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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66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7.04 23:55
조회
47
추천
0
글자
8쪽

DUMMY

민수는 빌라 입구에 놓여 있는 새하얀 국화를 보고 마음이 뒤숭숭했다.

주한의 책상에 있던 국화와 자신이 죽은 곳이 떠올라서였다.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 자신에겐 국화도 사치인건가, 라고 생각하다 민수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끝이 없었다.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빨리 자신의 미련을 알아내야 했다.


‘그걸 알면서도 여길 와 있지.’


민수는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자신의 미련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두 쌍둥이가 죽은 장소에 스스로 온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오빠, 여기서 뭐하세요?”

“..!”


민수는 흠칫 놀랐다.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새카맣게 타버린 빌라 3층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화상을 보니 보현이었다.

민수는 놀랐던 것도 잠시, 보현이 있다는 것보다 수현이 같이 있지 않다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어.. 안녕.”


보현은 어색하게 인사하는 민수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인사 받으려고 질문한 거 아니거든요?”

“음.. 여기에 화재가 난 때랑 너희가 귀신의 집에 온 때랑 시기가 비슷해서 혹시나하고 온 건데, 맞았나보네.”

“네, 수현이는 여기서 죽었어요. 저는 병원에서 죽었지만..”


민수는 이젠 다 타버린 방을 가리키고 있는 보현을 보고 다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서 불나서 죽은 거 아니었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민수를 보고 보현은 화가 났는지 팔짱을 끼고 툴툴거리면서 말했다.


“네, 원인은 그게 맞는데, 집이 완전히 다 타기 전에 저랑 수현이랑 엄마는 전부 집에서 나왔거든요. 수현이는 그 때 이미 ..질식해서 죽은 뒤였고, 저는 병원에 실려 가서 얼마 안 있다가 죽었고, 엄마는 간신히 살았죠. 엄마라도 살아서 다행이에요.”


자신의 엄마에 대해 말하면서 미소 짓는 보현은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그렇지 못했다.


“아빠는?”

“부모님이 예전에 이혼해서 아빠 얼굴은 기억도 안나요.”

“미안..”


민수는 보현의 얼굴의 화상을 보고 자세히 물어보려고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그런 민수를 보고 대화를 주제를 바꾸고 싶었는지 보현이 어깨를 펴고 말했다.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엄마를 데리고 나온 사람이 저에요.”

“장한 일 했네.”

“..수현이는 못 살렸지만..”

“...”


결국 침울한 표정을 짓는 보현을 보고 민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현의 표정을 보건데, 자신의 죽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임에 틀림이 없었다.

보현은 그 때 일을 떠올렸다.

끔찍하다는 말보다도, 사실 너무 혼란스러워서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방이 잠겨있어서 한참을 우왕좌왕하던 중에 수현이가 쓰러지고, 어찌어찌 문을 억지로 열어서 엄마를 찾으러 갔는데, 엄마는 불이 바로 옆에서 타오르고 있는데도 곤히 자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


보현의 움직임을 따라 민수의 시선이 움직였다.


‘왜 방이 잠겨 있었지? 아니, 애초에 잠겨있었으면 안에서 열 수 있는데..’


보현은 화재의 영향으로 뒤틀린 문고리를 주의 깊게 살폈다.

보현이 여러 흔적을 조사하는 동안 민수는 집안을 둘러보았다.

다 타버리거나 녹아버린 가재도구만 보아도 화재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심각했나 보네.”

“소방차가 출발이 늦은 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여기가 너무 골목이다 보니까 소방차가 들어오기 힘들었나보더라고요.”

“혹시 원인은 뭔지..”


보현은 안방으로 향했다.


“원인은 모르겠는데 안방에서 불이 시작된 거 같던데요? 다른 데는 연기로 가득 찼었는데 안방만 불이..!”


보현은 설명하다 말고 갑자기 자신이 그 화재 속에 다시 들어간 느낌을 받고 말을 잇지 못했다.

활활 타오르는 불이 화장대를 집어삼키고 그 옆의 장롱에 번져 쓰러졌고, 그것이 안방 문을 막고 있었다.

보현은 이윽고 문마저 불로 뒤덮이자 문 틈새로 누워있는 연경을 보며 부르짖었다.


“엄마! 엄마! 일어나요!”


보현은 이윽고 문이 불에 타면서 강도가 약해지자 식탁과 있던 의자를 가져와 문에 세게 던졌다.


“쾅!”


문이 부러지면서 안방이 훤히 보이긴 했지만 불타고 있는 장롱 때문에 안방으로 들어가려면 두 다리를 온전히 불에 내줘야 하는 판이었다.

보현은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어째야하나 발을 동동 굴렀다.

보현이 머뭇거리는 동안 불은 점점 침대에 가까이 다가갔다.


“엄마..”


어느 새 벽을 타고 넘어온 불은 집안 전체를 장악해가고 있었고, 매캐한 연기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

보현은 연신 기침을 하면서 마음을 굳혔다.

사실 여유롭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보현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단 하나였다.


‘엄마.. 내가..!’


두 눈을 꽉 감았다.

두 다리에 온전히 힘을 집중했다.

단 하나였다.

엄마를 구하겠다는 간절한 마음만으로 보현은 불덩어리를 뛰어넘고 연경에게 달려갔다.


“엄마! 정신 차려요!”


끌어 앉은 연경이 정신을 차리기는커녕 축, 늘어지자 보현은 연경을 부축하고 다시 장롱을 앞에 두고 멈췄다.

방금은 혼자라서 어찌어찌 넘었다고 하지만, 사람 하나를 메고 도움닫기를, 심지어 중학생이 그게 가능할리가 없었다.


“쾅!”


설상가상으로 화장대가 쓰러져 뒤로의 간격도 얼마 없는 상태가 되자 보현은 입술을 꽉 물고 엄마를 업었다.


“후우.. 후..”


잠시 심호흡을 하고, 보현은 맨 발로 장롱을 밟았다.

장롱은 당연히 두 사람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보현이 밟는 족족 부서지면서 보현을 다리부터 삼켰다.


“으아아아!”


보현은 두 다리가 타들어가면서도 멈추지 않고 한 발짝, 두 발짝 걸어 안방을 빠져나왔다.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려 앞으로 고꾸라졌는데, 그 충격에도 불구하고 연경은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집안을 다 잠식한 불 속에서, 보현은 다시 연경을 들쳐 업었다.

나가야했다.

부들부들 거리는 다리는 이미 한계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두 다리를 버리고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값싼 거란 생각을 하면서 필사적으로 걸었다.

평소엔 작다고 투덜거렸던 집이 이상하게 운동장만큼 넓은 것 같았다.

불 때문에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자신의 집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 왔..!’


보현은 대문을 앞에 두고 움직이지 못했다.

이번엔 신발장이 쓰러져 대문을 대각선으로 막고 있었다.

망연자실해서 바닥에 무릎을 꿇기 직전, 보현은 타닥거리며 집을 먹는 불 소리 사이로 사이렌소리를 들었다.



“보현아!”

“...”

“보현아!”

“..헉!”


보현은 눈을 번쩍 떴다.

심장이 쿵쾅거려서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하지만 그건 꿈의 잔재였을 뿐, 당연히 보현은 더 이상 심장이 뛰는 그 느낌을 느낄 수 없는 몸이었다.


“괜찮아?”

“네..”

“귀신도 기절을 하네. 하기야, 나도 그랬었지.”

“..네?”


민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보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어쨌든, 다리 좀 봐봐.”

“..?”


보현은 민수의 시선을 따라 다리를 보았다.


“어라.”

“그리고 너 얼굴에 흉터가 사라졌어.”

“네?”

“거울에 안 비치니까 니가 직접 확인은 못하겠지만, 진짜야. 이런 경우도 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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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아버지의 눈물, 외전 17.06.30 101 1 13쪽
12 움직이는 마음 17.06.30 42 1 8쪽
11 기억 17.06.29 51 1 15쪽
10 과거와 바람 17.06.29 42 1 14쪽
9 범인 찾기 17.06.28 43 1 12쪽
8 아들을 찾아 17.06.28 46 1 16쪽
7 새로운 귀신 17.06.27 52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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