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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69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8.06 16:10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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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단서

DUMMY

민수는 어차피 물귀신이 있다 해도 자신이 크게 관심을 가질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요리장에게까지 가서 물귀신에 대해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그건 현석도 비슷했다.

원체 진중하지 못한 성격이라 민수보다야 물귀신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그 이상으로 요리장이 껄끄러웠기 때문에 현석은 이 이상 물귀신에 대해 알아보는 건 관두기로 했다.

하지만 작은 쥐는 그렇지 않은지 물귀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너무 잠깐이어서 잘은 못 봤지만 교복을 입고 있었어.”


작은 쥐의 말에 민수는 코웃음을 쳤다.

말을 들어보면 처음엔 물귀신인줄도 몰랐던 것 같은데 이제 와서 귀신이 교복을 입고 있었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까는 ‘검은 덩어리’라고 했잖아요. 왜 갈수록 얘기에 살이 붙는 거예요?”“그러니까 말했잖아, 너무 순식간이라 잘 못 봤다고.”


작은 쥐가 확신이 없는 모습이자 민수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몰아붙였다.

민수는 작은 쥐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쌓이는 스트레스를 거의 이런 식으로 풀고 있었다.


“대체 어떡하면 잠깐 봤는데 덩어리가 교복 입은 물귀신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거참 놀랍네요.”


민수가 조롱하는 것처럼 씩, 웃자 작은 쥐는 발끈해 털을 세우고 찍찍거렸다.


“아저씨한테 가서 확인해봐! 진짜라고!”

“아니면 어떡한 건데요? 괜히 헛걸음하긴 싫다고요.”

“너야말로 진짜면 어떡할 건데!”

“진짜면 사과할게요. 대신 정말로 교복을 안 입었으면 그 놈의 ‘시중’드는 건 없던 일로 하는 거 어때요?”

“...”


작은 쥐는 자신의 말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밑지는 거래라고 생각하면서도 민수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걸 보고 싶기도 했다.

최근 자신을 업신여기는 태도를 생각했더니 그런 마음은 더욱 커졌다.


“..좋아.”


셋은 민수의 방을 나섰다.



민수와 작은 쥐를 비롯해 현석까지 조리실의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려하고 있었다.


“근데 나는 왜 같이 있어야 돼?”

“증인이요.”

“나중에 어느 한쪽이 나몰라라 할 수도 있잖아.”

“증인하기 싫은데 나도 뭔가 대가를..”

“됐고, 빨리 두드려봐. 지금 시간이면 있을 걸.”

작은 쥐는 현석의 말은 중간에 먹어버리고 일방적으로 말했다.

현석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민수는 작은 쥐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종’을 최대한 빨리 그만두기 위해서라도 별 말 없이 문을 두드렸다.


“똑, 똑.”

“청소장님 담당 반 김민수랑 최현석이라고 합니다. 들어가도 될..!”

“아저씨, 나도 있어!”

“...”


민수는 작은 쥐가 말을 중간에 끊은 건 평소 하는 행동이라 쳐도, 명색이 귀신의 집 요리장인데 대놓고 반말을 하는 작은 쥐에게 이젠 대단함마저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버릇없는 말에 요리장이 반응할리 없다고 생각했다.


“달칵”


하지만 조리실의 문이 열렸고, 그 뒤에는 얼굴이 매끈한 달걀귀신이 문을 닫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새카만 조리실에 서 있었다.


“무슨 일이야?”


여전히 어떻게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요리장이 물었고, 민수가 답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하지만 물귀신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서요.”


요리장의 고개가 작은 쥐 쪽으로 내려갔다.

작은 쥐는 투정부리는 것처럼 찍찍 거렸다.


“별건 아니고, 그 때 봤던 물귀신, 교복입고 있었지?”

“...”


얼굴이 없는 통에 요리장의 기분을 알긴 힘들었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돌아가.”

“쾅!”


요리장이 기분이 안 좋다는 건 분명했다.

갑자기 찾아와선 더 이상 버릇없게 굴 수 없을 정도의 태도를 보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어쩌죠.”


민수는 작은 쥐에게 말했고, 작은 쥐는 혀를 삐죽 내미는 것을 자신이 삐졌다는 것을 알렸다.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모르는 게 분명했다.


“하여튼 좀생이라니까. 밥도 별로 안 주면서. 음..”


작은 쥐는 문을 뚫어져라 보면서 궁리했다.


“..아저씨는 구미호님을 좋아하니까..”

‘구미호님을 데려올 생각은 아니겠지?’


민수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작은 쥐를 보았고, 다행히 작은 쥐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지 발톱으로 문을 벅벅 긁는 것으로 요리장을 다시 불렀다.

문 너머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작은 쥐는 제멋대로 말을 시작했다.


“아저씨, 구미호님이 요즘 열중하는 게 뭔 줄 알아?”

“...”

“물귀신이 교복을 입었었는지 어땠는지 알려주면 나도 알려줄게.”

‘설마 그런 걸로 넘어..’

“달칵”


민수는 요리장이 생각보다 단순한 달걀귀신이라는 것에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요리장은 문을 빼꼼 열고 작은 쥐의 말을 기다렸다.


“구미호님이 꼬리를 소중히 여기시는 건 알지? 그래서 요즘은 털이 윤기가 나도록 하는 음식에 관심이 있으신가봐. 근데 내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털에 생기를 더해주는 좋은 재료를 찾았거든. 원래는 할아버지가 털이 자꾸 빠지니까 할아버지한테 드릴까 했는데, 혹시 아저씨도 필요할까 해서.”

“...”


민수는 평소와 같은 작은 쥐의 얼굴이지만, 그 속이 악마처럼 악랄하게 웃고 있다는 기분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도 평소랑 같은 건가.’


요리장은 문을 조금 열어놓은 채로 한참 말이 없다가 마음을 굳혔는지 말했다.


“교복 입었었어.”

“진짜?”

“진짜요?”

‘말도 안 돼!’


작은 쥐는 환희의 의미로, 민수는 믿을 수 없다는 의미로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요리장은 고개를 민수 쪽으로 돌리고 폭탄발언을 했다.


“니가 입은 옷에 있는 마크, 그 물귀신이 입은 교복도 똑같은 마크였어.”

“..네?”

“야, 내가 이겼다고! 빨리 깊은 사죄의 의미를 담아서..!”


민수는 작은 쥐의 말을 들을 겨를이 아니었다.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것처럼 민수는 벙 찐 표정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왜 여태 그 생각을 못했지? 내가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 알면 내 생전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는 말인데!’


작은 쥐가 의기양양하게 큰 소리로 찍찍거리고 있었지만 민수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일단 산을 내려가서 어느 학교인지 찾고, 내가 어떤 학생이었는지, 그리고 잘하면 신상정보를 알 수도 있으니까 내가 어디에 살았는지도 알 수 있을 거고..’

“빨리 진심을 다해서 사과하라고!”

“죄송해요. 할 일이 생겼어요.”


민수는 자꾸 찍찍거리면서 신경 쓰이게 하는 작은 쥐에게 건성으로 말하고는 몸을 투명화해서 달려 나갔다.


“야! 진심을 다해서 사과하라니까!”


작은 쥐의 외침은 민수에게 닿지 못했고, 민수의 마음은 희망으로 잔뜩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이름을 안 이래로, 생전의 자신에 대해 이렇게 가까이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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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드러나는 범죄 17.07.21 44 0 9쪽
21 행복 17.07.18 50 0 8쪽
20 엄마 시집보내기 17.07.14 5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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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07.07 6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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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같은 목적, 다른 무대 17.07.01 11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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