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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83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7.01 00:00
조회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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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같은 목적, 다른 무대

DUMMY

“잘 해결 됐어?”


귀신의 집 정문에서, 민수는 있는 지도 몰랐던 작은 쥐가 한 질문에 모르는 척 말했다.


“해결은 진작에 됐잖아요.”

“이틀 전 일 말고, 방금 니가 처리하고 온 거 말이야.”


민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어떻게 알았어요?”

“탄내가 나서.”

“...”


코로 공기를 크게 들이쉬긴 했지만 냄새를 맡을 수 없는 민수는 결국 포기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예, 방금 태우고 왔어요. 머리카락이랑, 일기장이랑.. 궁금한 거 풀려서 만족해요?”

“다시는 그 애로 변할 일 없으니 그건 좋네. 그리고 내 시중 안 들었던 거, 오늘까지만 봐준다. 내일부턴 제대로 해.”


작은 쥐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더니 벽에 뚫린 쥐구멍으로 쏙, 들어갔다.

민수는 잠시 망설이다 중얼거렸다.


“고맙다고 말을 못하게 하네.”


원래 민수는 일기장을 경태가 성불한 직후 귀신의 집에서 태우려고 했었다.

하지만 막상 태우려고 한 순간에 마음을 바꿔, 주한이 죽고 경태가 성불한 그 도로 위에서 태우려고 했는데, 어제는 그 자리에서 경찰이 무슨 조사를 하길래 관두고, 오늘 가서 태우고 온 것이었다.

민수는 작은 쥐가 탄내가 난다고 하니 돌아오는 길에 본 꽤 많은 구급차와 소방차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불이 꽤 크게 난 것 같던데.’


건물 위로 자욱하게 올라오는 연기가 멀리서도 꽤 분명하게 보였으니 작은 화재가 아닌 건 분명했다.



그 시각, 청소장은 구미호의 방에 있었다.


“일은 잘 해결됐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모르는 척 하긴. 나도 정보통이 있다고.”


구미호는 기지개를 키면서 느긋하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래도, 근처 악령을 퇴치해 주러 간 거니까 근신을 어긴 건 아니라고 해둘게. 업무의 일환이니까.”

“악령퇴치까지 제 일인 줄은 몰랐는데요.”

“본인이 해놓고 발뺌하면 안 되지. 아니면 근신을 어긴 거라도 해도 나는 괜찮은데.”

“...”


청소장이 굳은 얼굴로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구미호는 이어 말했다.


“그럼 앞으로 악령퇴치도 힘써주는 걸로 알고 있을게. 베테랑이 맡아 준다니 든든한 걸? ..베테랑이라기 보단 경험자가 가까우려나?”


미소 짓는 구미호를 앞에 두고 청소장은 ‘여우같다’는 표현이 어떤 표현을 뜻하는 지를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할 말은 그게 전부인 거죠?”

“참, 원래 근신은 오늘까지로 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나는 기간이 좀 더 길어야 한다고 보거든?”


청소장은 애써 짜증이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근신을 어기긴 했으니 그 벌이라 생각하려 한 것이다.


“그리고,”

“...”

“요즘 담당 학생 한 명한테 그 아이를 계속 보고 있으라고 했지? ..수민이 말이야.”

“...”


청소장은 대답하지 않고 얼굴을 찌푸렸다.

구미호가 수민의 얘기를 할 때 얼굴이 찡그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가 원한다면 괜찮지만, 본인 욕심 때문에 너무 부려먹는 것 같은데..”

“그 애도 동의하고 하고 있는 일이에요.”

“나는 그게 자의인지 타의인지 까지는 모르니까, 그냥 상기시키려는 의미였어.”

“저는 직접 인간을 보는 게 자신이 인간이었을 때를 떠올리기에 가장 적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뿐이에요.”

“역시 너는 선생님이 어울려.”

“...”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가르치려고 들잖아?”

“..너무 과하게 받아들이시는 거 아닌가요?”

“그랬다면 미안하고. ..시험 준비는 잘 되가?”

“..네.”

“이번에 흡혈귀 쪽에서 합동 시험을 치르자고 한 건 알고 있어?”

“...”

“표정 보니까 알고 있는 것 같네. 저번처럼 싸우지는 말고, 좋은 결과 기대할게.”

“...”


표정으로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면 자신이 벌써 흠씬 두드려 맞았을 표정을 짓는 청소장을 보고 뭐가 재밌는지 구미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구미호를 보고 청소장은 대답 없이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 구미호의 집을 나섰다.


‘저 불여우가..!’


청소장이 밟고 지나간 일대는 갑자기 겨울이라도 닥친 듯 한기가 서렸고, 나뭇잎과 풀 위에는 서리가 내렸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청소장님.”

“...”


귀신의 집에 다다라, 청소장은 자신에게 인사하는 귀신들을 전부 무시하고 홀을 지나 현석의 방으로 향했다.



현석은 이번에 새로 구한 책을 품에 감추고 신이 나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빨리 읽을 생각에 방문을 활짝 열어 제낀 현석은 잠시 그 모습 그대로 굳었다가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


현석은 다시 한 번 이 방이 자신의 방인지 확인했다.


“..내 방 맞는데..?”


현석은 고리가 없는 방문을 이번엔 천천히 열어 내부를 확인했다.

역시나 청소장이 창가 옆에서 서서 책을 읽고 있었다.


“저기..”

“아저씨 방 맞아요. 들어오세요.”

“갑자기 무슨 일이야..?”


현석은 잔뜩 경계하는 몸짓으로 방에 들어섰다.

현석이 들어온 걸 확인한 청소장은 손짓으로 방문을 닫았다.


“아저씨, 요새 밖에 자주 나간다 싶더니 이런 책 구하려고 나갔던 거였어요?”


청소장은 현석이 잘 볼 수 있도록 빨간 책을 흔들어 보였다.

현석은 뜨악한 표정으로 그 책을 뺏으려고 달려들었다.


“이건 압수에요.”


하지만 현석이 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해 청소장은 책을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이 올려버렸다.


“돌려줘! 그거 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

청소장은 살짝 웃었다.

현석은 자신이 귀신임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저 표정은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때의 표정이었다.


“이번 실기시험에서 1등하면 그 상으로 드릴게요.”


현석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은 자신이 귀신의 힘을 잘 운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용한 횡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내 건데 왜 압수하는 거야!”

“떫으면 힘으로 뺏으시던가요.”


청소장은 조소를 흘리며 현석의 방을 나섰다.

안에서 현석이 짜증을 더래더래 내는 소리가 들렸다.


‘이쯤이면 열심히 하겠지.’


청소장은 다시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수첩에 표시했다.

자신은 흡혈귀와 비교해서 절대 질 생각은 없었다.

그건 자신의 담당 반 귀신들도 절대 흡혈귀 담당 반 귀신들에게 밀려선 안 된다는 뜻이었다.



“민수야!”


민수는 방에서 일기를 쓰고 있다가 깜짝 놀라 연필을 떨어뜨릴 뻔 했다.

그래서 그런지 까칠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앗, 깜짝아. 뭐예요?”

현석은 벽을 통과하다 말고 민수의 말을 듣고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나를 어른 취급 안 해주는 구나. 그냥 어른이 다 장난감으로 보이지? 나 간다.”


느닷없이 들어와서 한다는 소리가 어른으로 안 대해줘서 실망했다는 거라니, 민수는 기가 찼다.

하지만 한숨만 한 번 쉬고는 화를 참았다.


“무슨 일인데요? 아저씨가 화내는 소리는 들었는데, 말 안 해주면 모른다고요.”

“청소장 녀석이 나보고 실기시험에서 1등 못하면 내..”


현석은 말을 삼켰다.

사실대로 말하면 어린 주제에 야한 거엔 관심이 없어 보이는 민수가 안 도와줄 것 같았다.


“빨간 책이요? 뭐, 압수라도 당했어요?”


무서웠다.

요즘 청소장이랑 붙어있는가 싶더니 그 족집게 같은 통찰력까지 닮은 것 같았다.

현석은 당황했다.


“어떻게 알았어?”

“이 집에서 아저씨가 그런 책 구하려고 자꾸 밖에 나간다는 거 모르는 귀신을 찾는 게 더 힘들걸요. 그리고 아저씨가 화낼 일이 그런 것 말고 있을까 싶기도 하고..”


민수는 말을 흐렸다.

말하고 보니 현석을 너무 저급하게 평가하는 것 같아서였다.

현석은 그러거나 말거나 민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민수는 현석이 볼 수 없도록 슬쩍 일기장을 닫았다.


“도와달라곤 안 할 테니까 어떡하면 돌려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봐.”

‘이미 충분히 도와달라고 하고 계시지만..’


민수는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생각만 한 뒤 잠시 고민했다.


“실기 시험 1등은 솔직히 안 될 것 같고, 그냥 포기하세요.”

“그렇게 가망성이 없냐?”

“이미 그 책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그러지 말고! 뭔가 방법이 없을까?”


아무래도 뭔가 그럴듯한 방법을 제시하기 전까진 현석이 돌아갈 것 같지 않자 민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럼 저도 도와드릴 테니까 그 책 돌려받으면 저도 보게 해주세요.”

“너 그런 거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오히려 민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에요.”

“너 저번에 딸기우유 얘기만 듣고도 막 화냈었잖아.”


민수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건 다른 사람을 성적인 걸로 평가해서 그런 거죠. 해도 될 게 따로 있지, 심지어 담임선생님인데.”

“너 되게.. 가치관이 바르구나.”


현석은 민수를 위아래로 훓어 보고는 다시 봤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랑은 다르거든요.”


현석은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현석이 어떤 기분이던지 간에, 민수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떡하실 거예요?”

“뭐.. 닳는 것도 아니고, 도와준다면야 보여주는 것 정도는 상관없지. 너도 알건 다 아는 나이니까.”


사실 민수는 그동안 내심 현석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아는 귀신 하나 없는 이 집에서 유일하게 현석이 자신을 허물없이 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군말 없이 현석을 도와주기로 했다.

비록 그게 ‘빨간 책 되찾기’여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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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물이 무서운 이유 17.08.03 45 0 8쪽
29 부조리한 현실 17.08.02 45 0 9쪽
28 결정 17.08.01 46 0 8쪽
27 새옹지마 17.07.31 46 0 8쪽
26 고통 17.07.30 4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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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인식의 변화 17.07.23 44 0 7쪽
22 드러나는 범죄 17.07.21 45 0 9쪽
21 행복 17.07.18 50 0 8쪽
20 엄마 시집보내기 17.07.14 57 0 9쪽
19 우한 17.07.12 50 0 8쪽
18 17.07.07 63 0 7쪽
17 17.07.04 48 0 8쪽
16 죄책감 17.07.02 46 0 8쪽
15 결과의 의미 17.07.01 52 0 11쪽
» 같은 목적, 다른 무대 17.07.01 11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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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움직이는 마음 17.06.30 42 1 8쪽
11 기억 17.06.29 51 1 15쪽
10 과거와 바람 17.06.29 42 1 14쪽
9 범인 찾기 17.06.28 43 1 12쪽
8 아들을 찾아 17.06.28 47 1 16쪽
7 새로운 귀신 17.06.27 53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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