신우월주의모임’인데, 보현이 너는 수현이가 그런 모임에 나간다는 것도 몰랐떤 거야?”

“처음 들었어요.”


보현은 적잖이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뭐.. 비밀까지는 아니어도 막 말하면서 다닐 모임은 아니니까.. 어쨌든, 어쩌다 수현이가 그런 모임에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민수는 눈치를 보니 청소장이 알면서 말을 안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일단 잠자코 있었다.


“수현이가 나중에 이상하다는 걸 알고 그 모임을 나오려고 할 때 말다툼이 있었던 모양이야. ‘인간’을 ‘사람’이라고 했다가 그랬다던데,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청소장이 얼굴을 찌푸리고 혼잣말처럼 덧붙인 말에 보현과 민수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민수는 청소장이 사람을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보현은 표정을 보니 처음 안 것 같았다.


“그게 그 모임에선 심각한 규칙위반이라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그 모임 전원이 수현이를 쫒았는데, 내가 거의 그 직후에 수현이를 찾아서.. 수현이가 다친 건 아니지만, 우리 입장에선 ‘그게’ 문제가 된 거야. 귀신의 집의 의의가 흔들리는 문제니까.”

“그럼 수현이는 잘못이 없는 거예요?”

“...”


청소장은 잠시 말을 하지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 모임에 소속된 귀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라서.”

“그럼 수현이는요!”


보현이 격한 어조로 묻자 청소장은 말을 골랐다.


“..수현이를 쫒은 무리가 잘못한 거니까 그에 합당한 벌을 주려고 하는데, 우리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수현이가.. 흡혈귀반 담당으로 돌아가는 건 물론이고 이 집에 계속 있을 수 있는지도 좀..”

“걱정된다는 거죠?”

“그렇지.”

“어째서 잘못한 건 그쪽인데 수현이가 여길 못 오는 거예요?”

“...여기부터는 내 견해가 대부분이니까 알아서 걸러들어.”

“...”


청소장은 얼굴을 찌푸리고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수현이가 딱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수현이를 다치게 하려고 했던 학생 전부를 귀신의 집에서 나가라고 하는 건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하고 있어. 귀신의 집 취지에서도 벗어난다는 거야. 여긴 애초에 귀신의 능력을 키워 귀신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설립한 학교나 마찬가지니까. 나로선 이해되지 않는 결정이지만, 다수결을 따라야지 어쩌겠어. 나라고 인정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내가 원한다고 해서 일이 전부 잘 풀리는 건 아니란 말이야. 귀신의 집은 이런 곳이야.”


청소장이 고개를 들고 민수와 보현을 직시했다.


“실제로 귀신의 집은 사람이 아닌 귀신만을 생각하는 곳이라고. 자신들이 거둬들인 귀신이 정작 집을 나서고 나서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귀신이 소멸하지 않도록 능력을 높이는 데에만 급급한 게 현실이야.”


청소장은 얼마 전에 보았던 실기 시험을 떠올렸다.

과거를 기억해내고 본래의 미련을 찾는 것은 귀신의 힘을 높이는 이상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과, 결과적으로 미련을 풀고 성불에 이른다는 것이 귀신의 집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 아닌 것이었다.

청소장은 답지 않게 자신감이 저하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실상은 중학생 여자애 하나 지킬 수 없는 곳이라고, 여긴.”

“...”


민수와 보현은 할 말을 잃었다.

설마 청소장이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청소장은 둘이 자신의 눈치를 보고 쭈뼛거리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 방침이 완전히 잘못됐다고도 못하겠어. 정말로 대부분의 귀신들은 미련을 못 찾고 질질 끌다가 소멸해버리는 경우가 꽤 있어서. 차라리 귀신이 되고나서의 새로운 목적을 찾는 것도 소멸을 막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일지도 몰라.”


자신의 말에 눈에 띄게 불안한 표정을 짓는 민수를 보고 청소장은 평소의 기운을 되찾았다.


“너는 괜찮을 거야. 내가 말한 경우는 오랜 시간 헤매는 귀신들이거든. 너는 귀신이 된지 1년도 안 지났잖아.”

“그래도..”

“아, 복잡한 건 됐고, 어쨌든 수현이가 더 이상 여기서 지내기는 힘들다는 거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다른 갈 데는 있어?”


청소장의 질문에 보현은 오히려 살짝 웃는 여유까지 보였다.


“수현이는 아마 여기 오라고 해도 안 왔을 걸요. 지금 엄마 옆에 붙어서 떨어지려고 하질 안거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어?”

“죄송하지만 저도 여길 나가서 엄마 옆에 있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


청소장은 보현의 대답에 잠시 말이 없다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게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쓸데없이 능력 올린다고 설쳐봐야 본인들이 그럴 맘이 안 들면 안 되니까. 선생님들이나 구미호님한테는 내가 말해둘게.”

“감사합니다!”


보현은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더니 냅다 청소장을 끌어안았다.

청소장은 기겁해서 보현을 밀어냈지만 보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 뭐야?”

“이제 선생님도 아닌데 뭐 어때요. 감사합니다! 가끔 찾아오는 건 괜찮죠?”

“..어..”


청소장이 어색하게 대답하자 보현은 청소장을 놓더니 다시 꾸벅, 인사하고는 몸을 투명하게 해서 사라졌다.


“...”

“제멋대로네요.”

“너보다야 낫지.”


청소장은 자신을 보고 피식거리며 웃는 민수에게 괜히 꾸중을 주고는 방을 나섰다.

복도를 걸으며 생각해보니 보현과 수현은 이곳에 오지 않았어도 본인들이 알아서 앞길을 선택했을 것 같았다.


“요즘 애들은 기세가 좋다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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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조리한 현실 17.08.02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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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새옹지마 17.07.31 45 0 8쪽
26 고통 17.07.30 45 0 7쪽
25 추격 17.07.28 49 0 8쪽
24 계획된 허락 17.07.25 43 0 8쪽
23 인식의 변화 17.07.23 43 0 7쪽
22 드러나는 범죄 17.07.21 44 0 9쪽
21 행복 17.07.18 49 0 8쪽
20 엄마 시집보내기 17.07.14 56 0 9쪽
19 우한 17.07.12 49 0 8쪽
18 17.07.07 6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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