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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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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5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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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결과의 의미

DUMMY

며칠 후 실기 시험 날, 청소장과 흡혈귀 담당의 반 귀신들은 모두 귀신의 집 앞 공터에 모였다.

현석은 마치 열심히 준비해서 오히려 실수하면 어떡할까 고민하는 학생처럼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현석을 보고 민수는 한숨을 쉬었다.

그간 현석과 같이 준비한 결과, 현석이 저렇게 긴장할 만큼의 준비가 되었다고는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귀신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청소장과 흡혈귀가 보였다.

귀신들은 자기 반끼리 모여 뭉쳤고, 청소장은 현석이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준비는 많이 했어요?”

“물론. 이번엔 진짜 깜짝 놀랄걸?”

‘저렇게 호언장담하면 안 될 텐데.’


청소장은 현석과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반 귀신들이 모두 왔는지 표시를 했다.

민수는 청소장이 현석과 대화를 하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귀신들은 준비를 많이 했나 궁금해서였는데, 민수의 눈길을 끈 귀신이 있었다.


‘중학생인가..?’


본인에게는 약간 큰 교복을 입고 있는 여자아이는 다른 귀신들과는 달리 몸에 전혀 외상이 보이지 않았다.

민수는 마치 본인처럼 젊은 나이에 상처하나 없이 죽은 귀신을 보고 저 귀신은 어떻게 죽은 건지 호기심이 생겼다.

민수가 그 귀신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청소장이 수첩에서 고개를 들고 말했다.


“이번 실기 시험은 1등이 한 명밖에 나올 수 없는 구조입니다.”

‘한 명?’


민수가 잠시 청소장에게 시선을 돌린 사이, 여자아이는 사라졌다.


‘뭐, 여기 어딘가에 있겠지.. 우리 반은 아니니까 흡혈귀 쪽 반이겠다.’


민수는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동안 청소장은 얇은 책 크기의 뭉치를 꺼내들었다.

종이로 포장되어 있긴 했지만, 현석과 민수를 비롯한 청소장과의 내기를 알고 있는 귀신은 모두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직감했다.

현석은 청소장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책을 따라 고개를 바삐 돌렸다.


‘저 집착을 요 며칠간의 연습에 쏟아 부었으면 나는 것 까지는 됐을 텐데.’


민수는 하늘을 보았다.

그나마 있던 달을 구름이 가리면서 더 어두워진 밤하늘이 이 시험의 결말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쉬익!”


갑자기 종이 뭉치가 하늘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청소장이 조종하다 보니 그 성격이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겁나 빠르네.’


귀신들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일제히 청소장을 보았다.

청소장은 그 표정에 보답하는 말을 해주었다.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잡으면 1등, 저 책은 잡는 귀신의 몫이고요. 그리고 2등부터는 전부 불통이에요. 또, 시간제한 넘기면 통과는 없는 걸로 합니다.”

생전 대부분이 범죄자였던 청소장 담당의 귀신들은 입을 벌리고 생각했다.

청소장 만큼은 절대 곱게 안 죽었을 거라고.


“시간제한은 10분이에요.”


청소장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알람을 설정했다.


민수는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기만 하는 귀신들을 보고 생각했다.

이 귀신들이 어째서 귀신의 집에 있는가.

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인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귀신들은 귀신의 집에서 지내며 귀신의 힘을 다루는 법을 배운다.

따라서 귀신의 집에 있는 귀신의 대부분은 상식과는 다르게 ‘귀신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민수는 까마득히 위에 떠 있는 책을 보고 차라리 현석의 잃어버린 왼쪽 팔을 찾아서 던지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흡혈귀 담당의 일부 귀신이 조금씩 날아오르는 것을 보며 청소장은 씨익, 웃었다.

시험을 이렇게 준비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1등이 단 한 명이라는 것은 한 명이 책을 잡는 순간 끝이라는 의미로, 흡혈귀 담당의 반 귀신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청소장의 계략이었다.


평소 청소장의 수업은 실기가 거의 없고 이론이 대부분이었다.

그 이유는 생전의 미련을 되살리기 위해 귀신들이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하기 위해 택한 수업 방식이었는데, 흡혈귀는 달랐다.

흡혈귀는 죽어서 귀신이 된 이상, 귀신은 귀신으로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였다.

때문에 그의 수업은 귀신의 힘을 운용하기 위한 실기위주의 수업이었다.

청소장은 학생 대부분이 어느 정도 날아다닐 수 있는 흡혈귀의 반 귀신들을 이기기 위해 단 한명만 특출해도 이길 수 있는 이 시험에 자신의 자존심을 건 것이었다.


“이번 시험은 너무 가혹한 거 같은데.”

“당신도 동의한 거잖아요.”

“통과 가능한 게 한 명이라는 건 지금 알았는데. 나는 단순히 저 책을 잡으면 통과인 시험인 줄 알았지.”

“전 분명히 얘기했어요. 문제는 잘 안 들은 당신한테 있는 거겠지.”

“도대체 나를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몰라서 물어요?”

“...”


흡혈귀의 검붉은 눈동자가 잠시 반짝였다가 다시 본래의 탁한, 피가 굳은 색으로 돌아갔다.


“난 말이야, 이래 뵈도 학생들한텐 꽤나 충실하다고? 단순히 내가 인간한테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날 싫어하는 건 기분 상하는데.”

“..권력자한테 충실한 거겠죠. 그리고, 제가 당신을 싫어하는 이유는 당신이 생각하는 이유만큼 간단하지 않아요.”

“하, 그래, 인간이랑 귀신 모두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위험하다는 의미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틀리진 않네요.”

“나도 원해서 흡혈귀가 된 건 아니라고.”

“설사 원해서 된 게 아니어도 흡혈귀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잖아요.”

“..그건 부인을 못하겠네. 하지만, 너도 인간을 싫어하잖아? 나 정도면 좋은 핑계거리가 될 수 있다고.”


흡혈귀는 송곳니를 드러내보였다.

청소장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저는 소멸되는 한이 있어도 당신이랑 작당할 생각은 없어요.”

“완고하네.”

“...”


청소장은 인상을 쓰고 말없이 책을 빠르게 움직였다.

서서히 책에 다가가기 시작한 흡혈귀 반의 귀신들과는 다르게, 청소장 반의 귀신들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을 뿐이었다.

청소장의 초조한 마음이 드러난 건지 책은 이젠 바람소리를 낼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너만 모른 척 해주면 편할 텐데. 다른 귀신들은 내가 어떤 생활을 원하는지 모르니까.”

“알게 되면 누구라도 반대할 거예요.”

“글쎄, 귀신이 됐다는 지점에서 이미 인간이었을 때의 한을 품고 있다는 말이잖아? 그럼 인간을 싫어하는 귀신이 대부분이고, 내 방식을 좋아하는 귀신이 대부분일걸?”

“아뇨. 같은 귀신이고, 설사 같은 방식으로 죽었다고 하더라도, 귀신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미련이 있어요. 귀신이 전부 같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일일이 미련 같은 걸 찾아봤자 결말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거잖아? 그런 걸 바랄리가 없지. 차라리 귀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목표가 있으면 더 좋지 않겠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이런 놈이 선생이라니.. 본래의 미련을 무시해선 영원히 성불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청소장은 흡혈귀의 사고방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귀신이 됐다는 지점에서 이미 거대한 한을 품고 있다는 말이고, 그게 귀신의 근본인 거예요. 그걸 무시하면 안 되죠.”

“나는 좀 더 앞을 보는 게 좋다는 말이었어. 이거고 저거고 전부 끌어안고 가다간 얼마 못가 지쳐 나가떨어질 걸?””천천히 걷더라도 자신의 본질을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성불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에요. 다른 목표를 심어 줘봤자 영원히 이 세상에 묶여있을 뿐이라고요.“

“그거 본인 얘기하는 거야?”

“..제 미련은 귀신이 되기 전이나 귀신이 되고 난 후나 똑같아요. 당신네 반 귀신들처럼 제 본래 미련을 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요.”


그 때 청소장 반의 다리가 없는 귀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높게 점프했고, 그 손이 책에 닿았다.


“우악!”


하지만 아쉽게 스치기만 하고 다리가 없는 귀신은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 모습을 보고 청소장은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책은 이제 더 높이,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흡혈귀는 슬쩍 자신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반 귀신들은 시험을 시작한 때와 비슷한 높이에서 날아다니기만 할 뿐, 더 높은 곳에서 날아다니는 책을 보고만 있었다.

반대로 청소장 반의 귀신들은 비록 일부이긴 했지만, 점점 많은 귀신이 더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

“거짓된 미련으로 얻은 힘이 본래의 미련을 풀고 싶다는 욕망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죠.”

“...애초에 본인 반을 위한 시험이었던 거네.”

“전 분명히 얘기했어요.”


청소장은 흡혈귀를 보고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당신한테 있다고 했죠?”

“덥석!”

“삐비비빅! 삐비비빅!”


청소장 반의 다리가 없는 귀신이 책을 잡은 직후, 알람이 울렸다.



“사각, 사각”

청소장 담당의 귀신들은 다리가 없는 귀신을 제외하고 모두 교실에 모여 자신이 어째서 실기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나 사유서를 적고 있었다.


“솔직히 이유는 청소장 녀석이 통과자를 한 명으로 정해놔서 그런 거 아니야? 나는 꽤 높이 날았다고!”

“나도..”

“그리고 사유서 세장이라니, 장난해? 이걸 언제 다 적어?”

“하.. 진짜 쓸 맛 안 난다.”

“야, 나 다 적었다.”

“어? 진짜?”

“잠깐 줘 봐.”

“안 돼!”

“조금 보는 건데 뭐 어때!”


민수는 반에서 몸싸움이 일어나건 말건 현석의 앞자리에 앉아 작게 한숨을 쉬었다.

사유서는 이제 반쪽을 조금 넘은 상태였다.


“하아..”


뒤에서 들려오는 땅이 꺼지는 소리에 민수는 뒤를 보았다.

현석은 사유서를 쓸 마음이 조금도 없는지 초점 없는 눈을 하고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 앞에는 텅 빈 종이가 놓여 있었다.


“어떻게 하나도 안 남기고 다 가져가냐..”

“빨간 책 얘기하는 거예요?”

“응.. 그동안 모은 거 전부 다.. 이젠 다시 모아야겠다는 의욕도 안 생겨. 그냥 허탈하다고.”

“기운 내세요. ..어?”


민수는 현석을 달래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뒷문으로 향했다.

시험 때 잠깐 보았던 여자아이가 흡혈귀의 반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야, 어디 가?”

“잠깐 만요.”

“나랑 얘기해 달라고!”

“...”


민수는 절규하는 현석을 놔두고 교실을 나섰다.

복도 저 앞에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걸어가고 있었다.


“잠깐만!”

“..?”

복도엔 자기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지 여학생은 뒤를 돌아 민수를 보았다.

민수는 흠칫 놀랐다.

시험 때는 없었던 흉터가 여학생의 얼굴 왼편에 끔찍하게 드러나 있었다.

교실에선 오른쪽 얼굴만 보여서 민수가 시험 때 봤던 여학생이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어.. 미안.. 내가 잘못 봤나봐.”

“보현아, 뭐해? 안 오고.”

옆 교실에서 나온 다른 여자아이도 교복을 입고 있었다.


“어.”


민수는 방금 교실에서 나온 아이를 보고 자신이 시험 때 본 귀신이 이 귀신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여학생은 보현이라는 아이와 얼굴이 똑같았다.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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