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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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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4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6.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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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범인 찾기

DUMMY

수민의 학교로 향하면서 민수는 자신이 뺑소니 범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사람을 치면 차에 피가 묻지 않나? 그건 어떻게 숨긴 거지?’


경태의 아들이 죽은 곳은 인적이 드물긴 해도 차를 타고 조금만 벗어나면 도심지였다.

피가 묻은 차를 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럼 인적이 드문 데에서 다 닦고 도망쳤나?’


민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뺑소니는커녕 운전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에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자꾸 자신이 뺑소니 범이라면 어떨지 생각하다 보니 정말로 자신이 범죄자가 된 기분이라 경찰차만 보여도 흠칫했다.



그 시간, 경태는 민수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아들이 짝사랑한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경태는 그 여자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단순히 요 며칠간 쫓아다녀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있을 때의 기억이었다.

아들이 짝사랑한 여자는 분명 아들의 죽음과 연관이 있었다.



경태는 한 번도 아들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가 마지막 날 겨우 얼굴을 비췄다.

그곳엔 가족도 있었지만 자신의 사업관계자들도 몇몇 있었다.

아내는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는지 그저 멍하니 앉아있었고, 딸은 그런 아내의 곁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경태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자신과 가족을 갈라놓은 기분이 들어 아내와 딸의 곁엔 가지 않고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나오던 도중 아들의 친구로 보이는 고등학생들과 눈이 마주쳤지만 그 아이들은 경태에겐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아내와 딸이 있는 곳으로 가 무언가 말을 건넸다.

아내가 다시 눈물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경태는 심장이 꿈틀대는 것을 느꼈지만 외면했다.

아들의 친구들이 연 문이 닫혔고, 이내 아내와 딸의 모습도 문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경태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순간, 경태는 보았다.

아들이 짝사랑한 여학생은 대학생인 지금과는 다르게 검은색 머리였고, 옅은 화장을 한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여학생이 한 말이 갑자기 또렷하게 들렸다.


[나는 잘못한 거 없어.]


경태는 아주 잠깐 민수를 기다릴까 하다가 마음을 접었다.

달려가면 여학생의 강의가 끝나기 전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태는 자신이 점점 날아가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뛰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내가 알기로 그 여학생은 학교만 같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라고 들었는데. 어째서 장례식에 온 거지? 아는 사람이 죽어서 왔다고 하기엔 시기가 너무 잘 들어맞아. 무언가..’


경태의 직감은 그 여학생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알리고 있었다.



민수는 항상 경태가 앉아있던 의자에 도착했지만 경태가 없자 주위를 서성였다.


“아저씨?”


시계를 보니 아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민수는 경태를 찾아보기로 했다.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슬슬 수민을 보러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민수는 갈팡질팡했다.


“어디가신 거지?”


그 때 민수의 눈에 여자의 뒤를 쫓는 경태가 들어왔다.


“아저씨!”


민수가 크게 외쳤지만 경태는 듣지 못했는지 그대로 여자를 쫓아 차에 들어갔다.

민수는 경태를 쫓아가려다가 말았다.

수민을 지켜봐야하기 때문이었다.


“별 일은 없겠지..”


간밤에 민수는 자신이 귀신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인간이랑 귀신의 차이점을 생각하는 것 밖에 없었다.


‘날아다닐 수 있고, 투명하게 할 수도 있고.. 빙의도 가능하겠지..? 근데 청소장님은 결국 뭘 말하려고 했던 거지. 기술이나 빨리 익혀서 사람을 놀래키라는 건가?’



경태는 뒷 자석에 앉아 여자와 남자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둘이 차 타니까 그 생각나네.”


여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오빠! 그 얘기는 그만하자고 했잖아!”

“알았어. 그냥 생각났다는 거지.”


남자는 한동안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앞을 보고 운전했다.

경태가 보기엔 남자가 여자에게 꽉 잡혀 사는 것 같았다.


“있잖아, 아무래도 자수하는 게..”

“오빠.”


여자는 남자를 째려보면서 짜증을 냈고, 남자는 입을 다시 다물었다.

경태는 자수 얘기가 나온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이 아들의 죽음에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여자는 말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고, 차는 그대로 번화가로 향했다.

경태는 두 사람이 무언가 말하지 않을까 해서 밤늦게까지 쫓아다녔지만 차에서 들은 자수 이상의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터벅터벅 걸어 다시 학교로 향하는 데, 경태는 수민이 집까지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귀신의 집으로 돌아가려는 민수와 만났다.


“어! 아저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어..”


경태는 말을 안 하기로 했다.

아직 그 여자가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고 확정짓기는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경태가 뭐라고 하기 전에 민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참, 아저씨. 제가 생각해봤는데요,”

“..?”

“우리는 귀신이니까 인간보다는 더 잘 조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막 하늘을 난다거나 투명하게 하거나..”

“...”

“빙의 같은 거요. 저는 투명화밖에 못하지만..”


민수가 빙의라고 한 순간 경태는 그럴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저씨?”

“나 볼 일이 있어서.”


경태는 민수가 물어도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고 멀어져갔다.

민수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의아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가 귀신의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민수는 경태의 집으로 향했다.

경태에겐 비밀로 5년 전 있었던 뺑소니 사고를 샅샅이 뒤져 찾아낸 집이었다.


‘요즘은 과거 기사도 다 도서관에 자료로 남아있으니까. 그래도 어제서야 간신히 알아낸 거지만..’


민수는 으리으리한 집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경태가 그냥 잘사는 수준이 아닌 ‘매우’ 잘사는 축이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민수는 몸을 투명화 해 집에 잠입했다.

민수는 혹시나 큰 개가 있을 까 해서 마당을 제일 먼저 경계했지만 마당은 새 집이 있는 큰 나무만 있을 뿐 한산했다.

예상 외였다.

민수는 잘 사는 집은 다 마당에 대형견을 풀어놓고 기르는 줄 알고 있었다.


“아닌 집도 있나보네. 그나저나..”


집이 매우 조용했다.

사람이 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민수는 집 안에 들어가려다 말고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무쪽을 보았다.


‘누가 부른 것 같았는데..’


다시 보니 나무 밑에 수첩이 떨어져 있었다.


‘잠겨있네.’


특이하지 않은 단색의 수첩은 작은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 있었다.

민수는 풀려면 풀 수도 있었지만 무언가 찝찝한 기분이 들어 관뒀다.

아무리 봐도 중요한 내용을 적은 것 같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불법침입인데 남의 비밀까지 보자니 그리 내키지 않았다.


‘J.H..?’


민수는 아들의 이름이 주한이라는 것을 경태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럼 아저씨 아들의 일기장인건가?’


민수는 가져가지 않으려던 마음을 고이 접고 수첩을 챙겼다.

내용은 나중에 볼 생각이었다.

일단은 집안을 뒤져 지금처럼 경태의 아들에 관한 정보를 더 모을 생각이었다.



“탁!”


다음날 아침, 민수는 다 읽은 수첩을 덮었다.

수첩 가득히 일기가 적혀있던 탓에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린 것이다.

민수는 심란한 기분에 수첩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일기 내용 그대로라면, 민수 생각에 주한은 세상에 미련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아저씨는 어떡하지..?’



민수는 수민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귀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경태를 못 보는 것도 이젠 일상이었다.

요 몇 주간 반복되는 일상에서 그나마 바뀐 점이라곤 현석이 이젠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고 자꾸 도시에 나간다는 것이었다.


“이유가 대단하긴 하지만..”

“민수야!”

“우악!”


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다 뒤에서 현석의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아, 아저씨!”

“너 요새 밖에 자주 나오던데 무슨 일 있어?”

“..계속 귀신의 집에 있는 것 보단 밖에 나와서 인간을 보는 게 제 미련 찾는 데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요.”


아무 이유 없이 귀신의 집에서 나오다 마주친 귀신이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에 민수는 이미 좋은 구실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사실 이 구실은 처음엔 수민에 대해 들키지 않기 위해 생각한 것이었지만 민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타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왜 나오시는 건데요?”

“어? ..너처럼 대단한 이유는 아니고..”


현석은 말을 끝내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사실 민수는 어째서 현석이 귀신의 집에서 자꾸 나오는지 알고 있었다.

곯려주고 싶은 마음과 사생활이니까 모른 척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마음이 잠시 대치했지만 민수는 후자를 선택했다.


“근데, 혹시 지금 나오신 거예요?”

“어.”

“저 그럼 먼저 가볼게요. 가서 수업 준비해야 되거든요.”

“그래..”

“아저씨도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마세요.”


민수는 어색해하는 현석을 두고 발을 옮겼다.


“참, 민수야!”

“네?”


현석은 민수가 돌아보자 무언가 말하려다 손을 흔들었다.


“아니다, 급한 거 아니니까 있다 얘기해줄게.”

“네.”



음식집에서 여자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여자는 얼마 전부터 남자친구가 자꾸 5년도 더 전에 있던 얘기를 자꾸 꺼내는 바람에 헤어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사건이후로 여자는 남자친구가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없게 거의 항상 같이 있었다.


“성란아, 혹시..”


또 시작이었다.

여자는 혹시나 주위에 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남자의 손등을 세게 꼬집으면서 잔뜩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내가 절대 싫다고 했지!”


여자친구의 단호한 모습을 보고 남자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자의 판단을 흐트러뜨릴 필요가 있었다.


탁자 위에 술이 한 두병씩 생겼고, 여자가 입이 풀리자 남자는 우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성란아, 우리 사귄지도 벌써 5년이 넘었잖아.”

“무슨 소리야. 이제 4년 좀 넘었는데. 그 때 썸 탔던 건 빼야지.”

“그런가.”

“그래도 뭐, 그 썸 탔던 때 오빠 아니었으면 이 반지도 못 받았을 테니까 5년이라고 해줄게.”


성란은 그동안 옷에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았던 목걸이를 들어 끝에 매달려 있는 반지를 보여주었다.


“그건 뭐야?”

“어? 무슨 소리야, 오빠 취했구나?”


성란은 벌게진 얼굴로 남자의 귀에 속삭였다.


“이거 그 남자애가 그 때 나한테 준 거잖아. 죽은 애가 준 거라 찝찝하긴 한데 예뻐서 차고 다니는 건데. 저번에 오빠한테 말해줬는데 까먹었어?”

“죽었다고..?”


남자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지만 성란은 남자의 기분이 변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오히려 성란은 실실 웃으면서 남자에게 말했다.


“그것도 까먹었어? 오빠가 죽여 놓고는.. 이 머리로 어떻게 대학까지 졸업 했나 몰라.”


성란은 남자의 뒤통수를 툭툭 쳤다.


“내가 죽였다고..?”

“나한테 퇴짜 맞아서 그 충격으로 우리 차에 뛰어든 거긴 하지만.. 어쨌든 친 건 오빠잖아? 그 찌질이. 아, 이젠 이름도 기억 안 나네. 그냥 찌질이라고 하자.”

“...”

“봐줄만한 건 돈밖에 없어서 조금 귀여워해줬더니 바로 들러붙어서 귀찮게 굴지 않나..”


남자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성란은 남자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고는 작게 속삭였다.


“죽여줘서 고마워, 오빠.”


남자는 여자를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가증스러웠다.

혐오스러웠다.

죽여 버리고 싶었다.

세상이 시뻘겋게 보였다.

지금이라면 여자를 죽여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았다.

남자의 몸속에 있는 것은 경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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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보복과 고통 17.08.22 54 0 9쪽
35 끌림 17.08.18 54 0 8쪽
34 용기가 필요한 이유 17.08.15 5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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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물이 무서운 이유 17.08.03 44 0 8쪽
29 부조리한 현실 17.08.02 45 0 9쪽
28 결정 17.08.01 46 0 8쪽
27 새옹지마 17.07.31 45 0 8쪽
26 고통 17.07.30 45 0 7쪽
25 추격 17.07.28 49 0 8쪽
24 계획된 허락 17.07.25 43 0 8쪽
23 인식의 변화 17.07.23 43 0 7쪽
22 드러나는 범죄 17.07.21 44 0 9쪽
21 행복 17.07.18 49 0 8쪽
20 엄마 시집보내기 17.07.14 56 0 9쪽
19 우한 17.07.12 49 0 8쪽
18 17.07.07 6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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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죄책감 17.07.02 45 0 8쪽
15 결과의 의미 17.07.01 51 0 11쪽
14 같은 목적, 다른 무대 17.07.01 11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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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움직이는 마음 17.06.30 41 1 8쪽
11 기억 17.06.29 51 1 15쪽
10 과거와 바람 17.06.29 41 1 14쪽
» 범인 찾기 17.06.28 43 1 12쪽
8 아들을 찾아 17.06.28 46 1 16쪽
7 새로운 귀신 17.06.27 52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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