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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80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7.02 00:05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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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죄책감

DUMMY

한명은 얼굴은 물론 몸 전체에 상처 하나 없는 반면에, 한 명은 현석처럼 몸의 왼쪽이 온통 화상 흉터로 뒤덮인 두 쌍둥이를 보고 민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렸다.


“아, 아 그..내가 너한테 물어볼게 있어서..”


민수는 흉터가 없는 여학생을 보고 말했다.

보현이는 민수의 말을 듣고는 여학생의 귀에 속닥속닥 거렸다.


“너한테 관심 있나봐.”

“엣, 나 연상은 별론데.”

“그래도 여기선 어린 축이잖아. 잘 해봐.”

“싫어. 그리고 우리가 여기 온 건..”


민수는 듣자하니 두 아이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좀 상했다.

자신도 중학생을 어찌해 볼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잇살 먹고 학생을 좋아한다니, 그런 건 이상성애자나 할 짓이라고 생각했다.


“얘들아,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학생한테는 관심이..”

‘..학생..?’


민수는 문득 자신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떠올렸다.


‘..나도 고등학생인데..’

“민수야, 여기서 뭐해?”


현석은 꽤 오래 기다려도 민수가 돌아오지 않자 직접 민수를 찾아 나온 것이었다.

덕분에 민수는 급부상한 의혹을 잠시 덮어두었다.


“아저씨다.”

“아무리 아저씨여도 초면에 아저씨라고 말하는 거 아니야.”

“...”


현석은 어린 두 학생이 자신을 보자마자 아저씨라고 하자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찝찝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의 딸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귀신이 대놓고 말하자 딸이 자신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딴에는 배려한답시고 보현이가 말한 게 더 기분이 나빴다.


“너희는 누구냐?”

“저는 보현이고, 얘는 수현이예요.”

“뭐야, 너는 보라색이고, 쟤는 물(수(水))이냐? 하하하!”

“..하나도 안 웃긴데.”

“기분 나빠. 아저씨는 다 저러는 거야?”

“...”


민수는 우울한 표정을 짓고 등을 돌린 현석을 자신도 모르게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쌍둥이에게 말했다.


“원래 이런 분이 아닌데, 지금 기분이 좀 안 좋아서 그래. 소중한 걸 뺏.. 잃어버렸거든.”

“우리도 소중한 거 있어.”

“우리 엄마.”

“엄마?”


민수는 보현이, 수현이와 얘기하면서 두 쌍둥이가 말하는 방식이 중학생 같지 않다고 느꼈다.


‘차라리 초등학생이 더 맞는 것 같은..’

“근데 엄마가 우리말을 못 들어서 여기 온 거야.”

“엄마랑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서요.”

‘엄마는 살아계신 건가?’

“그래? 그럼 너희는 생전 기억을 갖고 있는 거지?”

“어.”

“네.”


민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상처가 없으면서 생전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귀신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런 수현이가 죽은 이유가 자신이 죽은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답답한 기분에 민수는 작은 쥐의 방을 빗자루로 쓸다 말고 창문을 보았다.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수현이가 죽은 방식은 민수가 죽은 방식과는 달랐다.

민수는 산 속에서 죽은 자신이 수현이처럼 죽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질식이라니.’


민수는 보현이의 얼굴에 화상 흉터가 있던 것도 떠오르면서 저번에 멀리서 보았던 연기가 떠올랐다.


“..설마 그 때 죽은 건가?”

“뭐가. 너는 니가 언제 죽었는지도 까먹었냐?”


쥐구멍으로 작은 쥐가 들어오면서 툴툴대자 민수는 얼굴을 찌푸렸다.

언제나 느끼는 거였지만 작은 쥐는 매번 화나있는 것 같은 저 성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은 쥐가 묻는 말에 동문서답을 했다.


“청소는 다 했어요.”

“그럼 잠깐 나가 봐. 인간으로 변해야 돼.”

“...”


민수는 잠자코 나가려다가 씩, 웃었다.

부려 먹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젠 스스로가 무언가 하지 않으면 작은 쥐가 더 횡포를 부릴 거란 생각에 민수는 빗자루를 옆에 세워두고 팔짱을 꼈다.


“뭘 부끄러워하고 그래요. 이미 볼 거 다 본 사인데. 저번에도 제 앞에서 변했었잖아요?”

“그건 모르는 인간 몸이었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너 지금 표정이 청소장이랑 너무 비슷해서 소름 돋거든? 당장 나가!”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그럼 지금은 아는 사람 몸으로 변하기라도 한다는 말이에요?”

“그래, 원래 내 몸으로 변할 거다. 그러니까 당장 나가!”


작은 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민수는 더 이상 버텼다간 작은 쥐가 달려들 거란 생각에 빗자루를 들고 방을 나섰다.


“...”

‘그러고 보니까 그 땐 옷이 없어서 내 옷을 입었었지.’

“똑, 똑”

“또 뭐!”


민수는 문에 대고 소리쳤다.


“옷은 안 필요해요?”

“여기 내 방이거든? 당연히 갈아입을 옷 정돈 있다고!”


방안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문이 벌컥, 열렸다.

민수는 눈앞에 귀신의 집에 처음 왔을 때 봤던 사람이 서 있자 어깨를 으쓱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죠.”

“진짜 신경 거슬리게 하네. 너 내 말 듣는 게 그렇게 싫냐?”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렇게 다혈질.. 아, 죄송합니다. 생각한 게 그대로 나왔네요.”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작은 쥐는 씩, 웃더니 다시 쥐로 변해 민수에게 다가갔다.

동물을 무서워하는 민수에게 겁을 잔뜩 줘서 자신을 처음 만났을 때의 무서움을 맛보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젠..”


민수는 ‘이젠 많이 봐서 무섭지 않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작은 쥐가 발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오자 말을 삼켰다.

침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습관 때문에 목이 침을 삼키는 것처럼 움직이는 민수를 보고 작은 쥐는 웃는 것처럼 이를 드러냈다.

작은 쥐는 민수의 다리에 앞발을 갖다 대려 했고, 민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렀다.


“잠깐만요.”

“잠깐은 무슨 잠깐이야.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제가 좀 놀린 건 인정하는 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앞으로 또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미리 맛 좀 보여주려는 거야.”

“필요 없어요!”


민수는 큰 소리를 내면서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벽을 넘어갔다.

작은 쥐는 익숙하게 벽을 타고 올라가 깨진 창문 너머로 민수가 도망가는 것을 보면서 외쳤다.


“다음에 또 기어오르면 쥐 이빨이 얼마나 아픈지 알게 해줄 거라고!”

“어차피 물려도 안 아프거든요!”


민수는 작은 쥐와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반대로 악을 쓰고는 그대로 산 아래로 내려갔다.

보현이와 수현이가 죽은 곳이 자신이 예상하는 그곳이 맞는지 확인하러 가는 것이었다.



골목 안쪽에 있는 빌라는 그 위치 때문인지 소방차가 빠르게 들어오기 어려웠다.

소방차가 물을 뿌려댔던 바로 그 자리에서, 연경은 새카맣게 탄 빌라를 보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 둘을 앗아간 그 화재 때, 정작 자신은 깊게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에 연경은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 보현이가 아니었다면 자신도 죽었을 터였다.

아이 둘을 떠올리자니 연경은 더 이상 서 있기가 힘들었다.

비틀거리는 연경을 보고 현수는 연경을 꽉 잡아 주었다.

모든 일이 잘 풀렸다면 지금쯤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현수는 눈을 꼭 감았다.

비록 자신의 아이는 아니었지만 죽은 두 아이는 연경의 아이였다.

그래서 두 눈을 꼭 감고 두 아이를 떠올리며 기도했다.

너희들의 희생을 잊지 못 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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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물이 무서운 이유 17.08.03 44 0 8쪽
29 부조리한 현실 17.08.02 45 0 9쪽
28 결정 17.08.01 46 0 8쪽
27 새옹지마 17.07.31 46 0 8쪽
26 고통 17.07.30 46 0 7쪽
25 추격 17.07.28 50 0 8쪽
24 계획된 허락 17.07.25 44 0 8쪽
23 인식의 변화 17.07.23 44 0 7쪽
22 드러나는 범죄 17.07.21 45 0 9쪽
21 행복 17.07.18 50 0 8쪽
20 엄마 시집보내기 17.07.14 57 0 9쪽
19 우한 17.07.12 50 0 8쪽
18 17.07.07 63 0 7쪽
17 17.07.04 48 0 8쪽
» 죄책감 17.07.02 46 0 8쪽
15 결과의 의미 17.07.01 52 0 11쪽
14 같은 목적, 다른 무대 17.07.01 115 1 10쪽
13 아버지의 눈물, 외전 17.06.30 102 1 13쪽
12 움직이는 마음 17.06.30 42 1 8쪽
11 기억 17.06.29 51 1 15쪽
10 과거와 바람 17.06.29 42 1 14쪽
9 범인 찾기 17.06.28 43 1 12쪽
8 아들을 찾아 17.06.28 47 1 16쪽
7 새로운 귀신 17.06.27 53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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