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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59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7.12 23:55
조회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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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우한

DUMMY

민수는 자신이 죽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쌍둥이의 빌라로 향하고 있었다.


‘약병.. 혼자 죽었고.. 역시 자살이겠지? 그런 깊은 산 속에서 혼자 약을 먹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자살밖에..! 으아아! 아무리 떠올려 봐도 기억이 안 나! 대체 나는 뭐하고 있었던 거지?’


짜증나서 머리를 벅벅 긁던 와중에 민수는 빌라에 도착했다.

민수는 처음 보는 남자가 빌라를 기웃기웃 거리자 일단 가까이 다가갔다.

어차피 인간은 몇몇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귀신이 원하지 않으면 귀신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민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남자를 구석구석 살폈다.


‘뭐하는 거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방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어딘가에 흔적이..”


남자가 하는 혼잣말에 민수는 이 사람이 말로만 듣던 탐정 같은 건가, 라고 생각했다.


‘쫓아다니면 화재의 원인도 알 수 있으려나?’


남자는 안방으로 향했고, 민수도 따라 들어갔다.


그렇게 한동안 남자를 쫓아 움직인 민수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 아저씨 완전 초짜 아니야?’

“우악!”


민수가 결론을 내림과 동시에 남자는 잔해에 발이 걸려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아니면 애초에 탐정 같은 게 아니거나.’

“오빠, 여기서 자주 보네요.”

“보현아!”


보현은 민수가 자꾸 자신의 집이었던 곳에 온다는 게 맘에 안 드는 건지 얼굴을 찌푸리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왜 자꾸 여기 오는 거예요?”

“그게..”

“뭐야, 저 아저씨는 왜 여기 있는 거지?”


보현은 민수가 뭐라고 하기 전에 남자를 보고 소리를 높였다.


“아는 사람이야?”

“김우한이라고, 저희는 문방구 아저씨라고 불러요. 자꾸 엄마한테 들러붙는 사람인데!”


보현이 남자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자 민수는 불안한 기분이 들어 보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뭐하려고?”

“여기 왜 있는지 물어보려고요. 아..”

“...”


보현은 문제점을 눈치 채고 고개를 푹, 숙였다.


“어차피 전 귀신이라 보이지도 않죠..”

“...”


비록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아는 사람에게 말 한 마디 건네지도 못하는 보현이 어떤 감정일지 민수는 확실히는 몰랐다.

대강 추측만 할 정도였는데, 그것만으로도 보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됐다.


‘귀신의 집에 온 이유가 엄마랑 말하고 싶어서라고 했는데.. 그러면 엄마한테도 얘기를 못했다는 얘기겠지. ..바로 앞에 두고도.’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사람들한테 말 못하는 거 정도야 지금만이고, 흡혈귀 아저씨가 사람들이 제 말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인데, 힘들지 않아?”

“안 힘든 건 아닌데, 가망성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보다야 지금이 훨씬 낫죠. 정말, 수현이랑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서 며칠 동안이나 사람들이랑 얘기하려고 했던 때는..”


보현은 말을 줄였다.

그때는 상상하기도 싫은 건지 얼굴은 잔뜩 찡그린 채였다.

민수는 보현이 더 이상 기분이 상하기 전에 말을 돌렸다.


“참, 저 문방구 아저씨랑 너희 엄마랑 무슨 관곈데?”


보현은 민수를 째려봤다.


“관계랄 것도 없어요. 저 아저씨가 일방적으로 엄마한테 들러붙는 거니까. 우리가 엄마한테 해주고 싶은 말도 저 아저씨를 멀리하라는 건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


민수가 말릴 새도 없이 보현은 남자에게 다가가서 발을 걸었다.


“우앗!”


남자가 이번엔 정말로 고꾸라지자 민수는 보현을 쳐다봤다.


“뭐하는 거야!”

“비록 다 타버리긴 했어도 여긴 우리 집이에요. 다른 사람이 멋대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요! 계속 여기 있을 생각이면 쫓아낼 거예요!”


민수는 보현의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잠시 보현을 보다가 군말 없이 빌라를 나왔다.

보현은 민수가 떠나는 것을 보고 있다가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뻔뻔하게 빌라에 들어온 남자는 더러워진 옷을 툭툭 털고는 자신이 왜 넘어졌는지 몰라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마는 내가 지킬 거야.’



연경은 자신의 집에서 지내도 된다는 현수의 부탁을 거절하고 부모님 댁에서 지내고 있었다.

현수가 연경에게 동거하자는 뜻을 내비친 지는 오래 되었지만, 최근 아이들이 죽고 나서는 그게 심해지고 있었다.

남편과 이혼한 지도 10년이 넘었고, 최근까지도 혼자 아이 둘을 기른 연경은 사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현수와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시간이 지나도 재혼할 생각은 없어. 수현이랑 보현이가 없는데 무슨 호강을 누리겠다고..’


연경이 베란다에 멍하니 앉아 멀리 하늘을 보고 있자 연경의 엄마는 그런 딸이 안쓰러워 깊게 한숨을 쉬었다.

나이를 지긋이 먹은 자신조차 노후를 함께할 남편이 있건만, 연경은 그나마도 최근 10년을 아이들만 보고 지낸 터라 이젠 완전히 홀로였다.

연경의 엄마는 조심스럽게 베란다 문을 열고 연경에게 다가갔다.


“연경아, 하늘만 보지 말고 친구들도 만나고 좀 그래.”

“..그러고 싶지 않아요.”

“니가 이렇게 지낸다는 거 알면 애들도 마음이 불편할 거야. 가끔은 기분 전환도 해야지.”


연경의 엄마는 좋은 생각이 났는지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저번에 그 남자는 어때? 좋게 생각하고 있다며? 같이 밥도 먹고 좀 놀러도 갔다 오고 그래.”

“현수씨랑은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그럼 여행은 어떠니? 돈이 부족하진 않으니까..”

“그건 애들 목숨 값이에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어요?”

“연경아..”

“내가 받으려고 든 보험이 아닌데.. 어쩌다가 이렇게..”


앞이 부옇게 흐려졌고, 연경은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부모님 앞에서 우는 것만은 참으려고 했지만, 수현과 보현만 생각하면 그것도 쉽지 않았다.



우한은 갑작스럽게 넘어진 탓에 욱신거리는 무릎을 절뚝거리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부모들과 산책을 나온 아이들이 꽤 보였다.

아이들을 보느라 우한이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뒤에서 한 아이가 와서 우한과 성대하게 부딪히고 나가떨어졌다.


“쿵!”

“아이고, 괜찮니?”

“...”


씩씩하게도 아이는 울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떨어뜨린 장난감을 집어 드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리고 멀리서 아이의 엄마가 부랴부랴 달려와 우한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얘가 잠시만 눈을 떼면 막 뛰어다녀서..”

“저는 괜찮아요. 애가 안 다쳤으면 다행이죠.”

“채연아, 죄송하다고 말해야지!”

“죄송합니다..”

“하하, 앞을 잘 보고 다녀야지, 안 그럼 아저씨처럼 다칠 수도 있어.”


우한은 아이에게 자신의 무릎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우한을 올려다보았다.


“그럼 잘 가라.”


우한이 손을 흔들고 멀어지자 아이는 멀뚱멀뚱 보고 있다가 엄마의 치마 자락을 잡아당겼다.



“아저씨!”


우한은 멀리 있던 아이가 달려와 바지자락을 잡아당기면서 부르자 내려다보았다.


“이거요.”

“?”


아이가 내민 것은 캐릭터 반창고였다.

우한은 자신을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씨가 예뻐 근래에 들어 제일 활짝 웃었다.


“고마워. 이거 정말 아저씨가 써도 괜찮아?”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우한이 반창고를 받아들자 다시 종종 달려서 엄마에게 돌아갔다.

아이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한은 생각했다.


‘말수가 적은 거나 마음씨가 예쁜 거나 딱, 보현이랑 수현이 어렸을 때 같네. 그 애들도 저렇게 귀여웠는데.’


우한은 자신의 상처를 다 덮기엔 턱없이 부족한 작은 반창고를 보면서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그 애들은 그렇게 죽을 애들이 아니야. 꼭 진상을 밝혀야 돼. ..연경씨를 위해서라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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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추격 17.07.28 49 0 8쪽
24 계획된 허락 17.07.25 43 0 8쪽
23 인식의 변화 17.07.23 43 0 7쪽
22 드러나는 범죄 17.07.21 44 0 9쪽
21 행복 17.07.18 50 0 8쪽
20 엄마 시집보내기 17.07.14 57 0 9쪽
» 우한 17.07.12 50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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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같은 목적, 다른 무대 17.07.01 115 1 10쪽
13 아버지의 눈물, 외전 17.06.30 101 1 13쪽
12 움직이는 마음 17.06.30 41 1 8쪽
11 기억 17.06.29 51 1 15쪽
10 과거와 바람 17.06.29 4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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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들을 찾아 17.06.28 46 1 16쪽
7 새로운 귀신 17.06.27 52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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