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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81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8.0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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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물이 무서운 이유

DUMMY

새벽 2시, 한 반의 담임인 남자는 늦게까지 동료 교사들과 술을 마시다 귀가했다.

요새 뒤숭숭한 일이 있어 억지로 술로 달래보겠다고 마구 들이부은 것이 화근이었는지, 세상이 빙빙 돌아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다.

남자는 세수라도 하면 정신이 좀 들겠지, 싶어 비틀비틀 화장실로 향했다.


“똑..”

“..응?”


한 방울이 뚝, 떨어질 뿐, 물은 세차게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취해도 자신이 제대로 수도꼭지를 열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에 남자는 수도꼭지가 고장이 난 줄 알고 위아래로 마구 흔들었다.


“...”


결국 고장 났다는 결론을 내리고, 남자는 급한 대로 싱크대로 향하려했다.

싱크대에서라도 세수는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남자가 몸을 돌리자마자 뒤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남자는 이 이상현상을 자신이 생각이상으로 취해 제대로 판단을 못하는 거라 생각하고 몸을 돌렸다.


“너지?”

“..으아아악!”


도저히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세면대에 여자의 머리와 손이 나와서 남자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남자는 혼배백산하며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여자에게서 멀어지겠다는 일념으로 아등바등 뒤로 기어갔다.

세면대에서 쏟아져 나온 물이 화장실 바닥을 적셔, 그 덕에 바지가 다 젖는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여자는 도망치는 남자를 잡으려는 것인지 서서히 세면대에서 나와 남자에게 다가갔다.

축 늘어진 검은 긴 머리는 여자의 얼굴 대부분을 가려 보이지도 않았고, 남자는 그 괴기한 모습에 34년 평생에 가장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다음날 점심, 아무 말 없이 출근 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동료 교사가 남자의 집을 찾았고, 동료 교사는 남자를 화장실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남자는 아직도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세면대에 머리를 박고 익사해 있었다.



다른 날 저녁, 작은 쥐는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싶어 요리장 뒤에서 구미호에게 나갈 음식을 기다리다 깜빡 졸고 있었다.


“우아아아!”

“너ㅈ.. 꺄아아아악!”


귀신의 집이 들썩일 것처럼 큰 소리가 들리자 작은 쥐가 눈을 떴다.

요리장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고, 싱크대엔 무언가 검은 덩어리가 보였다.


“뭐야?”


잘못 본건가 싶어 작은 쥐가 눈을 비볐고, 다시 본 싱크대에는 평소대로 수세미와 세제가 있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야?”

“귀신이..”


작은 쥐는 어이없다는 듯 찍찍거렸다.


“무슨 귀신이라고 그렇게 놀라는 거예요, 아저씨도 귀신이잖아요. 그것도 달걀귀신..”

“물귀신이었다고!”

“네?”



싱크대에서 나타난 물귀신의 이야기는 삽시간에 귀신의 집 전체로 퍼졌다.

지금까지 귀신의 집에선 물귀신이 머물렀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소문은 더 빨리 퍼졌다.

싱크대의 물귀신 소문은 그렇게 구미호에게 수현과 보현의 보고서를 올리려는 청소장에게도 다다랐다.


“물귀신? 여긴 물귀신이 살 만큼 큰 저수지 같은 것도 없는데요?”

“너도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에이, 괜히 너한테 물어봤네.”


현석은 별 생각 없이 툴툴거렸고, 그 행동은 청소장이 대걸레를 움켜쥐도록 만드는 데 충분했다.


“정 뭐하면 여기에 남은 수분으로 물귀신으로 만들어 드려요? 대걸레에 사는 물귀신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지만..”

“아니! 미안!”


현석은 신변의 위험을 감지하고 빠른 사과를 남기고 부리나케 도망쳤다.

청소장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대걸레를 다시 뒤로 매고 보고서를 들었다.

이제부터 구미호에게 수현과 보현에 대해 보고를 해야 하는데, 기분이 떨떠름했다.

보현한테는 자신이 말해둔다곤 했지만 막상 구미호에게 저자세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절로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구미호의 사당으로 가는 숲속에서, 청소장은 귀신의 집으로 빈 그릇을 들고 돌아가고 있는 요리장과 마주쳤다.


“...”


청소장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요리장은 평소답지 않게 청소장에게 말을 걸었다.


“구미호님한텐 무슨 일이죠?”

“..보고할 게 있어서요.”


평소 구미호를 신처럼 모시는 요리장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청소장은 한마디 쏘려다가 참고 사실대로 말했다.

싸워서 이득을 볼 상대도 아니었다.


“혹시 제가 먼저 봐도 될까요?”


하지만 요리장은 청소장의 기분을 맞춰줄 생각이 아니었는지 무리한 요구를 했고, 청소장은 결국 화를 내려다가 근래에 없는 인내심을 발휘해 화를 억눌렀다.


“이..! ..보여드리긴 좀 그렇고, 수현이랑 보현이에 대한 보고서예요. 귀신의 집을 나가는 ‘정당한’ 사유를 제가 대신 전하기로 했거든요. 알다시피 수현이는 여기 오면 위험하잖아요.”

“...”


얼굴에 주름이 지면서도 억지로 웃으며 말하는 청소장을 보고 요리장은 잠시 말이 없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청소장을 지나쳐 걸어갔다.


‘..하여튼 어울리기 힘들단 말이지.’

청소장은 속으로만 중얼거리면서 사당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 시각, 민수는 자신의 방이지만 어째선지 방에서 나가려하지 않는 현석과 작은 쥐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냥 까맸다고요?”

“어. 그치만 애초에 잘 본 것도 아니라서. 아마 잘 본 걸로 치면 요리장 아저씨가 제일 잘 봤겠지. 바로 정면에서 봤거든.”

“나는 요리장님이 그렇게 큰 목소리 낼 수 있는 줄은 몰랐어요. 매번 음침하게 얼굴 얘기만 하니까.”

“이 집에서 그 비명소리 못 들은 귀신 찾는 게 더 어렵긴 하겠지. 나도 그 소리 때문에 놀랄 정도였으니까.”

“근데, 그럼 결국 그 물귀신에 대해 알려면 요리장님한테 가야 된다는 거죠?”

“그렇지.”

“아.. 요리장님은 좀.. 그런데.”


현석이 중얼거리는 동안 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음침한 달걀귀신은 아무래도 좀 친해지기가 무서웠다.

요리장이라는 지위나 달걀귀신이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외모에 대한 그 뒤틀린 분노 때문에 가까이 하기엔 무서운 귀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청소장은 뜻밖에 구미호가 괜찮은 의견을 제시하자 미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못 믿겠다는 거야?”

“..그렇다고 덥석 믿기도 힘드니까요. 갑자기 악령 하나를 잡으면 근신을 풀어주겠다니..”


자신의 말에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구미호를 보고 청소장은 한 가지를 눈치 챘다.


“그 악령, 잡기가 까다로운 건가요?”

“어.”


별로 숨길 생각도 아니었는지 간단하게 대답하는 구미호를 보고 청소장은 이번엔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숨길 수 없었다.


“계속 상하수도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통에 어디 있는지 특정하기도 힘들고, 겨우 찾았다 싶으면 도망치는 것도 빨라서. 아직 저승사자한테 못 들었나봐?”

“상하수도관이면 물귀신이겠네요. 그 귀신에 대한 얘기도 방금.. 다른 귀신한테 언뜻 들은 게 다라서요.”


청소장은 요즘 귀신의 집에서 가장 큰 소문인 ‘요리장을 놀라게 한 귀신’의 정체가 구미호가 말하는 악령임을 알았다.

구미호의 말대로라면 요리장도 놀라게 할 정도의 귀신이 잡기도 힘들다는 말이니, 구미호가 파격조건을 걸만한 일이라고 납득했다.


“정말 그 악령 잡으면 근신은 없는 거죠?”

“응. 대신 최대한 빨리 잡아야 돼. 벌써 인간 여럿을 죽인 것 같더라고. 이대로 내버려 두면 위험하니까. ..알겠지?”


자신의 뜻대로 됐다는 것에 만족한 표정을 짓는 구미호를 보고 청소장은 없던 일로 하자고 뒤엎고 싶었지만, 근신이 풀린다는 건 수민을 만나러 갈 수 있다는 말이기에 섣부른 판단은 참았다.

청소장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악령을 잡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수민을 위해서라면 어떤 조건이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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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무서운 이유 17.08.03 45 0 8쪽
29 부조리한 현실 17.08.02 45 0 9쪽
28 결정 17.08.01 46 0 8쪽
27 새옹지마 17.07.31 46 0 8쪽
26 고통 17.07.30 46 0 7쪽
25 추격 17.07.28 50 0 8쪽
24 계획된 허락 17.07.25 44 0 8쪽
23 인식의 변화 17.07.23 44 0 7쪽
22 드러나는 범죄 17.07.21 45 0 9쪽
21 행복 17.07.18 50 0 8쪽
20 엄마 시집보내기 17.07.14 5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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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아버지의 눈물, 외전 17.06.30 10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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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기억 17.06.29 51 1 15쪽
10 과거와 바람 17.06.29 42 1 14쪽
9 범인 찾기 17.06.28 43 1 12쪽
8 아들을 찾아 17.06.28 47 1 16쪽
7 새로운 귀신 17.06.27 53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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