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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70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7.21 23:55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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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9쪽

드러나는 범죄

DUMMY

“우리 집은 이제 여기, ‘귀신의 집’이라고. 다 타서 없어진 집에 뭘 그렇게 연연하는 거야.”

“...”


보현은 수현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얼굴을 굳히고 눈을 크게 떴다.


“너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너야말로 과거에 너무 연연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엄마한테 우리가 잘 있다는 걸 전해주고 끝이야. 그 이상 엄마랑 만나는 건 삼가야 돼.”

“...”


수현의 표정을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

민수는 둘의 말싸움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엄마는 인간이고, 우리는 귀신이라고. 애초에 엄마한테 말을 건다는 것 자체가 엄마를 슬프게 만드는 일이야.”

“뭐..? 너 아까는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야 엄마도 행복할 거라고 했잖아! 귀신으로 있는 동안 계속 엄마 곁에 있겠다는 말 아니었어?”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방식으론 행복해질 수 없어. 우리는 귀신으로서 행복하게 살아야 된다고. 언제까지 인간이었던 때를 기억하면서 울고 있을 수만은 없어. 엄마도 그걸 바랄거야.”


보현은 소리를 높였다.


“지금 엄마가 우리가 귀신으로 지내는 걸 행복해 할 거라는 말이야? 나는 인정 못 해! 우리가 계속 이승을 떠돌아다니면 가장 슬퍼할 사람은 엄마라고! 나는 엄마한테 인사하고 최대한 빨리 성불할 생각이란 말이야.”

“엄마한테 인사하는 걸로 미련이 해소될 것 같아? 아니! 분명히 더 많은 걸 바랄 거고, 결국은 그게 엄마를 옭아매게 될 거야. 넌 지금도 스스로가 엄마 딸인 줄 알고 있다고!”


수현이 마지막으로 버럭, 외친 말에 보현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뭐야, 결국 너는 엄마한테 인사 한 번 하고, 영영 만나지 않고 귀신으로서 살겠다는 거야?”

“...”

“대답해! 너는 우리가 귀신으로 살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하냐고!”

“..어.”

“...”


보현은 다시 고함을 칠 것처럼 크게 숨을 들이쉬었지만, 당연히 숨을 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귀신이라는 것만 자각하게 되었다.

이런 몸으로 살면서 행복해질 거라고 믿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수현의 엄마에 대한 애정이 이 정도라니, 믿기 힘들었다.


“...”


보현은 잠자코 서있는 수현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방을 나섰다.


“쿵!”


문이 세차게 닫혔고, 민수는 갈팡질팡 하다가 어색한 걸음걸이로 방을 나섰다.

수현도 그렇지만 보현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새카맣게 탄 빌라를 올려다보면서 차 안의 수면제를 떠올렸다.

계획은 완벽했다고 생각했다.

발치에 하얀 국화가 보였다.

국화에 쌍둥이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쌍둥이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일이 틀어지진 않았을 터였다.

남자는 발을 들어올렸다.


“쿵!”


국화를 밑창으로 으깨면서 남자의 입가가 비열한 미소를 띠었다.

다시 편안하게 잠들 시간이었다.



보현은 귀신의 집을 뛰쳐나와 한산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새벽의 거리는 신호등마저 불이 바뀌지 않고 주황 불이 깜박이고 있었고, 당연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현은 터벅터벅 걷다가 공원에 들어섰다.

꽤 오랫동안 공원을 빙빙 돌다가 보현은 눈에 들어온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가 복잡했다.


“엄마가 우릴 잊을 리가 없다면서..”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다가 보현의 시선이 옆의 신문에 가서 멈췄다.

무심코 손을 뻗어 신문을 펼친 보현은 한 기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연쇄살인범..’


한 페이지를 전부 연쇄살인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신문은,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았으며 아는 것이라곤 검은 차를 타고 다니는 남성이라는 것과 희생자가 전부 중년의 여성이라는 것뿐이었다.


‘아마 그 차가..’


보현의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른 것은 우한이 검은 차를 타는 중년 남성이라는 것과 조부모님의 집 앞에서 본 검은 차였다.


‘우연인가..? 하지만 엄마가 위험하다는 건 확실해..’


시선을 내려 희생자의 사진을 훑어보던 보현은 한 사진에서 흠칙 놀라 신문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 아줌마는 예전에 봤었는데.’



보현과 수현이 중학교에 입학하기 하루 전이었다.

가까운 문구점에서 새로 필기구를 사기로 한 쌍둥이는 잔뜩 신이 난 상태였다.

신중하게 고르느라 꽤 시간이 흐른 때, 보현은 어떤 아주머니와 부딪혀 넘어질 뻔했다.


“우앗! 아, 죄송합니다!”

“...”


머리를 세련되게 세팅한 아주머니는 본인이 부딪혀 놓은 것도 모자라 사과하는 보현을 위에서 찌릿, 째려보고 계산대로 향했다.


‘뭐 저런 아줌마가..!’

“우한씨, 다음 주 주말에 예정있어요? 제가 괜찮은..”


보현은 아줌마가 문방구 아저씨에게 추파를 던지는 모습을 자세히 볼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저 한 구석에 박아놓은 기억이었는데, 희생자의 사진에 그 때 자신과 부딪혔던 아줌마가 있는 것이었다.


‘싫은 기억일수록 선명하게 떠오른단 말이지.’


보현은 수현과 싸웠던 일은 까맣게 잊고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우한과 연쇄살인범과의 연결고리가 심상치 않았다.



남자는 연경을 떠올렸다.

울화가 치밀었다.

그 여자는 사랑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화재로 죽이고 애들을 데려오려고 한 건데..!’


백미러에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인상을 찌푸리니 얼굴이 험악해보였다.

아니, 본래도 그렇게 훤한 얼굴은 아니었다.

남자는 심호흡을 하면서 애써 얼굴을 폈다.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일만 끝나면 더 이상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없어질 터였다.



민수는 빌라를 포함해 보현이 있을 법한 장소를 전부 돌아다녔지만 보현을 찾을 수가 없자 슬슬 귀신의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린 애가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지만.. 귀신인 이상 사람들한텐 보이지도 않고, 괜찮으려나.’


그렇게 포기하고 몸을 돌렸을 때, 민수는 보았다.


‘저거.. 뭐하는..’


어떤 여자가 입을 막히고 남자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으으으-!”


발길질을 하는 등 여자는 최대한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남자가 입을 막고 목을 감아 뒤로 끌고 가는 통에 그 효과는 미비했다.


‘..! 납치?’


민수는 머리가 제대로 판단을 하기 전에 먼저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민수는 무턱대고 남자의 팔을 잡아 떼어내려고 했으나 손은 허무하게 남자의 팔을 통과했다.


“어,”


자신의 손이 남자의 팔을 잡지 못하자 민수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뭐야! 땅은 만질 수 있는데..!”

“으으으! 흐으읍!”


여자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한 짝만 남은 신발은 안중에도 없이 흙투성이인 발을 땅에 붙여 멈추려고 하고 있었다.

민수는 어떤 방식으로든 남자를 잡을 수가 없자 안절부절 하면서 남자가 가는 방향을 확인했다.

검은 차의 문이 열려있는 것으로 보아 여자를 납치하는 게 목적인 것 같았다.


“놓으라고!”


민수는 주먹을 남자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지만 주먹은 맥없이 남자를 통과할 뿐이었다.

점점 차에 가까워지는 남자에게 수없이 주먹을 휘두르다가, 민수는 목표를 바꿨다.


‘이 자식이 안되면..!’


민수는 질질 끌려가는 여자의 목이 다치지 않도록 반대로 감싸면서 세게 힘을 주었다.


“당장 놔!”


입을 막고 있던 남자의 손이 좀 떨어지자, 여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읍..! 살.. 살려주세요!”

“뭐야! 갑자기 무슨 힘이..!”

“살려주세요!”

“조용히 해!”

“놓으라고!”


남자는 여자의 힘이 갑자기 세지면서 입을 막을 수가 없게 되자 허리춤에서 무언가 꺼내들었다.


“슥..”

“닥쳐!”


주머니칼이 눈앞에 어른거리자 여자는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목에 빨간 줄 생기기전에 조용히 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참을성이 부족하거든.”

“읏..”


민수는 남자가 말하는 사이 주머니칼의 날 부분을 맨손으로 잡고 세게 잡아당겼다.


“뭐야!”


주머니칼이 땅에 떨어지자 남자는 칼을 잡으려고 허리를 숙였고, 민수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여자를 세게 잡아당겼다.


“우앗!”

“사, 살려주세요!”


여자는 뒤로 넘어지긴 했지만 몸이 자유로워지자 달려가려고 몸을 일으켰다.


“푹!”

“...!”


여자는 빨갛게 젖어가는 자신의 셔츠를 보고 움직임을 멈췄다.


“아..”


남자는 여자의 허리를 찌른 상태였고, 민수는 덜덜 떨면서 움직이지 못했다.


“뚝, 뚝..”


이내 방울져 떨어지는 피를 보고 남자는 혀를 찼고, 눈을 부들부들 떨면서 바닥에 쓰러지는 여자를 보고 있었다.


‘안 돼..’


민수는 머리가 새하얘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방금까지 발버둥을 치던 사람이 지금은 피를 흘리며 땅에 엎어져 있었다.


“아, 씨, 괜히 난리를 쳐가지고.”

“...”


남자는 여자를 질질 끌면서 차로 향했다.


작가의말

자극적인 내용을 적게 된 점,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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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용기가 필요한 이유 17.08.15 5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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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부조리한 현실 17.08.02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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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계획된 허락 17.07.25 43 0 8쪽
23 인식의 변화 17.07.23 4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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