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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56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7.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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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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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엄마 시집보내기

DUMMY

“요즘 수민이는 어때?”

“저번에 다 써서 제출했는데요?”

“글로 보는 거랑 직접 듣는 건 다르지.”

“..잘 지내던데요? 요즘은 방학해서 알바도 많이 하고요.”

“알바? ...”


민수는 청소장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자 자신이 무슨 말실수를 했는지 허둥지둥 생각했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은 것 같아 청소장이 갑자기 왜 저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리는 안하고?”

“저요?”

“수민이 말이야.”


민수는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가 본전도 못 찾고 툴툴거리며 대답했다.


“수민이는 괜찮아요. 정작 무리하는 학생이 눈앞에 있는데 신경 좀 써주시죠. 매일같이 수민이 보러가고, 보고서 내고, 청소장님 수업 듣고 시험 준비도 해야 되지, 그나마 남는 시간엔 작은 쥐가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고.”

“다른 건 몰라도 그 녀석이 그러는 건 니 잘못이잖아. 그러 길래 왜 몸을 빌려달라고 해서, 쯧..”


청소장이 오히려 혀를 차자 민수는 청소장에게 푸념을 늘어놔봤자 자신에게 하등 이익이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근데 청소장님 근신은 언제 풀리는 거예요? 청소장님이 직접 수민이 보러 갈 수 있게 되면 제 일도 반으로 주는 건데..”

“..나도 직접 보러가고 싶은데, 전에 악령 잡으러 갔던 게 걸렸어.”

“경태 아저씨요?”


민수는 그제 서야 왜 한 달이 한참 지난 지금도 청소장이 귀신의 집에서만 있는지 알았다.


“어.”


청소장은 바닥을 통해 이동하는 처녀귀신을 떠올렸다.


“역시 그.. 아니다, 수현이랑 보현이는 어때?”

“수현이는 수업도 잘 듣고 여기에 잘 적응하는 것 같은데,”


민수는 청소장의 방에 오기 직전에도 수현이를 만났었다.

수현이가 환하게 웃던 것을 떠올리자니 반대로 민수는 자꾸 자신이 살았던 빌라에 돌아가 빌라를 지키는 보현이가 걱정됐다.


“보현이는 아무래도..”

“..내 반 학생이 아니라서 나도 깊게 관여는 못 해. 뭐, 그렇다고 내 반이라고 해서 딱히 무언가 도움을 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한테 말을 거는 방법은 알고 계시지 않으세요?”

“너는 너무 오지랖이 넓어.”


민수는 갑자기 청소장이 딴 소리를 하자 무슨 소리인가 싶어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모든 귀신들을 다 도와주고 성불하면 너는 어떡할 건데?”

“..생각 안 해봤는데요.”


민수가 자신이 말한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말하자 청소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기억이 없어서 이타적인 건지, 아니면 본래 심성이 그런 건지..”

“그거 칭찬 맞죠?”

“어쨌든 알았으니까 이제 가봐.”


민수는 제멋대로인 청소장에게 일부러 들리도록 툴툴대면서 문을 열었다.


“사람 부리는 건 아주.. 참, 아저씨가 빨간 책 정말 안 돌려주시는 거냐고 물어보던데요?”

“그런 건 직접 와서 얘기하라고 해! 다른 귀신 시키지 말고.”


자신이 버럭 화내자 민수가 재빠르게 문을 닫고 도망쳤고, 민수가 나가자 청소장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와중에 아저씨 말까지 전하고 가는 거 보면.. 이타적인 건지, 바보 같은 건지..”

“청소장님.”

“...”


청소장은 언제나처럼 발밑에서 처녀귀신이 머리를 내밀고 말하자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승사자님이 오셨습니다.”

“그것보다 전에 악령..”

“네.”


자신의 말에 수긍한 의미로 답한 건지, 자신의 말을 듣고 있다는 의미로 말한 건지 청소장은 물어보려다 입을 다물었다.

처녀귀신의 입으로 직접 듣지 않아도 청소장은 처녀귀신이 구미호에게 말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물증은 없었지만 처녀귀신이 아니라면 구미호에게 달리 말할 존재가 없었다.


“..그건 됐고, 저승사자님이 오셨다고?”

“네. 지금 도깨비님을 만나고 계세요. 인사가 끝나면 이리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오래 걸리겠네.”



“진짜 너무 한다니까!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머리통에 땀띠나게 계속 이런 갓을 쓰라니! 이미 망건만으로도 더워 죽겠다고..”

“저승사자도 땀띠가 나?”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럼 계속 그 갓 써도 문제없겠네.”

“덥다니까!”

“계속 소리 지르지 말고 좀 앉아. 정신 사납다.”

“나도 너처럼 상관이 예쁘고 융통성 좀 있었으면 좋겠다.”

“예쁘긴 하지만 융통성은 모르겠네.”


도깨비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혼잣말에 저승사자는 탁자를 쾅, 쳤다.

혈색하나 없이 푸르딩딩한 얼굴과는 다르게 생기가 가득한 행동이었다.


“융통성이 없다니! 그리고 만에 하나 융통성이 없다고 해도 예쁘니까 다 용서 된다고!”

“요리장한테 들려주고 싶은 말이네, 거참.”


도깨비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저승사자는 흥분한 상태 그대로 주절주절 말했다.


“우리 저승사자는 말이야, 하나같이 시커먼 두루마기 걸치고, 시커먼 갓 쓰고, 얼굴은 하나같이 다 시퍼래가지고 누구하나 예쁜 사람이 없다고! 그리고 머리카락을 갓에 우겨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다 똑같아 보인다고! 요즘은 남자 혼령이 하도 많아져서 여자 저승사자도 늘고 있는 추센데, 다 하나같이 똑같아서야 여자 동료가 늘어도 눈이 호강을 못한다고. 난 여자 저승사자는 규정 의복이 다를 줄 알았어..”


도깨비는 아무런 감정 없이 말했다.


“힘들겠네.”

“공감도 못하면서 말하지 마! 내가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알아? 비단 겉모습이 똑같다는 거뿐만이 아니라 이젠 이 일도 지긋지긋 하다고! 매일같이 죽은 혼령을 저승으로 보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도 좀 휴식을 갖고 싶어! 왜 동료가 늘었는데 할당량은 그대로인거야.. 매일 30명 이상 인도하라니, 차라리 죽여! 죽이라고!”

“진정해. 그래도 악령을 인도하는 일보다는 낫지 않아?”

“악령을 인도하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번에 내 동료가 갓을 목에 고정만 하고 안 써서 어떻게 된 줄 알아? 일반 인도직에서 악령 인도직으로 발령 났다고! 이거 완전 횡포 아니야? 이까짓 갓 좀 잠깐 안 쓸 수도 있지 아무리 그래도 갓 한 번 안 썼다고 악령 인도직으로 발령 내다니.. 이런 숨 막히는 직장에서 더는 일하기 싫어..”

“그럼 구미호한테 얘기해서 초빙 강사로 불러달라고 하던가.”

“...”


그렇게 말 많던 저승사자가 갑자기 말을 뚝, 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도깨비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방법이 있구나. 그럼 며칠만이라도 쉴 수 있겠지? 그럼 말 좀 부탁해! 나는 청소장 보러 온 거거든.”

“잠깐..”

“부탁한다!”


그대로 벽을 통과해 청소장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버린 저승사자를 보고 도깨비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입이 방정이지..’


도깨비는 혼자 남아 머리를 싸맸다.



보현은 해가 뉘엿뉘엿해질 때까지 빌라에 혼자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자신이 이러고 있을 동안 혼자 있을 엄마가 걱정된 것이었다.


‘아니, 요즘은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고 있으니까 혼자는 아닌가.’



보현은 아무리 달려도 전혀 힘들지 않은 귀신의 몸이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 조부모님 댁에 가까이 다가갔다.

대문 앞에서 엄마가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었다.


“걱정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현수씨한테까지 폐를 끼칠 순 없어요.”

“폐라니요, 그런 게 아니에요. 연경씨, 이런 시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제 이기적인 마음이 크다는 건 알고 있지만..”


현수가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자 보현은 그 광경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보현은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 같았다.


‘엄마가 행복해지려면 우리 생각은 더 이상 안 하는 게 맞는 거지만.. 그래도 엄마가 우리를 잊는 건 싫어. 항상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


보현은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차의 트렁크에 몸을 기댔다.


‘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데, 그치만 엄마가 저 아저씨랑 결혼해서 행복해진다면..’


보현은 차의 뒷 유리와 앞 유리를 통해 현수가 연경에게 프로포즈하는 것을 보았다.

자신이 봐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내리다가 보현은 차의 뒷 자석에 시선이 갔다.


‘어.’


조수석과 차의 바닥 사이에 검은 봉투가 있었고, 봉투에서 박스 테이프가 굴러 나와 있었다.

치미는 불안감에 보현은 몸을 투명하게 하여 차 안으로 들어갔다.


“...”


부들부들 떨면서 열어본 봉투 안에는 박스 테이프와 밧줄, 가위가 들어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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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결정 17.08.01 46 0 8쪽
27 새옹지마 17.07.31 45 0 8쪽
26 고통 17.07.30 45 0 7쪽
25 추격 17.07.28 49 0 8쪽
24 계획된 허락 17.07.25 43 0 8쪽
23 인식의 변화 17.07.23 43 0 7쪽
22 드러나는 범죄 17.07.21 44 0 9쪽
21 행복 17.07.18 49 0 8쪽
» 엄마 시집보내기 17.07.14 57 0 9쪽
19 우한 17.07.12 49 0 8쪽
18 17.07.07 62 0 7쪽
17 17.07.04 47 0 8쪽
16 죄책감 17.07.02 45 0 8쪽
15 결과의 의미 17.07.01 52 0 11쪽
14 같은 목적, 다른 무대 17.07.01 115 1 10쪽
13 아버지의 눈물, 외전 17.06.30 10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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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과거와 바람 17.06.29 4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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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들을 찾아 17.06.28 46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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